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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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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호

서호 통일부 차관 “北 초청장만 있으면 고등학생이라도 언제든 방북 승인”

“합의 없이 금강산시설 철거 땐 남북관계 끝으로 갈 수도” “북핵 제거, 북한에 체제 안전보장 해줘야 가능” “北 ‘새로운 길’, 무력시위 아냐...협상 안 하겠다는 것” |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 | 허고운 기자 heogo@newspim.com | 정일구 사진기자 mironj19@newspim.com “고등학생, 대학생들 500여 명이 북한 측의 초청장을 받고 (금강산을) 가겠다고 하면 (정부는 당연히 승인할 것이고) 갈 수 있도록 조치할 것입니다.” 2020년 새해를 앞두고 뉴스핌·월간ANDA와 단독 인터뷰를 가진 서호 통일부 차관은 금강산관광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 개별관광을 재개해야 한다는 주장에 “그건 논리싸움”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 차관은 금강산관광이 지난 2008년 7월 이후 10년 이상 중단된 데다 최근 북한이 남측 시설의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북한 초청장’만 있으면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개별관광을 허용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서 차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국면 속에서 사업자 차원의 관광만 허용되지 않을 뿐, 정부가 개별관광을 막은 적은 없다고 힘줘 말했다.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 환영하겠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발언이 현실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외교가에 따르면 현재 금강산관광 재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유엔 안보리의 ‘벌크캐시(Bulk Cash·대량현금)’ 이전 조항이다. 사업자 차원에서 진행되는 수익 목적의 관광은 벌크캐시가 북한에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현 상황에서는 대북 제재가 완화 또는 해제돼야 사업자 차원의 금강산관광 재개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다만 유엔 안보리는 관광 자체를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 이에 근거해 개인 또는 인도적 차원의 개별 관광은 가능하다는 논리가 나온다. 서 차관은 “금강산관광은 지난 2008년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으로 문을 닫고 있는 상태”라며 “이후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활동에 대응해) ‘벌크캐시’라는 대북 제재가 얹혀졌다”고 설명했다. 서 차관은 “관광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며 “사업자가 하는 관광이 있고, 중국의 경우엔 북측으로부터 ‘관광비자’를 받아 관광을 가는데 그건 유엔 제재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에 가려 할 경우, 남북은 국가와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비자가 아닌 초청장(신변안전보장각서)을 받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초청장만 있다면) 금강산관광이든 평양관광이든, 또는 NGO(비영리단체) 활동을 하러 가든 정부는 거기에 대해 ‘노(NO)’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 차관은 대한민국 국민이 중국 여행사를 통해 금강산관광을 갈 가능성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다”면서도 “현재 베이징, 심양에 있는 중국관광소에서 한국 사람과 취재진은 받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철거냐 아니냐, 양자택일의 문제로 봐선 안 돼”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0월 23일 금강산 남측 시설 시찰 과정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함에 따라 우리 측 시설의 실제 철거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전면 철거보다는 노후된 일부 시설의 재정비를 원하고 있다. 북한은 이를 위해 만나자는 정부의 요청을 외면한 채 일방적 철거까지 고려하는 모양새다. 서 차관에게 금강산 남측 시설의 철거 혹은 재정비 시나리오를 묻자 “철거냐 아니냐, 두 가지가 있지만 양자택일의 문제로 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신중한 답이 돌아왔다. 서 차관은 “금강산관광의 역사성·상징성 모든 것을 감안할 때 북측이 합의를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남측 시설을 철거하면 남북관계는 거의 끝으로 가는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북측이 일방적으로 철거하면 민족적 감정은 상할 대로 상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 누가 가겠으며, 정부도 (관광 권고를) 할 수 없다”고 했다. 최근 우리 측과 대화의 문을 닫고 있는 북한으로서도 금강산 남측 시설의 일방적 철거는 부담스러운 결정이라는 것이다. 서 차관은 “북측도 향후 남북관계가 단절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 차관은 “장래에 (남북 간) 인접성 등을 따져볼 때 자신들의 땅이지만 함부로 철거하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며 “철거하더라도 노후화된 일부 시설을 철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서 차관은 남북 간 금강산관광 재개 협의가 지지부진한 것과 관련, 국민들이 답답할 수 있고 또 그런 국민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강산은 엄연히 북한 주권이 미치는 땅이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마땅치 않다는 현실을 되짚었다. 서 차관은 “(금강산 지역) 안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리로서는 영향력이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하지만 두고만 볼 수는 없는 것”이라며 “북한의 생각을 바꾸고 서로 협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견인해야 한다. 정부는 창의적 해법을 두고 많은 고민을 하고 있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정은, 하노이 회담서 ‘정권 교체’ 위기감 느껴” 서 차관은 인터뷰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북·미는 지난 2월 하노이 정상회담 ‘노 딜’ 이후 협상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0월 스웨덴에서 열린 실무협상도 결렬됐으며, 최근에는 북한의 무력시위에 이어 양국 간 험한 ‘말폭탄’이 오가고 있다.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셈법 전환’과 ‘체제 안전보장’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고, 미국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 자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언급한 북·미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도 사실상 끝이 보인다. 서 차관은 북한이 최근 대미 협상에서 강경 자세를 유지하면서도 쫓기는 듯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관련,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레짐 체인지(정권 교체)’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 차관은 “김 위원장은 미국이 비핵화를 하려는 게 아니라 ‘나를 바꾸려 하는구나’라고 느꼈을 것”이라며 “북한은 핵을 체제 안전을 보장받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여기는데, 약소국의 가장 큰 유혹이 비용이 적게 드는 핵을 하나 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국은 북핵을 제거하려면 (체제 보장이라는) 안전 대책을 줘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게임이 안 풀린다”고 강조했다. 이런 맥락에서 서 차관은 미국이 그동안 대북 협상에 있어 주장해 온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의 틀이 현실적으로 성립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환할 수 있는 칩은 안 주면서 북측이 비핵화할 생각이 없다고만 얘기해선 안 된다”며 “냉정하게 거기에 대한 상응 조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 차관은 북한의 ‘선행 조치’인 풍계리 핵시설 폭파, 미군 유해 55구 송환 등을 언급하며 “(북한이 하노이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내놓고 대북 제재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었는데, 그것을 (미국이) 수용하지 않은 것, 이는 북한으로 하여금 굉장한 위협을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지난해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한테 비핵화를 하겠다고 했고,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도 직접 얘기했다”며 “거기에 대해 체제 안전보장을 해 달라는 것인데, 그것을 해주지 않으면서 비핵화를 하라는 것은 자신의 자리를 내놓으라고만 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북한의 ‘새로운 길’ 무력도발 의미 아냐” 서 차관은 아울러 북한이 연말까지 비핵화 협상에 실패할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천명한 것과 관련, 무력도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내다봤다. 서 차관은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에 대해서도 북한이 득(得)보다 실(失)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차관은 “북한이 새로운 길을 얘기했는데, 물론 우리가 신경을 써야 하지만 그것은 한국과 미국 정부에 보내는 하나의 시그널”이라며 “거기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력도발을 하기에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너무 많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6차 핵실험, ICBM까지 갖췄기 때문에 (미국이) 북·미 대화에 나서거나, 반대로 북한도 대북 제재를 풀기 위해 대화의 장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인데, 서로의 생각이 다를 뿐 북한이 다시 ICBM을 쏘거나 핵실험을 (끝없이) 강행할 이유는 없다”고 진단했다. 서 차관은 문재인 정부의 북·미 간 ‘중재자론’에 대해서는 “촉진도 중재도 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비핵화하는 데 있어 바로 우리가 당사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현재 남북관계가 소강 국면이라 촉진과 중재는 쉽지 않다”면서 “소강 국면을 탈피하기 위해 국면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때로는) 북측에서 굉장히 언짢게 나와도 (국면) 관리를 해야 한다”며 “단속(斷續, 끊어지고 이어짐)의 남북관계에서 가장 필요한 건 인내심”이라고 힘줘 말했다. 서 차관은 올해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아직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북한에서 상당히 많은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며 “그것을 우리도 보고 있고,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도 돌이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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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호

'추다르크'가 왔다

추다르크, 검찰개혁 완수 구원등판 인사권·감찰권 통해 검찰 조직 장악 윤석열 총장과 강대강 대결 불가피 |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검찰개혁 제도화가 궤도에 오른 건 맞지만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이제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검찰개혁)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10월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퇴임사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은 이제 시대적 과제가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와 국민적 열망을 함께 이끌어 가자는 입장으로 생각됩니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서 국민적 요구에 부응하겠습니다.” 12월 5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 내정자 지명 소감 5선 ‘추다르크’ 추미애, 검찰개혁 구원등판 추(秋)다르크(추미애+잔다르크)가 검찰개혁의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9년 12월 5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새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검찰개혁 불쏘시개 역할을 자처한 조국 전 장관이 사퇴한 지 52일 만이다. 그만큼 검찰개혁을 마무리할 적임자를 찾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는 얘기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추 내정자 인선 배경으로 “판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보여 온 법률적 전문성과 정치력, 그간 추 의원이 보여준 강한 소신과 개혁성은 국민이 요구하는 사법개혁을 완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 검찰을 누가 휘어잡겠나. 추 의원처럼 까칠한 사람이 해야 한다”는 한 여당 중진 의원의 평가는 청와대와 여당이 현재 검찰을 바라보는 시각과 함께 추 내정자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추 내정자는 대구 세탁소집 딸로 태어나 경북여고와 한양대 법대를 졸업했다. 제24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4기)에 합격해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사법시험 33회(사법연수원 23기)인 윤석열 검찰총장보다 9기수 선배다. 1995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정계에 입문해 여성 최초 지역구 5선 국회의원이다. 지난 2016년 8월부터 2018년 8월까지 민주당 대표를 역임하며 대선과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대표적인 강골 정치인으로 꼽힌다. 정치권에선 ‘추다르크’로 통한다. 추다르크는 소신이 뚜렷한 여성 정치인으로 야당 의원 시절 김대중 대통령 후보 유세단장을 맡는 등 각종 선거에서 득표전 선봉에 서면서 강인한 여성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별명이다. “많은 저항 있겠지만...” 개혁 강드라이브 시사 추다르크의 구원등판은 ‘윤석열 검찰’과의 강대강 대결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높다. 추 내정자는 지명 소감에서 “많은 저항에 부딪히고 그 길이 매우 험난하지만, 그대로 하겠다”며 검찰개혁에 강드라이브를 걸 것임을 피력했다. 검찰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흔들리거나 좌고우면하지 않고 강하게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추 내정자가 장관 취임 직후 조기 인사권, 1차 감찰권 행사를 통해 조직 장악력을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선 공석인 고검장 및 검사장급 간부직 6자리 인사를 지렛대 삼아 2020년 2월로 예정된 정기 인사를 1월로 앞당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현재 진행 중인 주요 검찰 수사 수뇌부가 ‘물갈이’될 수 있다. 검찰청법상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인사위원회를 열어 논의해 결정할 수 있다. 그동안 검찰 내부 인사는 사실상 검사들로 채워진 법무부 검찰국에서 좌우하면서 검찰총장의 입김이 영향력 있게 작용돼 왔다. 하지만 돌아오는 정기 인사는 추 내정자가 검찰총장과 협의 없이 독단으로 단행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조국 전 장관 일가,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 청와대 하명수사 등 의혹사건을 책임지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등에 대한 인사나 감찰을 진행할 경우 윤 총장과 부딪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법조계에선 추 내정자가 장관에 취임하면 검찰총장의 수사단계별 장관 보고 등 검찰이 반발했던 개혁안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앞서 검찰은 법무부 개혁안을 놓고 ‘독립성 훼손’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내부에선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검찰 장악’ 의도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당시 윤 총장 역시 “검찰청법에 위배된다”며 범리 검토를 지시했다. 윤 총장은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관해선 검찰총장만 지휘할 수 있도록 한 기존 검찰청법의 의의와 배치된다. 법무부가 현행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추 내정자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관련 개혁안을 밀어붙일 경우 검찰 내부의 ‘검찰 장악 의도’라는 프레임 속에서 윤 총장과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은 추 내정자에 대해 “한번 작정하면 절대 타협하지 않는 분이다. 인사권 행사는 할 것으로 본다”며 “윤석열 검찰총장이 전화해서 축하한다고 말은 했지만, 상당히 마찰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 내정자 역시 지명 이후 법무장관과 검찰총장 관계를 ‘헌법과 법률’에 의거해 강조하고 있다. 추 내정자는 윤 총장과의 호흡에 대해선 “그런 개인적 문제는 중요한 것 같지 않다”고 했고, 윤 총장과는 “헌법과 법률에 의한 기관 간의 관계”라며 “어디까지나 헌법과 법률에 위임받은 권한을 상호 존중하고, 잘 행사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총장과 호흡을 맞춰 가는 것보다 기관 대 기관으로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을 정당하게 행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여론은 나쁘지 않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2019년 12월 중순 CBS 의뢰로 추 의원 법무부 장관 내정에 대한 여론을 조사한 결과 찬성 응답이 53.0%로 반대 응답(37.7%)보다 높게 나타났다.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15.3%p다. 전임인 조 전 장관이 후보자 시절 높은 반대 여론에 부딪혔던 것을 고려하면 순조로운 출발이다. 다만 추 내정자가 강공 일변도로만 고집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조 전 장관처럼 검찰 내부의 조직적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 검찰과 청와대의 갈등이 커진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까지 대립각을 세울 경우 오히려 화를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추 내정자가 강공으로 밀어붙이기보단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조언도 만만찮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추 내정자의 정치 행적을 비춰 보면 소신과 추진력이 강하지만 검찰개혁 과제를 무조건 밀어붙인다고 성과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걸로 보인다”며 “객관적인 시각에서 검찰 문제점을 바라보고 검찰의 의견을 청취하면서 해법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지원 의원은 “추 내정자는 큰 시험대에 들 것이다. 강온의 모습이 국민이 염려하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면 추 후보자는 성공하고 앞으로 미래도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을 감정적으로 대입을 해서 인사권도 휘두르고 감찰권도 조자룡 헌 칼 쓰듯 휘두르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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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호

1) 정권 심판론 vs 야당 발목론 최후의 승자는

| 조재완 기자 chojw@newspim.com “역대 최악의 국회.” 20대 국회에 붙은 꼬리표다. 여야는 지난 한 해 현안마다 거칠게 충돌했다. ‘필리버스터 정국’으로 여야 대치는 다시 극한까지 치달은 상황.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여야 갈등은 이제 ‘야당발목론 vs 정권심판론’으로 귀결되는 형국이다. 20대 국회 종료가 넉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당은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자유한국당은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후 좌파독재론을 외치며 국회 밖을 전전했다. ‘조국 국면’에선 대규모 장외집회를 주도하는가 하면, 패스트트랙 일정 강행에 반대하며 당 대표가 단식투쟁까지 단행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른바 ‘친문 3대 농단’으로 규정한 각종 의혹들을 규탄하는 장외집회를 연말까지 이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당 지지율은 답보 상태다. 지난여름 조국 사태 당시 반짝 올랐던 지지율은 다시 연초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국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선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다. 지난한 정쟁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된 데다 한국당 행보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당 쇄신과 보수대통합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한국당이 일찌감치 꺼내든 ‘심판론’은 약효를 다했다. 보수 진영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정권심판론을 꺼내들었다. 지난 지방선거와 4.3 보궐선거에서도 정권심판론을 내세웠지만 별반 힘을 쓰지 못했다. ‘좌파 독재’, ‘문재인 심판’을 줄기차게 외친 지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이미 빛을 다한 애드벌룬을 붙들고 4월 총선을 치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총선을 4개월 앞둔 지금 한국당이 구호를 바꾸기도 어렵다. 일각에선 한국당이 자기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묵은 색깔론과 철 지난 좌파척결론을 붙들고 맹목적인 대여 투쟁을 고집하면서 합리적 비판의 여지를 스스로 차단했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다만 민주당에서도 마냥 야당발목론을 내년 총선까지 끌고 가긴 어려운 실정이다. 조국 사태로 만만치 않은 내상을 입은 상태에서 ‘청와대 하명수사’, ‘선거 개입’ 등 각종 의혹이 잇따라 터지고 있다. 문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 뚜렷한 성과물을 내지 못할 경우, 민심이 ‘무능한 집권여당’에 등 돌릴 것이란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 국민들은 여야 모두에게 낙제점을 줬다. 20대 마지막 정기국회 종료를 앞두고 지난 12월 4일 진행된 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은 “국회가 의정활동을 잘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중 절반 가까이는 “매우 잘못했다”고 질책했다. 100점 평점 환산 시 20대 국회 평가점수는 불과 18.6점. 사실상 ‘F(Fail)’인 셈이다(보다 자세한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 참조). 한 치 양보 없는 정쟁으로 민생입법 처리가 가로막힌 데 대해 여당에도 책임을 물은 것. 민주당은 막판 성과지표를 만드는 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필리버스터 정국에서 야권 공세에 상당 부분 물러선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의원들은 여러 차례 가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일보 후퇴하더라도 여야 합의로 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주력하자”며 꽉 막힌 정국을 빠르게 돌파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정애 의원은 “끝에 가선 ‘집권여당이 뭐하냐’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고, 박병석 의원은 여당이 책임감을 갖고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려는 의지를 국민들이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일단 민생법안 처리 등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해야 ‘임기 후반의 문 정부를 밀어줘야 한다’는 총선 동력이 부양된다”며 “야당 탓만 하다 20대 국회가 종료되면 진흙탕 싸움을 하는 투사로 비칠 뿐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 보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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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호

2) 여야 거세지는 인적 쇄신...불출마 후보군은

| 김현우 기자 withu@newspim.com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시작한 ‘불출마 릴레이’가 12월 정기국회 마감을 앞두고 잠시 멈췄다. 하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이 나란히 인적 쇄신을 목표로 공천 원칙을 확정한 만큼 불출마 선언도 다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불출마 선언 시기는 12월 17일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과 공직자 사퇴, 출판기념회 금지 시한인 오는 1월 16일이 꼽힌다. 현재까지 불출마를 공식화한 민주당 의원은 이철희·표창원 의원을 비롯해 이해찬·이용득·제윤경·서형수·김성수·최운열·진영 의원 등이다. 새로이 법무부 장관 내정자가 된 5선 추미애 의원과 총리 후보로 거론되는 4선 김진표 의원도 불출마 가능성이 높다. 5선인 원혜영 의원과 3선 백재현 의원도 불출마를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에서도 6선인 김무성 의원을 비롯해 김세연·김영우·김성찬 의원 등이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초선인 유민봉 의원과 조훈현 의원 역시 불출마를 일찌감치 밝힌 바 있다. 불출마 행렬은 공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총선기획단 소속의 한 의원은 “경선에서 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먼저 불출마를 택하고 차기를 노리는 것이 정치생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며 “본인이 어렵다고 판단한 사람들은 경선이나 공천 발표 이전에 불출마를 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민주당과 한국당은 나란히 인적 쇄신을 목표로 공천 원칙을 확정했다. 각각 하위 20% 평가자 총점 20% 감산, 50% 물갈이가 골자다. 민주당에서는 하위 평가자 25명가량에 불출마 후보군을 모두 더하면 40명가량이 교체될 전망이다. 민주당은 내부 평가와 ARS 여론조사를 합산해 하위 평가자를 골라낼 계획이다. 사실상 하위 20% 대상자들에 대한 물갈이 신호탄이다. 다만 경선을 통한 생환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해찬 대표는 “물갈이란 표현은 예의가 없다”며 경선이 원칙이라고 누차 밝힌 바 있다. 반면 한국당은 아직까지 세부적인 룰은 정하지 못했다. 다만 현역 50% 물갈이를 목표로 현역 의원 1/3을 컷오프하겠다고 밝혔다. 현역 의원 108명 중 54명이 교체 대상인 셈이다. 민주당 공천 원칙대로라면 하위 평가를 받아도 경선에서 뒤집을 여지가 충분하다. 이 탓에 ‘프리미엄’을 가진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다는 평을 듣는다. 한국당 관계자는 “일반 유권자들이 봤을 때 민주당이 내세운 ‘시스템 공천’보다는 50% 물갈이가 더욱 혁신적으로 보일 것”이라고 평했다. 다만 한국당은 추후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날 여지가 많다. 민주당은 총선을 1년 앞두고 원칙을 확정했다. 기준을 미리 정한 만큼 공천에 불복하기도 쉽지 않다. 반면 한국당은 인위적 물갈이를 앞세운 만큼 공천 불복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공천 불복으로 무소속 출마자가 발생하고 보수표 분산이 이뤄질 우려도 있다. 한편 여야 의원들 사이에선 각 당에서 제기된 ‘용퇴론’에 대한 반발 심리가 거세다. 민주당은 실력대로 평가를 하자는 의견이 많고, 한국당은 지역구에 대한 배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86그룹 대표 주자인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후배 세대들과 경쟁을 통해 밀려난다면 아름다운 패배라고 생각하겠다”며 용퇴론을 거부했다. 대구·경북(TK) 지역 한국당 중진 의원도 “(김세연 의원이) 나가면서 남은 의원들의 얼굴에 침을 뱉은 격”이라고 비판했다. 오히려 민주당 내에서는 이철희 의원이 문재인 정부 하반기 청와대 참모로 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당 내에서도 김세연 의원이 차기 부산시장을 노리고 불출마를 택한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있다. 민주당 소속 수도권의 한 4선 의원은 “등 떠밀기식 불출마보다는 아름다운 불출마가 이뤄져야 재기도 가능하다”며 “용퇴론을 제기하는 입장도 이해가 가지만 선뜻 불출마를 택하기란 쉽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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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갈라진 보수’ 3연패 끊고 통합 이룰까

|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 45.75%(4만2663표) vs 45.21%(4만2159표). 지난 2019년 4.3 보궐선거 창원성산 지역의 성적표다. 전자는 여영국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 후자는 강기윤 자유한국당 후보의 득표율이다. 500표 차, 간발의 차이였다. 주목할 점은 보수 야권 후보들의 득표다.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는 3.57%(3334표), 대한애국당(현 우리공화당) 진순정 후보는 0.89%(838표)를 얻었다. 만약 이들이 하나로 뭉쳤다면 승리는 보수 진영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지난 총선과 대선, 지방선거에서 보수 진영은 분열된 채 선거를 치렀다. 그 결과는 ‘패배’였다. 지난 4.3 보궐선거도 마찬가지였다. ‘2020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보수가 통합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정당을 막론하고 보수 정치권 곳곳에서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보수 정치권 행보는 ‘언행불일치(言行不一致)’에 가깝다. 통합은 고사하고 사분오열의 모양새다. 자유한국당과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 우리공화당 등 크게 세 갈래로 나뉘어 있던 보수 진영이 더 쪼개질 전망이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를 필두로 하는 ‘변화와 혁신(가칭)’은 지난 12월 8일 중앙당발기인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신당 창당에 나섰다. ‘개혁적 중도보수’ 신당을 표방하는 이들은 “수도권의 젊은 층 마음부터 잡겠다”며 청년 중심 정당으로서의 새 출발을 선언했다. 이언주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를 향한 전진 4.0(가칭)’도 최근 창당발기인대회를 가졌다. 이언주 의원은 “낡은 수구주의에서 벗어나 자유민주주의라는 체제를 굳건히 지키며 공감과 소통, 참여와 합의가 살아 있는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 건설을 대변하는 정당을 지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때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의 대표를 역임했던 이정현 무소속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전문 관료와 40대 이하 청년층을 중심으로 하는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 이 의원은 2020년 2월 중순께 신당을 창당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의 창당 계획이 현실화되면 보수 야권에만 5개가 넘는 정당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왜 갑자기 보수 정치권에 창당 바람이 분 걸까. 첫 번째 이유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확보할 수 있어 군소 정당에 유리한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개정안이 12월 중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이라는 거대 정당에 편입돼 공천을 받으려 애쓰기보다는 각자 군소 정당으로 남아 비례대표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두 번째 이유는 보다 근본적이다. 탄핵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다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는 같은 보수 진영이지만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보수 통합을 공개적으로 제안한 날 변혁과 우리공화당 측에서 나온 키워드 역시 ‘탄핵’이었다. 유승민 전 대표는 탄핵의 3가지 조건(△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집을 짓자)을 내걸었다.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불법 사기 탄핵’이라고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한국당의 입장부터 명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보수 분열의 원인이었던 ‘탄핵’에 대한 갈등의 골을 좁히지 못하면 통합은 요원한 셈이다. 문제는 통합 논의에 전혀 진척이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변수도 생겼다.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이다. 새롭게 선출된 심재철 원내대표는 수도권이 지역구여서 통합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심 원내대표가 언급해온 보수 통합의 방식은 줄곧 ‘흡수통합’의 형태였다. 최근 변혁이 독자 노선을 가면서 ‘야권 재편’을 강조한 것과 배치되는 셈이다. 러닝메이트로 함께 당선된 김재원 정책위 의장 역시 최근 당내 의원들에게 유승민 전 대표를 비판하며 보수 통합에 반대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논란이 된 바 있다. 게다가 단식 후 “이제는 구체적인 통합 방안을 내놔야 한다”던 황교안 대표도 아직 “탄핵 문제를 역사의 평가에 맡기고 미래지향적 개혁 보수의 가치를 정립하자”면서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한 보수 정치권 인사는 “통합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통합의 깃발을 꽂고 다 헤쳐 모이라는 식이면 안 된다”며 “그런 식의 통합은 국민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통합이 될 것이므로 방향 설정과 함께 갈 사람들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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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머나먼 미완의 검찰개혁 조국사태가 남긴 것

文대통령 검찰개혁 핵심카드 ‘조국’ 35일 만에 사퇴 조국사태→정치권 공방으로 검찰개혁 난관 직면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놓고 공방 치열할 듯 |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 “권력 눈치 안 보는, 성역 없는 수사기관을 만들겠습니다.” - 2017년 4월 대선공약집 문재인 대통령이 19대 대선 후보 당시 ‘권력기관 개혁’은 1순위 공약이었다. 그중에서도 맨 앞이 ‘검찰개혁’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해 검찰권력을 분산시키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문 대통령이 뽑아든 검찰개혁의 핵심 카드는 ‘조국’이었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진행되던 상황에서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조 전 장관이 ‘검찰개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당시 조 전 장관을 임명하면서 “조국 법무부 장관의 경우 의혹 제기가 많았고, 배우자가 기소되기도 했으며, 임명 찬성과 반대의 격렬한 대립이 있었다”면서 “자칫 국민 분열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을 보면서 대통령으로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저는 지난 대선 때 권력기관 개혁을 가장 중요한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고, 그 공약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았다”며 “이제 남은 과제는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을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법·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권력기관 개혁, 특히 검찰개혁이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게 된 이유라고 거듭 강조한 것이다. 조 전 장관 지명 이후 후폭풍은 거셌다. 한국 사회는 둘로 쪼개졌다. 보수와 진보 진영은 서로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조국사퇴’와 ‘검찰개혁’을 외쳤다. 한쪽에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 검찰개혁을 주도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한편에서 검찰이 개혁을 막기 위해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무리한 수사에 나서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를 자처한 조 전 장관은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법무부 탈검찰화 등의 개혁 방안을 차례로 내놓고 35일 만에 물러났다. 조 전 장관은 35일 만에 퇴장했지만 검찰개혁을 둘러싼 정치권, 시민들의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정권 초기 ‘적폐청산 수사’로 검찰권 오히려 강화 문 대통령은 집권 전반기 경실련 출신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을 중심으로 검찰개혁 작업을 진행했다. 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을 꾸려 검찰의 과오를 밝히고 재수사를 실시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6월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를 골자로 한 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의 합의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문 정권 초기 ‘적폐청산 수사’로 검찰 특수부는 어느 때보다 강화됐다. 정권 초기 검찰개혁을 할 기회가 있었지만 적폐 수사에 비중을 두는 바람에 오히려 검찰이 강화됐다. 박상기 전 장관 역시 이 점을 인정했다. 박 전 장관은 복수의 시사 프로그램에서 “개인적으로 미흡했다고 생각하는 게 검찰개혁 분야”라며 “사실 적폐 수사를 신속히 끝내야 된다는 점 때문에 특수부라든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손을 못 댄 것, 이런 것이 좀 아쉬운 점”이라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그러면서 “검찰의 조직 보호 논리는 대단히 단단하다. 축적된 독특한 문화가 있기 때문에 정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검찰의 체질이) 쉽게 바뀌는 게 아니다”라며 “독립성 강화라는 검찰개혁의 목표는 잘못 설정됐고, 검찰권 행사의 공정성과 균형성을 더 강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정국서 검찰개혁보다 정치적 공방 거세져 박 전 장관 후임으로 조 전 장관이 임명되면서 ‘검찰개혁’은 또 다른 변곡점이 됐다. 조 전 장관은 한 달 여 동안 대통령령 제·개정을 통해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 법무부 탈검찰화 등 검찰개혁을 빠르게 착수했다. 조 전 장관 취임 직후 발족한 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1호 권고안으로 직접수사 축소를 발표했고, 조 전 장관은 이 권고안을 토대로 전국 3곳에만 특수부를 남기고 명칭도 반부패수사부로 바꿨다. 검찰 역시 특수부 축소, 공개소환 금지, 심야조사 폐지 등 수차례에 걸친 자체 개혁안을 발표하는 등 검찰개혁의 주도권을 놓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두 달간 이어진 ‘조국 정국’에서 검찰개혁 논의가 진전되기보단 정치적 공방이 거셌다. 여론은 서초동의 ‘검찰개혁’ 집회와 광화문의 ‘조국사퇴’ 집회로 양분됐다. 문 대통령이 임명 직후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발탁 이유를 분명하게 밝히고 그 의지가 좌초돼서는 안 된다”고 했지만,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를 자처하며 결국 사퇴했다. 조국 정국 이후 ‘미완의 검찰개혁’ 향방은 문 대통령은 지난 11월 9일로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권력기관 개혁, 특히 검찰개혁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평가를 받을 때까지 개혁을 멈추지 않겠다”고 천명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조 전 장관 사퇴 이후 문 대통령은 법무부 차관과 검찰국장을 이례적으로 청와대로 불러 직접 지시를 내렸다. 문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직접 챙기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 후반기 검찰개혁 논의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수처 설치’ 등에 대한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정권이 교체된 뒤 검찰에 다시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수처 설치 등 검찰의 권한 분산을 법으로 명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령 제·개정을 통한 법무부발 개혁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도 “정확히 하려면 법률로 제도화를 해야 한다. 정권이 바뀌면 원위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도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고 국민의 기관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는 것을 정권의 선의에만 맡기지 않고 법·제도적으로 완성하는 일”이라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공수처 법안과 수사권 조정 법안은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과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의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법안 모두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돼 있다. 백혜련안은 공수처장 임명에 국회 동의가 필요 없지만, 권은희안에는 국회의 동의를 거치도록 해놨다. 또 백혜련안은 공수처 검사 임명권을 대통령에게 줬지만, 권은희안은 공수처장에게 줬다. 권은희안이 상대적으로 공수처에 대한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 방지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공수처 법안을 중심으로 자유한국당의 반대가 거세고 선거제 개편 논의까지 맞물려 법안 통과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공수처 설치는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진영 논리로 흘러가는 모습이 감지되고 있다. 상반기 여론조사에서 공수처 설치 찬성은 65~70%에 달했지만, 조국 정국을 거치면서 최근에는 50%대 초반까지 하락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은 “여야 모두 공수처를 진영 논리로만 말하는 게 안타깝다”며 “공수처를 고위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도록 만들면 된다. 한 보 못 나가면 반보라도 나갈 수 있도록 합의점을 찾아가야 하는데 매일 다투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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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수 총리 이낙연, 대선까지 직행할까

10월 28일로 재임 881일...1987년 개헌 이후 최장수 총리 기록 1963년 최두선 동아일보 사장 이후 50년 만의 언론인 총리 1995년 광역단체장 선거 이후 최초의 현직 도지사 출신 기자·의원·도지사...사상 첫 총리 출신 대통령 나올지 주목 | 이준혁 정치부장 jh34@newspim.com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0월 28일 ‘최장수 국무총리’ 타이틀을 달았다. 2017년 5월 31일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로 임기를 시작한 이 총리는 이날로 ‘재임 881일(2년 4개월 27일)’을 맞으면서 헌정 사상 가장 긴 재임 기록을 보유한 총리가 됐다. 이는 1987년 10월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국무총리로서는 최장 재임이다. 직전 최장수 총리인 김황식 전 총리(2010년 10월 1일~2013년 2월 26일, 880일)의 기록을 깬 것이다. 이 총리의 최장수 기록은 ‘단명’이 유독 많은 대한민국 총리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역대 그 많던 총리들은 ‘관리형 총리’, ‘거수기 총리’라는 평가를 들으며 대통령의 그림자 역할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한·일 최고위급 회담을 갖는 등 총리실의 위상을 크게 올려놨다. 관리형 총리(고건·김황식 전 총리), 정치적 실세 총리(김종필 전 총리)와는 다른 책임 총리로서의 입지를 굳힌 셈이다. 더구나 안정적 국정운영과 신속한 현안 대처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현직 총리 가운데 차기 대선주자 1위 자리를 이 정도로 오래 지킨 사례는 전무하다. 하지만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대통령에 당선된 총리 출신 인사는 아직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김종필(JP)·고건·이회창·김황식 등 다수의 총리가 유력한 대선후보로 거론됐지만 아무도 청와대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총리가 대권을 꿈꿨던 역대 총리들처럼 대선 정국에 발을 담글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정가에선 바람이 소나무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총선(2020년 4월 15일)과 대선(2022년 3월 9일)을 앞둔 여권으로선 이 총리의 대중적 인지도와 경쟁력을 집 밖에 세워두기 어렵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다가오면서 서서히 이 총리의 행보를 거론하는 풍문이 늘고 있다. 이 총리가 대선 정국에 뛰어들려면 내년 총선에서 어떤 식으로든 집권 여당의 승기를 위한 동력원이 돼야 한다는 것. 이 총리가 과연 재임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여태껏 어떤 총리도 가보지 못했던 ‘대선 가도’를 뚜벅뚜벅 큰 걸음으로 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최장수 총리 기록...첫 번째 사례 ‘수두룩’ 이 총리는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37대 전남지사를 역임한 호남권의 온건 비문(非文·비문재인) 계열 정치인이다. 전남 영광 출신으로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왔다. 1979년 동아일보에 입사한 뒤 도쿄특파원을 거쳐 논설위원, 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치부 기자 시절 옛 민주당을 출입하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눈에 들면서 정치권에 입문한 케이스다.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함평군·영광군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노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당선인 대변인을 맡았다. 당시 이낙연 대변인이 기자회견이나 논평을 할 때면 노 전 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잘 짚어내고, 가장 노무현다운 화법과 의지를 반영했다는 말이 들렸다. 당시 민주당 출입기자들에 따르면 이낙연 대변인의 화법은 직설적이면서도 유연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깐깐했다. 언론계의 한 지인은 “촌철살인의 대가다. 단도로 직입해 들어가는 거침없는 논리적 논평이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그래서일까. 이 총리는 평생 다섯 번이나 대변인을 맡았다. 일각에선 헌정사 최고의 명(名)대변인 중 한 명으로 꼽기도 한다. 언론계로 보면 1963년 최두선 전 동아일보 사장 이후 50년 만에 탄생한 언론인 출신 총리이기도 하다. 노무현 탄핵안에 반대표 던진 야당 의원 2004년 3월 국회에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을 때다.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제외한 야당 의원 중 탄핵에 반대표를 던진 단 두 명의 의원(이낙연 새천년민주당 의원, 김종호 자민련 의원) 중 한 명이 이 총리였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캠프 대변인과 인수위 대변인을 거쳤던 이 총리로서는 당론을 거스르고 의리를 지킨 힘든 선택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취임사를 마지막으로 다듬기도 했던 이 총리는 대선 직후 열린우리당이 떨어져나갈 때 민주당에 남았다. 당시 ‘고립무원’이던 노무현 대통령을 도운 신의 때문이었을까. 친노(親盧·친노무현)도 친문(親文·친문재인)도 아닌 이 총리는 문재인 정부의 첫 총리로 전격 발탁됐고, 이제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라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여권의 한 중진의원은 “(이 총리가) 호남 출신으로서 문재인 정부의 탕평인사가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탄핵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것은 당시 야당 의원으로선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그때의 인연이 이낙연 총리를 문재인 정부로까지 이어지게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청와대의 한 고위 인사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 총리의 탄핵안 반대표를 잊지 않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 이후 2주 만에 이낙연 전남지사를 초대 총리로 임명했다. 이는 1995년 광역단체장 선거가 시작된 이후 현직 단체장이 총리로 직행한 첫 번째 사례였다. 정치·행정 두루 경험한 순발력과 노련미 강점 이 총리의 최대 장점으로는 풍부한 정치적 경험이 꼽힌다. 4선 의원 경력에 2014년 지방선거에선 전남지사로 당선되는 등 정치·행정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전남지사 시절 ‘100원 택시’, ‘찾아가는 영화관’ 서비스 등 이색적인 공약을 많이 발굴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100원 택시는 전남지역 316곳의 오지에 사는 주민들이 택시를 부르면 그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100원을 내고 택시를 이용한 뒤 차액을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제도다. 이 총리의 지사 시절 대표적인 히트 상품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에도 포함됐다. 또 도지사 당선 직후 고흥과 장흥에 영화관을 세워 벽지 주민들이 문화 혜택을 누리도록 한 것도 흥미롭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공공 산후조리원을 설립하기도 했다. 이 외에 ‘개천에서 용 나는 사업’, ‘서민 빚 100억 탕감 프로젝트’ 등 50개 이상의 서민정책을 발굴하고 추진했다. 이 같은 성과로 2017년 3월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 긍정평가’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주변에선 이 총리가 다소 파격적인 성향이 있다고들 한다. 논리적이고 언변이 좋아 거침없는 수사법(修辭法·어떤 생각을 특별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기술로 표현이나 설득에 필요한 다양한 언어표현기법)이 전매특허이지만, 업무 처리 방식도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국회의원 시절의 한 일화다. 이낙연 의원이 모 경제지 기자 출신 보좌관을 뽑고 처음 맡긴 업무가 광화문 지하도로에 자리 잡은 노숙인 취재였다. 흥미로운 것은 보좌관으로 하여금 적지 않은 기간 실제 노숙인 체험을 하고 현장보고서를 작성토록 했다는 것이다. 사무실 의자에서 쓰는 분석형 정책보고서가 아닌,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담으려는 파격 시도였던 셈이다. 후일담이지만 보고서 발간 이후 언론의 보좌관 인터뷰가 늘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보좌관은 이낙연 의원실을 떠났다. 언론에서 이 의원이 아닌 보좌관에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한 것을 불편해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 총리의 동아일보 후배였던 윤영찬 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낙연 총리는 기자 시절 완벽주의자였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이나 국정감사장에서 단연 화려하고 유려한 언변을 자랑한다. 강성인 야당 의원들의 어떤 공세도 능수능란하게 받아치는 모습에 ‘사이다 총리’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만큼 ‘말빨’이 시원하고 단순명쾌하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20년 국회의원 경력 중 무려 다섯 차례나 대변인을 맡으며 ‘직업이 대변인’이라는 평가가 밑거름이 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리를 지근거리에서 봐온 한 정치인은 “기자 때는 이슈 발굴, 대변인 등 정치인을 하면서는 현안 대응에 최적화된 경험을 쌓았다”고 평했다. 조직·세(勢)·핵심 지지층 없는 한계 극복할까 ‘최장 총리’ 기록을 세운 이 총리의 향후 과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정치력이다. 국회의원 4번, 도지사, 총리까지. 이제 다음 수순은 당 대표나 대선을 겨냥할 수밖에 없다. 여론이 이미 이 총리를 대선 후보군에 올려 매달 지지율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분위기는 내년 총선을 기폭제로 삼아 더욱 타오를 것이다.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염두에 두지 않는 정치는 불가능하다. 여권의 한 핵심 인사는 “이낙연 총리가 내년 총선에 나가지 않는다면 사실상 정치 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총선에 나가서 당에 도움이 돼야 이후 정치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인데, 정치를 하려면 내년 총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그 성과에 따라 대선 출마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총리는) 매우 유연한 사람이다. 지금은 정국의 흐름과 하나가 되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마치 물에 배가 흘러가듯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정치컨설팅그룹 민기획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낙연 총리는 적대적 정치에 질려 있는 국민들에게 ‘어필’이 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진단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현재 여권 내에서 보수 성향의 중도층 지지를 끌어낼 수 있는, 많지 않은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 총리가 앞으로 대선 등 큰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역시 당내 지지세력이 빈약하다는 것이 최대 약점으로 꼽힌다. 민주당의 한 친문계 인사는 “국정감사 대응 등 이 총리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능력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친문계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이어 “진보 진영에서 보면 개혁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래서 아직 노무현·문재인 같은 핵심 지지층이 생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흉유성죽(胸有成竹)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대나무를 그리기에 앞서 마음속에 이미 완성된 대나무가 있다는 뜻이다. 이 총리가 차기 대선을 그리려면 내년 총선을 먼저 완성해야 함은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이 총리의 최장수 총리 재임 기록은 조만간 멈춰설 수도 있다. 공직선거법상 총선에 출마하는 공직자는 선거 90일 전인 내년 1월 16일까지 직을 내려놔야 한다. 중국 시인 자오이는 200년 전 ‘개관사정(蓋棺事定)’이라고 읊었다. “관 뚜껑을 덮기 전까지는 그 사람의 삶을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다. 이 총리의 정치적 결단은 아직 유동적이다. 하지만 주변에선 말한다. “1952년생으로 이제 곧 일흔이 되는 이 총리가 앞으로 배팅을 걸 수 있는 무대는 대선밖에 없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이 총리를 두고 “묵직한 듯 유연하다. 어떤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체축이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융통성이 있다. 마치 물새가 수면을 걷는 것 같다. 가벼운데 흔들림이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진짜로 강한 승부사는 다들 체축이 반듯한 법이다. 무운을 가지고 있다고나 할까. 승부의 세계에 반드시 필요한 역량인데, 이 총리가 그렇다”고 전했다. 이 총리에 대한 기자들의 평가도 박하지 않다. “상황에 따라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외부에서 볼 때보다 역동적이다.” “깨알 수첩이 화제가 될 만큼 꼼꼼하다.” 또 ‘멀티형 리더’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한 기자는 “역할이 이낙연을 입는다”는 말로 이를 압축했다. 하지만 행정과 정치는 확실히 다르다. 지난 2006년 높은 대중 지지도를 바탕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고건 전 총리는 2개월 만에 꿈을 접었다. 고 전 총리는 “대결적 정치 구조 앞에서 저의 역량이 너무나 부족함을 통감한다”며 정치 무대에서 서둘러 내려왔다. 총리 2번, 서울시장 2번, 장관 3번을 거치며 ‘행정의 달인’으로 불렸던 고 전 총리가 현역에서 완전히 물러난 일화다. 정치를 관둔 고 전 총리는 당시 기자와의 사석에서 “정치는 타이밍”이라고 했다. 고 전 총리의 한 측근은 “깃발을 꽂으면 여당 의원들 중 일부는 결집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저마다 확실한 상응 조치를 확답받기 원했다. 매일 결제일처럼 느껴지는 각종 비용도 큰 부담이었다”고 토로했다. 물론 이 총리는 과거의 전철을 모두 꿰뚫고 있을 것이다. 여권 내 조직이 없는 것도, 문 대통령의 확실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대선에서 깃발을 꽂는 장수가 되려면 피를 철철 흘리면서도 전장의 맨 앞에서 거친 바람과 적군을 뚫고 나가는 결기를 보여야 한다. 과연 이 총리가 난전으로 휘몰아칠 내년 4월 총선, 맨 앞에서 자기를 버리고 여권을 크게 안을 수 있을까. 확실히 이 총리의 ‘최장수 총리’ 기록은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이낙연 정치 여정’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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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海圖는 국가 해양력의 기반이다”

정교한 해도, 국가해양력의 지표 차세대 전자 해도...주권 행사 책무 | 정리=이규하 기자 judi@newspim.com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든 것은 독일의 U-보트 잠수함이었다. U-보트는 지중해의 출입구인 지브롤터 해협을 제 집처럼 드나들며 수천 척의 선박을 침몰시켰고, 전쟁 초기에 영국을 아사 직전까지 내몰았다. 독일군이 이 같은 전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지브롤터 해협의 뱃길은 물론 해저 지형과 조류를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이더 장비가 개발되지 않았던 시기에 엔진을 끄고 은밀히 출입하는 잠수함을 발견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았다. 육지에 지도가 있다면 바다에는 해도(海圖)가 있다. 해도에는 수심과 암초, 해류 등의 정보가 담겨 있어 항해자들이 안전하게 바닷길을 지날 수 있게 해준다. 15세기 유럽 각국이 해상 무역과 신항로 개척에 나섰던 대항해시대의 개막은 해도 제작술의 발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시대에는 얼마나 정교한 해도를 갖고 있는지가 곧 국가 해양력을 나타내는 지표였다. 지금도 지구상의 전 해역을 측량해 해도를 발간한 나라는 미국과 영국 두 나라뿐이다. 우리나라의 해도 제작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그 시작은 1949년 해군본부 내에 설치된 수로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직후라 해양조사장비와 선박 등의 기본 인프라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1951년 처음으로 부산항 해도를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 1960년대 들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수출 중심의 경제발전 전략을 채택하면서 대규모 물동량을 처리할 항만의 개발과 선박의 운항을 위한 정보가 필요했다. 그동안 해군이 맡았던 해도 제작 임무는 1963년에 교통부 수로국으로 이관된다. 그러나 자력으로 관할 해역의 조사와 해도 제작을 수행하기는 어려워 미국 정부로부터 기술과 장비를 지원받는 방식으로 해도를 제작했다. 1989년 미국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엑손 발데스 호 기름 유출 사고 등 연이은 대형 해양사고를 계기로 종이 해도는 전자 해도로 진화한다. 전자 해도는 항로 등 종이 해도에 포함된 정보는 물론 일정 해역 내 모든 선박의 운항 위치가 실시간으로 표출돼 사고 예방에 한층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해양수산부 출범에 맞춰 1996년 건설교통부 수로국을 국립해양조사원으로 확대 개편하고 본격적인 전자 해도 제작에 착수했다. 그리고 2000년에는 관할 해역 전체를 전자 해도로 제작한 세계 두 번째 국가가 됐다. 국제 사회의 도움으로 종이 해도를 만들었던 나라가 자체 기술로 전자 해도를 만드는 비약적인 성과를 이룬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우리의 해도 제작기술은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수로기구(IHO)는 2013년 우리나라를 차세대 전자 해도 시범운영 국가로 지정했다. 기존 전자 해도가 선박 항행 위치의 실시간 제공에 머물렀다면, 차세대 전자 해도는 해양 기상, 위험물 적재 상황 등을 비롯해 다양한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항행 상황도 입체적으로 구현, 선박 안전사고를 획기적으로 예방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는 차세대 전자 해도 기술을 집중 개발해 2021년 관련 서비스를 본격 운영할 계획이다. 국가의 주권이 미치는 모든 공간을 지도로 제작하는 일은 주권 행사의 가장 기본적인 행위이자 정부의 중요한 책무다. 해양을 둘러싸고 외교·안보·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어 해양에 대한 정확한 정보의 축적과 활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11월 창설 70주년을 맞는 국립해양조사원이 앞으로 차세대 전자 해도를 비롯해 다양한 해양 정보를 생산·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이 안전하게 바다를 누비고, 우리나라가 해양 공간정보 선진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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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文·아베 만남’ 한·일 간 온도차 ‘뚜렷’ 관계 개선 멀었다

韓 “대화 재개 위한 의미 있는 만남” 평가 日 “일본 정부의 원칙적 입장 전달”에 방점 지소미아 종료 임박에도 日 태도 변화 없어 | 오영상 기자 goldendog@newspim.com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지난 11월 4일 태국에서 약 13개월 만에 마주 앉았다. 비록 10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당초 예정에 없었던 만남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매우 우호적이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환담을 나눴고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에 의견을 같이했다. 또 한·일 정상은 양국 관계 현안은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韓 “대화 재개 위한 의미 있는 만남” 평가 하지만 이번 만남에 대해 양국은 온도차를 드러냈다. 일단 이번 만남에 대한 표현 방식에서부터 차이를 나타냈다. 한국 측에서는 양 정상의 만남을 ‘환담’이라고 표현했다. 환담의 사전적 의미는 ‘정답고 즐겁게 서로 이야기함’이다. 또 ‘11분 동안 환담했다”며 정확하게 시간을 밝혀 이번 만남이 갖는 의미를 무겁게 다뤘다. 반면 일본 측은 ‘대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대화의 사전적 뜻은 ‘마주 대하여 이야기를 주고받음’이다. 환담에 들어 있는 ‘정답고 즐겁게’라는 뜻은 가지고 있지 않다. 만난 시간에 대해서도 “약 10분간 대화했다”고 두루뭉술하게 표현, 한국과는 차이를 드러냈다. 만남의 성과나 주고받은 내용에 대해서는 양측의 시각 차이가 더 두드러졌다. 한국은 “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만남”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11월 5일 태국 일정을 모두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기 전 자신의 SNS에 전날 아베 총리와의 만남을 언급하며 “대화의 시작이 될 수도 있는 의미 있는 만남을 가졌다”고 적었다. 문 대통령은 또한 “필요하다면 보다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 보자”고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문 대통령이 말한 고위급 협의에 대해 “한·일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번 만남 자체도 한국 측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먼저 정상들의 대기 장소에 있다가 각국 정상들이 와서 여러 이야기를 나눴고, 그 자리에 아베 총리가 들어온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잠시 앉아 이야기하자고 권하면서 11분간 이야기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日 “일본 정부의 원칙적 입장 전달”에 방점 반면,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전달했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국제법에 명확히 위반된다고 지적하며, 한국 측에 시정을 요구하는 일본의 입장을 거듭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도 11월 5일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일본의 원칙적 입장을 분명하게 전달했다”며 “한·일 관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일관된 입장에 변화는 없으며, 한국 측에 현명한 대응을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환담(대화)이 이뤄진 것 자체에 대해서도 “대기실에서 악수를 하는 과정에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아 대화하게 됐다”며 의미를 축소했다. ‘매우 우호적이며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환담했다’는 한국 측 발표와 차이가 있다는 질문에는 “한국 측 발표에 대한 코멘트는 삼가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도 “10분간 말을 주고받은 것으로 그렇게까지 큰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고위급 협의’ 제안에 대해서는 “협의의 레벨 문제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며 문제 해결을 위한 한국 측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아사히신문은 11월 5일 “대화 후 한·일 양 정부의 발표 내용에는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쪽에서는 문 대통령이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에게 양보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요미우리신문은 같은 날 “문 대통령은 ‘일본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얘기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며 여러 가지 선택지를 생각할 수 있다’면서 대화를 계속하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문 대통령이 지난 6월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 해법으로 제시했던 ‘1+1안’ 외의 방안도 유연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라고 풀이했다. 지소미아 종료 임박에도 日 태도 변화 없어 11월 23일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임박했지만, 일본 정부가 한국을 대하는 태도에는 전혀 변화가 없다. 오히려 최근 들어 한국 정부가 일본과 대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압력 때문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지지통신은 11월 5일 “최근 한국이 대화 자세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대화도 한국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며 “그 배경에는 지소미아 종료 시한이 임박한 가운데, 한·미·일 안보 협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미 정권의 의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정상회담을 희망하는 친서를 전달하는 등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며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책임을 떠안는 것을 피하기 위한 의도가 엿보인다”고 부연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할 경우 그 대가로 지소미아 파기 결정을 재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철회할 생각이 없음을 밝혔다. 스가 관방장관은 11월 6일 “한국 정부 내에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재고하는 대신 일본이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전혀 차원이 다른 문제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부했다. 나아가 한국의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지역 안보 환경을 완전히 오인한 대응으로 매우 유감스럽다. 한국 측에 현명한 대응을 강력하게 요구해 나갈 것”이라며 지소미아 협정 유지를 촉구했다. 일본 정부는 “한국은 지소미아 파기를 내세워 일본에 압력을 가하고 양보를 이끌어낼 심산이었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한국보다 먼저 발표하는 등 일본은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위기 대응에 문제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가와노 가쓰토시(河野克俊) 전 자위대 통합막료장(한국의 합참의장)은 11월 5일 안보 관련 심포지엄에서 “지소미아 종료 결정은 결과적으로 북한의 의향을 따르는 것”이라며 “한·미·일 공조에 매우 좋지 않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국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한·일 관계 개선의 길은 요원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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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부모 찬스’로 대학 간다 특권층으로 기울어진 대한민국 학교운동장

조국 사태로 대입 공정성 재점화, 대대적 개선 요구 특권층 전형으로 전락한 ‘깜깜이’ 학종부터 바꿔야 문제는 교육 신뢰도, 믿음 회복할 공론화 과정 필요 | 정광연 기자 peterbreak22@newspim.com # 10월 중순 사퇴한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은 2010년 고려대에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합격했다. 해당 전형은 수능점수 없이 어학능력과 학생생활기록부 등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합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2008년 단국대 인턴십 논문 제1 저자 등재,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 등이 부모의 우월적 지위로 특혜 또는 조작됐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조 장관은 이에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딸은 2008년 연세대에 ‘글로벌인재전형’으로 합격했다. 해당 전형은 수능점수 없이 어학능력과 기타 ‘스펙’으로 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합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되는, 2007년 딸이 직접 출간한 책에는 당시 인도 대통령인 알둘 칼람의 추천사가 실려 있다. 이 장관은 자신의 도움으로 추천사를 받았다는 의혹을 인정하면서도 책 한 권이 입학을 결정할 만큼 우리나라 대입제도가 허술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해명했다. 오직 ‘명문대 입학’이라는 목표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비판에 시달리던 국내 교육 현장이 특권층 자녀들과 연관된 부정, 특혜 입학 논란으로 다시 한 번 추락하고 있다.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대물림’ 현상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가장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할 교육마저 무너졌다는 허탈감이 국민들의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이른바 ‘조국 사태’로 촉발된 이번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혜 의혹의 핵심인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대수술뿐 아니라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성찰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공정성과 신뢰 회복을 위한 국민과의 소통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4명 중 1명 ‘깜깜이 입학’, ‘기회의 공정’ 실종 대입 특혜 논란의 중심에는 ‘학종’이 있다. 학종은 생활기록부를 통한 교과성적과 비교과 영역(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독서, 수상실적, 교과 세부능력 사항 등), 자기소개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학입학 여부를 결정하는 전형이다. 앞선 두 장관의 자녀가 대학에 입학한 방식은 모두 현재 학종이라 불리는 특별전형의 과거 형태다. 2004년 교육혁신위원회에서 제시한 이 정책은 2008학년도 대입에서 입학사정관제란 이름으로 처음 시행됐으며, 2015학년도부터 학종으로 명칭을 변경한 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학종의 가장 큰 문제는 객관적인 점수(등급) 산출이 가능한 내신이나 수능과 달리 평가기준이 주관적임에도 정작 평가결과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 이른바 ‘깜깜이 전형’이라는 점이다. 특권층 부모의 도움을 받은 스펙 한 줄이 대입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은 “아니다”라는 해명 한 줄이면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이는 객관적 평가 기준이 모호하기 때문으로, 학종 개선이 대입제도 개선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이유기도 하다. 도입 초기부터 이런 문제점에 대한 지적을 받아 왔음에도 학종의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에서 학종으로 바뀐 2015학년도 이후 추이를 살펴보면, 전체 대입정원은 37만9000명에서 34만7000명으로 3만명 이상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학종은 5만9000명에서 8만5000명으로 2만5000명 이상 증가했다. 전체 대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6%에서 24.5%로 약 1.5배 늘었다. 이는 수능 중심의 정시가 ‘문제풀이’ 교육에 함몰됐다는 비판에 따라 급속히 비중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시 비중은 2015학년도에는 13만5000명, 35.5%에 달했지만 2020학년도에서는 7만9000명, 22.7%까지 감소했다. 정시의 빈자리를 학종이 채우고 있지만 그 학종마저 불공정한 대입제도의 ‘원흉’으로 지적받고 있다는 게 현 교육 시스템의 딜레마다. 조국 사태로 촉발된 대입 특혜 논란이 거세지자 교육부는 학종 선발 비율이 높고 특목고·자사고 등 특정 학교 출신이 많은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13개 대학에 대한 실태 조사에 돌입했다. 교사와 학생, 전문가 등이 참여한 미래교육위원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올해 11월까지 대입 공정성 강화 방안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학종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가 대입제도 개선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한계와 부작용이 드러난 만큼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 신뢰도 회복 시급, 공론화 통한 제도개선을 학종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공정성과 신뢰도를 상실했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사교육‧공교육 유불리를 떠나서 학종의 비율 조정뿐만 아니라 존재 여부까지도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며 “데이터를 제출하지 말라고 한다면 학종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 학종은 잠재성을 갖고 있는 아이를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표면적으론 공정성이 해결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공정함이 사라지는 속에 불공평함이 새롭게 자라고 있는 셈”이라며 “졸업정원제, 입학정원제 등 해외 대입 시스템과 다른데도 학종을 절대선으로 기준 잡고선 무리하게 이식했다. 폐단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교육계에서는 개선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입의 1/4을 차지하는 학종을 대책 없이 없앨 경우 교육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목받는 대안은 학종을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전형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안선회 중부대 교육행정경영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의 학종에는 공정이란 가치가 이미 사라졌다. 공정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결과가 나온다는 것인데 학종은 학교와 교사, 학부모, 사교육이 개입해 만든 결과물이다. 공정을 위해 만든 전형이 불공정의 대표가 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학종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제도로 한정하면 대안이 될 수 있다. 학종은 기본적으로 대입 전형 정보를 많이 정확하게 수집한 부모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상류층, 특권층 자녀들이 명문대에 많이 진학하는 이유다. 폐지가 어렵다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전형으로 바꿔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그렇다면 학종을 개선하면 기울어진 학교 운동장은 바로잡힐 수 있을까. 업계 중론은 학종 개선은 시작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대한민국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해결하지 못하면 같은 논란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정현진 전교조 대변인은 “정시 확대는 명백히 반대한다. 학종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정시를 늘리는 건 문제풀이 교육으로 되돌아가자는 소리다. 지금 국민이 분노하는 건 학종이 아니라 교육 전반에서 계층 대물림이 심하기 때문이다. 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연구자료에 따르면 부모의 경제적 지위가 반영되는 건 논술과 수능이다. 학종은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한 바가 분명히 있다. 학종으로 학생을 뽑는 대학들의 책임을 강화하는 등 개선을 통해 학종의 공정성을 키우는 것이 전반적인 대입제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제도 개선에 대한 방법론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지만 모든 주장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신뢰 회복이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제도만 손보려 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높다. ‘백년대계(百年大計)’라는 교육에 걸맞은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당사자인 학부모와 학생, 교육인 그리고 나아가 국민 모두와의 소통이 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조국 사태 이후 대입 공정성이 가장 중요한 교육의 가치로 떠올랐다. 따라서 대입제도 개편은 공신력과 신뢰도 확보다. 이 부분에 대한 논의 없이 제도만 바꾼다면 혼란은 더 커진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정부가 교육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믿음을 회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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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뒤늦게 베일 밖으로 나온 미제사건 사연 알아보니...

화성연쇄살인사건 계기로 미제사건 국민 관심↑ 경찰 ‘개구리소년’, ‘이형호 군 유괴사건’ 수사도 박차 경찰, 미제사건에 첨단 과학수사 기법 총동원 | 임성봉 기자 imbong@newspim.com 30년 넘게 미궁에 빠졌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이 베일을 벗으면서 대한민국이 들썩이고 있다. 경찰은 이를 계기로 다른 장기미제사건 해결에도 수사력을 집중해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각오다. DNA 감정과 프로파일링 등 첨단 과학수사의 최근 활약을 지켜본 국민의 기대감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장기미제의 상징 ‘화성연쇄살인’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56)가 경찰의 수사망에 걸린 건 지난 8월쯤. 경찰은 9월 18일 “최근 화성연쇄살인사건을 재수사하는 과정에서 이춘재를 진범으로 특정할 만한 주요 단서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경찰은 화성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해 경기남부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과 광역수사대, 피해자보호팀, 진술분석팀, 법률검토팀, 외부전문가 자문 등 59명으로 수사본부를 편성해 유력 용의자를 추적해 왔다. 경찰에 따르면 수사팀은 화성연쇄살인사건 증거물들을 다시 검증하던 중 한 피해자의 옷가지에 남아 있는 제3 유전자(DNA)를 채취해 전과자 등과 대조한 결과 이춘재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후 경찰 프로파일러(Profiler, 범죄심리분석요원)가 이 증거물을 바탕으로 이춘재를 9차례 면담하면서 회유·압박한 끝에 ‘화성사건 9건 외에 5건의 살인과 30여 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이춘재는 당초 모방범죄로 알려졌던 화성 8차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최근 실토했다. 경찰은 현재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과 사실관계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화성사건은 1986년부터 1991년에 걸쳐 경기도 화성군(현 화성시) 일대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이다. 총 10명의 여성이 살해됐는데, 이 중 8차 사건의 범인만 잡히고 나머지 9건은 미제 살인사건으로 남아 있었다. 첫 번째 사건은 1986년 9월 15일 태안읍 안녕리에서 발생했다. 이날 오전 6시 20분쯤 딸의 집에서 자고 나오던 A(71) 씨가 살해된 채 발견됐다. 하의가 벗겨진 상태였고, 시신에는 손으로 목이 졸린 흔적이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총 10명의 피해자가 나왔지만 경찰은 용의자의 꼬리조차 잡지 못하는 등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과거 범인이 살인 현장에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와 6가닥의 머리카락을 확보했으나 과학적으로 분석할 인력과 장비가 없어 실체를 밝혀내지는 못했다. 경찰은 당시 사건 해결을 위해 200만명이 넘는 인원을 투입해 용의자와 참고인 등 2만1280명을 조사했다. 지문 대조를 한 용의자만 4만116명이고, 모발 감정을 한 용의자는 180명이었다. 이 사건에서 용의자로 몰린 4명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스스로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거나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했다. 또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관 4명은 일선에서 물러난 뒤 얼마 되지 않아 과도한 스트레스로 숨져 충격을 줬다. 남은 장기미제사건은? 국내 3대 장기미제사건으로는 화성연쇄살인을 포함해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 암매장’, ‘이형호 군 유괴살인’이 꼽힌다. 대구 개구리소년 실종 암매장 사건은 1991년 3월 26일 대구 달서구에 살던 5명의 초등학생이 도롱뇽 알을 수집하러 갔다가 실종된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경찰과 군인, 민간 등 32만여 명을 투입해 산악, 저수지 등을 694차례 수색했으나 끝내 이들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수배 전단만 810만장이 전국에 배포되고 TV에서도 관련 내용을 90여 차례 방영하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실종 아이들은 사건 발생 11년 6개월 만인 2002년 9월 26일 대구 성산초등학교 신축공사장 뒤쪽 와룡산 중턱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경찰은 유골을 감식·부검한 결과, 두개골이 손상된 점 등에 미뤄 이들이 타살된 것으로 보고 용의자 관련 제보 1500여 건을 수사했다. 경찰은 수사전담팀을 운영하는 등 범인 검거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실패하면서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하지만 민갑룡 경찰청장이 지난 9월 경찰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이 사건 현장을 찾아 “개구리 사건에 남겨진 유류품 등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해 면밀하게 재검토하겠다”며 재수사를 공식화했다. 경찰은 수사 주체를 대구 성서경찰서 전담팀에서 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으로 전환하고 주요 수사기록 등을 토대로 사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온 국민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이형호 군 살인사건도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은 1991년 1월 29일 발생했다. 당시 초등학교 3학년이던 이형호 군이 오후 8시쯤 서울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에서 홀연히 사라졌다. 저녁에 아파트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다 행방이 묘연해졌다. 그날 밤 용의자가 전화를 걸어오면서 사건은 시작됐다. 서울 말씨의 30대 남성이 이군의 집에 협박전화를 걸어왔고 44일간 60여 차례에 걸쳐 협박은 계속됐다. 용의자는 돈을 보낼 장소 등을 알려주며 치밀하게 행동했다. 하지만 1991년 3월 13일 한강공원 잠실지구 인근 터널(일명 토끼굴) 옆 배수로에서 이형호 군의 시신이 발견됐다. 부검 결과 이군의 위에 남아 있는 음식물이 당일 친구 집에서 먹은 음식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망 시점은 유괴 직후로 추정됐다. 용의자는 유괴 당일 이미 이군을 살해하고 44일간 가족과 경찰을 농락한 것이다. 이형호 군 살인사건은 28년이 흐른 지금까지 미궁에 빠져 있다. @img4 장기미제 ‘끝까지 잡는다’ 화성사건의 해결 실마리를 제공한 건 경찰의 첨단 과학수사였다. DNA 감정 기법의 발달과 전문성으로 무장한 프로파일러의 활약에 경찰은 물론 국민도 장기미제사건 해결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근 DNA 수사기법은 담배꽁초에 묻은 침부터 머리카락, 혈흔만으로도 DNA를 채취할 정도의 수준으로 올라섰다. 현재는 1ng(나노그램)의 DNA를 증폭해 감정하는 기법이 쓰이고 있는데, 이는 육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현장에 남아 있는 극미량의 흔적만으로도 피해자와 용의자의 DNA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검경 등 수사기관이 2010년부터 구속 피의자, 수형인, 범죄 현장 DNA 증거 등을 축적한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면서 DNA 대조는 핵심 수사기법으로 떠올랐다. 2003년 광주광역시에서 총 10회에 걸쳐 여성들을 성폭행한 사건은 DNA 수사로 해결된 대표적인 사례다. 사건 당시 피해자 신체 등에서 남성의 체액이 검출됐으나 경찰의 용의선상에 오른 남성들의 DNA와 일치하지 않았다. 사건은 10년이 지나도록 범인을 잡지 못하면서 미궁으로 빠졌다. 그런데 2010년 경찰은 당시 현장에서 채취한 DNA를 DB와 대조한 결과 한 성범죄자와 일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이 이를 토대로 추궁해 피의자 자백을 받아낼 수 있었다. 자칫 영구미제로 남을 뻔했던 사건이 경찰의 DNA 과학수사로 빛을 본 것이다. 굵직한 연쇄살인사건마다 용의자의 자백을 받아낸 프로파일러 역시 장기미제사건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인력이다. 대표적인 사건은 여성 10명을 살해해 대한민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강호순 사건’이다. 2009년 검거된 강호순은 검거 당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경찰이 관련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눈치챈 강호순은 “증거를 가져오라”며 버텼다. 하지만 프로파일러가 전격 투입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프로파일러의 노력 끝에 라포르(rapport, 상호신뢰관계)가 형성되자 그는 심경의 변화를 일으켰다. 별안간 프로파일러를 불러 달라고 요청한 그는 5건의 살인사건을 자백했다. 강호순의 의도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사실이 추후에 밝혀졌으나 자백 내용은 모두 사실로 드러났다. 담당 프로파일러는 이를 역이용해 심리전을 벌여 강호순의 여죄까지 밝혀내는 성과를 올렸다. 당시 강호순을 움직인 프로파일러가 바로 공은경(40·여) 경위다. 공 경위는 이번 화성연쇄살인사건 수사팀에 합류해 다른 프로파일러들과 함께 이춘재가 범행을 실토하도록 했다. 프로파일러는 이론적으로 사건의 단서를 통해 용의자의 성향부터 연령·성별·콤플렉스까지 추론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조사 결과에 따라 수사 방향이 결정되거나 용의자의 범위를 크게 좁힐 수 있다. 프로파일러는 사건 현장의 단서를 토대로 용의자의 예상 도주경로·은신처를 밝혀내기도 한다. 국내에는 2000년 서울지방경찰청이 형사과 과학수사계에 범죄행동분석팀을 설치하면서부터 프로파일러가 처음 활동을 개시했다. 현재는 경찰청에 3명, 전국 각 지방경찰청에 1~2명씩 배치돼 총 35명의 프로파일러가 포진해 있다. 이처럼 경찰이 장기미제사건 수사에 총력을 다하면서 늦게나마 진실 규명이 이뤄질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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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정송학 병역명문가회 중앙회장

‘국가에 젊음 바친 3代’ 권익증진 선구자 “성스러운 병역명문가 예우·지원법 제정 시급” | 노민호 기자 noh@newspim.com | 윤창빈 사진기자 pangbin@newspim.com ‘병역명문가’. 아직은 낯선 명칭이다. 그러나 최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런 명칭을 꼭 알고 있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병역명문가는 성스러운 병역의무를 위해 3대(代)가 국가에 젊음을 바친 가문을 뜻한다. 남성이 없는 경우 여성이 현역 복무를 마친 사례도 포함된다. 국내에서 병역명문가의 권익 증진을 위해 선구자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이가 있다. 정송학 대한민국병역명문가회 중앙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정 회장도 병역명문가다. 서울 광진구의 사무실에서 만난 정 회장은 “매년 병역명문가 중 대통령 표창과 국무총리·국방장관·병무청장 표창을 준다”며 “상을 받은 분들을 보면 1대가 6.25 참전, 2대가 월남 파병한 경우가 많고, 복무 기간이 긴 분이 우선 표창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병역명문가 선정 작업은 2004년부터 시작됐다. 현재까지 5378가문, 2만7154명이 병역명문가 명단에 올랐다. 이들은 병역명문가 패와 증서를 받고 병무청 홈페이지에 기록되며, 900여 곳의 국공립 민간시설 이용 시 감면이나 우대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병역명문가에 대한 예우와 혜택은 부족하다는 평가다. 지난 2012년 사단법인이 설립됐지만 여전히 사회의 그늘 속에 가려져 있었던 게 현실이다. 정 회장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5년 회장 직을 수행하면서부터 ‘맨발’로 뛰었다. 병무청 등 정부기관의 문을 두드리며 병역명문가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약 5년간 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사비로 충당하면서다. 오직 앞만 보며 전진하는 그의 성격은 아버지를 빼닮았다는 게 정 회장의 설명이다. 선친인 정병후 씨는 일제 강점기 징용됐다 해방 후 귀국했고, 6.25가 터지자 자진해서 군에 입대해 지역 방위에 힘썼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지역사회 일꾼으로 봉사한 아버지를 회상하는 정 회장은 “모두 아버지 덕분”이라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9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당시 32세)가 훗날 병역명문가가 될 수 있게 해줘 고마움과 자부심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그다. 정 회장의 어머니도 32살 젊은 나이에 혼자가 됐지만, 자식 뒷바라지에 평생을 바쳤다고 한다. 효부열녀상과 국무총리상까지 받은 어머니는 정 회장이 젊은 시절 버틸 수 있었던 힘의 근원이었다. 정 회장은 병역명문가회를 이끌어 오며 과거 이색 이력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입대 전 전남 곡성 태안사에서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영장을 받은 후 연기 신청을 냈지만 업무처리 과정 오류로 사법고시 3개월 전 눈물을 머금고 군에 입대했다. 정 회장은 “다소 억울한 면도 있었지만 국방의 의무를 다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정 회장은 제대 후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한 외국계 기업에 입사했고 28년을 근무했다. 부지런한 그는 CEO까지 역임했다. 이후에도 구청장, 한국자산관리공사 감사, 대학 교수 등 늘 도전하는 자세로 이력을 쌓았다. 정 회장은 “돈도 없고 백도 없는데 여러 일을 했다”고 자평하며 “그런 경험 때문에 심부름을 잘할 것 같으니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라는 뜻에서 나를 중앙회장으로 추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병역명문가를 위한 그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쉬지 않는 노력을 인정받아 올해 국회에서 사업비로 6000만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병역명문가 지원에 필요한 관련법 제정을 위해 지금도 ‘도전의 길’을 걷고 있다. 이는 정부의 정기적인 지원을 통해 병역명문가 홍보와 선정된 가문을 위한 혜택을 늘리기 위함이다. 정 회장은 “병역명문가의 복지혜택·제도 시행을 위한 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힘줘 말하며 ‘병역명문가 지원 및 예우에 관한 법률안’ 통과가 단체의 우선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 회장은 일부 젊은 층에서 감지되는 병역기피 현상에 대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민감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직언도 서슴지 않았다. 정 회장은 “아직도 일부 고위직이나 부유층의 자식이 병역의무를 기피하는 사례가 적발되고 있다”며 “북한의 핵개발·미사일 도발로 긴장이 고조된 현 시점에서 우리는 더욱 굳건한 안보 태세를 갖춰야 하고 젊은 청년들이 스스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사회지도층이 솔선수범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두고서는 “개인 양심의 자유도 중요하고 종교적 이유로 병역거부를 하는 것에 대한 시대의 흐름을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판단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국민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된 후 대체복무 제도가 실시돼야 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현역 복무기간의 2배 이상의 근무기간을 정해 교도소나 사회복지시설 등 어렵고 힘든 곳에서 대체복무를 하도록 해야 한다”며 “군 복무기간은 허송세월하는 게 아니라 국가에 대한 충성심, 인내, 공동체 정신, 리더십을 익히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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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국가예산 500조 시대...빚내서 경제 살린다

내년 예산안 513.5조...2년 연속 9%대 증액 수출 부진, 성장률 둔화 등 재정확대로 돌파 증가액 절반은 복지...산업·환경·SOC도 증가율 높아 |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 국가예산 500조원 시대가 열린다. 정부가 9월 3일 국회에 제출한 2020년 예산안 규모는 올해보다 9.3% 늘어난 513조5000억원이다. 2년 연속 9%대 증액으로, 예산안이 정기국회를 통과하면 사상 처음으로 국가예산 500조원 시대를 맞게 된다. 국가예산은 문재인 정부 들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문 대통령 취임 해인 2017년 400조5000억원이던 국가예산은 2018년 7.1% 증가한 428조8000억원, 올해에는 9.5% 증가한 469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정부는 수출 부진과 성장률 둔화, 미·중 무역전쟁 등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대내외 리스크를 확장재정으로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저출산·고령화 및 양극화 심화에 따른 복지 확대도 2년 연속 슈퍼예산을 낳게 한 요인이다. 정부는 내년 주요 12개 분야의 예산(안) 규모를 일제히 높였다. 증가율은 산업·중소기업·에너지(27.5%), 환경(19.3%), R&D(17.3%), SOC(12.9%) 등이 높고, 증가액으로는 보건·복지·노동이 20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활력 회복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담아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확장적 기조로 편성했다”고 말했다. 복지·고용에 181.6조...1년 만에 20조 껑충 내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안)은 181조6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올해(160조1000억원)보다 20조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내년 전체 예산 증가분(43조9000억원)의 절반에 달한다.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액을 25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하고, 노인 일자리를 61만명에서 74만명으로 늘리는 등 저소득·취약계층에 대한 소득 지원을 강화한다. 또 생계급여 수급자 가구에 중증장애인이 있을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을 제외해 1만6000가구가 추가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25~64세 수급자 대상 근로소득공제(30%)를 새로 도입해 2만7000가구에 혜택을 제공한다. 아울러 결혼·출산 지원을 위해 신혼부부 영구·국민임대주택을 2000호에서 1만호로, 신혼희망타운은 1만5000호에서 1만9000호로 늘린다. 난임시술비와 고위험임산부 진료비를 확대해 임신·출산에 들어가는 비용을 덜어줄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복지예산은 포용국가 구현을 위한 저소득·취약계층 사회안전망 강화와 국민건강증진 투자, 저출산고령화 인구구조 변화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노인 일자리를 포함해 내년 전체 일자리 예산 규모는 25조7697억원이다. 올해(21조2374억원)에 비해 21.3%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노인 및 장애인 등 취약계층 직접 일자리, 한국형 실업부조인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어린이집 전담 교사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 등을 중심으로 예산을 집중 투입한다. @img4 ‘소부장’ 국산화 본격화...R&D에 24.1조 투입 내년도 R&D 예산(안)은 올해보다 17.3% 늘어난 24조1000억원이다. 정부는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면서 수출 규제가 강화된 전략물자 중 중요도가 높은 100여 개 품목의 자립화를 위해 예산을 투입한다. 소재·부품·장비 산업 R&D에 1조3000억원을 투입하고, 개발된 기술을 양산 라인에 시범 투입하거나 상용화하는 사업에 5000억원을 지원한다. 혁신 역량 확충을 위한 기초 및 혁신 연구, 중소 R&D 분야에도 투자를 확대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지원하는 개인 기초 및 집단 연구 지원액을 올해 6조3700억원에서 내년에는 7조200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D.N.A.+BIG3’ 산업에 4조7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D.N.A.’는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혁신 인프라인 데이터·네트워크(5G)·인공지능(AI) 등을 말한다. ‘BIG3’는 3대 신산업인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차이다. 3년 만에 SOC 예산 20조원대 내년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안)은 올해(19조7531억원)보다 12.9% 증가한 22조3055억원으로, 3년 만에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그동안 SOC 예산 증액에 소극적었던 정부는 내년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 각 부처가 요구한 금액보다 4조2000억원이나 SOC 예산을 증액했다. 늘어난 SOC 예산은 노후 기반시설 수리와 지역 교통망 확충, 스마트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된다. 인공지능과 5G 등을 접목한 스마트 인프라 구축에도 올해(3000억원)의 4배인 1조2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올해 8조원이던 생활SOC 예산은 내년 10조3766억원으로 29.8% 늘어난다. 도서관과 주민건강센터, 생활문화센터 등이 한 건물에 있는 복합문화센터 280개(3000억원)를 짓는다. 공공도서관과 국민체육센터도 각각 182개, 173개 확충한다. 주거지 주차장도 280개 늘린다.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하기로 한 33개 사업도 내년부터 차례대로 시작한다. 아울러 부산(블록체인)과 세종(자율주행실증) 등 규제자유특구 7개 지역 인프라 확충(615억원)도 지원한다. 국방예산 첫 50조원...병장 월급 54.1만원 국방예산도 처음으로 50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 국방예산은 올해(46조7000억원)보다 7.4% 증가한 50조2000억원이다. 내년 국방예산은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 전력 강화를 위한 차세대 국산잠수함 건조 등 핵심 무기체계 보강에 6조2000억원이 투입된다. 장보고Ⅲ(6596억원)와 F-35A 도입(1조7957억원) 예산만 22.6% 늘렸다. 무기체계 국산화, 핵심·원천기술 개발 등 국방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에는 3조9000억원을 책정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군인들의 월급도 오른다. 내년 군인 월급은 병장 기준으로 올해보다 33% 인상된 월 54만1000원이다. 오는 2022년에는 67만6000원을 받게 된다. 병사들의 급식단가가 6% 인상되고, 동계 패딩이 지급되는 등 병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도 대거 반영됐다. @img5 공무원 연봉 2.8%↑, 국가직 1.9만명 증원 내년 공무원 연봉은 2.8% 인상된다. 정부는 내년 공무원 인건비 총액을 올해(37.1조원)보다 1.9조원(5.3%) 늘어난 39조원으로 편성했다. 공무원 연봉 인상률은 2017년 3.5%, 2018년 2.6%, 2019년 1.8% 등으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2017년 이후 (공무원 연봉 인상률이) 낮아지다 보니 공무원들의 처우 개선이 안 된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 국가공무원은 총 1만8815명이 증원될 예정이다. 이 중 경찰(6213명)과 교원(4202명) 등 중앙부처 공무원이 1만2610명 늘어난다. 현역 자원 감소에 따라 부사관과 군무원도 6094명 충원될 예정이다. 내년 세수 2.8조↓, 적자국채 2배↑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총수입은 올해보다 1.2% 늘어난 482조원이다. 국세수입은 올해(294.8조원)보다 2.8조원(0.9%) 줄어든 292조원으로 전망된다. 국세수입에서 소득세는 88.4조원으로 올해보다 8조원(10%) 증가할 전망이다. 명목임금 상승과 취업자 수 증가 등의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법인세는 64.4조원으로, 올해보다 14.8조원(18.7%) 줄어들 전망이다. 주력산업인 반도체의 실적 부진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부가가치세는 68.9조원으로 올해보다 0.1조원(0.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기재부는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인한 법인세 감소와 재정분권 강화로 인해 세수가 둔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img6 세수는 줄어드는데 씀씀이는 커지다 보니 60조원의 나랏빚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내년도 적자국채 발행 규모는 60.2조원 규모로 올해(33.8조원)보다 두 배 급증할 전망이다. 국고채 발행 순증액도 올해 44.5조원보다 30조원 가까이 늘어난 71.3조원 규모다. 국가채무 역시 올해 740.8조원(추경 기준 731.5조)보다 64.7조원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내년도 GDP 대비 재정수지는 올해 1.9% 적자에서 3.6% 적자로 악화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도 올해 37.1%에서 39.8%로 늘어나게 된다. 정부의 중기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정부의 재정지출(총지출)은 오는 2023년까지 연평균 6.5%의 증가율을 유지하게 된다. 국가채무는 2021년 GDP 대비 40%대에 도달한 이후 2023년까지 40%대 중반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정부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는 오는 2023년까지 연평균 -3% 중반 수준으로 관리하겠다는 목표다. 조세부담률은 현 수준인 19%대를 유지할 방침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일시적인 재정적자 확대를 감내하면서라도 궁극적으로 ‘적극재정→경제성장→세수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가져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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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금배지 노리는 겁없는 보좌관들

|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최근 인기를 모았던 JTBC 정치 드라마 ‘보좌관-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이하 보좌관)에서 장태준(이정재 분)은 금배지를 꿈꾸는 보좌관으로서 현실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그러면 실제 여의도에도 장태준 같은 이들이 있을까? 당연히 있다. 21대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출사표를 던지는 보좌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의원보다 뛰어난 정무 감각으로 무장한 도전자도 적지 않다. 국회 의정 경험을 바탕으로 ‘실무형 인재’임을 내세우기도 한다. 현역 의원도 살아 돌아오기 힘든 지옥의 지역구 선거, 그 전쟁 같은 선거판에 호기롭게 도전장을 던진 이들을 월간ANDA가 만났다. 오상택 지옥의 지역구 선거에 도전하는 ‘이인영 키즈’ 9년 동안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때만 해도 아내의 불평은 크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내년 총선 출마 얘기를 꺼냈을 때 아내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굳이 그 힘든 길을 가야 하느냐는 원망의 시선이 묻어났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의 비서관이었던 오상택(40) 씨 얘기다. 밖에서 볼 때는 국회의원이나 보좌관이나 매한가지 정치인이다. 하지만 실상은 너무 다르다. 보좌관은 불안정한 지위라 하더라도 어찌 됐건 월급쟁이다. 밀려났다가도 실력이 있으면 결국 어느 의원실에서라도 영입 제안이 온다. 반면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것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확률 낮은 도박이다. 어디 본인뿐인가. 보통 가족 전체가 휩쓸리기 마련이다. 동여의도의 표현을 빌리자면, 선거 출마는 최고의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투자다. 그래서일까. 의외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보좌관은 많지 않다. 4년마다 새로 선출되는 300명의 국회의원 중 직전 보좌관 출신은 한 명이 있을까 말까다. 오상택 전 비서관은 “신인이 시작하면 가족이 그 결심을 같이 해줘야 한다”며 “가족을 설득하는 것도 신인에게는 처음 접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정 속에서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것이 신인들에게 어려운 부분”이라고 짚었다. 그는 내년 총선에서 고향인 울산시 울주군에 출마할 예정이다. 정당과 국회 활동 그리고 정치학 박사 공부까지 차곡차곡 쌓아온 20년의 경험이 차기 국회의원 후보로서 갖춘 그만의 강점이다. 특히 국회의원을 보좌하며 쌓은 상임위 경험이 큰 자산이 됐다. 오 비서관은 “현안과 입법·예산·결산 등을 경험하며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며 “몇 차례 선거를 치르며 쌓은 노하우와 정치 공간에서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도 보좌진 출신 정치 신인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장철민 30대 수석보좌관 홍영표 방을 박차고 나오다 2012년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진으로 산다는 것은 말 그대로 ‘극한직업’이었다. 홍 의원이 간사를 맡았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쌍용차·용역폭력 청문회가 열렸다. 이름만 들어도 골치 아픈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선도 있었던 해다. 홍 의원과 함께한 지난 7년 동안 장철민(37) 전 보좌관은 일복이 넘쳤다. 보통 의원실은 하나의 중소기업으로 비유된다. 국회의원 한 명이 ‘오너’라면 보좌진 9명은 그의 주문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구조다. ‘오너’의 성향에 따라 분위기도 갈린다. ‘워커홀릭’ 홍영표 의원실은 늘 일을 만들어 내는 구조였다. “어차피 일은 철민이가 다 하잖아.” 홍 의원은 들어온 지 2년도 안 된 정책비서를 비서관으로 승진시켰다. 다시 3년 후 보좌관으로 올렸다. 유례를 찾기 어려운 초고속 승진이었다. 당시 장 보좌관의 나이는 35세였다. 지난해 5월 홍 의원이 민주당 원내대표로 선출되며 생긴 2급 정책조정실장 자리도 그의 몫이었다. 내년 총선에서 대전 동구에 출마하는 장 전 보좌관에게는 드라마 ‘보좌관’의 주인공 장태준과 비슷한 점이 많다. 그러나 장 전 보좌관은 “저와 스펙은 비슷하지만 캐릭터는 겹치지 않는다. 드라마처럼 자글자글한 술책을 써서 성과를 낸다면 저는 그날 잘린다(웃음). 큰 역할을 할수록 넉넉하게 품고 가며 일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계속 큰일을 도모할 수 있다고 배웠다”고 말했다. 송재욱 국회 대표 ‘리스너’ 주민과 손잡는 의원 꿈꾼다 2011년 5월 한나라당 비주류인 황우여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당시 당내 주류인 친이재오계 안경률 의원을 꺾었다. ‘비주류의 반란이다’, ‘기적이 일어났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였다. 국회 대표 리스너(Listener, 듣는 사람) 송재욱 보좌관(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실)은 당시를 자신의 선거 인생에서 최고로 꼽았다. 송 보좌관은 자신을 소개하는 또 다른 일화로 2011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거 연설문을 꼽았다. 의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연설문이 필요했다. 밤늦도록 고민해도 마땅히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없었다. 송 보좌관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갔다. 당시 황우여 원내대표 후보가 내세운 ‘소통’이었다. 송 보좌관은 의원실에 모아놓은 의원 출판 책들을 펼쳤다.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는 “의원들의 책 앞머리를 읽어보면 초선 때 가진 꿈들이 서술돼 있다.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꿈을 꾸고 도전하고 있으며, 지역구에서 어떻게 활동하겠다는 초심이 녹아 있다. 연설문에서 이들 의원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관심 사항을 언급했다. 제목은 ‘I have a dream’으로 했다. 대히트였다”고 했다. 송 보좌관은 내년 21대 총선에서 경기도 구리시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구리시는 3선인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의 지역구다. 송 보좌관은 윤 의원이 어려운 상대라는 것은 알지만, 정치 신인의 패기로 바닥에서 주민들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강명구 선거 6번 ‘베테랑’ 영등포에서 승리를 그리다 강명구(43) 자유한국당 영등포갑 당협위원장은 선거 베테랑이다. 2002년부터 정치권에 발을 들여 어언 18년 차, 지금까지 직접 뛴 선거만 대선·총선·지방선거를 포함해 총 6번이다. 초선 때부터 보좌하던 김용태 한국당 의원이 3선이 될 때까지 선거 승리를 이끌었고, 권영진 대구시장의 국회 입성에도 힘을 보탰다. @img4 10년간 참모 역할을 하던 강명구 위원장이 이제 자신의 선거에 나선다. 강 위원장은 사실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도 서울시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당시 당 지지율보다 높은 투표율을 얻었지만 낙선했다. “그때도 나가면 떨어지는 게 보였지만 용기 있게 백의종군하기로 결심했어요. 출마는 인생을 걸어야 하거든요. 가족을 걸고, 전 재산을 걸고. 그래도 할 사람이 없잖아요.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니까 나갔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욕심이 있어서라기보다 보수를 재건하기 위한 ‘불쏘시개’가 필요해 출마를 결심했다. “보수를 살려 대한민국을 제대로 갈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문재인 포퓰리즘 좌파정권에 목소리를 낼 사람이 있어야 하는 거죠. 보수를 살릴 때예요, 지금은. 그래서 용기 있게 싸워야 할 때인 거죠. 누군가는 불쏘시개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영등포갑에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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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조국 의혹에 대두된 '피의사실 공표' 논란

청와대·여당,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서 검찰 견제 ‘무기’ 삼아 ‘피의사실공표’는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 ‘뜨거운 감자’ 해외도 인권-알 권리 가운데 균형감각 잡으려 노력 | 오승주 기자 fair77@newspim.com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까도 까도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의혹. 양파껍질은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의혹이 줄을 잇고, 검찰이 사상 처음으로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칼을 빼들었지만 임명을 철회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자신들에 대한 지휘 감독 권한이 있는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임명 이전에 불거진 각종 의혹에 대해 전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을 상대로 ‘이 죄(罪)’를 들어 경고장을 날렸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 죄’에 대해 “검찰의 아주 오래된 적폐”라고 단정했다. 청문회장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에 생채기를 내기 위해 ‘이 죄’를 끊임없이 강조하며 조국에 대해 ‘결사옹위’에 나섰다. 검찰은 ‘이 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여당과 검찰이 맞붙은 ‘이 죄’는 과연 무엇일까. ‘피의사실공표’다. 청문회 뒤덮은 ‘피의사실공표’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세상이 요동쳤다. 그동안 ‘정의’를 부르짖으며 ‘개혁가’를 자처했던 조국은 딸의 입학비리 의혹과 10억원이 넘는 사모펀드 가입, 부친이 운영하던 웅동학원을 둘러싼 석연찮은 채권 채무 상속 등 논란에 ‘입정의’(입만 정의를 부르짖는 사람)라는 비판을 받았다. 각종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검찰이 전격 나섰다. 검찰은 조국의 딸 입시 의혹에 휩싸인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동양대, 사모펀드 연관 업체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압수수색을 펼쳐 증거 확보에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사 중인 사안을 검찰이 언론 등에 흘린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수사에 대해 ‘피의사실공표’를 들어 압박에 나섰다. 피의사실공표를 둘러싼 검찰과 여권의 갈등은 크게 4가지다. TV조선이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집무실 컴퓨터에서 “대통령 주치의 선정에 (자신이) 깊은 역할을 했다”는 내용의 문건이 나왔다고 보도한 것에 대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당의 반격이 시초다. 검찰은 조목조목 반박했다. 수사팀이 압수수색 장소를 빠져나간 다음 부산대 직원이 문을 열어줘 기자가 촬영한 것이라고 했다. TV조선도 압수수색이 종료된 뒤 부산의료원 측의 허가를 받아 해당 사무실에 들어가 켜져 있는 컴퓨터 바탕화면에서 해당 문건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또다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입수한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의 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고교 시절 영어 성적이 문제가 되자 공세를 취했다. 검찰이 흘릴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이번에는 이낙연 국무총리도 여당 편을 들며 거들었다. 하지만 청문회 날인 9월 6일 서울시교육청은 한영외고 교직원이 유출한 것으로 확인해 발표했다. 검찰이 2승째를 거둔 것이다. 이후 청문회에서도 공세는 끊이지 않고 지속됐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딸이 2007년 장영표 단국대 교수에게 보낸 논문 초안 파일의 속성 정보에 문서 생성자와 마지막으로 저장한 사람이 ‘조국’으로 기록돼 있다는 동아일보 보도가 도화선이 됐다. 이어 박지원 의원(무소속)이 공개한 동양대 총장 표창장 컬러본 사진도 논란이 됐다. 하지만 박 의원이 검찰로부터 입수한 사본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논문 초안 파일도 검찰이 강력 부인하면서 민주당의 작전은 머쓱한 상황에 처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야당과 검찰을 상대로 윽박지른 피의사실공표는 도대체 뭘까. 수사기관이 언론 등에 수사 중 사안을 알릴 경우 처벌하는 법 조항이다. 형법 제126조는 피의사실공표에 대해 이렇게 규정한다. ‘검찰, 경찰 기타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當)하여 지득(知得)한 피의사실을 공판 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다시 말해 검찰이 피의자에 대한 수사를 마치고 법원에 기소하기 전에 이뤄지는 모든 사건 진행이나 내용 등을 흘릴 경우 해당자를 처벌하는 조항이다. 개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됐다. 하지만 피의사실공표는 국민의 알 권리와 직접 충돌한다. 사회를 뒤흔든 주요 범죄나 정권 차원의 대형 비리가 발생해 경찰과 검찰 등이 수사에 나서도 ‘피의사실공표’를 앞세우면 국민은 ‘깜깜이’가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수사 과정을 공개한다면 곧바로 인권과 부딪힌다. 피의사실공표는 국민의 알 권리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피의사실공표와 인권의 충돌은 수사기관에도 고민이다. 대검찰청이 법조언론인클럽에 의뢰해 연구 분석한 정책연구(피의자의 인권과 알 권리의 조화 방안, 2007년 12월 28일, 연구자 정호원·이상호)에 따르면 재판이 열리기 전에 수사기관의 일방적 발표나 언론의 취재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보도되면 사건의 결말에 대해 대중들이 미리 견해를 형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 함께 법관에게도 부당한 심리적 압박을 가해 공정한 재판을 해칠 수 있으며, 심리 결과가 사전에 보도된 내용과 다르면 법관에게는 강하게 형성된 여론을 뒤집는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도 무시할 수 없다. 연구서에 따르면 알 권리는 헌법에는 열거돼 있지 않지만,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제10조)를 최대한 발현하기 위하여 반드시 필요한 기본 전제로 인정돼야 할 권리라는 것(헌법 제10조와 제37조 제1항 근거)이 학계의 다수설이다. 알 권리로부터 정보의 자유, 언론·출판의 자유, 정치적 자유, 기타 청구권적 기본권이 도출되기 때문에 알 권리는 ‘국민’만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국적에 관계없이 누릴 수 있는 포괄적인 권리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주류적인 헌법 해석이다. 법원에서는 알 권리에 대해 엄격하게 적용한다. 그러나 무조건 피의사실공표를 옹호하지는 않는다. 해당 상황 등에 따라 법 적용을 엄격히 하면서 균형점을 찾고 있다. 외국에서도 알 권리와 인권 사이 고민 연구서에 따르면 미국은 법무부의 미디어 매뉴얼에 기소된 피고인에 대한 사항들을 공표할 수는 있도록 했지만,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언급은 하지 못한다. 하지만 융통성은 있다. 많이 알려진 사건으로 법집행 당국이 적절한 조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또는 공공의 안전, 이익, 복지를 위해서 필요할 경우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도 언급하거나 확인해 줄 수 있다. 미국 법무부의 미디어 가이드라인에도 불구하고 연방검찰은 법원의 별도 명령이 없는 한 언론의 적법한 취재 노력(사진 취재, 녹화 및 녹음, 범죄현장 촬영 및 중계)은 막아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와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서다. 일본도 피의사실공표와 알 권리 사이에서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법무부가 법조언론인클럽에 의뢰해 제출한 ‘외국 사례를 통해 본 수사 상황 공개의 기준과 한계’ 보고서(2007년, 연구자 김승일·최형두·배혜림)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범죄 보도를 둘러싸고 수사기관과 언론 사이에 마찰이 빚어지고는 한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부 피의자에 대해서는 익명으로 보도하고 사생활 보도를 금지하는 등 인권 보호장치는 다양하게 마련해 놓고 있으나, 국민적 관심을 받는 중요 사건에서 보도지침이 유명무실해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일본은 형사법 체계에서 한국처럼 피의사실공표에 관한 조항은 없지만, 사법기자클럽과 검찰이 약속과 신뢰를 통해 인권과 피의사실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한다. 영국도 피의자 혹은 피고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조항이 있다. 크게는 인권법, 작게는 1981년 제정된 모욕죄와 1980년 제정된 치안법원법을 통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언론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을 때 피고의 전과 등과 관련한 정보를 실어 보도할 수 없다. 재판 과정에서 선입견이 생길 수 있다는 문제 때문이다. 국민의 알 권리는 정보공개법으로 보장한다. 2005년 1월 발효된 영국 정보공개법은 개인의 정보 접근에 대한 법적 권리를 보장한다. 언론은 정보공개법에 따라 알 권리를 실현하고 있다. 다만 정보 제공에 있어 다양한 예외가 있다. 절대적일 수도 있고, 조건이 따르는 것도 있다. 독일은 상대적으로 알 권리에 방점을 찍는 경향이 뚜렷하다. 독일 검찰청은 보도를 통해 피의사실을 공개했을 경우에 대비한 제재 조항을 마련하고 있지 않다. 검찰청이 보도 내용을 제한하는 일도, 엠바고를 어겼을 때 출입금지 등의 조치를 취하는 일도 없다. 다만 실명 보도는 언론도 신중한 편이다. 피의자의 이름이나 나이, 사진 등 신상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개인의 익명성에 대한 이익과 공공의 정보 이익 사이에서 독일의 판례는 사안의 중대성, 특별한 사정 등을 전제로 공공의 정보 이익을 인정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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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호

또 ‘안전 불감증’ 인재로 3명 목숨 앗아간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

| 박준형 기자 jun897@newspim.com | 정일구 사진기자 mironj19@newspim.com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펌프장 공사장 지하 터널에서 작업자 3명이 숨졌다. 이들은 기습적인 폭우로 수위가 높아지자 터널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들이닥친 빗물에 휩쓸려 사고를 당했다. 빗물펌프장 관리 책임이 있는 양천구와 시공사인 현대건설 간 소통 부재에 따른 안이한 대처는 물론 각종 안전관리 부실 정황이 드러나면서 이번 참사가 인재(人災)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해마다 인재로 결론 나는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종된 3명 모두 시신으로 발견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7월 31일 오전 7시 10분 목동의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 공사 현장에서 현대건설 협력업체 직원 구모(66) 씨와 미얀마 국적 A(24) 씨 등 2명이 빗물저류배수터널로 들어갔다. 일상적인 시설 점검 차원이었다. 이날 오전부터 양천구를 비롯한 서울에는 기습 폭우가 내리고 있었다. 오전 7시 30분 호우주의보가 발령됐고, 양천구는 오전 7시 38분 현대건설에 터널 수문 개방을 통보했다. 오전 7시 40분 양천구와 현대건설 측 관계자들이 통화하는 동안 저지수직구 수문이 자동으로 열렸고, 4분 후에는 고지수직구 수문도 개방되며 터널로 빗물이 유입됐다. 현대건설 직원 안모(30) 씨는 오전 7시 50분 구씨 등 작업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터널에 진입했다가 순식간에 들이닥친 빗물에 휩쓸렸다. 터널은 구조가 원통형이라 물이 들어찰 경우 사람이 피할 공간이 따로 없고, 구명조끼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도 없었다. 더욱이 구씨 등 3명은 여전히 터널에 있었지만 긴급 알림벨 등 외부에서 터널 내부와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서울 양천소방서는 오전 8시 24분 터널에 구씨 등 3명이 고립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실종자 수색작업에 착수했고, 소방당국은 오전 9시 32분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오전 10시 26분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씨가 구조돼 곧장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오전 11시 2분 끝내 숨졌다. 소방당국은 터널에 남은 안씨와 A씨 등 2명에 대한 수색작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고무보트와 잠수부는 물론, 시야 확보가 어려움에 따라 초음파 탐지장비(소나)까지 투입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현장에 소나기가 내리면서 수색작업이 중단되는 등 난항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구조대원들을 철수시키고 펌프를 통해 물을 빼낸 후 다시 구조대원들을 투입했다. 결국 다음날 오전 5시 42분과 47분에 입구에서 약 200m 들어간 지점에서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수습된 시신은 실종된 안씨와 A씨로 신원이 최종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신원 확인을 끝내고 시신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속속 드러나는 인재 정황...소통 부재가 원인 사고가 발생한 공사는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 일대 저지대 침수 피해를 막기 위해 지하에 배수 터널을 만드는 작업이다. 지하 45m 깊이, 총 3.6㎞ 길이의 이 터널은 수위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수문이 자동으로 열려 빗물을 흘려보내는 구조다. 현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갑자기 내린 폭우로 일정 수위를 넘어서면서 수문이 열린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당시 자동 개폐의 기준 수위를 평소보다 낮은 50%로 설정했다는 점이다. 빗물이 70% 찼을 때 수문이 열리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날은 빗물이 50%만 찼음에도 수문이 자동으로 열리면서 참사로 이어졌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정상 작동 중이라면 70%가 맞지만, 당시는 시운전 중이라 서울시와 양천구청이 협의해 수위를 조절하고 현장소장 측과 공유한다”며 “실제 비가 왔을 때 상황을 반복해서 개폐 작동을 하는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하기 2시간여 전인 오전 5시에는 양천구 일대에 많은 비가 예상된다는 기상청 예보가 있었다. 오전 7시 30분에는 호우주의보도 발령됐다. 7시 40분 수문이 개방되기 전에 터널에 있는 작업자들에게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측은 “항상 스크린에 기상청 홈페이지를 띄워 놓고 예보를 확인하고 있다”며 “작업자 2명을 투입했던 오전 7시 10분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장 소장 최모 씨는 “오전 7시에 확인했을 때는 인천, 강원, 경기에만 호우주의보가 발효된 상황이었다”며 “오전 7시 10분 전에는 비가 안 와 정상적으로 작업을 개시했다”고 했다. 무엇보다도 양천구와 현대건설이 소통 부재로 수문 개방을 제어하지 못하는 등 재난 방지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양측 모두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수문이 열리고 약 23분 후 터널 내 빗물유입수가 모두 찬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수문 개방은 자동개폐식이지만 수동으로 제어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장의 24시간 상황실에는 근무자가 없었고, 비밀번호마저 걸려 있어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했다. 양천구와 현대건설은 긴급한 위기 상황에서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23분이란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양천구 담당관의 전화를 받고 수문제어실로 이동했지만 이미 수문이 개방됐었다”며 “수문 개방에 대해 우리는 권한이 없다. 제어실 비밀번호도 몰랐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양천구청 관계자는 “현대건설에 수문 조작 권한이 없다는 말은 잘못 표현된 것 같아 수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설물이 준공돼 매뉴얼이 모두 우리에게 넘어왔을 때 양천구에서 운영·관리하게 된다”며 “현재는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양천구는 인수인계 사항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다. 아울러 경찰 조사 결과 당시 터널에서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통로를 현장 직원들이 직접 닫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구씨 등 3명이 고립된 이후인 오전 8시 15분쯤 현장 직원들이 감전 사고 예방과 전기제어실 배수펌프 보호 등을 이유로 방수문을 수동으로 닫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방수문은 수동으로 조작이 가능하며 내부에서 열 수 없도록 설계됐다. 현장 직원들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어떻게든 물살을 피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문을 닫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책임 전가 급급...“책임자 강력 처벌하라” 사고 이후에도 양천구와 현대건설은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양천구는 현대건설로부터 작업자가 터널에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면 수문 개방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천구청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양천구청에 요청을 하면 우리가 수문 제어를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현대건설은 무슨 작업을 하겠다고 우리에게 통보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사람이 터널 안에 있는지 없는지, 작업 여부 등은 시공사에서 판단하는 사항”이라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양천구와 현대건설이 책임을 전가하는 동안 유족들의 속은 타들어만 갔다. 사망자 가족 중 한 명은 “사고 발생 10시간 넘게 지나도록 구조에 대한 이야기는 안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유족은 “현대건설은 권한이 없다고 하고, 양천구는 책임이 없다고 한다. 그런 긴급 상황에서 판단은 누가 하는 것이냐”고 항의했다. 결국 시민사회단체가 나서 양천구청장을 고발하는 등 책임자 강력 처벌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냈다.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10개 단체는 지난 8월 2일 김수영 양천구청장과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 등 관계자 6명을 직무유기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는 “목동 빗물펌프장 참사는 서울시와 양천구청, 현대건설이 잘못해서 발생한 전형적인 인재”라며 “우리나라가 소 잃고 절대로 외양간 안 고치는 나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검찰과 경찰은 사고가 났다 하면 대부분의 경우 하청업체와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에게만 책임을 묻고 끝내 버린다”며 “양천경찰서는 서울시 책임자, 시공사인 현대건설 사장과 공사 책임자, 양천구청장과 관련 책임자를 구속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현장 전반 잘못된 시스템 개선해야” 서울 양천경찰서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전담수사팀은 사고 현장 CC(폐쇄회로)TV 영상을 분석하는 등 정확한 사고 경위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함께 사고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를 벌이는 등 안전관리 부실 여부, 주의의무 위반 여부 등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경찰은 이번 참사의 안전관리 책임을 규명하고 관계자 처벌에도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현재까지 이번 참사와 관련해 현대건설 관계자 2명, 감리단 관계자 1명, 협력업체 관계자 1명 등 총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또 양천구청과 서울시 공무원을 비롯한 관리감독 책임자들에 대한 조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입건되는 인원은 늘어날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은 수사 초기 단계”라면서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밝혀내는 것뿐만 아니라 관리 책임을 확실히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7명의 생명을 앗아갔던 지난 2013년 서울 동작구 ‘노량진 배수지 수몰 사고’, 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지난 7월 4일 서울 서초구 ‘잠원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에 이어 이번 참사까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책임자 처벌이라는 단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산업현장 전반에 만연한 잘못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박종일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사람이 한 번 넘어지면 개인의 실수지만, 계속해서 넘어진다면 도로가 잘못됐다고 봐야 한다”며 “사고가 터졌을 때 개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우리나라 산업현장 전반에 걸친 시스템을 개선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발주처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등 정책이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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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호

한·일 무역전쟁 동북아 안보지형 흔든다

| 채송무 기자 dedanhi@newspim.com 무역전쟁으로 번진 한·일 갈등이 1965년 이래 맺어온 양국 관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일각에선 그동안 동북아 균형추를 이뤘던 한·미·일 vs 북·중·러 구도에 미세한 금이 가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예컨대 한·일 관계가 등을 돌리면서 한·미·일 안보동맹도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최근 한·일 갈등은 과거사 문제에서 시작돼 양국 신뢰의 문제까지 이른 상태다. 더욱이 양국의 최고 지도자인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상대방을 향한 공격의 최일선에 나선 상황이어서 수습이 어렵다.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현재로선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일 양국이 모두 상처 입는 경제전쟁은 경제를 넘어 안보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폐기를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한·미·일 공조체제가 사실상 와해될 수도 있다. 한·일 군사정보 교류가 막히게 되면 양국의 안보협력은 깨질 수밖에 없다. 반면 북·중·러 동맹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어 우려된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사상 처음으로 동해상에서 연합 초계비행을 하는 등 미국에 맞선 안보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형국이다. 흔들리는 한·미·일 vs 결속하는 북·중·러 미국은 전통적으로 동북아 지역에서 동맹 연합을 통해 러시아와 중국, 즉 사회주의 세력의 남하를 저지해 왔다. 이 같은 전략의 기본 구도는 소련연방 해체 이후에도 호주, 인도, 일본, 한국을 잇는 연합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바뀌어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한·일 갈등의 심화는 전통적 구도인 한·미·일 협력이 해체될 수 있는 사안으로 비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일 갈등과 달리 현재의 한·일 무역전쟁은 감정적 골이 깊어져 불신의 문제까지 갔다는 점에서 회복이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거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꼽히는 미국의 중재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통적 동맹 구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이 유지되면 동북아 구도가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의 분리 운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일본의 무력을 강화시켜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을 구사하면, 이를 용인할 수 없는 한국은 더욱 한·미·일 연합 구도에서 멀어질 수 있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한·일이 지금 총력전 구도인데, 한·일 관계가 1965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한·미·일 연합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데다 일본 역시 언제까지 미국에 안보 의존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있어서 미국의 중재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지금은 한국과 일본 모두 한·일 안보협력을 중요하게 보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도 한·미·일 협력구도를 중시하지 않는다”며 “이 상태로 가면 한미동맹, 미일동맹의 분리 형태가 될 수 있는데, 현재 중·러 협력이 남중국해 등을 넘어 극동 지역까지 확대되는 상황에서 일본의 역할이 더 부각되면 한국은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계했다. 美 중재로 관계 복원 가능성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의 적극적 중재,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도발 재개 등을 계기로 한·미·일 협력이 복원될 가능성도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별개로 행정부 등 미국 사회는 한·미·일 연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어, 미국이 결국 한·미·일 안보 협력 유지를 위해 나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한·미·일로 연결되는 안보 협력이 약화되는 쪽으로 가고 있는데, 이는 한반도 유사 시 주일미군 병력이 후방기지 전력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에 불편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결국 미국이 중재에 나설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 센터장은 “트럼프 시대 동맹 개념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약화됐지만, 미국이 동맹이라는 큰 틀을 훼손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을 향해 무역 압박을 가하면서 일본을 향해 규제하지 말라고 하기는 어렵겠지만, 안보까지 이 문제가 이어지지는 않아야 한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강 부원장 역시 “최종 결정권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에 관심이 없지만, 미 행정부는 한·미·일 협력관계를 강조하고 있다”면서 “어떤 물밑 접촉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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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호

'희대의 살인' 고유정 범죄의 재구성

| 박준형 기자 jun897@newspim.com | 이형석 사진기자 leehs@newspim.com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훼손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고유정(36)의 잔혹한 범행 수법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하고 수면제 성분인 졸피뎀을 사용하는 등 계획된 범죄 정황이 밝혀졌지만, 고유정은 여전히 우발적 범행이었다고 주장하는 등 형량을 낮추기 위한 고도의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의혹이 가득한 의붓아들 사망 사건까지 고유정의 범행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범행 도구 89점에 졸피뎀까지...계획적 범행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고유정의 전 남편 강모(36) 씨는 지난 5월 25일 아들(5)을 만나기 위해 제주에 있는 집을 나섰다. 2017년 고유정과 이혼한 후 양육권을 이유로 아들을 만나지 못했던 강씨가 소송 끝에 면접교섭권을 얻어 아들을 볼 수 있게 된 날이었다. 2년 만에 아들을 만날 생각에 들뜬 강씨는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제주에서 서귀포 모 테마파크로 향하던 강씨의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에는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에 아들의 이름을 넣어 개사해 부르던 강씨의 목소리가 녹음돼 있었다.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세 사람은 서귀포 시내 모 마트에 들러 장을 봤고, 이후 고유정이 미리 예약한 제주 조천읍 모 펜션으로 향했다. 강씨의 차량은 마트 주차장에 세워둔 채 고유정의 차량으로 함께 이동했다. 고유정이 예약한 펜션은 무인 펜션으로, 주변에 인적이 드물고 CC(폐쇄회로)TV도 없었다. 세 사람은 오후 7시쯤 저녁식사를 했다. 고유정이 직접 카레라이스를 만들었으며 이때 고유정이 강씨의 음식과 음료에 졸피뎀을 넣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고유정은 지난 5월 17일 주거지에서 20㎞ 정도 떨어진 충북 모 병원에서 졸피뎀을 처방받고 인근 약국에서 구매했다. 강씨는 키 182㎝, 몸무게 80㎏의 건장한 체격이다. 키 160㎝ 내외의 고유정이 강씨를 제압할 수 있었던 것은 졸피뎀 덕분으로 보인다. 오후 8시에서 오후 9시 16분 사이 강씨의 정신이 몽롱해지자 고유정은 흉기로 강씨를 찔렀다. 오후 9시 16분쯤 강씨가 동생의 전화를 받지 못했고, 이후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었던 점으로 미뤄 경찰은 범행 시각을 추정했다. 당시 아들은 펜션의 다른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아들은 고유정의 범행을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현장에는 강씨가 피를 흘리며 주방을 거쳐 출입문 쪽으로 기어간 혈흔이 남아 있었다. 박기남 제주 동부경찰서장은 “살해 현장에 있는 혈흔의 양과 흩어진 방향 등을 분석한 결과 고유정이 흉기로 최소 3회 이상 공격해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몸싸움 흔적도 없어 피해자가 일시적으로 공격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고유정은 범행 3일 전인 5월 22일 제주 시내 모 마트에서 표백제와 수관세정제, 박스테이프, 드라이버 등 흉기 및 청소도구를 구매하는 등 치밀한 계획 아래 범죄를 저질렀다. 강씨의 DNA가 나온 흉기 등 증거물만 89점에 달한다. 면접교섭권 소송 다음날인 5월 10일 이후에는 휴대전화와 인터넷에서 ‘니코틴 치사량’, ‘살인도구’, ‘시신 유기 방법’ 등 범행 관련 단어를 집중적으로 검색했다. 이튿날 고유정은 강씨의 시신을 훼손했다. 오전 11시쯤 고유정은 아들을 제주 친정집에 데려다준 뒤 다시 펜션으로 향했다. 낮 12시 30분쯤 펜션에 돌아온 고유정은 시신을 본격적으로 훼손했다. 혈흔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사다리와 방수복, 커버, 테이프 등도 준비했다. 다음날 오전 11시쯤 고유정은 종이상자 등을 들고 펜션을 퇴실한 뒤 인근 쓰레기분류장에 종량제봉투 4개를 버렸다. 이후 시내 모 병원을 찾아간 고유정은 다친 손을 치료받았다. 고유정은 “전 남편이 성폭행하려 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라며 구속 후 법원에 증거보존 신청을 했다. 더구나 고유정은 오후 4시 50분쯤 강씨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휴대전화로 ‘(성폭행 사실을) 고소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조작 문자까지 보냈다. 하루 뒤인 5월 28일 오후 3시 30분쯤 고유정은 범행도구를 구입했던 마트를 다시 찾아 남은 표백제와 테이프, 청소도구 등을 환불했다. 오후 6시쯤에는 다른 마트에서 비닐장갑, 향수, 종량제봉투 30장, 여행용 가방 등을 구입했다. 이어 오후 8시 30분쯤 고유정은 훼손한 시신이 든 캐리어를 차량에 싣고 전남 완도행 여객선에 올랐다. 오후 9시 30분쯤 고유정은 선상에서 시신이 담긴 것으로 추정되는 봉투를 바다에 유기했다. 오후 11시쯤 완도에 도착한 고유정은 차량을 몰고 경기 김포시 아버지 소유의 아파트로 향했다. 다음날 오전 4시쯤 도착한 고유정은 또다시 강씨 시신을 훼손했다. 고유정은 사다리와 방진복을 구입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했으며, 사전에 주문한 전기톱도 도착한 상태였다. 이어 5월 30일 오전 7시 10분쯤 고유정은 아파트 인근에서 범행 도구를 버렸다. 추가로 훼손한 시신은 종량제봉투에 넣어 이날 오후 11시와 다음날 오전 3시쯤 두 차례에 걸쳐 아파트 내 쓰레기분리수거장에 버렸다. 이후 고유정은 오전 4시쯤 충북 청주에 있는 자택으로 돌아갔다. 시신 없는 사건...“우발적 범행” 주장 되풀이 고유정이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강씨 가족은 강씨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의아했다. 강씨가 고유정과 아들을 만나러 간 이후 오랫동안 휴대전화가 꺼져 있자 강씨 가족은 직접 강씨를 찾으러 나섰고, 결국 5월 27일 오후 파출소에 실종신고를 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이 고유정을 찾은 것은 사건 발생 1주일이 지난 6월 1일. 경찰은 이날 청주 자택에 있던 고유정을 살인 등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현장에서는 범행 도구와 강씨 혈흔이 묻은 이불 등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 결과 고유정의 잔혹한 범행 수법이 드러났다. 하지만 고유정이 시신 훼손·유기 혐의에 대해서만 인정할 뿐, 계획된 범행이라는 점과 졸피뎀 투약 사실을 부인하면서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혀지지 않았다. 고유정은 경찰과 검찰에서 “전 남편이 성폭행하려 해 이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유정은 검찰에 송치된 후에도 범행 동기와 시신 유기 장소 등에 대해 진술을 거부했다. 진술 거부로 일관하다가 이후에는 “기억이 정리되지 않아 진술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씨의 시신도 발견되지 않고 있다. 제주 동부경찰서와 완도해양경찰서는 고유정이 강씨 시신을 훼손·유기한 곳으로 추정되는 전남 완도와 경기 김포를 중심으로 수색을 벌이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그간 뼈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DNA 감정을 의뢰한 적은 있으나 모두 동물 뼈로 판명 났다. 범행 장소에서 수거한 머리카락 56수에 대해서도 국과수 감정을 의뢰했지만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에 검찰은 수사기간을 연장하면서 보강수사를 벌였지만, 결국 시신을 찾지 못한 채 범행 37일 만인 7월 1일 살인 및 사체 손괴, 은닉 3가지 혐의로 고유정을 구속 기소했다. 시신을 찾지 못하면서 사체 유기 혐의는 빠졌다. 고유정의 계획적 단독범행으로 결론 내린 경찰과 검찰은 지금까지 밝혀낸 증거들로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범행 동기도 현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 대한 우려와 전 남편 사이의 아들 양육 문제 등이 범행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질 경우 최종 형량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고유정은 성폭행을 피하기 위한 우발적 범행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오른손을 다쳤다며 증거보전 신청을 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태도를 보이고 있다. 모두 자신의 범행에 대해 정상참작을 받아 형량을 줄이겠다는 의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img4 의붓아들 사망 사건 재조명...재판에 영향 끼칠까? 이번 사건으로 3개월 전 발생한 고유정의 의붓아들 사망 사건도 재조명됐다. A(4)군은 3월 2일 오전 10시쯤 고유정의 현 남편 B(37)씨와 함께 살던 충북 청주시 모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군은 전날 B씨와 같은 방에서 잠이 들었으며, 안방에서 따로 자고 있던 고유정은 숨진 A군을 발견한 B씨의 비명을 듣고 119에 신고했다. A군은 B씨와 전 부인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제주 친가에서 지내던 A군은 고유정 부부와 함께 살기 위해 2월 28일 청주에 왔다가 이틀 만에 숨졌다. 당초 A군 사망원인은 질식사로 추정됐다. 정확한 사인은 특정되지 않았으나 국과수는 부검 결과 ‘질식사 추정’이라는 소견을 내놨으며 약물이나 독극물도 검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청주 상당경찰서는 고유정이 전 남편 살인 사건으로 붙잡히자 A군 사망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B씨는 6월 13일 고유정이 A군을 죽인 정황이 있다는 취지로 제주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B씨는 고소장에서 “아들이 숨진 날 고유정이 태연히 외출 준비를 마친 점, 아이의 피가 묻은 전기매트랑 매트리스를 모두 치운 점 등으로 미루어 고유정이 아들을 살해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최근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고유정이 아이가 숨지기 전날인 3월 1일 저녁 전 남편 살해 당시에도 먹였던 카레를 우리에게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건 초기부터 수사를 진행해 온 청주 상당경찰서에 사건을 이관했다. 경찰은 A군이 잠든 후부터 숨진 채 발견될 때까지 고유정의 행적 등을 조사하고 있다. 당시 고유정은 감기를 이유로 다른 방에서 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고유정의 휴대전화,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디지털 포렌식 기법으로 분석하고 A군에 대한 약물 투약 여부, 처방 내역 등도 분석했다. 다만 현재까지 고유정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어떤 증거도 없는 상황이다. 고유정을 상대로 한 대면 조사에서도 별다른 성과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A군 사망 사건 수사는 고유정이 저지른 일련의 범행 동기와 계획성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물론, 최종 형량을 결정하는 데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유정의 혐의점이 발견돼 추가 기소될 경우 경합범(확정 재판을 받지 않은 여러 범죄 또는 판결이 확정된 죄와 판결확정 전에 범한 죄)으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이 큰 가운데 병합심리를 받는 것이 형량 측면에서 고유정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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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호

늪에 빠진 한국경제...10조+알파로 투자의욕 높인다

활력제고·체질개선·포용강화 등 3대 방향 투자 지원 등 10대 중점과제 추진 투자세액공제 등 세제지원 강화 | 김홍군 기자 kiluk@newspim.com | 이형석 사진기자 leehs@newspim.com 정부가 민간과 공공 부문의 투자를 유도해 경제 활력을 높이기로 했다. 미·중 무역전쟁과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 수출 침체 등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이기 위해서는 세제 지원 카드를 꺼냈다. 경제성장률, 수출, 경상수지 등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은 낮춰 잡았다. 정부는 지난 7월 3일 서울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활력대책회의를 개최하고, ‘2019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확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홍 부총리,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김상조 정책실장, 이호승 경제수석 등 청와대 경제팀도 함께했다. 정부는 활력 제고, 체질 개선, 포용 강화 등을 3대 정책방향으로 제시하고 10대 중점과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10대 과제는 10조원+α 투자 프로젝트, 규제샌드박스 창출 및 확산, 업종별 제조업 전략 수립 및 4대 선도 신산업 추가 발굴, 서비스산업 육성, 수출금융 지원 강화 및 수출시장구조 혁신, 최저임금 및 주52시간제 보완, 취약계층 일자리사업 확대, 혁신형 사회적 경제모델 발굴, 인구정책TF과제 추진 및 중장기 심층전략 수립, 대내외 리스크 관리 등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점차 확대되는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활력 보강에 최대 방점을 뒀다”며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경제체질 개선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포용성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 복합테마파크·롯데 HPC 조기착공 지원 정부는 민간·공공 부문의 투자 여력을 끌어올려 10조원+α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 내기로 했다. 민간 부문에서는 화성 복합테마파크(4.6조원), 대산산업단지 HPC공장(2.7조원), 양재동 R&D캠퍼스(0.5조원), 수도권 MICE 건립 등 8조원 규모의 기업 투자 프로젝트가 대상이다. 신세계가 주도하는 화성 복합테마파크의 경우 신안선 테마파크 역사 개설과 인허가를 지원해 조기 착공이 이뤄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올 12월까지 개발계획 변경을 마무리하고, 2021년까지 인허가를 완료한다는 목표다. 롯데케미칼의 대산 HPC공장은 부족한 공업용수 확대 방안을 마련해 올 하반기 착공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양재동 R&D캠퍼스는 기존 양곡도매시장 이전 부지를 확보하는 데 주력한다. 수도권 마이스(MICE) 건립을 위해서는 경제성 검토 등 관련 절차를 빨리 마무리해 조기 착공을 유도하기로 했다. MICE는 회의(Meeting), 인센티브 관광(Incentive tour),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Exhibition) 등이 결합한 복합공간으로서 서울 잠실과 경기도 일산 등이 후보지로 거론된다. 이 밖에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3.7조원), 용인 반도체특화클러스터(1.6조원), 포항 영일만공장 증설(1.5조원) 등 기존 대규모 민간투자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인허가 절차가 조기 완료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공공 부문에서는 공공주택,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등 2020년 이후 계획을 앞당겨 1조원 이상 투자를 확대하고, 항만배후단지 등 민간투자사업도 조기 착공을 추진한다. 세제지원 3종카드 투입...투자의욕 ‘충전’ 정부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높이기 위한 인센티브 카드도 꺼냈다. 먼저 빠른 시일 내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기업의 생산성 향상 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2배로 확대한다. 대기업(1%→2%), 중견기업(3%→5%), 중소기업(7%→10%) 등 전체 기업이 대상으로, 기업들의 세수 절감 규모는 53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생산성 향상 시설에 대한 기업의 투자는 대기업이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 시설과 안전 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 적용도 확대된다. 생산성 향상 시설의 경우 물류산업 첨단시설과 의약품 제조 첨단시설이, 안전 시설은 송유관 및 열수송관, LPG시설, 위험물시설 등이 추가된다. 투자세액공제 일몰은 올해 말에서 2021년 말까지 1년 연장된다. 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가속상각제도 한시적으로 확대 운용된다. 가속상각제는 기계와 같은 내구생산재의 내용연수를 평가할 때 상각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예를 들어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 기계를 5년으로 상각하게 하는 방식이다. @img4 대기업의 경우 현행 혁신성장 투자자산(R&D 시설, 신사업화 시설)에 대해 가속상각 50%가 허용된다. 여기에 생산성 향상 시설과 에너지 절약 시설도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추가된다. 중소·중견기업은 현행 사업용 자산에 대해 50%만 허용됐던 가속상각 허용 한도가 올해 말까지 75%로 확대된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가속상각 특례 일몰도 당초 올해 말에서 내년 6월 말까지 연장된다. 정부는 또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신산업 분야에 대한 대출보증 규모를 당초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증액키로 했다. 유턴기업 대상 업종에 지식서비스업을 추가하고 해외사업장 생산량 축소 기준을 50% 이상에서 25% 이상으로 낮추는 등 유턴기업 유치에도 공을 들이기로 했다. 소비관광 활성화 등 내수 활력 제고를 위해서는 15년 이상 노후차 신차 교체 시 개별소비세 인하(5%→1.05%), 내국인에 대한 시내 및 출국장 면세점 구매한도 상향(3000→5000달러), SRT 7일 프리패스 신설 등을 추진한다. @img5 경제성장률 0.2%p 하향...추경 늦어지면 더 하락 정부가 성장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각종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 전망에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2.4~2.5%로 제시했다. 지난해 12월 제시했던 목표치(2.6~2.7%)를 0.2%p 낮춘 것으로, 미·중 무역갈등 및 반도체 업황 부진 등 악화된 대외 여건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비공식 자리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4~2.5%로 제시했지만 2.5%보다는 2.4%가 현실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수출 전망은 3.1% 증가에서 5.0% 감소로,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40억달러에서 605억달러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에서 0.9%로 낮췄다. 취업자 증가 규모만 15만명에서 20만명으로 늘었다. 일본의 수출 규제도 한국 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다. 홍 부총리는 “미·중 무역전쟁보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우리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의 실행력과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182건에 달하는 과제를 담은 정책 캘린더를 만들어 중점 관리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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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호

막말정국 속 칭찬 릴레이 나선 정치권

| 김선엽 기자 sunup@newspim.com |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 | 김준희 기자 sunup@newspim.com ‘막말’이란 유령이 국회 안을 떠돌고 있다. 자극적 어휘와 대중적 인지도가 정비례한다고 믿기 때문일까. 정치인들이 뱉어 낸 거친 언어가 뉴스 헤드라인을 도배한다. 어디 정치인뿐인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뉴스 댓글창도 이미 욕설과 조롱으로 도배된 지 오래다. 정치 기사에 대한 댓글은 더 심하다. 기사 내용과 무관하게 대부분의 추천 댓글은 정치인에 대한 비아냥과 멸시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실제 인터넷에 댓글을 다는 이용자는 전체 이용자의 5%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극소수가 다수인 양 비춰지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일부 국회의원들이 칭찬 릴레이에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뉴스핌이 ‘대한민국의 꿈 Do Dream’이란 주제로 진행하는 칭찬 동영상 인터뷰가 그것이다. 기존 미디어를 통해 정치인을 접하면, 대부분 국회의원은 일도 안 하면서 자기 잇속만 채우는 듯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들을 위해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는 의원도 적지 않다. 더 많은 유권자를 만나 귀를 기울여야 하고, 가능한 한 많은 민원을 해결해야 한다.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정치인의 숙명이기도 하다. 이인영, 숙적 나경원 향해 “따뜻한 심성” 뉴스핌이 지난 6월 초부터 칭찬 릴레이 동영상을 시작했다. 첫 주자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다. 당시 국회는 여야의 대립이 최고조에 이르면서 국회 정상화가 요원하던 시기다. 이 원내대표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하루가 멀다 하고 으르렁댔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되겠다”(5월 8일 나경원 원내대표)의 포부는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이 원내대표는 나 원내대표에 대한 숨은 애정과 기대를 조금씩 드러냈다. 뉴스핌과 만난 이 원내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저보다는 국회에 있었던 시간이 더 많은데 나 원내대표가 정치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합리적인 보수정치의 길을 갈 수 있고, 저런 분이 보수정치의 미래가 돼야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실제로 응원했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고 패럴림픽이 진행될 때 그 공연에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무대에 올라서는 경우가 있었는데, (나 원내대표가) 장애를 가진 친구들의 잠자리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면서 잘 자는지 찾아봐 주고 또 보살펴 줬다”고 덧붙였다. 이 원내대표는 또한 “나경원 원내대표의 그런 모습을 누군가에게 전해 들었다. 마음속에 따뜻한 심성이 있고 어쩌면 저게 나경원 원내대표의 본모습일 수도 있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런 나경원 원내대표의 모습, 이런 것들을 저 역시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응원했다. 나경원, “이인영은 소주 한잔 하고 싶은 사람” 이인영 원내대표의 칭찬에 고무된 것일까. 나 원내대표도 바로 맞장구를 쳤다. “이인영 원내대표, 눈이 참 맑아요. 맑은 사람이고 순수한 분이에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고기 구워 먹으면서 소주 한잔 하고 싶은 사람입니다.” 또 나 원내대표는 “동료 국회의원으로서는 좋아하는데 양당의 원내대표를 맡고 있다 보니, 지금 정치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 어떠한 가치로 접근하는 것이 맞는지, 정책이 맞는지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아주 치열한 논쟁을 한다”고 전했다. 나 원내대표는 “우리 둘 다 너무 밀고 당기고 하지 말자, 이렇게 정리하려고 했는데 외생변수가 생겨 걱정”이라면서도 “생각과 이념의 차이는 있지만 굉장히 순수한 분이라는 점에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둘의 교감이 통했던 것일까. 지난 6월 말 여야 3당은 결국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민주당 이재정, “홍철호는 유머 있는 정치인” 다음 바통은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이어받았다. 그는 의외로 홍철호 한국당 의원을 꼽았다. 홍 의원은 여야 대립이 격화됐던 패스트트랙 법안 지정 과정에서 한국당의 ‘행동대장’을 자처했던 인물이다.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의 ‘입’인 대변인을 맡고 있다. 상대편 행동대장을 칭찬한 것이다. @img4 뉴스핌과 만난 이 의원은 홍 의원을 “유머가 사라지지 않는 정치를 하고 계신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잘 싸워서 각을 드러내고 치열한 토론 끝에 타협하는 게 국회가 해야 할 역할”이라며 “그 가운데 안 친해 보이는 듯하지만 인간적인 매력을 닮고 싶다고 생각한 분이 여러 분 있다. 그중 한 분이 홍철호 의원님”이라고 지목했다. 이 의원은 또 “한국 정치가 워낙 굴곡진 역사 안에 있다 보니 무겁다”며 “홍 의원님은 유머가 사라지지 않는 협상장, 상임위장을 만들어 줬다”고 말했다. 이 의원과 홍 의원은 20대 국회 전반기에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 의원은 이어 “유머가 있는 정치라고 하면 보통 미국이나 외국 사례를 들기 마련인데 어떤 때는 웃으면서도 뼈를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며 “나는 우리 정치가 유머가 있는, 지금보다 체급이 조금 가벼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김광림 “김진표, 차기 총리감” 여야 경제통 사이에서도 훈훈한 얘기가 오갔다. 김광림 한국당 의원은 김진표 의원을 최고의 경제통 의원으로 꼽았다. 둘은 행정고시 1년 선후배 사이다. 게다가 재정경제원(현 기획재정부)에서 함께 일해온 데다 지금은 정치인의 길을 같이 걷고 있다. 30년 가까이 오랜 기간 김진표 의원을 지근거리에서 본 김광림 의원은 그를 ‘좀처럼 화내지 않는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img5 그래서인지 과거 김진표 의원이 조세정책과장을, 김광림 의원이 예산정책과장을 할 때에도 둘은 사이가 유독 좋았다. (통상 돈을 걷는 조세정책과장과 돈을 쓰는 예산정책과장은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한다.) 정치적 노선은 다르지만 김광림 의원은 과감하게 김진표 의원을 ‘차기 총리’로도 손색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력이나 성품으로 보면 대통령의 국정철학에 대해 이해도 하면서 현실과 조화시켜 나가는 데는 좋은 분”이라며 “특정 정당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 일하셔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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