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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트폴리오 새 판 짜라

2018년 09월호

글로벌 포트폴리오 새 판 짜라

2018년 09월호

자산시장, 새 좌표를 찾아라
곳곳에서 번지는 국지적 위험, 투자자 불안하다
이번에는 완충작용이란 없을 것


| 뉴욕=황숙혜 특파원 higrac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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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그린스펀 [사진=로이터]

“자산시장의 거대한 지각변동, 좌표를 찾아라.” 2018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의 화두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소위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들어섰던 글로벌 자산시장이 또 한 차례 지각변동을 맞았다. 초저금리와 약달러, 저인플레이션까지 삼박자가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경기 호조와 장기간에 걸친 자산시장의 골디락스는 종료 수순에 접어들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필두로 주요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정상화하면서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까지 광범위한 상승을 이끌었던 세 가지 축이 일제히 방향을 전환했다. 금융시장에 홍수를 이뤘던 유동성은 이제 썰물을 연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부터 터키,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등 신흥국이 연이어 파열음을 내고 있다. 유럽 정치권의 리스크까지 불거지면서 자산시장에 한파가 일고 있다. 양적완화(QE)에서 양적긴축(QT)으로, 약달러에서 강달러로, 금리 하강 기류에서 상승 사이클로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야 할 때다. 시장의 방향을 파악하고 포트폴리오의 좌표를 새롭게 세워야 할 시기인 것이다.

‘바주카’ 옛말...중앙은행이 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협박’이 ‘행동’으로 옮겨 가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을 축으로 중국과 유럽연합(EU), 캐나다, 멕시코, 인도네시아 등 주요국 전반으로 확산된 관세 전면전 때문에 실물경기가 충격을 모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투자자들을 더욱 당혹스럽게 하는 것은 연준이다. 꼬리를 무는 경고와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리스크에 아랑곳하지 않고 긴축 사이클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고집하는 상황.

유럽도 마찬가지다. 성장률과 산업생산, 소비심리 등 유로존의 굵직한 지표가 둔화되는 조짐이 뚜렷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자산 매입 프로그램 종료와 내년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QE의 원조 격인 일본은행(BOJ) 역시 양적완화 정책에서 발을 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BOJ는 7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존 정책을 유지했지만 장기금리가 0.2%까지 올라가는 것을 용인한다는 가이던스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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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 버냉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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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닛 옐런 [사진=로이터]

중앙은행이 달라졌다.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소방수를 자처했던 이들이 ‘매파’로 옷을 갈아입었다.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그린스펀 풋’을 시작으로 ‘헬리콥터 벤’과 ‘옐런 룰’로 이어졌던 바주카 시대는 올해 2월 제롬 파월 의장의 연준 입성을 계기로 막을 내렸다.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긴축에 따른 파장을 감안해 사려 깊은 정책 결정을 내려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연준과 ECB는 ‘마이웨이’를 고집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자산시장에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연준과 ECB의 제로금리 정책 및 각종 장단기 긴급 유동성 공급 장치는 미국과 유럽 대륙은 물론이고 아시아와 남미 신흥국에 이어 아프리카의 소위 프런티어 마켓까지 자금줄을 댔다. 이는 지구촌 경제의 연쇄적인 성장 회복과 자산시장의 상승 열기를 일으킨 동력이었다.

중앙은행의 비전통적인 버팀목을 제거했을 때 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이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에 관한 논란과 우려는 10년 전 연준과 ECB가 QE 카드를 꺼내들었을 때부터 제기됐다. 그리고 마침내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은 민낯을 드러내야 할 시점을 맞았다. 금융시장은 이미 기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지난 5월 3.14%까지 오르며 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한편, 바닥권에 가라앉았던 단기물 수익률과 달러도 이륙하기 시작했다. 올 들어 신흥국 통화의 도미노 추락과 채권펀드의 자금 썰물은 금융시장의 ‘홀로서기’ 과정이 매끄럽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예고하는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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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곳곳 ‘미니 위기’ 투자자는 불안하다

남미와 유럽, 아시아 대륙 전역에 걸쳐 이머징마켓이 연이어 벼랑 끝으로 몰리는가 하면 유럽은 정치권 리스크에 홍역을 치렀다. 트럼프 행정부의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은 무역전쟁 리스크를 점화시켰고, 이는 환율전쟁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구촌 곳곳이 ‘미니 위기’다. 10년 전 전 세계 금융 시스템과 경제를 통째로 삼켰던 침체만큼은 아니지만 국지적인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한파가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사실상 화폐가 휴지 조각으로 전락한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는 물론이고 이란과 터키, 파키스탄, 남아공 등 신흥국들이 통화 가치 급락과 두 자릿수 내외의 인플레이션에 허덕이고 있고, 이들 국가가 도미노 외환위기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날로 고조되는 양상이다. 미국 금리와 달러화의 동반 상승이 각 지역의 경제, 정치적 불확실성과 맞물리면서 경제 펀더멘털과 금융시장에 흠집을 내기 시작했다.

위험 수위로 치달은 무역 마찰도 커다란 위협 요인이다. 중국 증시가 베어마켓으로 가라앉은 것은 전면적인 무역전쟁이 초래할 파괴적인 결과에 대한 불안감을 반영하는 단면이다. 공급망 붕괴에 따른 직간접적인 파장은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정도다. 이미 투자은행(IB) 업계와 국제통화기금(IMF)을 포함한 국제기구는 성장 둔화와 침체 가능성을 경고했다. 중앙은행의 긴축 사이클과 맞물린 무역전쟁은 시기적으로 최악이라는 것이 석학들의 지적이다. 여기에 G2(미국과 중국)가 환율전쟁을 개시할 경우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제가 또 한 차례 파국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정치권 리스크도 안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탈리아의 정국 혼란이 진정됐지만 유럽의 포퓰리즘 세력이 고개를 들고 사회 근간을 흔들어 놓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이 밖에 미국과 이란의 마찰이 국제 유가를 끌어올려 침체 리스크를 부추길 것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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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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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사진=로이터]

지표가 보내는 적신호, 제대로 보자

유포리아에 빠졌던 금융시장 곳곳에 적신호가 켜졌다. 미국 장단기 금리 차이를 나타내는 일드커브가 극심한 평탄화에 이어 역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고, 펀드매니저들 사이에 한때 ‘황금알’로 통했던 BBB등급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투자심리를 반영하는 리스크/보상 지표와 인플레이션 및 제조업 지수의 동시 반전도 시장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무엇보다 일드커브는 투자자들이 시선을 떼기 어려운 부분이다. 2년물과 10년물 국채 수익률의 스프레드가 24bp(1bp=0.01%포인트)까지 하강,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과거 반세기 동안 일드커브의 역전은 경기 침체로 이어졌다. 지표가 오작동하고 있고, 이번에는 다르다는 주장에도 느긋하게 여길 수 없는 신호다.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하위 등급에 해당하는 BBB등급 채권 수익률 상승은 발 빠른 투자자들이 이미 골디락스의 종료를 겨냥, 포트폴리오 새판 짜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정황을 드러내는 단면이다. 정크본드에 비해 투자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으면서 다른 우량 채권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제공, 투자자들 사이에 ‘스위트 스팟’으로 통했던 BBB등급 채권은 연준의 긴축 사이클과 함께 시한폭탄으로 전락했다. 지난 2분기 미국 BBB 회사채 시장은 25년 만에 처음으로 손실을 기록했고, 이후에도 하강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저금리 당시 뜨거운 매입 열기 속에 3조3000억 달러까지 몸집을 불린 해당 채권시장이 금융시장 시스템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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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눈길을 끄는 것은 뉴욕증시의 리스크/보상 지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중반 0.5까지 밀리며 바닥을 찍었던 S&P500 지수의 리스크/보상 지수는 최근 1.7까지 오르며 2014년 말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뉴욕증시가 무역전쟁 리스크와 금리 인상에도 상승 탄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투자심리 저변에는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밖에 월가는 핵심 물가와 글로벌 구매관리자지수(PMI)의 방향 전환을 주시하고 있다. 핵심 물가 하락과 글로벌 PMI 상승은 경기 호황의 동력이었지만 두 가지 지표가 동시에 반전을 이룬 것. 연준 정책자들이 주시하는 미국 핵심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 5월 연율 기준으로 2.0%를 찍었고, JP모간이 집계한 글로벌 제조업 PMI는 같은 기간 53.1을 기록해 11개월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이어 중국과 유럽의 PMI가 일제히 후퇴했다. 모간스탠리에 따르면 지난 2000년과 2007년, 2011년 핵심 물가 상승과 글로벌 PMI 하락이 자산시장의 커다란 변동성을 일으켰고, 이번에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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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환전소의 리라화. [사진=로이터]

다음 위기 ‘성큼’...완충장치 없다

아르헨티나에 이어 터키, 파키스탄 등 신흥국들이 IMF의 문을 두드리고 있고, 무역 마찰로 인한 중국의 경기 하강과 회사채 디폴트 리스크가 크게 상승했다. 문제는 곳곳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정책 측면에서 완충장치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과 헨리 폴슨 전 재무장관, 티머시 가이트너 전 재무장관 등 위기 상황에 소방수를 자처하고 나섰던 이들이 지난 7월 미국외교협회(CFR)가 주최한 라운드테이블에서 위기 대처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유럽과 일본의 기준금리는 여전히 바닥권이고, 미국 역시 상승 사이클의 초기 단계다. 경기 절벽에 금융 시스템이 흔들릴 경우 중앙은행이 10년 전과 같은 응급처치를 동원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설상가상 트럼프 행정부는 오히려 무분별한 위험 투자를 차단하고 금융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도드-프랭크법을 개정, 규제를 완화했다. 여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원흉이었던 상업용 부동산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급증이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시작으로 금융위기가 전개되기 전까지 이를 인식한 투자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구루들 사이에 과거의 교훈을 되새겨야 할 때라는 의견이 꼬리를 물고 있다. 골디락스에 도취한 투자자들이 이제 깨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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