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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혀진 기술격차...중국 추격에 치킨게임

2018년 09월호

좁혀진 기술격차...중국 추격에 치킨게임

2018년 09월호

중국 반도체 굴기로 ‘치킨게임’ 머지않아
정부·업계 공조로 ‘기술격차 확대’ 로드맵 필요
‘정치 논리’ 아닌 ‘경제 논리’로 파격적 지원책 마련해야


| 백진엽 기자 jinebito@newspim.com
| 김지나 기자 abc123@newspim.com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이 위험하다. 중국이 올해 말부터 우리 기업들이 선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입을 예고한 상황이다. 여기에 최대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통상전쟁으로 반도체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많은 전문가는 내년부터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시장 진입으로 인해 ‘치킨게임’(한쪽이 포기하지 않으면 모두가 파국을 맞는 극단적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가장 큰 이유다. 실제 중국의 YMTC(낸드플래시)와 푸젠진화(D램), 허페이창신(D램)이 내년부터 본격 양산할 메모리 반도체의 물량은 삼성전자의 20% 수준인 월 26만 장으로 추산된다.

그동안 초호황으로 반도체 산업이 한국 경제를 지탱해 줬지만, 초호황 시대가 저무는 신호가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의 공세로 인해 한순간에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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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반도체 굴기, 한국 경제에 ‘직격탄’

중국 정부는 2025년까지 170조 원을 투자해 자국에서 사용하는 반도체 소자, 장비, 소재, 부품의 70%를 자국 기업이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른바 반도체 굴기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완성되는 2025년까지 우리 기업들이 기술 격차를 더 벌리지 못할 경우 심각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달리 말해 중국의 추격을 뿌리치기 위해 기술 격차를 확대할 수 있는 연구개발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대중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의 약 66.7%에 달하고, 이 중 대부분이 서버·스마트폰용 D램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 의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커다란 위협 요인”이라며 “중국 반도체 기업의 추격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997억 달러였다. 정보통신기술(ICT) 수출(1976억 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전체 수출(5737억 달러)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17.4%다. 게다가 반도체는 대표적인 장치산업으로 막대한 설비투자를 통해 국내총생산(GDP) 성장에 기여한다. 반도체는 우리나라 전체 설비투자의 약 13.1%, 제조업 설비투자의 약 27.9%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이나 투자 등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반도체 산업의 위기는 한국 경제 전반의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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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경쟁력 강화 위한 육성책’ 필요

반도체 관련 산·학·연 관계자들은 중국의 반도체 굴기 대응책으로 정부 주도하에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전방위적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전문 연구개발(R&D) 인력을 양성하는 동시에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구체적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로 혼재된 반도체 관련 업무 구분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를 대상으로 한 지원 확대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업체가 활용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구축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적어도 3년 이상 벌려 놓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반도체는 전자제품의 핵심 부품으로, 반도체 산업과 전자제품 산업 간 긴밀한 협력을 통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원천기술은 과기정통부, 산업화는 산업부, 통신과 관련해 인프라 연계 및 테스트베드를 구축하고 제공하는 것은 과기정통부가 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재와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미 국내 고급 인력들이 자금을 앞세운 중국으로 건너가 반도체 굴기를 지원하고 있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같은 개인의 취업을 정부가 나서서 막을 수는 없다. 때문에 국내 산업 환경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중소기업이 많은 국내 반도체 장비·소재 업계에서는 임금·복지 등의 전반적인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장비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요 공정에 글로벌 업체의 장비를 활용하고 있는데, 이를 국내 장비로 대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대기업과 함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내 반도체 장비 기업의 대형화와 함께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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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여주기식’ 아닌 ‘진짜 대책’ 마련해야”

최근 들어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위기감을 느끼고 반도체 산업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지난 7월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재로 열린 ‘반도체 산업 발전 대토론회’는 업계와 정부가 만나 다양하고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진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의 지원과 중국 업체의 추격으로 곧 치킨게임이 시작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전달했다. 이에 정부 역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반도체 강국을 이어가기 위한 정책 마련에 힘을 싣고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날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중국이 범정부적인 ‘반도체 굴기’로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데 우리 정부는 그동안 소홀한 점이 있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한다”며 “향후 10, 20년을 우리 반도체가 석권할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후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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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D램 공정라인.

이후 백 장관은 SK하이닉스 이천공장과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직접 찾아 투자 현황을 점검하고 어려움을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백 장관은 세계 1위를 지킬 수 있도록 정부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어 김동연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 역시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의견을 나눴다.

업계는 정부가 위기감을 느끼고 현장을 찾는 것에 대해 환영하면서도 단순히 ‘쇼’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 논리에 따라 기업이 투자를 발표하거나, 준비했던 투자 발표를 미루거나 하는 모습을 보면 아직 진정성 있는 현장 방문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반도체 위기는 한국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진영이나 정치 논리를 떠나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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