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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축소와 신흥국 리스크 주목

2018년 09월호

유동성 축소와 신흥국 리스크 주목

2018년 09월호

미국 중간선거까지는 변동성 확대
달러화 강세는 계속된다
믿을 건 그래도 미국 증시?


| 이영기 기자 007@newspim.com


펀드자금 흐름이 뚜렷한 특징을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새로운 전략 구사가 절실해진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포함한 거대 경제권과 무역전쟁을 추진하면서 한 치의 양보가 없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심화되면서 증시에서 펀드자금이 유출돼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선명해진 것이다. 특히 올해 들어 채권시장에 유입된 금액은 대부분 북미 시장에 몰렸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마침내 사람들이 일터로 돌아가고 있고, 소비자 지갑 사정도 양호하며, 기업들의 자본 지출도 늘고 있다”면서 “가구 형성도 늘고, 주택 건설은 공급이 부족한 상태인 데다 은행 시스템은 과거에 비해 매우 견실해졌다”고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했다. 다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무역전쟁이나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정상화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최근 미국 기업의 실적 호조와 무역 갈등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미국 증시는 신기록 경신을 넘보고 있는 양상이다.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것이다.

변동성이 커진 것은 통화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위안화의 흐름을 보자. 최근 위안화는 환율조작국 논란이 일면서 약세가 일시 주춤하기는 했지만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협상 과정에서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월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를 앞두고 미·중 간 무역 및 환율 문제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변국의 통화도 변동성이 덩달아 커질 가능성이 높게 관측된다.

크레디아그리콜의 발렌틴 마리노프 G10 수석 외환전략가는 “모든 것이 달러와 위안에 대한 것”이라며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의 움직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증폭되는 불확실성 속에서 글로벌 유동성 축소와 신흥국의 달러부채 급증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그 흐름을 경계할 필요가 더 높아지는 대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중 미국 달러 유동성 급감은 연준(Fed)의 금리 인상 외에도 대차대조표 축소(그간 양적완화를 위해 Fed가 시장에서 사들인 유가증권을 다시 매각하는 것) 가속화, 재정적자 확대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가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중간선거와 환율보고서 발표 때까지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시장은 이런 리스크를 안고 있는 와중에 계속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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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강해진다...또 다른 무역전쟁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 교역상대국에 대규모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며 무역전쟁 위기를 고조시키자 안전자산인 달러화는 강해지고 위안화는 약해졌다. 시장에서는 무역전쟁 위기가 지속되면서 달러화 강세 전망이 점차 강해지는 추세다. Fed의 매파적인 분위기와 함께 무역전쟁 위기, 위안화 약세가 엮인다면 달러화가 상승세를 탈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가운데 약세를 보인 위안화는 무역전쟁이 환율전쟁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다행이라고 할까.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무기로 환율전쟁에 불을 지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최근 위안화는 달러화 대비 2.85%까지 절하됐다. 지난 7월 말 위안화 가치는 14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으며, 4월 초에 비해서는 10% 가까이 하락했다. 결국 중국 인민은행도 선물환 거래에 20%의 증거금을 부과하면서 위안화 하락 억제에 나섰다. TS 롬바드의 존 해리슨 수석 신흥시장거시전략가는 “위안화의 절하에서 우리가 본 것은 과거에 그랬듯이 커다란 움직임이 있을 땐 중국 당국이 시장이 위안화에 대해 한 방향으로만 베팅하지 않도록 초조해한다는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 외에 미 달러화를 강하게 할 여건은 또 있다. 2분기 4.1%(전기 대비, 연율)의 성장률을 기록한 미국 경제와 세계 중앙은행들 중 긴축의 선두를 달리면서 연준은 달러화 강세를 지지한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 근접하고 무역전쟁 불확실성이 심화하면서 연준이 긴축 사이클의 종료를 조만간 선언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유가 상승과 관세 적용에 따른 물가 상승은 연준의 행보에 속도를 붙일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미국과 중국이 환율전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지는 못했다. 위안화가 약해지고 트럼프 대통령도 연준의 정책에 불만을 표시하며 잠시 환율전쟁 우려가 불거졌지만, 최근 시장의 흐름은 인위적이라기보다는 가격이 이슈에 따라 움직인 결과라는 게 시장 전문가 대다수의 의견이다.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의 윈 틴 선임 외환전략가는 “나는 그들(중국)이 환율을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시장이 달러/위안 환율을 높였고, 그들이 이를 무기로 삼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만약 환율을 무기로 삼는다면 그들에게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동장세 한가운데서 그래도 “믿을 건 美증시”

올 들어 신흥국 증시는 1월에 살짝 오름세다가 최근 다시 상승세를 보였다. 월간으로 보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증시가 각각 12.5%, 8.9% 상승하는 등 남미 증시가 선전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유럽과 무(無)관세를 향해 협력키로 하고 중국과는 물밑 협상을 벌이자 미국발 무역 갈등 우려가 다소 완화되며 신흥국 증시의 투자심리가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선진국 증시도 대부분 상승했다. 미국 증시(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기준)는 기술주 급락에도 불구하고 4.7% 상승하며 선진국 가운데 가장 강력한 성과를 냈다. 경제지표 호조와 전반적인 실적 개선이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무역 갈등 우려가 완화될 것이라고 낙관하면서도 상황이 악화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 행정부가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당초 계획한 10%에서 25%로 인상할 것이라는 점이 확인되자 중국은 이틀 뒤인 3일 6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증시는 올해 들어 27% 정도 하락했다. 중국이 흔들리면서 신흥국에 대한 신뢰도 그만큼 약해졌다.

역시 믿을 건 ‘기초여건 탄탄’ 미국 증시라 할까. 로이터통신이 선진국 자산관리자와 최고투자책임자(CIO) 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강력한 경제 성장세가 이뤄지고 있는 미국 증시에 대한 투자는 늘린 반면, 수출 지향적인 신흥국 증시 투자 비중은 줄였다. 미국 주식에 대한 배분은 최근 더 늘어나면서 지난 2015년 6월 이후 최고치인 41.9%를 기록했다. 미국이 다른 나라보다 강력한 펀더멘털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미국 증시 비중을 늘리게 된 배경이었다. 2분기 미국 경제는 4.1%로 약 4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가운데 2분기 기업 실적도 S&P500 기업 중 78.6%가 월가의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보였다. 제네랄리인베스트먼츠의 세드릭 배런 멀티애셋 전략 책임자는 “우리는 유럽보다 미국을 선호한다”며 “(법인세 인하 등) 재정 정책의 긍정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더라도 견실한 경제 환경과 역사적으로 강력한 자사주 매입 활동, 강력한 기업 실적 모멘텀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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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 신흥국 회사채 폭락

미국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뜨겁다. 과거 반세기에 걸쳐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를 뚫고 오르는 일드커브의 역전은 경기 침체를 알리는 적신호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24bp(1bp=0.01%포인트)까지 축소됐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전면전을 벌이는 중국이 위안화 약세를 사실상 용인한 데 따라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1년래 최저치로 밀렸고, 이는 신흥국 통화의 도미노 하락을 부추겼다.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가 부상하면서 통화는 물론이고 채권까지 아시아 이머징마켓의 자산이 강한 압박에 시달렸다.

아시아 회사채는 투자자들 사이에 ‘휴지 조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약세가 두드러졌고, 관련 펀드에서는 자금 유출이 지속됐다. 특히 아시아 정크본드가 많이 시달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당 채권이 말 그대로 ‘쓰레기(junk)’로 전락했다며 상황을 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는 “연초까지만 해도 글로벌 정크본드와 같은 수준에 거래됐던 아시아 달러화 표시 정크본드의 수익률은 전 세계 평균치 대비 약 2%포인트의 프리미엄에 거래되는 실정”이라고 관측했다.

전반적인 이머징마켓 채권은 달러화 강세와 미국 금리 상승으로 인해 투자 매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부터 인도 루피화까지 신흥국 통화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졌고, 이는 해당 국가의 달러화 표시 채권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높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정크본드가 특히 외면당하는 것은 중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위안화 가치가 1년래 최저치로 밀린 한편 중국 기업의 눈덩이 부채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 리스크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유가, 상하방 요인 교차...박스권 예상

최근 국제유가는 상반기에 비해 하락하는 양상이다. 품목별로는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가 지난 6월 말 대비 7.3% 하락했다. WTI는 리비아 생산 차질 등으로 7월 초 연중 최고치(74.15달러)에 근접했으나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 시사, 달러 강세,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 검토 등으로 반락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리비아와 베네수엘라 생산 불확실성과 미국과 이란 사이의 갈등 불안과 함께 사우디·러시아의 증산 속도 둔화, 미국 생산 증가세 둔화 등 상승 요인이 상존하는 것으로 봤다. 반면 블룸버그통신은 11월 초 이란 제재와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10월 중순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비축유를 방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의 중론은 상하방 요인이 교차하면서 박스권 움직임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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