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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조 시중 부동자금 어디로 흘러가나

2018년 11월호

1100조 시중 부동자금 어디로 흘러가나

2018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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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기조로 시중 부동자금 1년6개월 새 100조 넘게 급증
불확실성 가중에 주식·해외투자 기피...부동산시장으로 쏠려
현금 대거 보유...기준금리 인상해도 부동산시장 노크 계속될 듯


|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지금 부동산시장은 2006년과는 또 다릅니다. 그때는 유동성이 적을 때라 금융 규제만 하면 됐지만 지금은 시중에 풀린 돈이 많습니다. 금융 규제를 하더라도 자기자금으로 풀어 가는 사람이 상당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아파트 중 가장 비싼 단지로 이름을 올린 곳이 서울 한남동 옛 단국대 부지에 들어선 ‘한남더힐’인데요.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피하기 위해 임대주택으로 분양했다가 작년에 본인이 살 수 있는 권한(분양전환, 소유권 이전)이 주어졌는데, 그때 많은 입주자가 대출을 받지 않았습니다. 자기자금이 많다는 겁니다." -김성엽 하나은행 영등포영업본부장, 전 WM사업단장

‘한남더힐’의 분양전환 가격은 3.3㎡당 5000만~8000만 원이었다. 대부분 전용 177㎡가 넘는 대형 주택이다. 30억 원 이상을 대출 없이 자기자금으로 해결했다는 얘기다.

돈이 넘쳐난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시중에 떠도는 부동자금이 1100조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부동자금은 현금통화와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에 6개월 미만 정기예금과 금융투자협회의 증권사 투자자예탁금을 더한 금액이다. 부동자금 규모는 지난 2016년 말 1000조 원을 돌파했다. 그리고 1년 6개월 만에 100조 원 넘게 늘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말 잔액기준 현금통화는 99조3337억 원, 요구불예금 219조8394억 원,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 517조9911억 원, MMF 69조6113억 원, CD 27조4527억 원, CMA 44조4936억 원, RP 11조5387억 원 등이다. 한국은행이 찍어내는 현금통화는 지난 2015년 말 70조 원이었으나 2년 6개월 사이 30조 원 가까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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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들어설 최고급 주택 ‘나인원한남’의 조감도. [사진=디에스한남]

1100조 부동자금, 부동산시장으로 대거 유입

부동자금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이유는 ‘저금리 기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7월 박근혜 정부 2기 경제사령탑이 된 최경환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노골적으로 경기 부양을 외쳤고 금리 인하를 압박했다. 한국은행은 그해 8월 당시 연 2.50%이던 기준금리를 2.25%로 인하하기 시작해 연이어 네 차례에 걸쳐 1.50%로 낮췄다. 기준금리는 그 이후 추가로 한 번 더 인하되면서 역대 최저 수준인 1.25%까지 떨어졌다.

저금리에선 금융기관에 맡겨 둔 예금이 시장으로 흘러나와 통화량이 증가한다. 한국은행의 잇단 금리 인하와 저금리 유지로 풀린 돈이 갈 곳을 잃었다. 늘어난 돈(유동성)이 산업에 투자되지 않았다. 불확실성이 커지니 슬금슬금 부동산시장으로 돈이 몰리기 시작했다. 지난해만 해도 국내외 주식시장이 활황이어서 증시와 펀드로 자금이 이동했다. 하지만 올 들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신흥국 시장의 위기설 등으로 이곳에서도 돈이 빠지고 있다. 그러면서 쏠림이 더 심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결과 부동산 가격 급등세로 이어졌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서울 부동산 가격은 6.85% 상승했다. 지난해 연간 상승률 5.28%를 넘어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24.11%)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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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수치로 증명된 건 없지만 유동성이 증가해서 산업이나 증권시장으로 가지 않는다면 부동산 쪽으로 투자되는 건 사실”이라며 “경제가 안 좋은 상황에서 유동성 자금이 늘어나면 부동산시장이 달아오르는 현상이 있다”고 분석했다. 권 교수는 이어 “부동자금은 일반적으로 산업 현장으로 투자돼야 할 돈임에도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산시장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며 “(부동자금은) 여러 군데로 가는 것인데 부동산시장에 가장 많이 와 있다”고 진단했다.

김봉수 하나은행 여의도 골드클럽 PB센터장은 “상반기에 펀드와 주식을 한 투자자들이 전반적으로 거의 다 손실을 봤다. 중국에 투자한 자금의 경우 10~15% 정도 손실을 본 상황”이라며 “국내 경기 하락에 대한 우려, 미·중 무역분쟁 불확실성 등으로 국내와 해외 주식에 대해선 투자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변규동 우리은행 가락동지점 PB팀장 역시 “주식시장도 한때 좋았다가 상반기에 많이 하락하고, ELS 상품도 상반기에 인기가 있었지만 최근 상환이 안 되는 것들이 일부 생겼다”며 “부동자금 중에서 부동산을 사려고 대기하는 자금이 많아진 이유”라고 분석했다.

기준금리 인상 유력, 부동자금은 어디로

단기 부동자금이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르면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에 이어 김현미 국토부 장관까지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금융 안정을 비중 있게 고려할 시점”이라며 이들과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전문가들도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그렇다면 앞서 정부가 발표한 9.13 부동산 대책과 금리 인상이 부동자금의 방향을 부동산시장에서 다른 곳으로 돌려놓을 수 있을까?

우선 다수 전문가들은 정부의 강도 높은 9.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에서 관망세가 짙어졌다고 보고 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시되는 점도 관망 심리를 더욱 키우는 요인으로 본다. 그러면서도 한 차례 금리 인상이 부동자금 흐름의 큰 방향성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김성엽 하나은행 영등포영업본부장은 9.13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현 시장 상황을 이렇게 진단한다. “2003년 5.23 부동산 대책을 통한 규제가 나올 때도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관망세를 보였다. 방향성을 보고 가는 데는 최소한 2~3개월이 걸린다. 9.13 대책이 진정제 역할을 한 것인데 기준금리 인상을 한 번 한다고 해도 시장에 자금이 많기 때문에 큰 흐름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다. 2014~2018년 사이 4년 동안 규제를 풀어주고 금리를 낮추고 했던 것에서 단계를 조여 가는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아직 멈추긴 어려울 것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권 교수는 “기준금리를 올려도 부동산시장 수익률이 금리보다 높으면 부동자금은 은행으로 안 간다”며 “산업 현장이나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는 상황에서 당분간 부동산시장에 계속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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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관망세와 함께 금리 인상 이슈로 부동자금이 더 많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동시에 A등급 회사채와 채권형펀드 등으로 자금이 좀 더 유입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A등급 회사채의 경우 공모 발행을 위한 수요 예측에서 경쟁률이 3~4 대 1을 넘어서는 등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또 올해 들어 국내 채권형펀드에는 4조 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국내 증시 부진에 주식형펀드로의 순유입은 5200억 원에 그쳤다.

김봉수 하나은행 여의도 골드클럽 PB센터장은 “금리 인상 예상에 따라 11월까지는 투자에서 관망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부동산에 대해선 금리가 올라가는 것을 지켜보자는 생각이 많기 때문에 유동성 자금이 늘고 있는 추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현재 부동산 신규 투자는 정지된 상황으로, 수익형 부동산을 찾는 경향이 미국 금리 인상 이후 확 줄어들었다”며 “지금은 지켜보면서 금리 인상 후 상황을 보겠다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변규동 우리은행 가락동지점 PB팀장은 “연내에 한은이 금리를 한 차례 올릴 가능성이 있는데 (부동자금이) 금리 인상을 대기하는 자금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당분간 부동산에 대한 관망세로 돌아서면 개인들은 금융상품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고 국내, 해외 부동산펀드 쪽으로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현식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PB팀장은 “미·중 무역갈등이 메가톤급 이슈다 보니 손실을 경험한 투자자들의 대기성 자금이 평소보다 의사 결정을 미루고 단기채 채권형펀드 등 단기유동성으로 대기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며 “자금을 파킹하면서 이슈가 어떻게 정리되고 방향성이 잡히는지 보고 의사 결정을 하려는 투자자가 늘어났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이어 “고객들은 중기채, 장기채보다 주로 만기가 짧은 단기채 중심으로 운용하려고 한다”며 “차상위, 차차상위 수익률을 기록하는 단기회사채의 인기가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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