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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유포리아 돈맥 짚어라

2018년 09월호

포스트 유포리아 돈맥 짚어라

2018년 09월호

유포리아 이후 커지는 불안감
리스크 온, 증시로 자금유입 줄어
“신흥시장?...달러에 달렸다”


| 뉴욕=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


악재마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유포리아(euphoria) 시대에 주식과 채권으로 큰돈을 번 투자자들은 이미 불안감을 감지한다. 주식 투자자들은 이제 값싼 유동성 환경에서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 기대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던 강세장은 끝났다고 이야기한다. 2020년 경기절벽설에 무게가 실리며 매년 불마켓(bull market)을 외치던 기관들은 짐을 쌀 채비를 하고 있다.

주식시장에 ‘거품이 꼈다’, ‘아니다’라는 논란이 시작된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S&P500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때마다 ‘더 간다’는 전망만큼 나온 것이 ‘이제 고점을 봤다’는 진단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주식시장은 당분간 끝났다’는 분위기가 훨씬 강한 분위기다.

최근 시장 분위기에 대해 마이클 허트넷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 수석 투자전략가는 “올해 주식이 상승하기 시작한 이후 180도 분위기 전환이 이뤄졌다”고 전했다. 분위기 변화에 맞춰 전 세계 자산시장에서는 은밀히 포트폴리오에 대한 고민과 재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여전히 유포리아 시대를 사는 투자자들이 당장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지는 않지만 주식 투자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나마 안전하게 보이는 곳은 채권이다. 금리 인상기 미국 채권펀드에는 계속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성장·기업 실적 고점 판단...주식 자금 유입 둔화

큰손들은 좀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BAML에 따르면 펀드매니저들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주식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줄였다. 7월 중순 실시된 설문조사에서 매니저들은 주식 익스포저를 19%로 줄였다고 답했다. 주식 강세를 점치는 투자자가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가장 적다는 이야기다.

투자자들은 무역전쟁이 2012년 7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연방 부채위기 이후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매파적인 통화정책 역시 주식 투자를 망설이게 하는 요인으로 조사됐다. 허트넷 전략가는 “주식 비중이 눈에 띄게 줄었고, 성장과 기업 실적 기대도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미국과 유럽 주식시장은 1년 전만 못했고, 신흥시장 주식도 약세를 이어갔다. 상반기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8% 하락했으며, 나스닥 종합지수와 S&P500 지수는 각각 8.8%와 1.7%의 오름세에 그쳤다.

최근 미국 기업들은 대부분 시장 기대를 웃도는 2분기 실적을 내놨지만 대다수 시장 참가자들의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한다. ‘이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 것이냐’가 겁에 질린 이들이 끝없이 던지는 질문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미국 경제나 기업 실적이 고점을 지났다고 본다. 미국계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미국 증시에 대한 경고음을 냈다. 지난 6월 말 공개한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골드만삭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과 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으로 주식시장이 험난한 하반기를 보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미국계 IB 모간스탠리의 비관론은 좀 더 구체적이다. 월가의 랠리가 지칠 조짐을 보인다고 진단한 모간스탠리의 분석가들은 곧 증시가 2월 이후 가장 큰 매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모간스탠리는 보고서에서 “매도세는 느리게 시작됐지만 꾸준히 쌓여왔고, 올해 가장 큰 승자를 가장 많이 끌어내렸다”면서 “중요한 것은 매도세가 시작됐다는 사실이며, 이번 조정은 2월에 우리가 겪은 것 이후 가장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이클 윌슨 모간스탠리 수석 미국주식전략가는 시장이 점점 더 성장의 지속 가능성에 집중해야 할 것이라며, 미래에 대한 비교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경제가 하반기에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달러 강세가 기업 실적에 타격을 주고 원자재와 영업비용이 증가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감세 효과로 촉진된 성장이 상당히 후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포리아 시대가 저물면서 당장 갈 곳 없는 자금이 향한 곳은 채권시장이다. BAML에 따르면 최근 채권펀드에는 50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미국의 공격적인 관세 적용 등 무역전쟁 위기는 안전자산 선호 부각으로 이어지면서 갈 곳 없는 자금이 채권으로 몰리게 했다. 인베스트먼트 컴퍼니 인스티튜트(ICI)에 따르면 미국 채권펀드에도 최근 44억 달러의 자금이 유입됐으며, 이 중 6억1300만 달러는 비과세 지방채펀드에 집중됐다. 이로써 미국 채권펀드에는 지난 2월 중순 이후 23주 연속 꾸준히 자금이 유입됐다. 반면 안전자산이지만 달러화 강세로 가치가 하락하는 금펀드에서는 12억 달러가 빠져나가 18개월 만에 가장 큰 유출 규모를 기록했다. 금값은 4월 이후 11%나 폭락해 1년간 최저치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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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신흥시장...달러가 결정한다

2008년 금융위기의 당사자인 선진국 시장에 투자가 몰린 반면 신흥국은 통화 약세와 자금 유출로 비명을 질렀다. 신흥시장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MSCIEF는 상반기 8% 하락했다. 특히 신흥국의 주식보다는 채권시장 자본 유출을 주목할 만하다. EPFR 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까지 신흥시장 주식펀드에 유입된 자금은 502억 달러로 1년 전 423억 달러를 웃돈다. 반면 신흥국 채권펀드는 타격을 입었다. 6월 말까지 신흥시장 채권펀드에서는 942억 달러의 자금이 유출돼 1년 전 439억 달러의 자금 유입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NN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의 발렌틴 반 니우번회이젠 수석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유가 상승, 무역전쟁 공포감은 자본이 신흥 자산에 머무르기 힘든 환경을 만들었다”면서 “다만 현재로선 이것으로 신흥시장의 계속된 하락이나 신흥 자산 매도 지속을 예상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신흥시장 전망을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골드만삭스는 신흥시장이 하반기 시장 수익률을 웃도는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낙관론은 그동안 신흥시장에서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했던 성장에 대한 의구심이 경제지표 안정으로 해소될 것이라는 판단에 근거를 둔다. BAML의 전략가들은 지난 6월 중순 신흥시장의 주식에서 매수 기회를 봤다며 구조적인 강세를 점쳤다. 씨티그룹 역시 외부 충격에 대한 회복력이 향상되고 있고 밸류에이션 또한 매력적이라며 신흥시장 주식 매수를 추천한다. JP모간은 4분기 정도가 돼야 신흥시장이 강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모간스탠리의 분석가들은 트럼프 정부의 무역관세 위협이 고조될 것이라며, 공급 측면의 유가 상승에다 미국의 수익률 곡선 평탄화가 진행되고 연준의 양적완화도 되돌려지고 있어 신흥시장이 계속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모간스탠리는 신흥시장 자산 가격이 저렴해졌다는 사실에는 동의했지만 투자자들을 손실로부터 보호해줄 만큼 주식과 채권 가격이 싸지는 않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 투자자들이 달러화 흐름을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롬바드 오디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저스의 살만 아메드 수석 투자전략가는 모든 투자자가 달러화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고 전했다. 그는 “신흥시장의 펀더멘털이 강하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2013년과 2014년보다 (신흥국 채권시장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무역전쟁에 대한 소음과 달러화의 상방 압력이 안정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최근 중국의 위안화 약세가 연준의 매파적인 분위기와 엮일 경우 신흥시장에 커다란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라이즌 SLJ 캐피털의 스티븐 젠 최고경영자(CEO)는 “고수익 통화에 있어 약해지는 중국 통화와 매파적인 연준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이 신흥경제로부터 자본을 유출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단스케방크는 달러/위안 환율이 2018년 말 6.95달러, 2019년 말 7.40달러까지 올라 위안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위안화는 지난 8월 초까지 8주 연속 약세를 보여 1994년 중국 정부가 현대적 환율 정책을 채택한 이후 가장 오랜 약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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