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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유통의 ‘판’이 바뀐다

온라인쇼핑, 2015년 50조원서 3년 만에 100조원대...유통 40% 점유 스마트폰 인공지능 첨단기술 도입에다 2030세대 소비시장 본격 유입 대형업체 뛰어드는 e커머스, ‘출혈경쟁-만성적자’ 쉽지 않은 전쟁터 | 박준호 기자 jun@newspim.com 소비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쇼핑을 위해 거리로 나가지 않는다. 대신 출근길 버스에서 주말에 입을 옷을 사고, 퇴근 후엔 침대에 누워 내일 아침 먹거리를 주문한다. 이들은 쇼핑을 손가락으로 해결한다. 물류 기술의 발달로 빠른 배송 시스템이 보편화하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 바야흐로 ‘엄지쇼핑족’의 시대다. 온라인으로의 소비 이전은 유통업계의 헤게모니도 빠르게 변화시켰다. 수십년간 국내 유통산업을 주도해온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전통 채널은 온라인에 잠식당해 구조적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매년 늘어나는 인건비와 오프라인 유통 업태를 겨냥한 정부의 영업 규제도 전통적 소매업의 몰락을 가속화했다. 반면 온라인쇼핑 시장의 성장세는 매섭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22.6% 늘어난 111조8939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2015년 50조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3년 만에 똑같은 크기의 시장이 하나 더 생겨난 셈이다. 올해에는 온라인쇼핑 시장의 규모가 약 1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할인점 같은 오프라인 채널 대부분이 성장률이 정체되거나 역성장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비의 무게추도 확연히 옮겨갔다. 국내 유통업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 27.8%에서 지난해 37.9%까지 치솟았다. 올해 3월에는 매출구성비가 41%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구성비는 각각 18.6%, 22.0%에 그쳤다. 대형마트의 경우 5년 새 매출 비중이 6.4%포인트나 줄며 온라인과 격차가 커졌다. 온라인은 뛰는데 오프라인은 뒷걸음질이다. 지난해 온라인 매출 신장률(15.9%)은 오프라인(1.9%)의 8배가 넘는다. 이마저도 편의점을 제외하면 대형마트는 오히려 2.3% 역신장했다. 온라인과 경쟁이 가장 치열한 채널인 대형마트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형국이다. e커머스의 독주...대형 유통업체 설 땅이 없다 이 같은 유통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쇼핑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 수준이다. 매년 20%씩 성장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오는 2023년쯤 전체 소매시장의 절반에 육박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100만원을 쓰면 50만원은 온라인에서 쓴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온라인쇼핑(103)은 기준치를 넘어 긍정적 전망이 우세한 반면, 대형마트(92)·백화점(89)·슈퍼마켓(82)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채널은 상대적으로 부정적 전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와 소비 양극화 등 거시적 여건뿐 아니라 소비 패턴의 변화, 온라인 채널의 침투 등 구조적인 수요 감소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결국 오프라인은 점차 온라인 채널로 대체되며, 오프라인 내에서도 백화점·할인점과 같은 전통 채널의 입지는 줄고 면세점·편의점 등 신흥 채널은 성장한다. 올해도 온라인 사업자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차별화 전략에 따라 온라인으로의 소비 이전은 지속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같은 유통 헤게모니의 이동을 초래했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우선 주 소비층이 달라졌다.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에서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로 이어지는 2030세대가 소비시장에 본격 유입되면서 스마트 컨슈머 집단이 형성됐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온라인에 친숙한 세대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하기보다는 편리성과 가성비 등을 고려해 모든 것을 온라인에서 해결하려는 습성이 강하다. 1인가구의 증가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 성장 기회를 제공했다. 사업자의 증가도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존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 쿠팡 등 전통 e커머스 업체뿐 아니라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신세계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여기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기반 플랫폼 커머스도 가세해 온라인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첨단기술 발전, 대형마트엔 악몽 e커머스엔 기회 무엇보다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사업 환경의 변화가 유통업계의 운명을 가른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지난 2000년 태동한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초기 2조원대 규모에서 지난해 110조원대로 연평균 25.9%씩 급성장해 왔다. 이 같은 성장세는 ICT의 발달과 그 궤를 같이한다.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인터넷쇼핑이 성장했고, 케이블TV 보급이 늘며 TV 홈쇼핑 시장이 확대됐다. 2012년에는 T커머스, 2014년부터는 모바일쇼핑이 ICT 발전의 수혜를 보며 소매시장에 빠르게 침투했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률 확대와 결제수단 다양화는 e커머스 시장에 날개를 달아줬다. 지난해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68조8706억원으로 전년 대비 31.7% 증가했다.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17.0%에서 지난해 61.5%로 확대됐다. 2010년 전후로 시작된 스마트폰 확산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모바일쇼핑은 어느덧 온라인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채널로 거듭났다. 온라인상 모든 거래를 모바일로 하는 시대도 멀지 않다. 여기에 인공지능, 5G, VR·AR 등 e커머스의 성장을 재촉하는 신기술도 잇달아 쏟아졌다. 이 같은 ICT 발전으로 기존의 전통적인 유통 밸류체인은 파괴되고 시장은 빠르게 재구성됐다. 오프라인 할인점의 마지막 경쟁력이었던 신선식품마저도 온라인 구매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수산물의 온라인 거래액은 2조87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e커머스 업체들의 신선식품 유통 노하우도 좋아졌고 당일 배송 시스템도 잘 갖췄다. 대형마트 큰손인 주부 고객층이 온라인으로 급속히 이탈해 나간 배경이다. 정부의 각종 노동 정책도 특히 대형마트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수익성 감소는 물론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일선 매장의 영업시간 단축으로 기존점 매출마저 줄어들었다. 정부의 영업 및 출점 제한 등 각종 규제 정책도 대형마트 업황 하락의 주된 요인이다. 특히 2012년부터 시행된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제는 하락세를 더욱 부추겼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업을 강제한 지 7년이 지났지만, 기대했던 전통시장 활성화 대신 온라인쇼핑 업체들의 반사이익 효과를 불러왔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일요일이면 소비자들은 시장을 찾는 대신 스마트폰을 켜서 생필품을 구매한다. 결국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유통 대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온라인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올해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통합법인을 새롭게 출범했고, 롯데그룹 역시 e커머스 사업부 투자를 본격화했다. @img4 유통 공룡도 뛰어든다... 출혈경쟁 불가피 온라인의 중요성을 외치면서도 행동은 다소 소극적이던 과거 모습과는 사뭇 다른 위기감이 느껴진다. 신세계는 할인점과 백화점의 온라인 사업부를 따로 분리한 데 이어 1조원 규모의 외부 투자까지 유치했다. 롯데 역시 그룹 내 유통 7개사 통합 플랫폼 구축에 3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e커머스 시장은 쉬운 싸움터가 아니다. 기존 온라인 플레이어들의 공격적 행보도 만만치 않은 데다 출혈 경쟁으로 인해 돈을 버는 업체가 손에 꼽히는 적자 구조의 시장이다. 유통업체와 소비자 간의 정보 격차가 크게 줄어든 시장 구조 특성상 지배적 사업자가 되더라도 오프라인에서 기록하던 높은 수익성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다간 결국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유통 대기업들 사이에 팽배하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12년 이후 소매시장 성장률은 GDP 성장률을 하회하고 있고, 업태별 성장률도 대형마트·백화점·슈퍼마켓 등 대부분이 정체되거나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저성장 구조의 고착화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고령화 가속화 등에 따라 국내 전체 소매유통시장 규모는 장기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소비패턴 변화로 규모의 경제를 받치던 대규모 점포망도 무용지물이 됐다. 중기적으로 제한된 소매유통시장 성장 속에서 민간 소비의 증가분을 e커머스 채널이 독식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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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피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 조용준 편집위원 digibobos@newspim.com 1837년 1월 27일 오후. 푸시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 1799~1837)은 오랜 버릇대로 네프스키(Nevsky) 거리 18번지에 있는 단골 ‘문학 카페(Literaturnoye Kafe)’에 들렀다. 문학과 예술, 삶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누던 동지이자 친구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추운 겨울날씨이었음에도 그의 목은 자꾸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는 따뜻한 홍차 대신 차가운 레모네이드를 시켰다. 그가 앉은 2층 창가 자리 아래로 모이카(Moyka) 강이 내려다보였다. 강이라기보다는 좁은 운하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했다. 그 건너편 아래쪽으로 ‘그리스도 부활 성당(Cathedral of the Resurrection of Christ)’, 일명 ‘피의 사원’이 보였다. 러시아 알렉산드르 2세(알렉산드르 니콜라예비치 로마노프, 1818~1881)는 조선의 정조와 같았다. 정조(1752~1800)가 노비도 백성이며, 노비들을 해방시킴으로써 조선의 국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근대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그 역시 농노제 폐지에 앞장섰다. 알렉산드르 2세는 마침내 1861년 농노제를 폐지함으로써 4000만명의 농노가 자유로운 몸이 됐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법적 조처’였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에 대한 일대 개혁에 나섰다. 지주들에게 일임되던 지방 행정은 지주, 농민공동체, 도시민 세 계층이 모두 대의원으로 참여했다. 새로 개편된 법원은 ‘만인에게 평등한 법’이라는 이상을 실천해야 했고, 귀족도 군대에 가야 했다. 그러나 이는 그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추진한 개혁이었다. 보수 반동의 반발에 그는 여러 차례 암살 위기를 넘겼고, 그가 가는 곳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1881년 3월 13일 그의 마차에 폭탄이 다시 날아들었다. 프랑스 나폴레옹 3세가 선물한 방탄 마차 덕에 호위병과 마부만 다치고 황제는 무사했다. 그러나 그가 다친 호위병들을 살피러 마차 밖으로 나오는 순간 두 번째 폭탄이 터졌고, 황제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성당에 어울리지 않게 ‘피의 사원’ 혹은 ‘피의 구원 사원’, ‘피 흘리신 구세주 교회’ 등의 이름이 붙게 된 것은 알렉산드르 2세가 흘린 피 위에 성당을 지었기 때문이다. 이제 잠시 후면 푸시킨도 어떤 식으로든 피를 흘려야 했다. 그는 오후 5시 시내 외곽의 체르나야 레흐카(Chernaya Rechka, Black River)에서 권총 결투를 앞두고 있었다. 물론 푸시킨은 권총 결투가 처음이 아니었다. 푸시킨이 처음으로 결투 신청을 했을 때의 나이는 고작 17세였다. 이후 스무 번 이상 결투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중 실제 결투가 이뤄진 것은 세 번이었다. 이번 네 번째 결투는 친구들 대부분이 모르는 상태에서 성사됐다. 또한 일반적으로 25~30걸음 밖에서 총을 쏘는 조건이지만, 이번 경우는 단지 10걸음 밖에서 쏘는 것으로 결정됐다. 게다가 그와 마주 보고 총을 쏘아야 할 상대방 조르주-샤를 당테스(Georges Charles d’Anthes) 남작은 군인이었다. 당테스는 네덜란드 대사의 입양아였으며, 잘생기고 대담한 프랑스인으로 차르(황제)의 군대에 합류해 경력을 쌓았다. 그가 군인이었음에도 푸시킨은 그와 결투를 해야 했다. 아내인 나탈랴(Natalya)와 불륜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테스는 나탈랴의 제부, 즉 동생 예카테리나의 남편이었다. 결투에서 총을 먼저 쏜 사람은 당테스였다. 푸시킨은 그동안의 대결에서 먼저 총을 쏜 적이 없었다. 복부에 총알을 맞은 푸시킨은 권총을 떨어뜨린 채 쓰러졌다. 일어서지도 못할 상태였지만 푸시킨은 응사하겠다고 고집을 피워 입회인이 건넨 두 번째 피스톨로 겨우 총알을 발사했다. 그 총알이 당테스의 오른팔과 갈비뼈 두 개를 부러뜨렸다. 그는 썰매에 실려 가까스로 집에 돌아왔다. 러시아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 푸시킨은 이틀 후 죽었다. 우리가 1980년대 이발소나 허름한 경양식집에 걸린 액자로 처음 접했던 저 유명한 시의 한 구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를 노래한 시인의 죽음이었다. 다들 이 시의 첫 구절만 알기에 다음 구절을 보도록 하자.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푸시킨은 장례식도 치르지 못했다. 결투에 의한 사망은 자살과 마찬가지라는 대주교의 교리로 인해 이삭 성당에서 치를 예정이던 장례식은 취소됐다. 그의 시신은 프스코프 스바토고르스키 수도원, 그의 모친 무덤 옆에 안장됐다. 시인의 집엔 그의 친필 원고 사본과 문구류, 장서가 1837년 당시 모습대로 전시돼 있다. 서재 시계는 1월 29일 새벽 2시 45분 시인의 사망 시각에 멈춰 있다. 그러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흘린 피는 푸시킨과 알렉산드르 2세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선 이 도시의 출발부터가 심상치 않다.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이름은 이 도시의 수호자가 성 베드로(St. Peter)라는 사실과 이 도시를 만든 사람이 표트르 대제(Peter I the Great, 1672-1725), 즉 표트르 1세라는 사실을 동시에 알려준다. 바이킹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표트르 대제는 조국을 유럽의 제국으로 발돋움시키려는 야망에 불타올랐다. 그리해서 발틱해를 향해 있는 네바 강 하구 음침한 섬들과 늪지대를 새 도읍지로 정했다. ‘미친 짓’이었고, 사람들은 조소했지만, 표트르 대제는 스스로 오두막에 기거하며 공사를 독려했다. 전 국토의 석조 건축을 금지시키고 모든 자재를 네바 강 하류로 집결시켰다. 100개의 섬을 365개 다리로 이은 오늘날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그렇게 탄생한 인공의 운하 도시, 매우 넓은 베니스다. @img4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 그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겠는가. 이는 중국의 만리장성이 ‘인골장성(人骨長城)’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도시 건설을 위해 러시아 전역에서 농민들이 징집됐고, 스웨덴 전쟁포로들도 투입됐다. 무려 40년 동안 10만명 이상이 늪지대에 묻혔다. 그들의 피눈물 위에 세워진 도시가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다. 그러므로 이 도시는 이름에 ‘베드로’를 넣지 말았어야 마땅하다. 피의 결정판은 역시 에르미타쥬(Hermitage) 박물관 앞의 왕실 광장이다. 에르미타쥬는 네바 강을 향해 네프스키 대로를 죽 걷다 보면 저절로 나온다. 높이 74m의 알렉산드르 1세 탑이 이방인을 먼저 맞이하고 그 주변은 황량하기까지 할 정도로 드넓은 왕실 광장이다. 이 광장에 오면 진한 피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마침내 사건이 벌어졌다. 1905년 1월 22일, 페테르부르크의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그날 아침 굶주림에 지친 노동자들이 조용히 길거리를 행진하기 시작했다. 여느 때라면 교회에 갈 시간이었지만, 이날 그들의 발걸음은 궁전을 향했다. 그들은 차르에게 급료를 올려 달라고 청원할 생각이었다. 행진 대열은 점점 불어나 급기야 20만명을 넘어섰다. @img5 민중의 행렬은 이날 오후 2시 광장에 집결했다. 대열 앞에는 ‘병사여, 인민을 쏘지 말라’는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막아선 황제의 군대는 자신들의 혈육을 향해 일제 사격을 했다. 뒤이어 대포도 여러 발 발사됐다. 이 일제 사격으로 1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피를 흘리며 눈 위에 쓰러졌다. 그다음에는 황제의 기병대가 칼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거룩한 주일’이 ‘피의 일요일’이 되고 말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자 파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러시아가 혁명의 불길에 휩싸여 들어간 것이다. 이날 행렬은 브치로프 공장에서 노동자 3명이 부당 해고를 당한 것이 시초였다. 지금도 세계 곳곳의 자본이 그렇게 하고 있지만, 이들의 부당함을 억누른 것이 사태를 키웠다. 역사를 바꾸는 대사건은 늘 이렇게 시작한다. ‘피의 일요일’에 흘린 피도 2차대전 중 ‘레닌그라드 봉쇄(Leningrad Blockade)’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1941년 8월 히틀러는 레닌그라드를 함락하지 않고 굳게 봉쇄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치열한 시가전으로 전력을 소모하기보다 시민들을 굶겨 항복시키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독일군은 무려 872일, 거의 2년 반 동안 레닌그라드에 모든 음식과 연료 공급을 차단했다. 1944년 마침내 레닌그라드 포위망이 무너지기까지 100만명, 전쟁 이전 인구의 3분의 1이 기아나 질병으로 사망했다. 그런 와중에도 레닌그라드는 결코 항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여전히 작동했다. 최악의 절망 상황에서도 레닌그라드 공장은 모스크바 방어에 사용할 대포와 박격포, 포탄을 생산해 냈다. 에르미타쥬 박물관은 필사적 노력으로 소장품 절반을 열차에 실어 우랄 산맥 너머로 피란시켰다. 폭격으로 철도가 끊겨버리자 남은 소장품들은 건물 지하로 옮겨졌고, 약탈로부터 소장품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기울였다. @img6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훗날 ‘레닌그라드’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될 7번 교향곡의 초고를 폭격 소리에 맞춰 작곡했다. 1942년 3월 5일 볼가에서 초연된 교향곡은 그해 8월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에 의해 레닌그라드에서도 연주됐다. 이 공연은 “인류와 빛이 결국은 승리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 대한 예언적 확인”이라는 말과 함께 라디오를 통해 전국으로 방송됐다. 이후 이 곡은 파시스트의 위협에 대항해 단결한 모든 국가의 인내와 생존 정신의 상징이 돼, 1942년 미국에서만 62회나 공연됐다. 봉쇄가 끝났을 때 단 64만9000명만이 도시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믿기지 않는 용기도 함께 남았다. ‘트로이도 로마도 함락됐지만, 레닌그라드는 함락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새로운 역사가 됐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푸시킨의 도시이자 전설의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가 춤을 추던 마린스키(Mariinsky) 극장과 체호프의 ‘갈매기’가 초연된 알렉산드린스키(Alexandrinsky) 극장이 있으며, 림스키-코르사코프, 차이코프스키, 프로코피예프,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등 불멸의 작곡가들을 배출한 콘서바토리(conservatory)와 에르미타쥬 박물관이 있는 도시. 러시아 혁명의 중심으로 한때 레닌그라드라 불렸던 정치적 격변의 용광로, 상트페테르부르크. 많은 사람이 이곳을 가길 희망한다. 그러나 이곳에 가려면 이 도시에 깊게 밴 피의 냄새를 미리 알아야 한다. 이렇게 피로 점철된 도시가 위대한 예술도시로 거듭났다는 사실은 죽음과 예술이 곧 한 묶음의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일까? 그리하여 죽음의 미학으로 부활을 꿈꾸는 도시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흥건한 피 내음을 가시게 하기 위한 씻김굿으로 예술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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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바닥권 고미술시장에 아트페어 등장

젊은 그대, 우리 ‘옛것’에 빠져보아요 레트로가 아니라 이제 뉴트로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그 사무실에 들어서면 조선시대 약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강렬한 색채의 현대미술품들 사이로 낡은 목제 약장은 은은한 빛을 뿜어내며 방문자를 맞는다. 약장에는 쉰 개가 넘는 작은 서랍이 열과 오를 맞춰 가지런히 매달려 있다. 비례와 균형미가 일품이다. 목기 표면은 세월의 더께를 고스란히 머금어 반들거린다. 조선의 이름 없는 장인이 정성껏 만든 목가구는 화려무쌍한 현대미술품을 조용히 받쳐주며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현대의 사무공간에 운치를 더해 주는 이 약장의 주인은 서울 경복궁 서편 갤러리아트사이드의 이동재(61) 대표다. 이 대표는 인사동에서 통의동으로 화랑을 옮길 때도 목제 약장부터 챙겼고, 요즘도 매일 약장 옆에서 업무를 본다. 그를 만나러 사장실을 찾는 이들은 골동약장을 보곤 ‘근사하다’며 찬사를 터뜨린다. 심지어 사라는 그림은 안 사고, “약장을 넘기라”고 조르는 손님도 있다. 모두들 조선의 옛 목기가 첨단 공간과 잘 어울린다는 사실에 감탄을 연발한다. 이동재 대표는 “어떤 쇼킹한 현대미술품을 가져다 놓아도 목기와 잘 어울려 신기할 때가 많다. 아마도 목소리가 높지 않고 은근해서 그럴 것이다”라고 했다. 이렇듯 눈 밝은 이들 주위에는 옛 목가구라든가 민화, 도자기, 석물, 민예품이 한두 가지씩 꼭 자리해 있다. 마치 공간의 ‘조용한 액센트’처럼 말이다. 하지만 대다수 현대인들에게 골동품은 그저 고리타분한 물건이 된 지 오래다. 아파트와 빌라가 널리 보급되며 주택 구조가 달라지고 사무실도 빠르게 현대화되면서 이제 고미술품은 자취를 감췄다. 그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대상이 된 것. 사실 천장이 낮은 한옥에 어울리던 서예 작품이라든가 동양화, 불상 등은 서양식 주거공간에는 잘 어울리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골동 수요는 자꾸 줄며 인사동과 안국동, 답십리 일대 고미술상가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지방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내 골동시장은 1990년대 초까지도 현대미술 시장 못지않게 활황이었다. 1970~80년대에는 전국 고미술상들의 결집체인 한국고미술협회 정회원이 800여 명에 달했다. 상인들의 활동도 활발했고, 전시회도 많았다. 판매 또한 잘됐다. 정계, 재계, 법조계, 의료계에 마니아 층이 두꺼웠다. 전성기 때는 한국화랑협회가 고미술협회의 조직력과 위세를 부러워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전세가 완전히 역전됐다. 고미술업계의 고질적인 진위 논란, 불투명한 거래 관행, 협회 집행부 간 반목은 가뜩이나 줄어든 수요를 더욱 오그라들게 했다. 가격도 참혹(?)할 정도로 낮다. 특히 젊은 고객이 생겨나야 시장에 활기가 도는데 주 고객은 여전히 50~70대에 머물고 있다. 인사동 일대에 300곳에 달했던 고미술 화랑이 지금은 5분의 1로 축소됐다. @img4 이 같은 답보 상태를 해결하고자 올 들어 고미술계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미술품 감정을 둘러싼 논란을 줄이기 위해 시스템을 혁신하고, 영상채록을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만들어진 문화재보호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일도 추진 중이다. 현행 법은 50년 이상 된 서화, 도자기, 공예품의 해외 반출을 금하고 있는데 낮은 등급은 해외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것이 골동상들의 주장이다. 해외 고미술 페어에 참가하려 해도 골동품 반출 허가가 까다로워 포기하게 된다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등급이 높은 문화재들은 엄정 관리하되 일상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저가품은 선진국처럼 자유롭게 반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고려청자가 미국으로 건너간다고 미국 청자가 되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한편 최근 들어 한국고미술협회 종로지회를 중심으로 고미술 아트페어도 탄생했다. 현대미술은 아트페어가 전국적으로 20여 개가 넘고 그 연혁도 37년을 헤아리는 것까지 있는데 고미술업계는 올 4월에야 첫삽을 뜬 것이다. 고미술협회 종로지회는 미술전문기획사인 인터아트채널과 손잡고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2019 리빙앤틱페어(Living antique fair)’를 지난 4월 개최했다. 보통 닷새간 열리는 아트페어와는 달리 2주간에 걸쳐 열린 이 아트페어에는 18곳의 고미술 화랑이 현대인의 삶과 조우하는 고미술품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주최 측은 과거와 현재의 미감을 이어가는 현대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새로운 맥락을 선사했다. 정상급 사진작가 구본창, 화가 이희용, 무형문화재 조각장 김용운의 작품은 고미술을 모티프로 심도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줘 호응을 얻었다. 또한 유명 디자이너이자 공간연출가인 마영범은 고미술을 현대디자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페어장 도입부를 혁신적으로 꾸몄다. 해주소반에 진공관 램프를 올려 설치미술을 시도하는가 하면, 강원도 원형소반을 뒤집은 뒤 프랑스 디자이너 조셉 레옹의 Elipson스피커를 살짝 올리는 복합예술도 시도했다.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국악이 흘러나와 흥미를 더했다. @img5 @img6 현대의 아티스트들이 이처럼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신선한 자극을 줬다면 고미술 갤러리들은 ‘삶 속에서 즐기는 고미술’을 주제로 전통목가구, 도자기, 금속공예, 서화, 민화, 나전칠기, 민예품 등 일상생활 속에서 편히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골동품을 전시했다. 페어를 총괄한 인터아트채널의 김양수 대표는 “우리의 고미술이 현대의 삶 속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기 위해 ‘리빙’이라는 단어를 내세웠다. 고가의 문화재급 고미술품을 거래하는 것도 좋지만 평범한 직장인과 젊은 세대가 살 수 있는 아이템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페어에선 30~40대가 많이 찾았고, 수집도 꽤 했다”고 밝혔다. 그 까닭은 해주반 스타일의 목기소반을 30만원 균일가에 판매하는 등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품목을 많이 배치했기 때문이다. 다른 전시작들도 대부분 1000만원 미만으로 맞췄고, 거래의 투명성도 강화했다. 유리거울 같은 첨단 소재를 고미술품과 곁들여 연출하고, 서양의 골동품을 과감히 우리 것과 곁들여 고리타분함을 씻어낸 것이 주효했다.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다이와 골프클럽 세트가 나온 것도 이채로웠다. 디자이너 마영범은 페어장 인트로에 손으로 꼬아 만든 커다란 장막을 설치하고 높이 60cm의 깨진 백자 달항아리를 주인공처럼 올려놓았다. 문제의 이 백자는 6000만원에 판매되며 파란을 일으켰다. 깨진 흔적이 있는 데다 형태도 완벽하지 않고 연대도 오래되지 않아 답십리 골동상가의 먼지구덩이 속에 방치되다시피 했으나 이번 페어의 도입부에 ‘떡’ 하니 놓이면서 골동 마니아들 사이에 “파워풀하다”는 반응을 일궈냈다. 답십리 골동가에 있었다면 계속 먼지만 쌓였을 백자대호가 페어라는 밝은 장에 나오면서 새 주인을 만난 것이다. 한편 150만~350만원의 부스비를 내고 참여한 대다수 골동상 또한 짭짤한 판매 성과를 거뒀다. 전체 판매액은 9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30만원대 해주반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도자기, 민화, 금속공예, 민예품도 고루 판매됐다. 강민우 고미술협회 종로지회장은 “아직 페어의 규모가 작아 워밍업 단계지만 화랑들이 새로운 고객을 많이 만나고, 가능성을 느낀 것을 수확으로 꼽고 있다. 참가를 희망하는 곳이 많아 앞으로 앤틱 페어가 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img7 김양수 대표는 “아트페어가 확실히 자리 잡은 현대미술에 비해 고미술은 겨우 첫발을 떼었다. 늦어도 한참 늦었고, 가격도 바닥권이다. 그래서 오히려 희망이 보인다. 호주머니가 얇은 이들도 얼마든지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은가. 내 주거공간, 사무공간에 맞는 것을 골라 일상에서 즐긴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최 측은 내년 4월에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관을 대여해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미술관 앞마당에 소소한 아이템을 파는 특별코너도 마련해 축제 분위기를 돋울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인사동은 안타깝게도 ‘전통문화의 거리’라는 색깔을 잃어버렸다. 이제 답십리라도 골동의 거리로 보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젊은 골동상이 늘어나야 하고, 전통을 공부한 디자이너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담론을 만들 인문학적 전시도 열려야 한다. 올가을에는 디자이너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답십리 골동상가의 복도와 파사드, 가게를 리뉴얼해 새 프로젝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모두 새로운 고객을 창출해 고미술업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복안이자 레트로가 아닌 ‘뉴트로’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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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당일도 늦다, 이젠 2시간 극한 치닫는 ‘배송혈투’

익일(로켓)→샛별→당일...배송시간 ‘하루→2시간’ 단축 ‘사잇길로’ 4륜자동차에서 2륜바이크로 배송수단 변모 ‘스피드’에서 이젠 ‘스마트’로...배송이 과학(IT·AI)을 입다 |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 ‘익일→ 당일→ 새벽→ 2시간’ 최근 5년 택배의 변천사다. 배송 수단도 4륜 차량에서 2륜 바이크로 진화하며 배송시간을 단축하려는 유통업체의 움직임이 전보다 빨라졌다. e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지난 2014년 익일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을 시장에 내놓자 고객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몇백원, 몇천원을 더 쓰더라도 제품을 빨리 받아보겠다는 수요가 늘면서 ‘쿠팡’이라는 플랫폼은 여느 소비자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런 트렌드 변화를 감지한 유통업계는 최근 ‘빠르고 안전한 배송’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배송 경쟁의 포문을 연 쿠팡은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배송 상품 10억개를 돌파했다. 처음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의 연간 배송은 2300만개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9월 2억6100만개를 기록하며 4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했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들은 로켓배송을 사용하면 필요한 상품 대부분을 다음 날 받아본다는 점에 열광했다”며 “쿠팡은 매년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매 직후 곧바로 ‘퀵배송’ 되는 추세 로켓배송 다음으로 최근에는 ‘샛별배송’이 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 마켓컬리가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당일 수확한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을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아침 7시 이전에 배송 완료하는 시스템이다. 마켓컬리가 샛별배송을 통해 새벽 배송 시장을 선도하면서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157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월에만 월 3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최근에는 당일 배송을 넘어 두 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를 위해 4륜 자동차 중심에서 2륜차인 오토바이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뷰티앤라이프(H&B) 스토어인 올리브영은 IT 기반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와 손잡고 ‘3시간 퀵배송’ 서비스를 지난해 12월 도입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수익을 내려고 시작한 서비스는 아니다”면서도 “최근 이용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연내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광주, 대구 등 6대 광역시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늘드림’이라 이름 붙여진 이 서비스는 올리브영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통합물류센터가 아닌 고객 주소지와 가까운 매장에서 주문지까지 퀵으로 배송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자들은 당일 배송을 받으려면 오후 8시까지 주문하면 된다. 퀵배송 도입으로 오후에 주문해도 당일에 받을 수 있게 된 것. 전국 10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극대화한 셈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빠른 배송의 장점을 살린 2륜차 배송 서비스를 지난해 12월 시범 도입했다. 고객이 구매한 상품을 2륜차로 가정까지 배달해 주는 ‘부릉 프라임’ 서비스의 4월 이용 고객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2월 대비 2360% 급증했다. 생수, 쌀 등 무거운 상품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데다 소량의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빠르면 20분 내 받아볼 수 있어 고객 호응이 높다. 스피드는 기본 이젠 ‘스마트’...똑똑한 배송 경쟁 이베이코리아는 배송에 과학을 입혔다. 배송에 IT 기술을 접목시킨 것. AI 기술을 활용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이를 점차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베이는 고객이 서로 다른 판매자의 다른 제품을 주문하더라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한 박스에 담아 배송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최적의 동선을 짜는 알고리즘을 통해 서비스가 가능하다. 여기에 피킹(물건을 집어 박스에 담는 과정), 라벨링, 테이핑까지의 과정 중 상당 부분을 자동화했으며 판매 상품의 입·출고, 재고 현황을 손쉽게 파악해 물류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도록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부문(이커머스) 확대에 나선 신세계는 SSG닷컴을 통해 당일 배송은 물론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를 지정해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정까지 완료한 주문에 한해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시간 단위로 원하는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여기에 주문 시 빠뜨린 품목이 있을 경우 ‘쓱배송 더하기’ 기능으로 배송 출발 마감 전 1회에 한해 품목을 추가할 수 있게 하는 등 배송 서비스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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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아마존에 밀린 시어스 글로벌 ‘신유통’ 시대

오프라인 유통 공룡도 집어삼킨 육식공룡 ‘아마존’ 알리바바 마윈의 ‘허마셴셩’이 이끄는 신유통 혁명 | 박준호 기자 jun@newspim.com 지난해 ‘126년 전통’을 자랑하던 미국 백화점 체인인 시어스(Sears)가 파산을 신청하자 전 세계 유통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백화점의 상징과도 같던 ‘유통 공룡’ 시어스의 몰락에 미국 사회는 경악했고 바다 건너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몸을 떨었다. 한때 3500개에 달했던 미국 내 시어스 매장은 현재 500여 개로 줄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2007년 주당 195달러였던 주가도 지금은 1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반세기 동안 세계 최대 소매기업으로 군림해온 시어스의 실패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겪게 될 미래다. 70년 역사를 지닌 최대 장난감 체인 토이저러스(Toys R us)마저도 2017년 파산해 문을 닫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오프라인 집어삼킨 육식공룡 ‘아마존’ 한 시대를 풍미해온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파산하거나 점포 수를 줄이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미 전역에서 6400여 개 매장이 폐점했고, 올 들어서는 넉 달 만에 작년의 폐점 수를 넘어섰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 같은 도미노 폐점을 ‘소매종말(Retail Apocalypse)’로 정의했다. 말 그대로 소매업의 종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백화점·대형마트와 같은 전통 유통업태의 종말이다. 결정타를 날린 건 바로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다.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진출하는 사업마다 승승장구하며 25년 만에 미국 온라인 소비시장의 약 45%를 장악한 거대 공룡으로 성장했다. 아마존이 주도한 온라인 바람에 제때 올라타지 못한 유통 대기업들은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올해 2월에는 미국 소매판매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오프라인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전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온·오프라인의 매출 비중이 역전된 것은 전자상거래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소위 ‘아마존 시대’가 한층 더 가속화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오프라인 침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서 불고 있는 유통 헤게모니 이동도 선진국에선 이미 과거가 됐다. 이제는 온·오프라인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시장이 도래했다. 전자상거래 기업들도 길거리로 나오고 있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시장을 넓히기 위해 2017년 유기농 식품 판매점 홀푸드마켓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계산대가 없는 무인매장 ‘아마존 고(Amazon Go)’를 선보이며 O2O(Online to Offline) 연계를 기반으로 한 미래 유통 패러다임도 제시했다. 아마존 고에서 고객들은 모바일 앱의 QR코드 스캔을 통해 매장에 들어가 진열된 상품을 고른 후 그냥 들고 나오면 된다. 계산대를 거칠 필요 없이 매장 내 센서에 선택한 물건에 대한 정보가 입력되면서 자동으로 계산이 완료된다. 각종 최첨단 기술과 시스템이 오직 ‘고객 편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처럼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 그리고 물류 시스템이 소비자를 중심으로 통합된 유통 형태를 ‘신유통(新零售)’이라고 부른다. 허마셴셩이 이끄는 ‘신유통 혁명’ ‘신유통’은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지난 2016년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소비자 체험 중심의 데이터 기반 유통’을 말한다. 빅데이터에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각종 신기술을 더해 운영 효율과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상품의 생산·유통·판매까지 한 단계 진화시킨 형태다. 마윈 회장은 미래 유통의 핵심이 ‘채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가격과 배송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구매 전 체험을 할 수 없다는 온라인 채널의 물리적 한계를 넘기 위해 온·오프라인이 통합된 신유통으로의 전환을 적극 모색해 왔다. 알리바바는 신유통사업부를 조직해 신선식품, 소매, 외식 등 각종 분야에서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그중 O2O 신선식품 유통채널인 허마셴성(盒馬鮮生)이 대표적이다. 허마셴성은 온라인을 통해 수집한 고객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화 물류를 융합시켜 구축한 소비자 맞춤형 오프라인 상점이다. 2016년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낸 이후 유통 혁명으로 불리며 불과 3년 만에 150개를 넘겼다. 허마셴성 매장 주변은 ‘허취팡’으로 불리며 마치 역세권처럼 집값이 들썩일 정도다. 허마셴성은 매장 반경 3㎞ 이내에 있다면 온라인 주문 상품을 30분 안에 배달해 준다. 허마셴성 오프라인 매장은 품질을 확인하는 쇼룸이 되고 배달직원은 주문과 동시에 자동레일을 통해 운반된 상품을 배달한다. 허마셴성 매장의 주문의 70%는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물류망을 혁신하고 구매 기록 빅데이터로 일일 판매량을 예측해 재고를 절감했기에 가능한 사업구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신유통의 급속한 성장이 직간접적으로 국내 유통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역시 대형 오프라인 업체의 주도로 신유통이 전개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에서의 신유통은 단기적 이슈가 아니라 중국 소비 환경 변화의 주축”이라며 “국내 유통 대기업도 전자가격표시기 도입, 무인편의점, AI, 빅데이터 이용, 간편결제 등을 통한 신유통을 전개하고 있지만 중국이나 미국과 비교할 때 산업적 측면에서 아직 큰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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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피할 수 없는 ‘노안’ 지금 수술하면 괜찮을까?

40대 초중반부터 찾아오는‘노안’ 인공수정체 삽입술 시행 늘어나 | 황형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 옛말에 ‘몸이 1000냥이면 눈은 900냥’이라고 했다. 그만큼 눈 건강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 최근 40대 초중반에 노안(老眼)을 호소하는 이른바 ‘젊은 노안’이 늘면서 노안교정술을 고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노안은 단어의 특성상 나이가 들면서 눈이 건조해지거나 각종 노인성 안질환(백내장, 녹내장 등)이 발생하는 것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노안은 나이가 듦에 따라 발생하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눈 건조나 백내장, 녹내장 등 노인성 안질환과는 엄연히 다르다. 40대 초중반에 발생하는 노안...‘조절력 저하’ 노안은 보통 40대 초중반 이후부터 눈의 조절력이 저하돼 원거리 시력은 유지되지만 가까운 것이 덜 보이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따지자면 노안보다는 ‘조절력 저하’라는 용어가 보다 정확하다. 우리가 33cm 앞에서 책이나 휴대폰을 보기 위해서는 약 3도수(디옵터)의 조절이 필요하다. 근시나 원시가 없는 정시인 사람(0디옵터)이 이 거리에서 근거리를 보려면 눈에서 최소 3디옵터의 조절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30대 이하의 눈은 일반적으로 가까운 것을 볼 때 수정체가 보다 두꺼워져 근거리를 잘 볼 수 있도록 디옵터가 조절되고, 원거리를 볼 때는 이러한 조절 작용을 풀게 돼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눈의 조절력이 감소하면서 일반적으로 근시가 없는 정상적인 눈에서는 40대 초중반에 근거리를 볼 때 눈을 잔뜩 찡그리고 봐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후 50대부터는 돋보기의 도움을 빌려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60대 이후에는 근거리를 주시할 때 필요한 조절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돋보기가 없으면 대부분 가까운 것을 보지 못하게 된다. 나이 들수록 적절한 돋보기 착용해야 간혹 백내장을 노안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노안은 안과적인 병변 없이 나이가 듦에 따라 수정체와 그 부속기관의 변화로 조절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반면 백내장은 안과 질환의 일종으로 노화, 자외선, 흡연, 외상, 당뇨 등의 원인으로 수정체가 뿌옇게 되면서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으로 엄격히 구분된다. 노안은 나이가 들면 피할 수 없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아쉽게도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돋보기가 필요할 나이가 되면 적절한 도수의 돋보기로 근거리 주시 능력을 어느 정도 보존할 수 있다. 반대로 과도한 도수의 돋보기 착용은 오히려 남아 있는 본인의 조절 능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인공수정체 삽입술로 보완 가능해 노안은 수정체의 조절력 저하로 발생되는 문제지만, 이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수정체를 다시 젊은 상태의 것으로 돌려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가 시행 중이다. 먼저 각막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근거리 시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각막에 작은 링을 심어 초점 심도를 깊게 하거나, 소위 노안 라식이라고 해서 각막을 깎아 굴절력을 변화시키는 등의 시술이 있다. 하지만 이들 방법은 아직까지 각종 부작용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는 백내장을 치료하면서 삽입하는 인공수정체에 여러 무늬나 도수를 넣어 마치 다초점 안경처럼 원거리와 근거리를 동시에 보는 렌즈를 눈에 삽입하는 ‘노안 인공수정체 삽입술’이다. 이 방법은 빛 번짐이나 어지러움 등 각종 단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안전하고 보편적인 수술로 최근 많이 시행되고 있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노안 수술은 안전성이 입증된 우수한 수술법이지만, 원칙적으로 노안의 원인이 되는 조절력 저하를 극복하는 수술은 아니다. 현재 눈 상태를 명확히 진단 받고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시행한다면 비록 젊은 시절의 눈으로 돌아갈 수는 없더라도 그에 준하는 우수한 수술 결과로 노년기에도 활기찬 생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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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호

조용준의 도시문화 읽기 : 도쿄 긴자의 봄

| 조용준 편집위원 digibobo@naver.com 도시 디자인 학자들은 도시의 매력도 평가와 관련해 흔히 도시의 ‘10가지 매력(magic 10)’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10가지 매력적인 장소를 뜻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누구나 늘 가고 싶어 하고, 그 도시를 방문하는 여행자 역시 꼭 들르고 싶어 하는 장소가 열 군데쯤은 있어야 매력적인 도시라는 것이다. 그 장소는 시장일 수도, 식당일 수도, 미술관일 수도, 공원일 수도, 혹은 거리 그 자체일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점은 그 장소가 다른 나라의 그것과 비교해 확연하게 구별돼 사람을 이끄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는 도시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과연 무엇이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가. 이를 살펴보는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한다. 지난 3월 19일 발표된 일본 국토교통성의 공시지가에 따르면 일본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은 여전히 도쿄 긴자(銀座)의 상업지역이다. 가장 비싼 ‘야마노 악기 긴자점’은 3.3㎡(1평)당 19억1865만원이다. 지난해 대비 3.1% 올라 4년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긴자 공시지가 상승의 핵심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 급증과 역세권 재개발 등 두 가지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긴자는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최근 활발한 재개발사업과 함께 일본 최고 쇼핑거리로서 명성을 되찾고 있다. ‘긴자’라는 이름은 은화폐주조소(銀貨幣鋳造所)에서 비롯됐다. 1600년 동군과 서군이 맞붙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일본 열도를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601년 교토 후시미에 막부의 은화주조소를 만들어 재정 기반을 확립했다. 이에야스는 실권을 잡은 뒤 얼마 지나지 않은 1605년 쇼군 직을 아들 히데타다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시즈오카의 슨푸성에 머물며 섭정했다. 이에 따라 은화주조소도 1606년 슨푸성으로 옮겨졌다. 그러다가 1612년 에도, 즉 지금의 도쿄 중심지 마루노우치와 히비야 지역에 대한 간척과 개간으로 수도로서의 도시 정비가 완료되자, 주조소도 다시 에도로 옮겨졌다. 그렇게 주조소가 들어선 지역은 ‘신료가에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즈오카의 주조소가 있던 지역 이름이 ‘료가에초’였기 때문이다. ‘료가에(両替)’는 일본어로 환전을 뜻하므로, 도쿠가와 막부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화폐가 만들어졌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지명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료가에초’는 발음이 어려워서인지 슨푸성 시절에도 원래 지명 대신 쉽게 ‘긴자’라고 지칭됐다. 에도의 신료가에초 역시 슨푸성에서처럼 긴자라고 불리다가 그것이 굳어져 메이지 유신에 따른 행정 조처로 1869년 지금의 지명으로 확정됐다. 최근 긴자의 명성을 부활시킨 일등공신은 역시 2017년 4월 개장한 긴자 6초메의 대형 쇼핑몰 ‘긴자식스(GSIX)’와 이곳 6층의 츠타야 서점이다. 옛날 마츠자카야 백화점 건물을 허물고 옆 블록 2개를 통합해 새로 지은 긴자식스는 지하 6층~지상 13층 규모로 공연장과 쇼핑몰, 오피스 등으로 구성된다. 일반 백화점의 2배 면적으로 26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데, 쇼핑몰 전체를 유명 예술품으로 꾸며 쇼핑을 하지 않아도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 발길이 이어진다. 개장 1년여 만에 약 2000만명이 방문해 600억엔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쇼핑몰이 들어선 이후 공시지가도 16.8%나 상승해 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긴자식스 자체도 화제였지만, 6층의 츠타야 서점과 맨 위층의 옥상정원도 개장 때부터 사람이 모이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츠타야 서점은 노른자위 땅 한복판에, 그것도 농구장 5.5배 크기 약 2300㎡(약 700평) 면적에 값비싼 소비재도 아닌 책을 파는 곳을 들여놓았다는 파격 발상이 시선을 끌었다. 이보다 한 달 늦게 개장한 서울 강남 코엑스몰의 ‘별마당도서관’과 거의 흡사한 개념이다. 각종 플래그십 스토어의 강력한 유혹을 뚫고 6층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서점의 현관 격인 커다란 공간과 마주친다. 이 열린 장소에는 앤티크 가구 위에 책이 아니라 도자기나 화장품(심지어 립스틱까지)이 놓여 있기도 하고, 때로는 세계적인 다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패션 작품을 디스플레이한다. 그러나 시선을 돌리면 사방이 모두 높은 서고다. 서고들은 이곳이 도서관인가 싶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또한 서점 한쪽에는 스타벅스가 있어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img4 @img5 옥상 정원도 매력적인 장소다. 이 정원에 올라가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널따란 잔디밭이다. 잔디밭 옆에는 벤치가 여러 개 놓여 있어 마치 런던 하이드파크나 뉴욕 센트럴파크 같다. 덕분에 느긋한 마음으로 데이트를 하거나 책을 읽을 수도, 커피를 마실 수도, 해바라기를 할 수도 있다. 입장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음료를 사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긴자에 있는 쇼핑몰들을 유심히 지켜보면 하나의 커다란 원칙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에코(eco) 테마’다. 친환경적인 요소를 도입해 도심의 삭막함을 최대한 덜어내고, 소비자로 하여금 자연 속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배려하는 마케팅이다. 긴자 5초메 니시긴자에 있는 도큐 플라자(Tokyu Plaza)도 에코 테마에 매우 충실하다. 긴자식스보다 1년 앞선 2016년 3월 개장한 이 쇼핑몰 역시 긴자한큐 백화점을 허물고 지하 5층, 지상 11층 건물로 다시 지은 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긴자에서도 사람의 왕래가 가장 많은 소토보리 거리와 하루미 거리 교차로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기도 하다. 이 건물 6층의 기리코 라운지에서 내려다보는 출퇴근 시간대의 교차로는 그 번잡함이 시부야역 광장의 그것만큼이나 아찔한 아수라장을 보여준다. 건축적으로 이 건물은 전통공예의 하나인 ‘에도 기리코’를 모티브 삼아 착안한 독특한 외관을 보여준다. 에도 키리코는 에도 말기 도쿄에서 시작된 컷 글라스 공법의 유리공예와 세공품을 말한다. 1834년 무렵이 시초로, 1873년(메이지 6년) 메이지 정부의 식산흥업 정책의 일환으로 적극 장려돼 일본의 현대적인 유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앞면이 유리 세공품처럼 생긴 도큐 플라자의 외형은 이 지역 유서 깊은 전통과 미래를 향한 혁신이 서로 융합한 모습을 상징한다. 도큐 플라자 긴자의 에코 테마는 휴식 공간인 6층 기리코 라운지와 옥상의 기리코 테라스가 대표한다. 라운지는 층고가 몇 개 층에 걸쳐 높게 뚫려 있는 데다 각종 식물로 장식해 마치 대형 식물원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옥상의 테라스 역시 벽면을 식물이 자라나는 화단벽으로 만들어 자연의 싱그러운 느낌을 배가시켜 준다. 그런데 긴자 지역 쇼핑몰의 에코 테마는 그냥 생겨난 게 아니다. 이는 바로 ‘긴자 꿀벌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아 활성화됐다. 서울 명동이나 강남역 빌딩 옥상에서 꿀벌을 키우겠다면 제정신으로 받아들여질까? 그러나 긴자의 빌딩에서는 실제로 양봉이 이뤄지고 있다. 이야기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긴자마츠야 백화점 뒤편 한 빌딩을 관리하던 간부 다나카 야츠오는 지인과 식사를 하던 중 어느 양봉업자가 도쿄 빌딩 옥상에서 꿀벌을 키울 장소를 찾는다는 이야기에 흥미가 생겼다. 선뜻 자신의 빌딩 옥상을 빌려주겠다고 말하자 며칠 뒤 모리오카에서 양봉업을 하는 후지와라 세이타가 나타났다. 그는 메이지 시대부터 시작한 일본 근대 양봉의 선구자 후지와라 세이유 양봉장의 3대손이다. 후지와라는 다나카로 하여금 벌을 키우도록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렇게 해서 ‘긴파치(긴자와 꿀벌의 합성어)’라 불리는 긴자 꿀벌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였다. 처음 양봉사업을 시작한 2006년 꿀 수확량이 150㎏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 800㎏으로 늘었다. 2013년에는 마침내 1t을 넘어섰다. 2017년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은 덕에 수확량이 1647㎏에 달했다. ‘긴파치’는 양봉을 통해 긴자의 환경과 생태계를 살리는 동시에 채취한 벌꿀을 이용해 긴자 거리와 도시의 자연 공생을 실현하는 멋진 프로젝트였다. 채취한 벌꿀은 바에서 벌꿀 칵테일로, 케이크 가게에서 마들렌으로, 화과자점에서 양갱으로, 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 예배용 촛불로 사용됐다. @img6 꿀벌이 긴자 하늘을 날자 거리 풍경도 달라졌다. 지금껏 열매를 맺은 적이 없던 나무들이 열매를 맺었고, 그 열매를 먹으러 새가 날아들면서 해충이 사라졌다. 긴자 생태계가 서서히 원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흔히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날이 곧 인류가 멸망하는 날이라고 이야기한다.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꿀벌이 식량 재배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가 373조원이나 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만 꿀벌의 경제적 가치는 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니 친환경적인 에코 테마는 적게는 그곳 지역 주민, 나아가서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도심 재생 프로젝트가 이뤄졌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환경을 우선하는 건축물은 들어본 적이 없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공간에 더 많은 오피스를 넣으려는 건물주의 이해타산은 시민의 생태공간 확장과 늘 부딪친다. 긴자에 봄이 왔다. 긴자 에르메스 빌딩 앞에도 연분홍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삭막한 도심의 빌딩숲을 화사하게 물들여 주고 있다. 최근에 그려진 빌딩의 설치미술과도 아주 잘 어우러진다. 에르메스 빌딩의 벽화는 원래 없었는데 오는 6월 23일까지 열리는 마리 미나토의 설치미술 전시회의 일환으로 새롭게 그려졌다. 에르메스 빌딩 8층에는 ‘메종 에르메스’라는 갤러리가 있어 빌딩의 가치를 훨씬 높여주고 있다. 갤러리로 인해 빌딩 안에도 봄과 벚꽃의 기운이 가득하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무려 753만8997명이다. 2015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한국을 찾는 일본인은 300만명을 밑돈다. 도시는 어떤 매력이 있어야 사람이 찾아올까. K팝과 한류가 그 해답의 전부가 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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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호

‘서울특별시 홍콩구’를 아세요?

펄펄 끓는 亞 미술거점 홍콩, 한국은 10년째 찬바람 만회하려면 세계에 통할 K작가 키워야 외국미술 쏠림현상 심각, 해외에선 ‘예술성 뛰어나다’며 한국작품 호응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여기 완전히 ‘서울특별시 홍콩구야’.” “맞아! 서울서 몇 년째 못 보던 사람도 홍콩 오면 죄다 만난다니까.” 지난 3월 말, 홍콩 완차이의 컨벤션센터에는 수많은 한국인이 ‘아트바젤 홍콩(Art Basel HK)’을 보기 위해 운집했다. 통로를 쓸려다니던 그들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올해도 홍콩서 만나네. 서울 가면 한번 보자”며 인사를 나눈다. 하지만 서울보다는 내년 3월 홍콩서 만날 확률이 더 높다. 한국서 시각예술에 조예가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멋진 작품을 사 모으는 컬렉터들 그리고 화려한 예술 현장에 꼭 끼길 원하는 인사들은 3월이면 일제히 홍콩행 비행기에 오른다. 상류층 교양인들 사이에선 아트바젤 홍콩이 매년 찾아야 할 ‘핫 스팟’이 돼버렸다. 모 은행은 수탁고 10억원 이상의 우수 고객에게 아트바젤 홍콩 투어를 지원했다. “작년에 3500명이 찾았는데 올해는 4000명을 넘었다더라”는 말도 들린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 임세령 대상그룹 전무에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까지 왕림했으니, 이쯤 되면 홍콩은 아시아 아트 허브를 넘어 세계적인 아트 허브로 똬리를 틀고 있다. 올해도 아트바젤 홍콩의 관람 인원은 역대 최고인 8만8000여 명. 축구장 몇 배의 너른 전시장은 인파로 콩나물시루다. 밀물처럼 통로를 쓸려다니는 관객들은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휴대폰을 들어 찍고, 또 찍는다. 하루에 볼 수 있는 미술 감상의 최대 용량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아시아, 미국, 유럽의 36개국 242개 화랑이 야심 차게 준비한 1만여 점의 미술품을 내건 아트바젤 홍콩은 첫날과 둘째 날 모든 승부가 결정난다. 이 이틀간은 VIP 고객만 출입이 허락된다. VIP 중에서도 ‘큰손’ 고객들은 거래 화랑들이 어떤 작품을 들고 나올지 이미 꿰고 있다. 사전에 출품작 이미지를 온라인으로 전달받았으니 실물(?)만 확인하면 된다. 한국 고객 중에서도 특A 고객들은 굴지의 외국 화랑들이 지난 1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한 사전설명회에 초대받아 핵심작을 일별한 상태다. 우리 컬렉터들은 외국 미술품을 무척이나 선호하고 트렌드에도 민감해 외국 화랑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다. 한국 직원도 잇따라 채용하고 각별히 챙기고 있다. 미술관이나 공공기관, 주요 기업의 아트디렉터들도 VIP 대우를 받는다. 미술품을 꾸준히 수집하는 개인 컬렉터에게도 VIP패스가 제공된다. VIP패스를 소지한 알짜 고객들이 작품을 먼저 점지하고 나면, 나머지 사흘은 기기묘묘한 출품작을 즐기려는 일반 관객들로 전시장은 대만원을 이룬다. 7년째 아트바젤 홍콩에 참가 중인 모 화랑 책임자는 “첫 이틀간 VIP 오픈 때 판매가 모두 결정난다. 이때 못 팔면 끝이다. 올해는 일반 관객이 더욱 늘어 퍼블릭 오픈(금토일) 때는 작품이 손상될까 봐 신경을 무진장 썼다”고 했다. 이처럼 2019 아트바젤 홍콩의 ‘총성 없는 그림 전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바젤 조직위는 상하이를 아트 허브로 키우려는 중국 정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올 매출을 공표하지 않은 듯하나 2018년의 1조원은 거뜬히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십, 수백만달러의 현대미술품뿐 아니라 피카소, 에곤 실레, 마그리트, 레제, 고르키 등 근대 거장의 작품이 상당수 거래됐기 때문이다. 세계적 화랑들은 올해는 장사를 더욱 잘했다. 가고시안, 데이비드 즈워너, 리만 머핀, 페로탱, 화이트큐브, 하우저&워스는 첫날 수십억원대 작품을 대거 팔아치웠다. 런던, 뉴욕 기반의 스카스테트 화랑은 추상표현주의 화가 빌럼 데 쿠닝의 ‘무제’를 1000만달러(약 114억원)에, 스위스의 하우저&워스는 아실 고르키의 유화를 180만유로(약 23억원)에 팔았다. 미국 화랑 데이비드 즈워너는 출품작 전부를 개막 즉시 완판시키며 부러움을 샀다. ‘1등 화랑’ 가고시안도 독일 화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대작을 175만달러(약 20억원)에 팔아치우는 등 선방했다. 파리에서 온 페로탱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황금 꽃조각 ‘무제’(약 15억원)로 화제를 모았는데, 개막 첫날 팔렸고 추가 주문까지 받았다. 이 같은 매진 러시를 이끈 것은 홍콩, 싱가포르, 대만, 중국의 슈퍼리치들이다. 여기에 유럽, 미국, 한국 컬렉터들도 일조했다. 메이저 화랑들은 첫날 내건 작품들이 솔드아웃되자 이튿날에는 작품을 교체하며 특수를 누렸다. 이 기세라면 49회에 접어든 스위스 아트바젤까지 넘어설 듯하다. 아시아 미술시장 전문가인 서진수 교수(강남대 경제세무학과)는 “금년에는 역대급으로 많은 VIP가 몰려와 개막 2시간 만에 중요한 작품이 완판됐다. 페어뿐 아니라 경매, 개별 화랑 전시까지 맞물려 홍콩은 이제 ‘아시아의 아트 허브’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며 “한국 참가 화랑(10곳)도 예년보다 전략을 잘 짜서 전반적으로 적중률을 높였다”고 평했다. 한국의 아라리오, 국제, 학고재, PKM, 리안, 원앤제이 화랑은 본전시에 참여했고 조현, 313프로젝트, 바톤, 우손은 인사이트 섹터에 부스를 차렸다. 이들은 단색화, 개념미술, 표현주의, 민중미술, 설치작품을 배치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알렸다. 국제갤러리는 한국 산하를 추상으로 압축한 유영국의 회화들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고, 학고재는 민중미술 진영의 신학철, 강요배 그림의 호응이 높았다. 리안갤러리는 한국 전위미술의 선구자 이건용의 작품이, 부산 조현화랑은 ‘꽃 화가’ 김종학 회화가 각광을 받았다. 리안갤러리의 안혜령 대표는 “아트바젤 홍콩에 6년째 참가했는데 한국 미술이 국제 무대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비로소 확신하게 됐다. 그동안에도 판매 성과는 좋았지만 중견 및 신예 작품이라 모두 팔아봐도 부스비, 운송비도 안 됐다. 그러나 올해는 리안이 수년간 집중적으로 밀어온 이건용 작가의 1990년 작품(변형 200호)이 미국 컬렉터에게 3억원에 팔렸고 김택상, 윤희 등의 작품도 모두 판매돼 마침내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건용은 지난해 세계적 화랑인 페이스갤러리 초대로 베이징에서 개인전을 가진 후 독창적인 퍼포먼스 회화가 크게 조명받고 있어 이번 페어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안 대표는 “남과 다른 예술철학과 개념, 세계성만 있다면 우리 작가도 얼마든지 글로벌 시장을 뚫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한동안 뜨거웠던 단색화가 요즘 주춤하지만 그 뒤를 이을 ‘포스트 단색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해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했다. @img4 ‘설악산 화가’ 김종학의 꽃그림으로 예상 외의 홈런을 친 조현화랑의 조현 대표는 “그동안 김종학의 그림은 국내용으로 생각했는데 파리 기메 미술관과 페로탱 갤러리 전시가 이어지며 홍콩에서도 호응이 뜨거웠다. 가로 8m의 대작이 기업에 팔리고 추가 주문도 받는 등 예상외의 성과를 거뒀다. 독창성만 있다면 얼마든지 승부가 가능함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100호 기준으로 1억~5억원을 받을 수 있는 한국 작품이 흔치 않다는 점이다. 원로와 신예를 이어줄 허리에 해당되는 50~60대 작가 층이 취약한 것도 문제다. 미국과 유럽, 일본 유명 작가에 비해 한국 작가의 작품값은 동그라미가 하나 적어 참가비용이 수억원대가 드는 아트바젤 같은 특급 페어에서는 실익을 내기 힘들다. 아트바젤 측은 홍콩 페어가 해를 거듭할수록 실적이 커지자 매년 부스비를 크게 올리고 있다. 본전시의 경우 부스비가 1억~1억5000만원을 상회하는 데다 작품운송료와 보험료, 진행비, 파티비 등을 합칠 경우 닷새간의 페어에 2억~5억원은 고스란히 쏟아부어야 한다. 국제 아트페어에 이골이 난 유럽 화랑들이 난데없이 에곤 쉴레, 기리코 같은 근대미술을 들고 나온 것도 살인적인 참가비용을 어떻게든 뽑겠다는 심산에서다. 결국 이처럼 판매 실적을 채우는 데 급급한 행보 때문에 아트바젤 홍콩은 요즘 신선감과 활력을 잃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 제시도 불가능한 상태다. 최웅철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아트바젤 홍콩의 지명도와 판매력은 용광로처럼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아시아 최고의 국제 아트페어였지만 이제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역전됐다. 우리 큰손들도 홍콩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다. 살인적인 참가비와 물가로 서구 화랑들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KIAF의 체제를 정비하고 차별화를 시도해 추격의 동력을 마련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10년 이상 침체에 빠진 한국 미술시장을 되살리기 위해서도 KIAF 재구축은 시급하다. 글로벌 아트마켓에선 강자만이 살아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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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호

3조원 ‘펫코노미’, 가파른 성장 2027년 ‘6조원’

2016년 반려인 1000만명 돌파 ‘펫푸드’ 연평균 19% ↑ |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 반려동물 인구가 급증하면서 동물을 가족처럼 소중히 여겨 아낌없이 투자하는 펫팸족(Pet+Family+族)도 늘고 있다. 이들의 등장으로 펫코노미(Petconomy, Pet과 Economy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면서 관련 시장이 가파른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반려인 1000만명 이상 추산...연평균 14% 성장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거의 국민 4명 중 1명꼴이다. 이에 따라 펫코노미 시장은 연평균 14% 넘게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연간 3조원 안팎의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펫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원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오는 2027년에는 6조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일반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동물보호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유 가구의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15년 21.8%, 지난해에는 23.7%로 증가했다. 당국은 약 511만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반려동물 인구가 2016년 1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려인 구매력 높아...고가 제품 더 잘 팔려 단순히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반려인들은 상당한 구매력을 보이고 있다. 저가 제품보다 고가 제품의 판매 증가율이 훨씬 높은 현상도 보이고 있다. 모바일커머스업체 티몬이 지난해 반려동물용품 구매자 매출 상위 10만명의 소비 행태를 조사한 결과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위해 소비한 금액이 자신을 위해 지출한 금액보다 상품군별로 평균 22%나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용품에 사용한 돈은 1인당 월평균 10만7425원을 기록했다. 이들이 패션·뷰티용품에 한 달간 소비한 1인 평균 금액(10만183원)보다 7%가 높았고, 식품·생활용품 구매 금액(7만8353원)보다는 37% 많았다. 또 반려동물용품 매출 자료를 살펴보면 5만원 이상 고가 사료의 매출 신장률은 105%에 달했다. 반면, 2만원 이하 사료의 매출 신장률은 24%로 고가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펫 푸드 높은 성장세...펫 보험도 성장 전망 밝아 특히 펫 푸드(반려동물용 사료) 분야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용 사료 시장은 최근 연평균 19% 성장을 보이고 있다.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작년 펫 푸드 관련 상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1번가의 작년 3~12월 기준 펫 푸드(사료∙간식) 카테고리는 전년 대비 145%의 거래액 증가율을 보였다. 11번가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11번가 반려동물 카테고리의 움직임도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반려인들의 구매력을 겨냥해 최근에는 반려견 출입을 허용하는 쇼핑몰도 늘어나는 추세다. 스타필드 하남, 고양, 위례점에는 반려견 출입이 허용된다. 롯데도 프리미엄 아울렛 기흥점 전체를 ‘반려동물 자유구역’으로 정하고 반려동물을 데리고 쇼핑, 식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펫보험 시장도 지난해와 올해 들어 급속하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보험개발원 보고서를 보면 국내 펫 보험 시장의 연간 보험료(2017년 기준)는 10억원 규모(2638건)이고 가입률도 0.02% 수준이지만 지난해 8월 보험개발원이 펫보험 요율 산출을 완료하면서 다양한 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아직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잠재력은 상당히 큰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려동물 의료 시장도 급속하게 성장하는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마켓에 따르면 세계 반려동물 의료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48억달러(5조1720억원)로, 2021년에는 67억달러(약 7조219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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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식품업계 앞다퉈 진출 틈새시장 노리는 벤처기업들

유통·식품업계, 3~4년 전 시장 진출...공격적 확장 벤처업계, 펫 택시·케어로봇 등 신규시장 공략 |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 반려동물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유통과 식품, 생활용품 업계를 중심으로 대형 업체들이 관련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들도 반려동물 시장에서 파생되는 신규 니치마켓(niche market, 틈새시장)을 노리고 민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통·식품업계 반려동물 시장 진출 ‘러시’ 편의점 GS25는 작년 말 ‘유어스 TV동물농장’이라는 반려동물용품 자체 브랜드(PB)를 론칭했다. GS25의 반려동물용품 매출은 2016년 47.3%, 2017년 72.5% 늘었으며, 작년에는 전년 대비 90% 넘게 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20년에는 5조80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노령화, 1인가족 증가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며 프리미엄 상품을 찾는 고객 니즈가 늘어남에 따라 관련 상품을 점차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활용품업체인 LG생활건강은 지난 2016년 이 시장에 뛰어든 이후 사업 확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애경산업 역시 2016년 반려동물 전용 샴푸 출시를 시작으로 상품군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식품업계도 앞다퉈 사료를 비롯한 반려동물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2015년 반려동물 사료 ‘지니펫’을 출시한 데 이어 이듬해엔 홀리스틱 제품을 선보이며 사업을 본격화했다. 2017년엔 반려견 영양제와 건강간식으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회사 관계자는 “매년 35% 이상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이마트는 ‘몰리스샵’이라는 브랜드로 애견용품을 출시했고 하림, 사조동아원, CJ제일제당 등은 반려동물 사료와 간식, 용품 등을 론칭했다. 반려동물 의료 수요 늘어... 중기·벤처는 니치마켓 공략 제약·의료기기업계도 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동국제약은 반려동물 관련 사업과 음료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동국생활과학에서 이 사업을 전담한다. 플럼라인생명과학은 유전자 기반의 강아지 항암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마크로젠은 2015년부터 반려동물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체외진단 전문기업 바디텍메드의 동물용 진단 자회사인 애니벳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동물들이 고령화되면서 의료 관련 수요도 늘어나고 있다”며 “틈새시장 개념으로 의료기기 기업들이 주로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들을 위한 병원도 다양해지고 있다. VIP동물의료센터는 부설기관으로 VIP한방·재활의학센터를 두고 있다. 반려동물들에게 침술, 한방마사지, 한방허브 치료 등을 제공하는 곳이다. 중소·벤처기업들도 기존 사업 분야의 다각화를 통해 새롭게 창출되는 시장에 민첩하게 대응하고 있다. 축산사료의 특수가공원료(EP)와 프리믹스 첨가제를 주로 생산하는 미래생명자원은 최근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 시장에 진출했다. 다양한 기능성 소재를 보유하고 있는 이점을 살려 사업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김성진 미래생명자원 대표이사는 “축산사료 분야에서 기능성 소재들을 활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전용 택시도 등장했다. 박나라 나투스핀(브랜드명 ‘펫미업’) 대표이사는 3년 전 ‘펫택시’ 전문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펫미업 서비스는 고객이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전화로 간단하게 부르면 집 앞까지 반려동물 전용 택시를 보내주는 서비스다. 박 대표는 “반려동물과 함께 택시를 이용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원 동기와 펫택시 관련 졸업논문을 쓰다가 성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어 창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나투스핀은 프리랜서 드라이버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사업을 키워 나갔다. 나투스핀의 드라이버들은 현재 모두 프리랜서로 ‘우버’ 타입의 사업 모델이다. 현재 드라이버는 80명 정도로 늘었다. 구루아이오티(GURU IOT)는 반려동물 케어로봇을 만드는 업체다. 안 쓰는 고사양의 중고 스마트폰이 서랍 속에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스마트폰 탈부착이 가능한 반려동물 케어로봇을 사업화했다. 송수한 구루아이오티 대표는 “매년 시장에 공급되는 스마트폰은 2000만대 정도인데,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의 48%가 이전에 사용하던 공기계를 집에 보관한다”면서 “매해 발생하는 약 500만대의 고성능 스마트폰을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이 사업의 핵심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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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의 계절 5월 첫발 디딜 때 ‘찌릿’ 하면 발이 보내는 경고

7000~8000보 걸은 후 발 상태 보고 운동 결정을 ‘족저근막염’ 초기에 치료 받아야 | 이홍섭 을지대학교 을지병원 족부족관절정형외과 교수 국내 마라톤 인구가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따스한 봄철 각종 매체에서 주관하는 마라톤 대회도 줄을 잇는다. 하지만 건강을 위해 하는 달리기가 잘못된 자세와 부족한 준비운동, 무리한 연습량 때문에 자칫 발 건강을 해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km를 걸으면 발에 16t의 무게 실려 발은 신체의 가장 밑바닥에 있어 체중을 다 지탱한다. 발은 뼈 26개, 관절 33개, 근육 20개와 인대 100여 개로 이뤄져 있다. 이것들이 하나의 복합체로 작용해 발이 땅에 닿고 땅을 치고 나간다. 평생 1000만 번 이상 땅과 부딪치며, 60세까지 지구 세 바퀴 반 거리인 16만km를 여행하고, 1km를 걸을 때마다 16t의 무게가 실린다. 일상생활 외에도 운동 중에는 보통 자기 몸무게보다 20% 정도 더 많은 무게를 지탱하게 된다. 예를 들어 체중계에서 무게를 달았을 때 70kg이 나가는 사람이 살짝 점프할 때 약 85kg의 무게가 실린다. 유산소 운동은 신체 근육 전체의 70~80% 정도를 움직여야 하는 전신운동이다. 보통 권유되고 있는 만 보 걷기 운동은 보통 사람에게는 조금 많은 운동량이다. 대개 만 보를 걷는 것은 약 10km 정도를 걷는 거리로 발은 약 160t을 드는 일을 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대개 7000~8000보 정도를 걸은 후 발이 붓는지, 발의 부담은 없는지 확인한 후 더할 것인지, 뺄 것인지 자신의 걸음걸이 양을 정하는 것이 좋다. 이봉주·황영조 선수 괴롭힌 ‘족저근막염’ 족저근막염은 마라톤의 황제로 불리던 이봉주 선수와 황영조 선수를 괴롭혔던 질환으로 조깅, 마라톤 등 달리기를 오래 했을 때 생기는 가장 흔한 부상으로 꼽힌다. 족저근막이란 발바닥을 싸고 있는 단단한 막으로서 스프링처럼 발바닥의 충격을 흡수하거나 아치(발바닥에 움푹 파인 부분)를 받쳐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족저근막 중 뒤꿈치뼈 부위에 반복되는 미세 외상에 의한 만성적인 퇴행성 질환을 족저근막염이라고 한다. 단순히 염증성 질환이기보다 일종의 과사용 증후군으로 갑자기 운동량이 많아졌거나 걷기를 오래 한 경우 발생하기 쉽다. 증상은 아침에 일어나 첫발을 디딜 때 발뒤꿈치 쪽이 아프거나 오랫동안 앉았다 일어날 때 느끼는 심한 통증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조금만 걷고 나면 사라지는 특징이 있어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뒤꿈치를 땅에 대지도 못할 정도가 되고 나서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1~2주간 휴식을 취하고 소염진통제 복용, 족저근막 및 아킬레스 스트레칭, 뒤꿈치 패드 등의 보존적 치료를 한다. 그러나 만성일 때는 연습량을 줄이고 족저근막과 종아리 부위의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동시에 아킬레스 강화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다. 간혹 스테로이드를 해당 부위에 주사하는 경우 증상이 일시적으로 호전될 수는 있으나, 완치됐다고 생각하고 계속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족저근막이 점점 약해져 끊어질 위험이 있으므로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6개월 이상의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체외 충격파 시술을 생각해볼 수 있고, 1년 이상의 모든 보존적 치료에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생활 속 아킬레스 건 스트레칭으로 예방 발에는 매우 작은 ‘소근육’이 몰려 있어 쉽게 피로를 느낀다. 예방을 위해선 아킬레스 건을 충분히 늘리는 스트레칭이 매우 중요하며, 발가락의 작은 근육과 아킬레스 건을 튼튼하게 강화하는 운동을 해야 한다. 아킬레스 건을 늘리는 운동은 먼저 벽을 향해 서서 손을 벽에 대고 아픈 발을 어깨너비만큼 뒤로 한 뒤 앞발은 약간 구부린 상태에서 몸을 벽 쪽으로 밀듯이 스트레칭을 한다. 이때 양발은 바닥에 붙인 상태여야 하며 한 번에 25회씩 하루에 3, 4회 꾸준히 실시하면 좋다. 아킬레스 건 강화 운동은 계단에 앞꿈치만 딛고 서서 뒤꿈치를 계단 아래로 내렸다 올렸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이다. 발바닥의 소근육 운동은 골프공 스트레칭이나 차가운 음료수 캔 등을 발바닥에 놓고 굴리는 등의 방법이 있다. 골프공 스트레칭은 엄지발가락 밑에 골프공을 놓고 앞으로 공을 굴린 후 다시 되돌아오게 하면 된다. 나머지 발가락도 같은 요령으로 반복한다. 항상 약간의 압통을 느낄 정도로 충분한 압력을 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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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4월호

매트리스 알고 쓰십니까?

국내 매트리스 시장 1조2000억...‘라돈침대’ 여파 소비자 관심 ↑ “크기·소재·구매방법 따라 천차만별...나에게 맞는 제품 구매해야” | 민경하 기자 204mkh@newspim.com ‘건강한 수면’에 대한 현대인들의 관심이 높다. 하루의 1/3을 차지하는 수면시간이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바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이 ‘숙면’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최근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 Sleep과 Economics의 합성어)라 불리는 수면 관련 산업은 연평균 2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침대 또한 대표적인 수면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국내 침대 시장은 약 1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했고, 침대 보급률은 약 75%로 추산된다. 지난 2013년 침대 시장이 약 5000억원 규모였음을 감안할 때 5년 사이에 2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5월 매트리스에서 1급 발암물질 ‘라돈’이 검출된 이른바 ‘라돈 침대’ 사태가 터지면서 침대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졌다. 단순히 브랜드와 입소문에 의존해 제품을 선택했던 소비자들은 이제 다양한 조건과 기준을 두고 까다롭게 침대를 고르고 있다. ‘라돈 사태’로 불똥이 튄 침대 업계는 오히려 기회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부동의 1, 2위를 고수하고 있는 에이스, 시몬스 침대에 맞서 한샘, 현대리바트 등 가구업체들과 코웨이, 청호나이스 등 렌탈업체들이 저마다 장점을 내세운 제품을 출시하며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크기, 종류, 구매방법에 따라 천차만별인 침대 제품들 사이에서 나에게 딱 맞는 제품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내 몸·내 방에 딱 맞는 크기부터 정하자 침대를 고를 때 가장 먼저 정해야 하는 것은 침대의 크기다. 너무 작은 침대는 몸이 불편하고, 너무 큰 침대는 공간을 많이 차지한다. 나에게 딱 맞는 제품을 고르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신체와 침대를 놓는 공간의 조건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흔히 국내 침대의 규격(가로×세로, cm)은 싱글(100×200), 슈퍼싱글(110×200), 더블(135×200), 퀸(150×200), 킹(160×200) 등으로 나뉜다. 업체마다 크기가 약간씩 다르고 명칭이 다른 경우가 있지만 대개 가로의 길이가 길어지는 것에 따라 크기가 나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업계에서는 가로 폭이 사용자 어깨 너비의 3배, 세로 폭이 15~20cm의 여유를 두도록 추천하지만 보통 사람의 경우 슈퍼싱글, 퀸 사이즈도 큰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정론이다. 뒤척임이 심하거나 옆으로 눕는 습관 등 침대를 넓게 쓰는 사람의 경우, 누웠을 때 편한 제품보다 한 치수 큰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좋다. 몸의 크기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침대를 놓는 공간의 크기다. 먼저 위치를 정해야 한다. 간혹 침대를 벽에 붙여 배치하는 경우가 있는데 가장 피해야 하는 사례다. 침대는 매트리스 내부에 곰팡이가 생길 우려가 있으니 벽과 최소 10cm의 간격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창문이나 에어컨 바람이 직접적으로 닿는 위치에 놓을 경우에도 곰팡이 발생 가능성이 있어 피해야 한다. 앞선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켰다면 내부 가구, 문과의 거리를 점검해 보고 침대의 높이 또한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탄탄’ 스프링 vs ‘푹신’ 메모리폼·라텍스 침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매트리스는 크게 스프링, 메모리폼 그리고 라텍스 계열로 나뉜다. 세 가지 매트리스는 각각 장단점이 있으며 이 또한 개인의 특성과 취향에 맞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스프링 매트리스는 가장 고유한 방식으로 제작된 매트리스다. 스프링 매트리스는 크게 전체가 한 판으로 연결된 ‘본넬 스프링’ 구조와 개별 스프링으로 연결된 ‘포켓 스프링’ 구조로 다시 나뉜다. ‘본넬 스프링’ 구조의 흔들림과 내구성을 보완한 것이 ‘포켓(독립) 스프링’ 구조라고 보면 된다. 스프링 매트리스의 가장 큰 장점은 우수한 탄성이 만들어내는 반발력이다. 지지력이 우수하기 때문에 누웠을 때 신체를 단단하게 받쳐준다는 느낌을 준다. 통기성이 좋아 시원하고 편안하게 몸을 뒤척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또한 국내 매트리스 중 대다수가 스프링 매트리스 구조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다양한 브랜드의 폭넓은 가격대에서 선택할 수 있다. 반면 단점으로는 다소 단단한 경도를 지녀 몸의 굴곡을 완전히 밀착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스프링 특성상 부분적인 꺼짐 현상이 일어나 신체 일부에만 통증이 유발되는 압점이 생길 수 있으며, 소음이 크고 수명도 짧다. 스프링과 내장재가 분리된 면에 세균·진드기가 많이 번식할 수 있으므로 주기적인 관리도 요구된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에이스, 시몬스침대가 있다. 메모리폼 매트리스는 폴리우레탄을 주원료로 하며, 지난 1960년 미국 NASA에서 비행 탑승자들의 충격흡수제로 개발되면서 세상에 공개됐다. 스프링 매트리스와 달리 지지력이 낮지만 몸의 굴곡을 완전히 밀착하게 해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흔들림이 적고, 체중 분산 효과가 뛰어나 뒤척임이 심한 사람과 침대를 함께 써도 불편함이 거의 없다. 폼 밀도가 높아 세균·진드기의 침투 가능성도 낮은 편이다. 단점은 인체와 가까이 밀착하기 때문에 덥고 습한 느낌을 줄 수 있다. 특히 온도에 민감해 온수매트·전기장판을 침대에 함께 사용할 경우 폼 소재 손상의 우려가 있는 제품도 있다. 또한 가격대가 다소 높으며, 낮은 가격대의 제품이라면 수명이 짧을 수 있다. 구매 후 메모리폼 특유의 냄새가 한동안 지속된다는 점도 체크해 봐야 할 사항이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세계적인 매트리스 기업 ‘템퍼’가 있다. 라텍스 매트리스는 고무나무 원액을 주원료로 하며, 100% 천연 라텍스와 합성 고무·수지를 포함한 합성 라텍스로 나뉜다. 라텍스 또한 메모리폼과 마찬가지로 몸을 잘 받쳐주며 체중 분산에 효과적인 소재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메모리폼보다 복원력이 우수해 수명이 10년 이상으로 길고, 통풍 효과까지 있어 더운 느낌도 들지 않는다. 단점으로는 온도·습기·직사광선에 취약하기 때문에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점, 고무 특유의 냄새가 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국내 기업 바디프랜드가 천연 라텍스 브랜드 ‘라클라우드’ 제품을 렌탈 서비스하고 있다. 무조건 구매? 렌탈은 어떨까 최근 매트리스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매트리스 렌탈 시장이 점점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지난해 ‘라돈 침대’ 사태로 안전성 이슈가 부각된 이후, 소비자들은 주기적인 관리·교체 서비스를 시행하는 렌탈 서비스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일반 렌탈 제품처럼 비교적 비싼 가격의 제품을 매달 부담 없는 렌탈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현재 3000억원 정도로 추산되는 렌탈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곳은 코웨이다. 지난 2011년 렌탈 사업을 시작한 코웨이는 지난해 3분기 기준 렌탈계정 41만5000개를 기록했다. 지난 2017년 매트리스 사업 매출액은 1640억원으로 2060억원의 에이스침대, 1733억원의 시몬스에 이어 업계 3위 실적이다. 코웨이에 이어 다른 렌탈 업체들도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2013년 시장에 진출한 바디프랜드는 2018년 말 기준 7만4100개의 계정을 기록하며 매출 500억원 달성이 예측되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지난 2016년 진출 이후 2년 만에 3만5000개 계정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쿠쿠홈시스, 웅진렌탈, 교원웰스, 현대렌탈케어 등도 나란히 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단일 제품을 구매하기가 부담스럽고 좋은 제품을 고르기가 어려운 소비자라면 렌탈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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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4월호

새로운 낡음, 예술 입히니 공간에 부가가치 높아져

신축만이 능사 아냐, ‘자취와 역사성’이 중요 낡은 것에 아트·디자인 접목...도시를 리셋하다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낡은 곳, 버려진 곳이 각광받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 같으면 일거에 부숴버리고 효율적인 건물로 신축됐을 옛 공장과 창고들이 예술을 만나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근대기 또는 해방 전후 지어진 공장과 건축물은 아트디렉터들 사이에 가장 매력적인 공간으로 부상 중이다. 심지어 건축디자이너들 중에는 전국에 잔존하는 낡은 공간을 찾아다니며 활용을 검증하는 이도 생겨났다. 그동안 우리는 공간을 바라볼 때 효율성과 경제성 측면만을 중시했다. 그러나 이제 그 공간에 깃든 역사성과 흔적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인간과 역사를 배제한 채 획일적인 도시 개발을 진행했던 과거와는 달리 ‘사람과 공간의 기억’에 주목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지난해 9월 도시재생엑스포를 개최한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은 급격한 산업화와 전면철거를 통한 개발로 오래된 골목과 옛집들이 사라졌다. 옛 공간에 대한 기억도 잊혀졌다. 앞으로는 일방적인 대규모 개발에서 벗어나 시민들이 갖고 있는 역사적 랜드마크를 재발견하고 주변과의 연계에 힘을 쏟겠다”고 했다. 사실 문화와 예술은 인간의 삶으로부터 비롯되지만 일순간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축적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 치열했던 인간 삶의 궤적을 품은 터전 중 그 건축과 건축을 둘러싼 장소가 특별하거나 유서 깊은 곳이라면 재조명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가치를 알아보고, 이에 새로운 매력을 불어넣을 수 있느냐다. 낡은 공간, 버려진 옛 공간이 품은 잠재력을 간파한 ‘눈 밝은 이들’로 인해 볼품없던 공장, 창고들이 부가가치를 지닌 공간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홍익대 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으나 그림만으론 밥벌이가 되지 않아 건축디자이너로 변신한 홍동희(55) 대림창고갤러리 대표가 좋은 예다. 그는 2013년 수행했던 프로젝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에 서울 성수동의 대림창고를 발견했다. 무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자신들의 소품을 벼룩시장처럼 팔곤 했던 곳이다. 모 패션업체는 젊은이들 대상의 패션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낡았지만 탁 트인 창고를 본 순간 홍 대표는 이탈리아 유학 시절 근대유럽건축에서 받았던 특별한 영감을 느꼈다. 초창기 곡식을 찧던 정미소였다가 물품창고로 쓰였던 50여 년의 흔적이 ‘훅’ 하고 다가왔던 것. 바로 그 자리에서 홍 대표는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이 공간을 사겠다’고 결심했고, 2015년 ‘대림창고 갤러리컬럼’을 선보였다. 그는 “한국에서는 오래된 공장과 창고들이 재개발로 인해 거의 사라졌다. 대림창고 또한 곧 사라질 것이었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고 했다. 리모델링에서 홍 대표는 옛 대림창고의 담벼락이며 간판, 제반 시설을 최대한 살리고 지붕만 일부 뚫어 실내에서도 하늘을 볼 수 있게 했다. 카페 내부에 나무들을 심어 마치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느낌도 줬다. 옛 공간에 어울리는 조명과 가구를 직접 디자인해 곁들이기도 했다. 대림창고가 갤러리로 변신한 후 산업화 시대를 대표하는 도심의 공장지대로, 오래된 구두공장과 자동차정비소가 명맥을 유지하던 성수동에 ‘한 멋’ 하는 멋쟁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샤넬, 나이키, BMW 등 유명 업체들이 잇따라 론칭쇼, 패션쇼, 팝업전시를 개최했다. 서울시향이 성동구민을 위한 클래식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대림창고가 사랑받자 성수역 일대에는 카페와 공방, 특색 있는 식당과 가게들이 빠르게 들어서며 서울의 ‘가장 힙한 거리’로 부상했다. 대림창고 바로 옆에는 바이산 갤러리카페가 들어섰고, 옛 혼다자동차 정비소 일대는 ‘S팩토리’라는 이름의 대형 복합문화공간이 조성됐다. 해외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해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불리는 성수동을 찾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이끄는 단순한 소비의 거리가 아닌, 현재진행형의 문화예술이 꿈틀대며 공존해야 ‘지속 가능한 사이트’가 된다는 점이다. 홍 대표가 역점을 두는 것 역시 문화예술이 곁들여진 공간을 지향하는 것이다. 새롭고 특별한 장소를 찾는 젊은 층을 계속 사로잡으려면 참신한 예술이 ‘필수’라고 믿기에 유망 아티스트들을 선발해 전시를 개최하고 있다. 아티스트 양정욱에게는 초대형 목재 설치작품을 만들게 해 대림창고의 아이콘처럼 입구에 설치해 놓았다. 탁 트인 공간과 높은 층고의 옛 창고 곳곳에 혁신적인 조각과 회화, 공예품이 전시돼 ‘새로운 낡음’을 느끼게 한다. 성수동 외에도 구로동, 북촌, 부산, 제주 등 국내 곳곳에는 근대건축과 공장을 재활용해 뮤지엄과 복합문화시설, 아트카페가 잇따라 조성되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까지 한국의 문화 관계자들이 수시로 찾았던 곳은 이웃 나라 일본 세토(瀨戶) 내해의 나오시마 섬이다. 서울 여의도 크기만 한 이 섬은 쓸모가 없어져 ‘버려진 섬’이었다가 ‘현대미술의 메카’로 변신해 영국 여행잡지 트래블러로부터 ‘꼭 가봐야 할 세계의 7대 명소’로 선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국내의 수많은 정책입안자, 문화계 인사들이 잇따라 현장을 찾아 “우리 지역에도 예술섬 사례를 적용해 보자”며 의욕을 보였던 것. @img4 ‘일본의 지중해’라 불리는 아름다운 바다에 그림처럼 떠 있는 섬이었으나 쓰레기와 폐공장 때문에 몸살을 앓던 나오시마, 이누지마, 데시마를 세계인이 주목하는 예술관광지로 만든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의 스토리는 분명 연구해볼 만한 것이긴 하다. 출판기업 베네세그룹을 이끄는 후쿠다케 회장은 아무도 찾지 않던 섬 나오시마를 건축가 안도 다다오, 미술가 쿠사마 야요이와 손잡고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섬’으로 만들었다. 그는 오타케 신로 등 아티스트들에게 섬 내의 버려진 낡은 집과 목욕탕을 예술작품으로 바꿔놓게 했다. ‘이에(家)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이 시도는 오늘날 각국의 아트디렉터들을 사로잡고 있다. 후쿠다케 회장은 나오시마보다 낙후된 이누지마, 데시마 섬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사재를 털어 ‘세토우치 트리엔날레’도 열고 있다. 3년마다 열리는 이 국제미술제를 보기 위해 예술애호가들이 운집하고 있다. 한때 벼농사로 풍요를 누렸으나 일본의 한 기업이 1975년부터 16년간 60만t의 산업폐기물을 불법 투척해 ‘쓰레기 섬’이 됐던 데시마는 건축가와 아티스트들의 노력으로 ‘데시마 미술관’이 들어서며 활기를 되찾고 있다. 세계인의 심장 소리를 녹음해 들려주는 크리스티앙 볼탕스키의 ‘심장 소리 아카이브’ 등 섬 곳곳에 독특한 작품이 설치돼 있다. 섬의 모양이 개를 닮았다는 이누지마(犬島)는 1909년부터 구리제련업으로 번영을 누렸지만 가격 폭락으로 제련소가 문을 닫고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다. 베네세그룹과 작가 야나기 유키노리는 이 섬을 ‘현대인이 돌아가고 싶은 곳’으로 만들자며 방치된 동제련소를 공기, 자연광이 스며드는 힐링 뮤지엄(세이렌쇼 미술관)으로 바꿔놓았다. 높은 굴뚝 인근의 폐가 5곳에는 ‘이에 프로젝트’가 시행됐다. 낡은 건축물과 폐공장을 예술 사이트로 활용한 사례는 영국,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서 부지기수로 만날 수 있다. 공해유발시설로 지목돼 수십년간 방치됐던 템즈강 변의 화력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멋들어지게 개조해 매년 500만명이 찾는 곳으로 만든 테이트 모던은 최고의 성공 사례다. 테이트 모던은 화력발전소의 옛 기름저장고를 ‘더 탱크’라는 이름의 첨단 아트전시실로 재조성하기도 했다. @img5 중국에서는 상하이의 라오창팡이 유명하다. 1933년 영국 건축가가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도축장으로 설계한 라오창팡은 구불구불한 구조가 무척 독특하다. 그러나 도심혐오시설로 지목돼 기피 대상이 됐다가 갤러리를 비롯해 아트카페, 레스토랑이 입점하며 복합예술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베이징 다산쯔 지역의 798예술지구도 옛 전선공장의 낡고 거친 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성공한 예술 사이트로 부상했다. 그러나 초창기 가난한 미술가들이 몰려들고 갤러리와 미술관이 속속 들어섰으나, 부동산임대료 상승 등으로 요즘은 상업시설이 더 맹위를 떨쳐 아쉬움을 준다. 이렇듯 낡고 퇴색한 공장건물과 창고, 산업시설이 오늘도 예술공간으로 잇따라 변신하고 있다. 매끈한 첨단 건물에선 느낄 수 없는 ‘묘한 아우라’ 때문에 낡은 시설은 인기가 수직상승 중이다. 바야흐로 낡은 것, 흔적이 있는 것이 귀한 공간으로 대접받는 시대가 왔다. 단 명확한 좌표 설정과 함께 차별화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개발·공급해야 이 트렌드가 오래오래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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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이상 눈이 떨린다면 '반측성 안면경련' 의심해야

안면신경장애 환자 8만명...1년 새 22%↑ 반측성 안면경련증, 우울증·대인기피증 야기 | 허륭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외과 교수 별다른 이유 없이 눈이 떨리는 경우가 있다. 대부분 마그네슘이나 전해질 부족, 스트레스, 과로, 수면 부족 등에 따른 가벼운 증상으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마그네슘 보충이나 충분한 휴식과 안정을 취해도 한 달 이상 눈 떨림 증상이 멈추지 않는다면 ‘안면경련’이라는 신경계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반측성 안면경련, 치료 안 하면 만성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안면신경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2017년 8만1964명으로 2013년 6만7159명 대비 22% 증가했다. 안면신경장애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젊은 층보다 50대 이상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12종의 뇌신경 중에서 제7번 뇌신경을 안면신경이라고 한다. 안면신경은 눈, 볼, 입 등 얼굴 근육의 운동 기능을 담당한다. 정상혈관이 안면신경을 눌러 신경이 압박되면서 눈 떨림과 입 주위에 경련이 발생하는데 이를 안면경련이라고 한다. 주로 얼굴의 한쪽에서 나타난다고 해서 ‘반측성 안면경련’으로 불리며, 오랫동안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만성으로 진행된다. 안면경련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눈에서 경련이 시작되고 심해지면 눈 감김과 동시에 입꼬리가 떨리며 위로 딸려 올라가는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련이 일어나는 횟수가 잦아지고 지속 시간도 증가하게 된다. 이를 방치할 경우 안면의 한쪽 근육과 반대쪽 근육의 비대칭 발달이 이뤄지기도 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과로, 스트레스, 전해질 부족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떨림 증상은 주로 눈꺼풀 양쪽이 떨리는 경우가 많다. 한쪽의 지속적 떨림, 특히 긴장하거나 집중할 때 떨림 증상이 심하다면 반측성 안면경련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또 근긴장이상증의 하나인 ‘안검연축’, 흉선 호르몬 이상으로 인한 ‘중증 근무력증’ 등은 반측성 안면경련증과 비슷한 눈 떨림 증상을 보이지만 각기 발생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정확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미세혈관 감압술로 치료 가능 반측성 안면경련증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심한 경우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 등을 야기할 수 있다. 눈 떨림 증상이 장시간 지속된다면 전문의와 상담을 통해 환자의 나이 및 상태에 맞게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측성 안면경련증은 항경련제 계열 약물 투여와 보톡스 주사요법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재발이 잦으며, 보톡스 주사의 경우 2~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맞아야 하고 반복될수록 효과가 점차 감소된다. 이런 약물 및 보톡스 치료는 질환의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효과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반측성 안면경련증은 수술로 완치될 수 있다. 먼저 근전도 및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통해 혈관이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정도와 뇌혈관 상태 등을 확인한 후 미세혈관 신경감압술(MVD) 여부를 결정한다. 미세혈관 신경감압술은 귀 뒤쪽을 6~8cm 정도 절개한 후 안면신경을 담당하는 제7번 뇌신경과 인접한 뇌혈관을 분리하는 수술이다. 이때 테플론펠트라는 의료용 스폰지를 끼워넣어 뇌신경과 혈관을 분리한다. 최근엔 수술 장비의 발달과 수술 중 감시 장치의 활용으로 청력 손상 등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수술 후 10년 내 재발률은 10% 미만으로 낮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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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100만명 시대 ‘꿈의 치료제’ 찾는 제약사들

머리카락 100개 이상 빠지면 탈모 의심 국내 탈모 시장 4조원 JW중외제약·동아에스티, 탈모 신약 도전 | 김근희 기자 keun@newspim.com | 박다영 기자 allzero@newspim.com 탈모 치료제는 만들기만 하면 대박을 터뜨릴 ‘꿈의 치료제’로 꼽힌다. 탈모 환자는 계속 늘어나지만 아직 이를 완전히 고칠 치료제는 없다. 한국인이 가장 많은 돈을 쓰는 일반의약품도 ‘탈모 치료제’다. 이에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탈모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내 탈모 환자 100만명 넘어 국내 탈모 환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탈모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03만명을 기록했다. 환자의 54.9%는 남성이다. 2013년 20만5608명이던 환자 수는 2017년 21만3777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탈모는 모발이 있어야 할 부분에 모발이 없는 상태로, 일반적으로 두피의 굵고 검은 머리털(성모)이 빠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루에 50~70개의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지만 자고 나서나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 수가 100개가 넘으면 탈모를 의심해야 한다. 탈모는 원형탈모증, 안드로젠탈모증, 기타 비흉터성 모발 손실, 흉터탈모증 등 4가지로 분류된다. 전체 탈모의 약 75% 이상을 원형탈모증이 차지한다. 탈모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원인, 스트레스, 미세먼지 등 대기질 변화가 탈모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모 완치 치료제는 없어 탈모 환자가 늘면서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2012년 272억원이었던 탈모 관련 진료비는 2016년 355억원으로 증가했다. 국내 탈모 시장 규모는 4조원에 이른다. 이는 전 세계 탈모 시장 규모인 8조원의 절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아직 탈모를 완치하거나 모발 재생 효과가 있는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았다. 현재 치료제들은 머리카락이 더 빠지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탈모 치료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는 ‘피나스테리드’ 성분 제제, ‘두타스테리드’ 성분 제제, ‘미녹시딜’ 성분 제제 3개뿐이다. 피나스테리드와 두타스테리드는 먹는 치료제로 호르몬을 조절해 탈모를 치료한다. 미녹시딜은 바르는 제형으로, 두피의 말초혈관을 확장하고 피부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모발에 영양을 공급한다. 그러나 피나스테리드는 성욕 감퇴, 미녹시딜은 현기증 등의 부작용이 있다. 화이자, 탈모 신약 임상3상...K-바이오도 도전 근본적인 탈모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국내외 제약·바이오 업체들도 관련 신약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은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의 원형탈모 신약이다. 화이자가 원형탈모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는 ‘PF-06651600’이 지난 1월 후기 임상 2상 및 임상 3상 시험에 돌입했다. 화이자가 지난해 9월 유럽 피부의학·성병학회(EADV)에서 공개한 PF-06651600의 임상 전기 2상 결과 두피의 모발 재성장을 촉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PF-06651600을 원형탈모 혁신 치료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JW중외제약과 동아에스티가 탈모 치료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JW중외제약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과 손을 잡고 신개념 탈모 치료제 ‘CWL080061’을 개발 중이다. 이 제제는 탈모 진행 과정에서 감소하는 ‘Wnt 신호전달경로’를 활성화해 모발 형성에 관여하는 세포를 분화·증진하는 신약 후보물질이다. 올해까지 전임상시험을 마치고, 내년 임상시험에 돌입할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는 바이오벤처인 네오믹스와 탈모 치료제 개발을 위해 공동 연구 중이다. 이 외에도 프로스테믹스, 바이오니아, 큐어바이오 등이 탈모 치료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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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 쓰고, 머리 심고…다양해진 치료법

헬멧형 탈모 치료기 인기 원텍·LG전자 등 탈모 치료기 개발 모발이식 수술 꾸준히 증가 | 김근희 기자 keun@newspim.com | 박다영 기자 allzero@newspim.com 탈모 관련 시장이 커지면서 치료제뿐만 아니라 치료법도 진화하고 있다. 탈모 치료 가정용 의료기기 시장의 경우 기존 의료기기 업체뿐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까지 뛰어들면서 성장 중이다. 치료제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환자들이 다른 방법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커지는 헬멧 탈모 치료기 시장 최근 탈모 치료 시장에서 헬멧형 탈모 치료 의료기기가 떠오르고 있다. 이 기기는 초음파가 나오는 헬멧형 제품으로, 머리에 쓰면서 집에서 두피 관리를 할 수 있는 의료기기다. 기기에서 나오는 레이저가 두피 전체에 빛을 전달하면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혈류량과 산소량이 증가한다. 이를 통해 모근에 충분한 영양이 공급된다. 레이저·초음파 의료기기 전문기업 원텍의 헬멧형 탈모 치료 의료기기 ‘헤어빔 에어’는 2017년 출시된 이후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헤어빔 매출은 출시 이후 원텍 전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원텍은 지난해 말 중국 현지 기업과 3년간 1100억원대의 헤어빔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2017년 원텍 전체 매출의 2.7배 규모다. 이어 지난 2월 대만 기업과 47억원 규모의 헤어빔 공급 계약을 맺었다. LED 마스크를 주로 판매하는 중소 업체 셀리턴도 올해 초 헬멧형 탈모 치료 의료기기 ‘헤어 알파레이’를 출시했다. 헤어 알파레이는 200만원 안팎의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하자마자 품절됐다. LG전자도 헬멧형 탈모 치료 의료기기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가정용 탈모 치료기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기기인 만큼 인증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아직 출시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헬멧형 탈모 치료 의료기기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집에서 환자가 직접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탈모 환자가 아니더라도 탈모 예방을 위해 구매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모발이식 수술, 연평균 44%↑ 극적인 탈모 치료 효과를 위해 모발이식 수술을 하는 환자도 늘고 있다. 모발이식 수술은 국민건강보험법상 비급여 항목으로, 의료인이 진료비를 정하고 환자가 전액 부담한다. 이 때문에 가격이 제각각이고 공식 통계도 나와 있지 않다. 다만 국내 최대 탈모 치료 병원인 모제림성형외과는 탈모 치료로만 2017년 약 4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모발이식 건수는 44.4% 증가했다. 모발이식 수술은 뒷머리 부위에서 채취한 모발을 탈모가 있는 부위로 옮겨놓는 것으로 ‘절개 이식’과 ‘비절개 이식’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절개 이식은 뒷머리 일부를 떼어내 모낭을 채취하는 것이고, 비절개 이식은 모낭을 덩어리째 떼어내 나누지 않고 하나씩 뒷머리에서 뽑는 방법이다. 모발이식 후 완벽한 결과를 보려면 최소 10개월은 필요하다. 이 기간에 모발은 자라면서 정착하게 된다. 수술은 부분마취 상태에서 4~8시간 진행된다. 한 번에 많은 모발을 이식하면 가시적 효과는 확실하지만 수술 시간이 길어지게 된다. 의료진은 회당 2000모에서 3000모 정도 이식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모발이식 수술을 받은 부위의 모발은 영구적으로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다른 부위에 추가로 탈모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수술한 후에도 약물치료를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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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로운 골프코스…중장년 위한 여행지 ‘괌’

따뜻한 날씨에 다양한 골프 코스 4시간이면 도착...항공편도 많아 국내 면허증으로 가능한 드라이빙 여행 | 김유정 기자 youz@newspim.com ‘가족여행 명소’로 불리는 괌은 쇼핑, 천혜의 자연풍광,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복합 리조트 등으로 한국인 여행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다. 유치원생부터 초등생까지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지로 인기 있는 괌은 오히려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여행하기 좋은 곳이다. 4시간의 짧은 비행시간에 다양한 항공사가 취항하고 있어 시간이나 가격 등 선택의 폭이 넓기 때문. 중장년층을 위한 괌의 매력에 대해 알아보자. 쉬운 홀부터 까다로운 홀까지...골프 재미 쏠쏠 한국에서 비행기로 4시간 거리에 위치한 괌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즐기며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함께 라운딩할 수 있는 골프코스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아놀드 파머, 잭 니클라우스 등 스타 골퍼들이 설계한 레오팔레스 등 총 7개의 골프코스를 갖췄다. 가까운 곳에서 거장들이 설계한 골프를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연중 온화한 기후로 골프를 즐기기 좋아 마이크로네시아 섬들 가운데 골프의 수도라고 할 수 있다. 비교적 쉬운 홀에서 정확한 샷을 필요로 하는 까다로운 홀까지 코스별 난이도가 다양해 골프의 재미를 더한다. 각 코스는 고유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 매일 다른 골프코스를 즐겨보는 것도 괌에서만 가능한 경험이다. 푸른 초원, 코코넛 나무와 아름다운 바다를 만끽하며 라운드를 즐기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괌의 골프코스는 북부, 중부, 남부로 나뉘어 있는데 지역별로 개성이 강해 마음에 드는 골프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괌 북부에 위치한 괌 인터내셔널컨트리클럽은 일본 프로골퍼 아야코 오카모토의 도움을 받아 설계한 챔피언십 코스다. 미국골프협회(USGA)의 승인도 획득했다. 스타츠 괌 골프리조트의 코스는 미국골프협회로부터 첫 승인을 받은 곳이라는 의미가 있다. 특히 27홀의 광활한 코스를 자랑해 골프 마니아라면 반할 수 밖에 없다. 레오팔레스 리조트는 괌 중부에 위치한다. 이 골프코스는 아놀드 파머와 잭 니클라우스의 발자취를 느껴볼 수 있다.
 중부에는 쟁쟁한 골프코스가 다수 자리하는데 그중 세계 100대 베스트 코스에 랭크된 망길라오 골프클럽도 놓칠 수 없는 코스 중 하나다. 골프코스 천재 설계사 로빈 넬슨이 빚어낸 망길라오 골프클럽은 괌 동부해안가를 따라 위치해 있다. 태평양의 해안 절경을 마음껏 즐기면서 라운딩할 수 있다. 특히 12번 홀은 바다를 넘겨 홀을 공략해야 하는 이색적인 코스로 망길라오의 시그니처 홀로 유명하다. 중부를 지나 남부로 내려가면 아름다운 전망을 자랑하는 윈드워드 힐스 컨트리클럽, 퍼시픽 컨트리클럽, 온워드 탈로포포 골프클럽이 나타난다. 
윈드워드 힐스 컨트리클럽은 괌의 골프코스 중 가장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곳이다. 코스가 비교적 쉬워 초보자에게 적격이다. 퍼시픽 컨트리클럽은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구로카와 기쇼가 설계했다. 그의 팬들에게는 이 코스에서 골프를 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괌 동부해안가에 위치해 모든 홀에서 파노라마처럼 시원하게 바다가 펼쳐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온워드 탈로포포 골프클럽은 샘 스니드, 벤 호건 등 전설의 PGA 플레이어 9명이 각자 2홀씩 설계한 코스다. 탁 트인 전망은 물론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모든 레벨의 골퍼가 즐길 수 있다. 골프 애호가라면 한 번쯤 밟아보고 싶은 꿈의 코스다. 천혜의 자연을 드라이빙 여행으로 만끽 국제면허증 없이도 렌터카를 빌릴 수 있는 괌은 한국인에게 최적화된 드라이빙 여행지다. 우리와 같은 방향의 좌핸들을 사용할 뿐 아니라 도로에 차가 많지 않아 운전에 부담을 갖지 않아도 좋다. 괌에서는 렌터카가 있어야 여행의 질도 높아진다. 필수 코스인 사랑의 절벽, 괌 아웃렛, 탈로포포 폭포 등을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 20~30분을 자동차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가 전해지는 사랑의 절벽은 시내에서 차로 20여 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높이 솟은 전망대에 오르면 괌의 아름다운 투몬 해변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 절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버린다. @img4 @img5 @img6 사랑의 절벽에서 차량으로 40분 정도 소요되는 탈로포포 폭포는 남부에 자리한다. 거대한 폭포를 케이블카를 타고 조망할 수 있어 힘들게 걷지 않아도 되므로 중장년층에게 반응이 좋은 여행지다. 탈로포포 폭포는 숨겨진 보물 같은 장소다. 케이블카를 내리면 남국의 수풀이 우거진 길을 잠시 걷는 시간도 주어진다. 많은 나무가 뿜어내는 산소를 실컷 마시고 나면 몸과 마음이 깨끗해진 기분마저 든다. 중심부인 투몬에서 1번 도로를 시작으로 2번, 4번 도로로 이어지는 길을 달리면 바닷바람을 실컷 맞으며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남부에 위치한 메리조 피어는 조용한 항구마을로 잠시 조용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투몬에서 출발하면 절반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잠시 쉬어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탁 트인 메리조 피어의 풍광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잡념이 사라지고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든다. 드라이빙 여행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여행객이라면 메리조 피어 바로 옆에 자리한 이나라한 천연 수영장을 찾는 것은 어떨까. 자연방파제가 물을 가둬 파도 없이 수영장처럼 바다 수영이 가능해 중장년층도 부담 없이 해수욕을 즐길 수 있다. 수영복과 수건만 챙기면 어디든 수영장이 되는 괌의 해변에서 부끄러움은 잠시 접어두고 젊은 시절로 돌아가 실컷 해수욕을 만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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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호

미술시장 ‘블록체인형 분할구매’ 러시

신기술 유통플랫폼 앞다퉈 오픈...고가작품 공동 소유 낮은 수수료로 담보대출 대체도...옥석 가려 투자해야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고가의 미술품을 여러 명이 공동으로 구매하고 그 소유권을 거래하는 최신의 ‘분할판매 서비스’가 국내에서도 앞다퉈 시행되고 있다. 블록체인(공공거래 장부) 기술을 활용해 예술품을 공동으로 소유한 뒤 거래할 수 있는 이 시스템은 작년 하반기부터 일제히 등장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그들만의 리그’로 불렸던 미술품 투자가 ‘누구나의 리그’로 확산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블록체인 IT기술을 적용한 예술품 분할판매 미술품은 주식, 부동산, 채권에 이어 대체투자에 적합한 아이템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저금리 시대에는 최고의 투자 대상으로 꼽힌다. 글로벌 예술품 시장 인덱스 중 가장 대표적인 ‘Artprice 100’은 지난 2000년 이후 360% 상승했다. 연평균 성장률이 8.9%에 달한다. 같은 기간 S&P500은 19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Artprice 100’은 파블로 피카소 등 100명의 예술가로 구성돼 있다. 2018년 S&P500 기준 미국의 주식시장은 -5.1%의 수익률을 기록했으나 글로벌 미술시장은 10.6%의 수익률을 올렸다. 유명 작가의 걸작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오를 뿐 아니라 자본시장이 요동을 쳐도 영향을 덜 받는 안전자산이다. 문제는 투자 메리트가 있는 작품은 최소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을 호가한다는 점이다. 또 좋은 작품을 고르는 안목과 앞선 정보 등 전문성이 요구돼 일반투자자는 선뜻 도전하기 어렵다. 이 같은 진입장벽을 없앤 것이 바로 고가의 미술품을 다수의 투자자가 나누어 구매하는 블록체인형 분할구매다. 지난해 10월 동시에 등장한 ㈜열매컴퍼니의 플랫폼 ‘ARTnGUIDE(아트앤가이드)’와 핀테크 기업 투게더앱스의 ‘아트투게더’는 혼자 사기에는 버겁지만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을 여럿이 함께 사들여 소유권을 나눠 갖는 구조다. 투자한 작품의 가격이 오르면 되팔아 수익을 분배하게 된다. 최근의 공동구매는 만기가 정해져 있어 실효를 거두지 못했던 지난 2008년의 아트펀드와는 달리, 일정 수익률에 도달하면 언제든 환매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고 소유권 매매도 가능하도록 했다. 올해 초 론칭한 ㈜프로라타아트의 예술품 거래 플랫폼인 ‘PRO/RATA ART(프로라타 아트)’는 운용 방식이 조금 다르다. 유명 작가의 화제작을 프리 세일을 통해 분할판매한 뒤, 그 소유권을 각자 자유롭게 거래하는 마켓(거래소)을 상시 운영하는 것이 차이점이다. 작품을 시장에 되파는 리세일(Resale) 대신, 주식시장처럼 지속적으로 소유권을 거래해 차익을 거두게 한 것이다. 이들 기업 모두 블록체인 업체와 제휴해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고, 최소 투자금액이 1만~100만원대로 크게 부담되지 않는 것이 공통점이다. 또 투자자가 작품을 직접 고를 수 있는 것도 과거의 아트펀드에서 진일보한 점이다. 미술품 공동구매 시스템은 미국과 유럽에서 먼저 선을 보였다. 특히 미국은 마스터웍스, 마에케나스 등 여러 업체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그중 2017년 설립된 미국의 마스터웍스는 작품의 소유권을 증권화해 분할 판매한다. 피카소, 모네, 워홀 등 19~20세기 거장의 그림을 주로 다루며, 최소 투자금액은 500달러(약 55만원)다. 스위스의 소셜커머스 업체 코카(QoQa)는 200만달러(약 22억원)짜리 피카소의 유화 ‘소총병의 흉상’(1968)을 2만5000명의 고객이 한 구좌당 50달러씩에 공동구매해 화제를 모았다. @img4 @img5 12위 경제대국 미술시장 고작 4000억 규모 우리나라는 GDP 기준 세계 12위(2017 The World Bank)의 경제대국이자 세계 8위의 무역대국임에도 미술시장 규모는 연간 4000억원에 불과하다. 스위스 UBS가 집계한 지난해 세계 아트마켓의 규모는 637억달러(약 70조9000억원). 그중 한국은 0.0056%에 그쳐 매우 뒤처진 상태다. 이는 전근대적인 거래 방식과 한정된 고객층 때문이다. 최근에 잇따라 출범한 미술품 유통 플랫폼들은 이 같은 시장의 폐쇄성과 영세성을 타개해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열매컴퍼니가 운영하는 ‘아트앤가이드’는 지난해 10월 김환기의 과슈(불투명수채화) ‘산월’(1963, 4500만원)을 온라인 공동구매를 통해 7분 만에 판매했고 이중섭, 이우환, 윤형근의 회화를 연이어 판매했다. 주당 100만원인 소유권은 블록체인에 부동산 등기부등본처럼 기록하는 방식으로 보장하고 있다. 김재욱 대표는 “2년 내 20%대의 수익률을 달성하면 작품을 매각할 수 있는 규정인데 김환기 ‘산월’은 한 달 만에 유럽 컬렉터에게 5500만원에 매각해 22%의 수익률을 거뒀다”고 밝혔다. 아트앤가이드는 2월부터는 한 달에 4점으로 취급점 수를 늘렸고 연관 사업도 펼칠 계획이다 @img6 @img7 ‘피카소를 만원에 살 수 있다’는 슬로건을 내세운 투게더앱스의 ‘아트투게더’는 지난해 피카소의 에칭(동판화, 2810만원)을 시작으로 에바 알머슨, 추사 김정희, 고영훈, 김남표, 하태임의 작품을 소액으로 지분화해 판매했다. 작년 말까지 1억5000만원을 펀딩한 아트투게더는 앞으로 중개판매된 아트상품의 전시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렌탈 수익분배’와 타 금융플랫폼과의 연동구매도 구상하고 있다. 가장 늦게 출범한 프로라타 아트는 자본력과 시스템 면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다. 알펜호프로부터 30억원을 투자받은 이 회사는 지난 1월 서울 호림아트센터에서 미국의 유명 작가 조지 콘도의 유화 ‘The Antipodal Explorer’(1996, 17억원)를 선보이며 서비스를 개시했다. 프로라타 측은 조지 콘도의 작품을 1000피스로 분할해 각 170만원씩에 프리 세일했는데 예상보다 호응이 높아 판매가 일찍 완료됐다. 조지 콘도는 ‘심리적 큐비즘’이라는 최신 사조를 개척한 작가로서 한국과 미국의 스타 뮤지션 지드래곤, 칸예 웨스트 등 열혈 팬을 여럿 확보 중이다. 소더비 경매 등에서 그의 작품은 수백만달러에 거래되는 등 최근 가장 핫한 블루칩으로 꼽힌다. ‘비례하여 나눈다’는 뜻의 금융·법률용어인 프로 라타(Pro Rata)를 플랫폼의 명칭으로 삼았듯 이 회사는 투자자들이 고가의 미술품을 원하는 만큼 분할구매하고 그 소유권을 다시 거래하며 수익을 얻도록 했다. 브라운대학 경제학과 출신으로 AT커니, 노무라연구소에서 전략 컨설팅을 하다가 독일 베를린에서 예술 관련 스타트업을 창업했던 박종진 대표는 “국내 미술시장은 장기 답보 상태인데 새로운 패러다임과 가치를 제안할 경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앞으로 미술품의 가격은 특정 딜러나 이익집단에서 부르는 숫자가 아닌, 다수가 보유한 소유권 가치의 합(合)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프로라타 아트’는 기존 미술시장의 불투명한 거래 구조와 진입하기 어려운 높은 가격대를 해소하기 위해 분할소유권을 발행하고, 그 소유권을 자유롭고 안전하게 거래할 거래공간을 지속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1/10의 낮은 수수료, 새 패러다임으로 신규 고객 창출 프로라타는 거래수수료( 2.5%)를 획기적으로 낮게 책정했다. 또한 판매 시에만 부과해 부담을 최소화했다. 이는 15~30%에 달하는 기존 경매시장의 수수료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기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또 월 1% 금리와 LTV 40~50% 수준의 기존 미술품 담보대출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유동성 확보가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해 새 담보대출의 지평을 열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표는 “부동산 투자는 전월세 수입 등으로 캐시 플로우가 있는 데 반해 미술품은 고액이 잠기는 것이 단점이었다. 이에 우리 플랫폼을 통해 낮은 수수료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동시에 소유권의 지분을 남길 수 있도록 해 추후 미술품 가격 상승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의 폐쇄형 아트펀드가 만기가 정해져 있어 높은 수익률로 미술품을 처분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과 달리 만기를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것도 차별점이다. 작품 매입과 처분을 개개인이 플랫폼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작품가 변동을 보며 평가수익을 알 수 있도록 해 불확실한 배당만 기다리던 기존 공동구매의 단점도 보완했다. 아울러 홍콩, 일본, 중국 등 해외 마켓도 공략할 예정이다. 이처럼 다수 업체가 미술 유통 플랫폼을 선보이는 것은 국내 미술시장의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잠재력이 있으니 플레이어들이 계속 뛰어드는 것이다. 새 도전자들이 첨단 금융기법과 IT기술을 통해 한국 아트마켓의 만성적인 폐쇄성을 걷어낸다면 활기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초보자들은 옥석을 가려 투자에 나서야 한다. ‘은행 금리의 3배 이상 보장’ 등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는 업체에 현혹될 경우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작품의 질, 수급경로, 진위 등을 체크함과 동시에 회사의 수익구조와 전문성 등을 꼼꼼히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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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호

공기청정기, 얼마나 알고 쓰나요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 규모 1조5000억원... 아직 보급률 낮아 성장 가능성 ↑ 구매 시 ‘용량·필터·소음·유지비 고려’...생활 환경에 맞는 구매가 효율적 | 민경하 기자 204mkh@newspim.com 삼한사미(三寒四微). 3일간 춥고 4일간 따뜻한 날씨를 뜻하는 삼한사온(三寒四溫)을 빗댄 신조어로, 미세먼지가 잦은 근래의 날씨를 표현하는 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잦아진 미세먼지로 인해 시민들의 생활 모습도 변하고 있다. 외출 전 기온이나 강수 확률을 보듯 미세먼지 농도를 살피고, 감기에 걸렸을 때나 쓰던 마스크는 외출 필수품이 됐다. 이런 경향을 반영하듯 공기청정기는 단일 가전품목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1조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또한 국내 공기청정기 보급 대수는 지난해 250만대를 넘어서 올해는 300만대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보급률은 지난해 기준 40% 미만에 그치고 있는 상황. 업계에서는 연평균 20% 안팎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시장 규모가 2조원 이상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이 점점 커지자 코웨이, 청호나이스, 쿠쿠, 현대렌탈케어 등 국내 중견 렌탈 업체들도 적극적인 경쟁에 나서고 있다. 렌탈 업체는 강점인 주기적 관리를 바탕으로 기존 점유율 상위권인 삼성, 위닉스, 샤오미에 맞서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또한 기술력을 앞세운 중소기업과 해외 가전업체들까지 저마다 장점을 가진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크기와 용도, 성능까지 천차만별인 공기청정기 제품들 사이에서 나에게 딱 맞는 제품 고르는 방법을 소개한다. 용량, 필터를 먼저 확인하자 공기청정기를 고를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용량과 필터다. 무조건 비싼 것만 찾기보다는 사용하려는 장소의 면적과 환경을 고려해서 사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은 용량이다. 모든 공기청정기는 제품 성능에 따라 청정 기능을 할 수 있는 사용면적을 용량으로 표시하고 있다. 성능은 정해진 면적에서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고, 실사용 면적이 제품 용량을 넘어선다면 효과는 크게 반감된다. 시중에 출시된 제품들은 10~33㎡(10평 미만)형부터 33~66㎡(20평 미만)형, 66㎡(20평 이상)형 등 다양하게 나누어져 있다. 한국공기청정협회에서는 사용면적의 150% 용량을 가진 공기청정기를 구매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10㎡ 크기의 방에서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경우 15㎡형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만족스러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호흡기가 취약한 어린이·노인이 있는 가구라면 사용면적보다 더 큰 용량의 공기청정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만약 1대만 구매할 경우에는 집 평수의 1/2 크기 용량을 가진 공기청정기를 선택하는 것이 알맞다. 무조건 용량이 큰 제품이 좋은 것은 아니다. 시중 제품 중 사용면적이 40~50㎡형 제품은 20만원 안팎이고, 80㎡형부터는 80만~100만원대로 형성돼 있다. 만약 방이 1개 이상인 가정일 경우 100만원대 제품 1대보다 20만원대 제품 여러 대가 더 높은 공기 청정 효율을 보이고 가격도 더 저렴하다. 이처럼 공기청정기는 거실과 침실·옷방 등 개별 공간에 맞춰 각각 구매하는 것이 더 좋다. 청정 능력을 뜻하는 필터 성능도 확인해야 하는 필수 항목이다. 대개 필터는 큰 먼지를 걸러주는 프리필터, 냄새를 잡는 탄소필터, 작은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미세필터로 구성된다. 미세필터는 여과 성능에 따라 등급이 나뉘어 있다. 10~12등급은 E10~12로 표기하는 에파등급, 13~14등급은 H13~14로 표기하는 헤파등급, 15~17등급은 U15~17로 표기하는 울파등급으로 부른다. E12가 99.5%, H13이 99.95%의 미세먼지 제거율을 보이며, 최고 등급인 U17의 제거율은 99.999995%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H13 이상의 필터를 사용하면 인체에 피해를 주는 0.3㎛ 크기의 초미세먼지까지 대부분 걸러낸다고 설명한다. H14는 병원 무균실, U15 이상은 주로 반도체 라인 등 정밀 산업의 생산 현장 수준으로 공기를 걸러낸다. 울파등급의 공기청정기는 드물지만, 최근 공기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청호나이스, SK매직이 나란히 제품을 출시했다. 필터 등급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등급이 높을수록 저항이 커져 풍량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울파등급 공기청정기는 헤파등급 제품보다 청정 성능이 뛰어나지만, 공기 흡입량이 낮아 청정 범위가 더 좁다. 상황에 따라서는 울파등급 공기청정기 한 대보다 헤파등급 공기청정기 두 대로 공기를 두 번 걸러내는 것이 더 좋은 공기 질을 제공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큰 공기청정기 한 대보다 작은 공기청정기 여러 대를 구매하는 것을 권장한다. 소음과 전력사용량, 유지비 확인도 필수 공기청정기 구매 시 많은 소비자가 가장 많이 간과하는 것은 소음이다. 생활 시에 항상 켜두는 공기청정기의 특성상 소음은 반드시 확인해야 할 요소다. 하지만 직접 매장을 가서 제품의 소음을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장이 일반 가정보다 소음이 크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전문가들은 공기청정기의 ‘CA인증’을 확인해볼 것을 권한다. CA인증은 한국공기청정협회에서 소비자에게 신뢰성 있는 공기청정기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단체표준 인증마크다. 청정능력, 탈취, 오존 발생, 소음 등 실내 공기청정기의 중요한 제품 성능에 대해 협회가 제정한 단체표준(SPS-KACA002-132) 기준에 따라 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에만 부여한다. CA인증은 소형부터 대형까지 모든 유형의 공기청정기에 대해 소음도를 측정하며, 소음뿐 아니라 다른 항목에 대한 검증도 진행하기 때문에 믿고 구매할 수 있는 보증과도 같다. 전력사용량과 유지비도 중요하다. 24시간 틀어놓는 공기청정기의 전력소비량은 가전제품 중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한다. 구매 전에 제품별로 표시된 에너지 소비효율 등급을 확인해볼 것을 권장한다. 만약 표시가 안 돼 있다면 그 제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또한 전력 소비는 공기청정기의 풍량과 연관되기 때문에 제품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사용면적과 성능을 고려해 사용하는 것도 전기료를 줄이는 방법 중 하나다. 유지비도 무시할 수 없다. 대부분의 공기청정기는 필터 교체 식으로 설계돼 있으며, 최소 6개월에서 최대 1년 사이에는 필터를 교체해 줘야 성능을 유지한다. 제품에 따라 적게는 1만원부터 많게는 10만원까지 교체 비용이 발생한다. 매달 사용료를 지불하고 필터 교체와 관리를 받는 렌탈 서비스도 고려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공기청정기를 사용할 기간과 가격, 유지비를 함께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이 밖에도 A/S나 청정공기공급비율(CADR) 등 다양한 공기청정기 구매 요소가 있다. 무조건 비싼 제품보다는 각자의 생활 환경을 고려해 고르는 것이 좋은 공기청정기를 구매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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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3월호

깐깐해진 세법...안 내도 될 세금은?

주택 종부세 최고세율 3.2%...공동명의로 절세 고려도 임대사업자 비과세 혜택 줄어...장기사업자 절세 유리 |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 올해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세금’이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꺼내든 주택보유세 강화가 올해부터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부터 강화되는 종합부동산세가 ‘부동산 세금의 꽃’이 될 전망이다. 종부세는 오는 6월 1일 기준 공시가격 기준을 초과하는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된다. 실제 세금을 내는 기간은 오는 12월 1~15일이다. 올해 주택을 처분할 계획이 있다면 6월 1일 이전에 팔아야 종부세를 피하거나 덜 낼 수 있다. 종부세가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가 받는 세제 혜택도 줄어든다. 정부가 깔아놓은 ‘세금 지뢰밭’에서 한푼이라도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주택 종부세율 인상...공동명의로 절세 종합부동산세 대상자들은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 주택분 종합부동산세가 껑충 뛰기 때문이다. 종부세 대상자는 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1주택 소유자, 공시가격 6억원이 넘는 다주택 소유자다. 과세표준은 공시가격 합산액에서 공제액을 뺀 다음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산출한다. 공제액은 2주택 이상은 6억원, 1주택은 9억원, 종합합산토지 5억원, 별도합산토지 80억원이다. 예컨대 다주택자의 주택 공시가격 합산액이 8억원이면 6억원을 초과하는 2억원이 과세대상 금액이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80%를 곱하면 1억6000만원이 과세표준이 된다. 이 금액이 종부세 과세대상금액인 과세표준이다. 여기에 공제를 한 후 세율을 곱해 최종세액을 산정한다. 정부는 종부세 인상을 위해 과표를 이루는 공시가격과 공정시장가액비율 그리고 세율을 모두 올렸다. 우선 80%를 적용하던 공정시장가액비율을 85%로 5%포인트(p) 올린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매년 5%p씩 오는 2022년 100%까지 인상할 예정이다. 종부세 최고세율은 3.2%로 오른다. 3주택 이상 보유자와 과세표준 94억원(1주택자 기준 시가 181억원) 초과 주택을 소유한 자, 조정대상지역의 2주택 보유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조정대상지역은 작년 12월 말 기준 서울 전역, 경기 과천, 성남, 하남, 고양, 남양주, 동탄2신도시, 광명, 구리, 안양 동안, 수원 광교지구, 부산 해운대, 동래, 수영, 세종시를 비롯한 42곳이다. 이와 함께 지금까지 없던 종합부동산세 과표 구간 3억~6억원을 신설해 이 구간 세율을 0.7%로 0.2%p 올렸다. 시가로는 18억~23억원(1주택자 기준)이 해당된다. 이 구간을 포함해 과표 3억원을 넘는 구간 세율은 구간에 따라 종전보다 0.2~0.7%p 인상할 방침이다. 종부세 적용을 위해 가구별 주택 수를 계산하는 방식도 시행령에 명문화된다. 주택 1채에 여러 명의 공동소유자가 있으면 각자가 주택 일부 지분만 소유해도 1주택을 보유한 걸로 간주한다. 예를 들어 부부(2명)와 자녀(1명)를 포함한 3명이 30억원짜리 집을 공동 소유한다면 남편과 아내, 자녀는 각각 10억원 주택을 1채씩 가진 것으로 본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1가구 3주택이 돼 1주택자보다 더 높은 세율이 매겨진다. 이 경우 공동소유로 인해 세금을 절약할 수도 있다. 종부세는 가구가 아니라 개인별로 과세한다. 이에 따라 인당 공제금액 6억원이 3명에게 개별적으로 적용돼 총 18억원을 공제받게 된다. 3주택자 중과세율(0.6~3.2%)을 매긴다고 해도 세금을 더 줄일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공시가격 12억원의 고가 주택을 구매할 때도 단독명의라면 1주택자 종부세 기준인 9억원을 넘어 세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2명이 공동명의로 한다면 12억원 전액을 공제받아 종부세가 0원이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동명의에 따른 절세 효과보다 증여세·취득세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명의 이전을 하는 데 드는 증여세, 취득세, 등록세 합계액이 절세액보다 더 크다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는 “공동명의를 하기 전 증여세, 취득세, 등록세를 합친 금액과 양도세, 재산세, 종부세, 상속세의 절세액을 비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 세부담 증가...등록사업자 절세 유리 주택 임대사업자들도 올해부터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올해부터는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경우에도 소득세가 부과된다. 작년까지 있었던 비과세 혜택이 사라지는 것이다.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임대사업자들은 분리과세와 종합과세 중 선택해서 소득세를 신고 및 납부할 수 있다. 분리과세란 본인이 임대소득 외 다른 소득이 있어도 두 가지 소득을 합산하지 않고 임대소득에만 14% 세율을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종합과세는 임대소득과 다른 소득을 모두 합쳐서 세율 14%를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임대소득 연 2000만원과 그 외 근로소득 5000만원이 있을 때 납세자가 분리과세를 신청하면 임대소득 2000만원에 대해서만 14% 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둘을 합친 7000만원에 대해 소득세 신고를 한다면 종합과세다. 일반적으로는 종합과세보다 분리과세가 유리하다. 하지만 임대소득이 많지 않고 다른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없다면 종합과세가 유리하다. 이 경우 분리과세 시 적용받는 세율 14%보다 낮은 6%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임대주택 등록을 활성화하기 위해 등록사업자에게 혜택을 제공한다. 분리과세 시 일정 부분을 사업 관련 비용으로 인정해 세금을 줄여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임대사업자가 사업비용으로 쓴 내역이 없어도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면 소득금액의 60%까지 필요경비로 인정받게 했다. 임대수익이 2000만원이면 60%에 해당하는 1200만원까지 비용으로 인정해 주고 나머지 800만원만큼만 과세표준으로 계산하는 것이다. 반면 임대주택으로 등록하지 않은 미등록사업자들은 필요경비가 50%까지만 인정된다. 또한 등록사업자는 임대소득 외 종합소득이 월 1200만원 이하면 400만원 기본공제를 받는다. 반면 미등록사업자는 기본공제가 200만원에 그친다. 임대소득이 똑같이 2000만원 생겼더라도 등록 임대사업자는 400만원[(2000만원*(1-60%)-400만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면 된다. 반면 미등록 임대사업자는 800만원[(2000만원*(1-50%)-200만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소형 주택 보유자에겐 임대소득 과세 면제 기준이 더 깐깐해진다. 보유주택이 3주택 이상이면 월세뿐만 아니라 임대보증금에 대해서도 간주임대료를 산출해 소득세를 매긴다. 간주임대료란 부동산 또는 그 부동산상 권리를 대여하고 보증금이나 전세금 또는 이와 유사한 성격의 금액을 받은 경우 일정한 이율을 곱해 계산한 수익금액을 말한다. 전세금이나 임대보증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했을 때 받는 이자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작년까지는 공시가격(기준시가)이 3억원 이하고 면적 60㎡ 이하인 소형주택이면 과세가 면제됐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공시가격 2억원 이하면서 40㎡ 이하여야만 면제 대상이다. 공시가격 2억원 초과~3억원 이하면서 면적 40㎡ 초과~60㎡ 이하인 소형주택도 소득세 부담이 생기는 것이다. 임대사업자가 받는 양도세 비과세 혜택도 줄어든다. 이전에는 장기임대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가 2년 이상 자신이 거주한 주택을 양도하면 횟수에 제한 없이 양도세를 면제해 줬다. 하지만 앞으로는 최초 1회에 한해서만 비과세가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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