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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재탄생된 역사 속 인물

2018년 11월호

무대에서 재탄생된 역사 속 인물

2018년 11월호

상상 속 인물에 각색과 창작 통해 새로운 이야기 선사
실존인물 미화 혹은 왜곡 논란 경계는 필수


| 황수정 기자 hsj1211@newspim.com


‘실화’의 힘은 강력하다. 콘텐츠를 접하는 대중은 ‘실제 있었던 이야기’라는 점에서 훨씬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들여다보고 더욱 깊게 몰입하게 된다. 무엇보다 직접 사건을 겪은 ‘실존 인물’의 이야기는 더욱 구체적인 이미지를 제공하기 때문에 훨씬 수월하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게 된다.

최근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들이 무대에 오르고 있다. 왕과 여왕, 장사꾼, 예술가, 운동가 등 다양한 인물을 다룬 뮤지컬 작품들이 공연 중이다. 실재(實在)했던 그들은 2018년 오늘 어떻게 재해석되고 재탄생됐을까.

상상 속 인물 이미지를 무대 위로 현실화

현재 공연 중인 뮤지컬 ‘1446’(프로듀서 한승원, 연출·작곡 김은영)은 우리에게 친숙한 세종대왕(1397~1450)의 일대기를 그렸다. 왕이 될 수 없었던 충녕이 왕이 되기까지의 과정, 한글 창제 당시의 고뇌와 아픔 등 그의 삶과 애민사상에 대해 집중한다. 극에는 세종대왕 외에 태종 이방원, 양녕대군, 장영실, 소헌왕후 등도 등장한다. 대부분의 인물은 그동안 여러 위인전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서 묘사한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1446’에서는 여기에 더해 ‘왜 그래야 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유추할 수 있게 했다. 김선미 작가는 “세종대왕을 칭송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수없이 좌절하고 넘어졌지만 기필코 자신의 꿈을 지켜 나간 사람의 이야기”라며 “인간 세종대왕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이 만든 세상을 지켜 나갈 힘과 용기를 얻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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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랭보’(연출 성종완)는 19세기 프랑스 상징주의의 대표적 시인 아르튀르 랭보(Arthur Rimbaud, 1854~1891)의 삶을 충실히 담았다. 랭보는 시인 폴 베를렌느(Paul Verlaine)와의 동성애부터 권총 사건 등을 겪은, 프랑스 문학사에서 유례없이 독특한 인물이다. 작품은 ‘랭보’와 ‘베를렌느’의 어릴 적 친구 ‘들라에’가 랭보의 흔적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구성됐다. 작가 윤희경은 “사실을 토대로 이야기를 구성하려고 노력했다. 들라에는 자료가 많이 없어 랭보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베를렌느와도 교류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구상했다”면서 “예술가로서 랭보와 베를렌느가 어떻게 교류했으며,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고, 그로 인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중점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작품들은 기록으로만 접했던 인물들의 삶을 충실히 무대 위로 되살린다. 다만 너무나 방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인물의 성격이나 상황을 이해시키기 좋은 핵심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꾸며진다. 지난 10월 공연된 조선 최초 여류 거상 ‘김만덕’(1739~1812)의 일생을 되짚은 뮤지컬 ‘제주 만덕’의 작가 한아름은 “늘 역사를 재해석하고 재구성해 무대에 올리는 일은 어렵다”면서도 “굳건한 위인의 성품을 강조하는 위인전과 달리, 무대 위의 인물은 어려움 앞에 갈등하고 번민하는 모습들도 보여주며, 다른 인물과의 관계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게 된다. 이를 통해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으며, 위기를 극복하고 문제를 해결할 때의 순간이 훨씬 돋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물의 삶에 각색과 창작 통해 새로운 이야기 선사

실존 인물의 삶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새로운 이야기로 창작된 작품들도 있다. 제70주년 국군의 날 기념 창작 뮤지컬 ‘신흥무관학교’(연출 김동연)는 항일독립전쟁의 선봉에 섰던 신흥무관학교를 배경으로 1907년부터 1920년까지 대한제국 군대 해산, 경술국치, 고종 승하, 봉오동전투, 청산리대첩 등 역사적 사건과 이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치열한 삶을 그렸다. 가상의 인물이 주인공이지만 여섯 형제와 일가족 전체가 전 재산을 팔아 만주로 망명,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독립운동가 이회영(1867~1932), 한국 독립군 총사령관을 지낸 지청천(1888~1957)이 등장해 극의 무게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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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이언 마스크’에는 루이 14세(Louis XIV, 1638~1715)와 샤를 드 달타냥(Charles de d’Artagnan, 1611~1673)이 등장한다. 극은 달타냥이 루이 14세 당시 총사대장이었던 사실에 철가면을 쓴 바스티유 감옥 죄수에 대한 쌍둥이 설을 버무렸다. 알렉상드르 뒤마(Alexandre Dumas)의 동명 소설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 주연의 동명 영화(1998)로 제작된 바 있다. 뮤지컬 ‘아이언 마스크’(연출 노우성)는 총사직을 은퇴한 삼총사 아토스, 아라미스, 포르토스와 총사대장이 된 달타냥이 루이 14세를 둘러싼 비밀을 밝혀내는 모험을 그렸다. 무대 전체를 감싸는 초대형 LED 스크린으로 화려하고 실감 나는 영상미를 선보이며,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선율로 훨씬 더 작품의 서사를 돋보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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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제국 최후의 황후 엘리자벳 폰 비텔스바흐(Elisabeth von Wittelsbach, 1837~1898)의 극적인 삶을 다룬 뮤지컬 ‘엘리자벳’(연출 로버트 요한슨 Robert Johanson)은 오는 11월 17일 개막 예정이다. 실존 인물과 판타지적인 요소를 결합한 작품으로, 황후 엘리자벳과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죽음(Der Tod)’의 사랑을 그린다. 오스트리아에 있는 민담 ‘엘리자벳이 700년 전통의 합스부르크 왕궁에 들어오면서 죽음을 데려왔다’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작품으로, 어둠이 가득한 엘리자벳의 실제 인생보다 무대 위에서는 더욱 비현실적이고 극적으로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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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 인물 미화 혹은 왜곡 논란 경계는 필수

실화를 다루는 콘텐츠는 역사 왜곡 혹은 인물 미화 논란에 휩싸일 위험이 크다. 최근에는 뮤지컬 ‘바넘: 위대한 쇼맨’(연출 구스타보 자작 Gustavo Zajac)이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실존 인물인 P.T 바넘(Phineas Taylor Barnum, 1810~1891)은 서커스 등 쇼 비즈니스를 이끌고 마케팅의 귀재지만, 인종차별주의자나 희대의 사기꾼 등 부정적인 면모 때문에 평가가 상반되는 인물이다. 바넘 역을 맡았던 배우 유준상은 “절대 미화하지 말자고 모두 다짐했고 훨씬 더 신경 써서 만들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을 다룬 작품을 만들 때는 편향되지 않은 시선과 철저한 사전 검증이 필수다.

이에 창작진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노력도 더해진다. 관련 저서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찾아보는 것은 기본이고, 실존 인물이 살았던 현장을 찾기도 한다. 뮤지컬 ‘엘리자벳’ 국내 초연을 앞둔 2011년, 옥주현은 실제 엘리자벳의 삶에 관심을 두고 오스트리아 현지를 직접 방문했다. 올해 공연에 합류한 김소현 또한 오스트리아 빈에 다녀오기도 했다. 또 ‘신흥무관학교’에 출연하는 임찬민은 상해임시정부를 방문한 바 있다.

실제 있었던 인물의 사건은 가상의 인물에 비해 훨씬 현실적이고 입체적이다. 역사서나 박물관에서만 보던 인물의 이야기를 노래와 춤이 가미된 뮤지컬로 만듦으로써 자칫 위인에게 느낄 수 있는 거리감을 허물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뮤지컬업계 관계자들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드라마라고 하면 더 집중하게 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또 더욱 큰 흥미를 느낀다”며 “관객들은 주인공을 더 가깝게 느끼고, 더 깊이 감정 이입을 하게 된다”고 긍정적인 효과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특성과 관객들의 니즈를 맞춰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 때문에 관객들은 더욱 다이내믹한 무대, 공감을 자아내는 스토리에 빠져들게 된다. ‘엘리자벳’의 연출을 맡은 로버트 요한슨은 “극에 ‘엘리자벳’의 사랑은 물론 시어머니와의 갈등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서양인들보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또 한국에도 왕족 역사가 존재했기 때문에 더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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