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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초보자도, 고수도 좋아하는 꽃그림 집에 꽃그림 걸어보실래요?

꽃을 그린 정물화, 최고의 베스트셀러 ‘진부하다’는 비판에도 인기 여전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꽃그림은 언제나 인기가 높다. 정물화 중에서도 아름다운 꽃들을 화폭에 세밀히 그려넣은 꽃그림은 늘 수요가 많다. 꽃그림은 회화의 여러 장르를 제치고 늘 베스트셀러 자리를 차지한다. 서양에서는 15세기 중반 종교개혁으로 칼뱅의 개신교가 부상하며 성화와 성물이 배척되자 정물화 수요가 급증했다. 부유한 상공인과 신흥 부르주아들은 중세시대의 성화 대신 정물화와 풍속화에 눈을 돌렸다. 특히 우아한 꽃그림에 주목했다. 이에 재능 있는 예술가들은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며 아름답고 완벽한 꽃그림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특히 17세기 네덜란드, 벨기에, 프랑스 북부 등 플랑드르 지역에서는 극사실적인 꽃그림이 각광을 받았다. 상류층 가정에는 화려함과 섬세함을 뽐내는 꽃그림이 잇따라 걸렸다. 이후 바로크를 거쳐 모더니즘 작가들도 꽃그림을 여러 방식으로 그렸다. 현대에 들어와서는 영국 출신의 작가 마크 퀸의 강렬한 꽃그림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양에서도 꽃그림은 회화는 물론이고 도자기, 금속공예의 도상으로 널리 쓰이며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 왔다. 이상향을 그린 산수화를 최고로 치던 선비들은 화조화를 저급한 것으로 치부했지만, 대중들은 화조화를 곁에 두고 생활 속에서 즐겁게 음미했다. 조선 후기에 기층민들 사이에 큰 인기를 모았던 민화 화조도가 좋은 예다. 조선의 화조도는 질박하면서도 거침없고, 소탈하면서도 독특한 미감이 깃들어 있어 오늘 봐도 멋스럽다. 조선의 꽃그림 전통을 계승하며 독자적 화풍을 일군 20세기 화가로는 도상봉, 이인성, 김경, 오지호, 황염수가 꼽힌다. 특히 이인성(1912~1950)은 백합과의 칼라를 그린 ‘카이유’라는 걸작을 남겼다. 1932년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서 특선을 차지한 이 그림은 날렵한 구도와 세련된 색채가 단아한 미감을 선사한다. 그런데 일본 왕실이 ‘카이유’를 매입하는 바람에 국내서 자취를 감췄다가, 1990년대 말 국립현대미술관 측이 백방으로 노력해 고국 품에 안기도록 한 일화도 유명하다. 일본 소장가에게 1억원을 건네고 되찾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도상봉(1902~1977)은 꽃병이 터질세라 가득 담긴 라일락 그림으로 유명하다. 그의 유화 ‘라일락’은 경매에 나오면 대체로 고가에 낙찰될 정도로 인기다. 동시대 꽃그림 화가로는 일평생 장미를 그려온 원로 서양화가 이경순, 설악산 꽃그림으로 유명한 김종학, 장미 화가 김재학, 맨드라미를 독특하게 그리는 김지원 등이 유명하다. 젊은 작가 중에는 김지선(1986~)의 꽃그림이 돋보인다. 서울대 미술대학과 대학원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김지선은 화폭에 백합, 칸나, 글라디올러스, 장미, 작약, 국화, 양귀비 등 수백 가지의 꽃을 빈틈없이 채워 그린다. 또 섬세하다 못해 날카로울 정도로 예리하게 꽃들을 표현해 밀도에 있어선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색채 구사 또한 수백여 종의 꽃이 똑같은 색이 없을 정도로 제각각이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다. 이처럼 여백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꽃들을 빽빽하게 그려넣으려면 구성과 배치, 색의 활용을 치밀하면서도 입체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극사실적인 작업이기에 공력 또한 엄청나게 든다. 작업의 완성도를 위해, 꽃의 아름다움에 대한 자신만의 해석을 구현하기 위해 어느 것 하나 양보할 수 없다는 게 김지선의 고집이다. 때문에 꽃그림 대작 1점을 완성하려면 3~4개월을 쉼없이 매달려야 한다. 그의 그림을 접한 사람들이 작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김지선은 대학 시절에는 연필과 펜으로 흑백의 꽃을 그렸는데 “꽃말고 다른 걸 그리라”는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꽃의 피어있는 모습, 식물의 뻗어나가는 모습이 좋아 요즘은 화면 전체를 ‘올오버’방식으로 꽉 채우는 독특한 꽃그림에 전념하고 있다. 김지선을 발굴해 전속작가로 후원하고 있는 갤러리가이아의 윤여선 대표는 “젊은 작가들 중에는 극사실적인 그림을 그리는 작가가 많지 않다. 요즘 대학 캠퍼스에선 온갖 실험적인 작업이 줄을 잇고, 미디어아트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한가롭게 꽃그림을 그린다는 건 철 지난 작업을 붙들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러나 꽃그림 또한 오늘의 어법과 오늘의 시각으로 그린다면 그 또한 첨단이 아니겠느냐. 문제는 동시대성인데 김지선의 그림은 극사실화 같지만 꽃과 풀이 경계가 없이, 시간의 관념도 없이 ‘오로지 피어나는 중’이란 점에서 참신하다. 쉴 새 없이 흐르는 식물의 시간에서 시간의 도도한 흐름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올가을 인사동 화랑에서 김지선의 작품전을 개최한 데 이어,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2019에도 김지선의 꽃그림을 여러 점 소개했던 윤 대표는 “컬렉터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판매로 성과가 이어졌다”고 밝혔다. 특히 검푸른 바탕에 꽃들이 기품 있게 빛을 발하는 작품은 인기가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김지선의 회화는 크기에 따라 300만~2300만원대로, 직장인도 웬만큼 접근 가능한 수준이다. 꽃을 그리는 40대 남성 화가 박종필(1977~)의 그림은 과장되고 확대된 시점의 꽃그림이다. 화면 중앙에 놓인 꽃들은 꽃송이가 눈덩이처럼 부풀려져 있다. 반면에 주변부의 꽃들은 작고 소소하다. 또 활짝 핀 생화 사이에, 조화도 간간이 숨어 있어 흥미를 더해 준다. 감상자들은 쉽사리 가려내기 어려울 정도로 조화 또한 싱싱하다. 이 같은 상반된 꽃 모티프를 통해 작가는 꽃의 장식적인 아름다움과 인간 삶의 양면성을 돌아보게 한다. @img4 박종필의 그림은 워낙 사실적이어서 서양의 하이퍼리얼리즘으로 여기기 쉽다. 그러나 박종필을 전속작가로 두고 있는 박여숙화랑의 박여숙 대표는 ”서구의 하이퍼리얼리즘이 대상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재현한다면, 박종필의 작업은 신형상주의다. 신형상주의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물을 통해 가시화할 수 없는 생각의 진폭을 다루는 것이 특징”이라고 밝혔다. 매우 익숙한 꽃이지만 익숙지 않은 시선으로 그려내 관객들에게 존재론적 사유를 권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종필은 꽃시장이 문을 여는 첫 새벽에 마음에 드는 꽃을 사들고 돌아와, 조화를 사이사이에 끼어넣은 뒤 그림을 그린다. 작가는 “진실과 거짓, 실제와 허구가 뒤섞여 있는 우리네 삶의 모호함과 인간의 양면성을 진짜 꽃과 가짜 꽃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박종필의 그림은 미술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탐스럽게 핀 꽃들이 캔버스에서 “내가 주인공”이라고 외치는 작품은 전시를 열자마자 우선적으로 팔려나간다. 작품값은 500만~3500만원 선이다. @img5 장미 화가로 명성이 높은 김재학, 설악산 계곡에서 피고 지는 꽃들을 자유분방한 터치로 그리는 김종학의 그림은 아트마켓에서 늘 상종가를 달린다. 두 작가는 꽃그림 작가들 중 단연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김종학은 지난해부터 홍콩과 파리에서도 작품이 솔드아웃될 정도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부산 조현화랑의 조현 대표는 “김종학의 꽃그림은 강한 개성과 꿈틀대는 기운이 화폭에 가득 깃들어 있어 국내는 물론 세계인을 사로잡는 듯하다. 죽은 그림이 아니라 펄펄 살아 움직이는 그림이란 점이 인기의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수천년을 이어온 꽃그림은 사실 진부한 장르일 수 있다. 그러나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생명의 싱그런 에너지를 담아내는 꽃그림은 여전히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물론 이들 작품이 미술사에 길이 남는지의 여부는 별개다. 대단히 장식적이고 대중지향적이기 때문에 평론가들의 평가는 대체로 인색하다. 그렇더라도 기본도 갖추지 않은 추상작업에 비해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꽃그림은 앞으로도 호응이 여전할 것이 분명하다. 난해한 현대미술에 지친 이들에게 ‘잘 그린 꽃그림’은 힐링을 선사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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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안마의자, 알고 쓰십니까?

지난해 시장규모 9000억원 육박...1조원 넘본다 글로벌 시장규모 5조원...연간 10~15% 성장세 바디프랜드·휴테크·코지마부터 웅진코웨이·교원웰스 등 렌탈기업도 가세 | 민경하 기자 204mkh@newspim.com 웰빙(Well-being) 열풍 속 삶의 질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건강과 휴식을 모토로 한 가전제품들이 인기다. 그중 안마의자는 성장세가 매우 가파른 가전 중 하나다. 지난 2007년 200억원 수준이던 국내 안마의자 시장 규모(업계 추정)는 지난 2015년 3500억원을 돌파한 뒤 지난해 9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했다. 이러한 시장 성장의 기저에는 편안한 휴식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물론 고령화 가속화, 1·2인 가구 증가, 스몰 럭셔리(Small luxury)형 소비 확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마사지 기능이 편안한 휴식에 꼭 필요한 아이템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식되면서, 이제 안마의자는 은퇴한 50~60대를 위한 효도 가전이자 결혼을 앞둔 20~30대의 필수 혼수 가전으로 자리매김했다. 안마의자 시장의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 현재 국내 안마의자 보급률은 5% 안팎으로 추산된다. 국내 시장보다 안마의자 시장이 먼저 활성화된 일본·홍콩 등이 10% 정도인 걸 감안하면 성장 여력이 크다. 해외 시장 또한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기준(업계 추산) 안마의자 글로벌 시장 규모는 42억달러(약 4조9600억원)까지 성장했다. 지난 2014년 26억달러(약 3조700억원) 수준에서 4년여 만에 60% 이상 몸집이 커진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연간 10~15%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시장 성장세가 뚜렷해지면서 많은 업체가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안마의자 시장에서는 파나소닉, 이나다훼미리 등 일본 기업 위주로 경쟁이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 5년 사이 10배 가까이 성장한 바디프랜드를 중심으로 안마의자 업계가 점차 주목을 받으면서 코지마, 휴테크, 오레스트 등 국내 중소기업들도 빠르게 시장에 안착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웅진코웨이, SK매직, 교원웰스, 쿠쿠홈시스, 청호나이스 등 전통적인 렌탈 전문 기업도 나란히 신제품을 출시하며 렌탈 영업망을 활용한 매출 증대를 꾀하고 있다. 바디프랜드가 점유율 60% 안팎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내 기업인 코지마와 휴테크가 2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 2007년 3월 창립한 바디프랜드는 국내 안마의자 업계를 개척한 선도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중국산 저가품과 일본산 고가품으로 양분돼 있던 시장에서,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 성능과 디자인 개선을 위한 자체 기술 개발에 착수하며 국산 안마의자 판매에 집중했다. 창립 첫해 매출액 27억원에 불과했던 바디프랜드는 10년간 초고속 성장을 보이면서 2018년 매출액 4505억원을 기록했다. 고가의 안마의자 판매 방식에 업계 최초로 렌탈 시스템을 도입해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인 것이 성공 비결이라는 분석이다. 바디프랜드가 지난 7월 출시한 ‘파라오Ⅱ COOL’은 세계 최초로 냉·온풍 시스템을 적용한 안마의자다. 이 제품은 허리·옆구리·엉덩이 부분 시트 구멍에서 시원한 혹은 따뜻한 바람이 나와 계절과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편안하고 쾌적하게 제품을 이용할 수 있다. 냉·온풍 시스템의 핵심 기술은 반도체 부품인 ‘열전소자’와 직물 소재인 ‘브이티비(VTB)’에 있다. 팬이 돌면서 생성된 바람이 열전소자를 통과하면서 냉풍이나 온풍으로 바뀌어 배출되는 방식이다. 냉풍과 온풍은 각각 3단계까지 작동하며 온도는 최저 16도에서 최고 50도까지 조절할 수 있다. 바디프랜드는 파라오Ⅱ COOL을 시작으로 다른 프리미엄 모델에도 냉·온풍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업계 2위권인 휴테크도 바디프랜드와 같은 2007년 건강용품 제조기업으로 설립됐다. 세계 최초 음파진동 안마의자를 선보이는 등 차별화된 기술력이 강점이다. 휴테크의 지난해 매출액은 471억원으로, 올해 안마의자 판매율은 전년 대비 277%나 늘어났다. 휴테크가 지난 10월 출시한 ‘카이 SLS9 화이트펄 에디션’은 휴테크의 모든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이다. 휴테크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음파진동 마사지 기술은 물론 사용자 체형에 따라 마사지 부위를 140단계로 세분화하는 ‘HBLS 140’ 기술을 적용했다. 또한 ‘SLS9’는 국가기술표준원에서 운용하는 ‘사이즈코리아’ 사업의 한국인 인체표준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한국인 체형에 최적화된 안마를 제공한다. 부위·테마에 따라 24가지 자동 프로그램을 탑재하고 있어 별도의 설정 없이 간편하게 마사지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렌탈업계 1위 웅진코웨이는 안마의자 시장에서 참신한 아이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웅진코웨이가 지난 2월 출시한 ‘한방온혈 안마의자’는 전통적인 한방의학과 안마의자를 접목한 신제품으로, 한방의학에서 많이 활용하는 경락 이론에 따라 주요 경혈 위치를 자극해 신체 통증을 완화하고 수면 개선 등에 도움을 주는 제품이다. 동국대 일산한방병원에서 임상시험을 통해 제품의 효과성을 검증받았으며, 혁신성을 인정받아 ‘2019 CES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한방온혈 안마의자는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판매액 50억원을 돌파했다. 이는 역대 프리미엄 안마의자 제품 중 최단기간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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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펫헬스케어’ 산업이 뜬다

반려인구 1000만 돌파...5가정 중 1곳은 ‘펫팸족’ 연평균 15% 성장세 ‘블루오션’으로 각광 박람회 개최 등 동물의료기기 분야도 활기 | 정승원 기자 origin@newspim.com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하면서 바야흐로 ‘펫코노미(Pet+Economy)’ 시대가 도래했다. 아울러 동물 의약품과 의료기기 시장도 급부상하고 있다. 반려인구 1000만 시대의 의미는 5가정 중 1가정은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는 뜻이다. 실제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구성해 살아가는 ‘펫팸족’이라는 신조어도 생겼고, 관련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특히 반려동물의 기대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동물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 ‘펫헬스케어’ 산업 역시 지속 성장하고 있다. 연평균 15% 상승세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은 반려동물 산업 중에서도 성장세가 가파른 편이다. 이는 반려동물이 가족의 일원으로 여겨지면서 반려동물의 상해나 질병 시 치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금융지주가 지난해 발간한 ‘2018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동물용 의약품 제조업체의 최근 5년간 매출액은 연평균 7.8%씩 상승했다.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의 평균 성장률은 연평균 15%로 19%를 차지한 반려동물 사료에 이어 업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전체 동물 의약품 중 반려동물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점차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조사에서는 동물 의약품 중 반려동물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9%였는데,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2017년에는 11%대로 증가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선진국의 30%대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동물용 의약품 전체 시장 잠재력도 충분하다. 특히 아시아는 동물 의약품 시장이 가장 급속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지역이다. ‘2017~2022 중국 동물용 의약품 시장 심층분석 및 투자전략 자문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세계 동물 의약품 시장의 지역별 점유율은 북미 30.5%, 유럽 29.1%, 아시아 28.4%로 나타났다. 어느 정도 차이는 있지만 아시아의 동물 의약품 시장이 북미 및 유럽과 대등한 수준으로 성장한 것이다. 동물 의약품 시장이 성장하는 이유는 높은 영업이익률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 기준 동물 의약품 제조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1%로 일반 의약품 제조사들의 평균 이익률과 비슷했으며, 매출 100억~500억원대 중소업체들도 평균 6.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동물 의약품 산업은 해마다 성장을 거듭하면서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수 있는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글로벌 업체 지배적 시장...국내사 진출도 활발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은 글로벌 제약사가 대부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기업은 화이자로부터 독립한 동물 의약품 법인 조에티스다. 조에티스는 120여 국에 동물 의약품을 판매 중이며, 의약품 종류도 백신·구충제·항생제 등으로 다양하다. 또 다른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 역시 동물 의약품 분야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이 회사의 동물 의약품 매출은 지난 2017년 기준 46억달러(약 5조2000억원)다. 국내 제약사들도 글로벌 기업 중심의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동국제약은 반려동물 사업을 담당할 동국생활과학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반려동물 사업과 기능성 음료 분야를 맡고 있으며, 펫 전문 드럭스토어 ‘캐니월드’도 운영한다. 동국제약은 이마트와 협업해 ‘몰리스케어’라는 반려동물 브랜드도 론칭했다. 몰리스케어는 사료와 영양제를 주력 상품으로 반려인들을 공략하고 있다. 대웅제약 역시 동물 의약품 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대웅제약은 동물용 의약품 출시를 위해 지난해 특허청에 ‘하트리트’ 상표를 출원한 바 있으며, 해외 지사가 있는 국가에 수출을 고려 중이다. 반려동물 의료기기·진단기기 사업도 각광 반려동물 의료기기 시장의 규모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Market&Market에 따르면 세계 반려동물 의료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48억달러(약 5조1720억원)로 추정되며, 오는 2021년에는 67억달러(약 7조219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국내 업체와 글로벌 업체 모두 국내 시장에서 반려동물 의료기기를 출시하며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다. 의료용 소모품과 외과용 의료기기 등을 수입 판매하는 비브라운 코리아는 지난 4월 동물용 헬스케어 사업을 출범시켰다. 이 회사는 그동안 감염관리, 외과, 응급의학 등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동물용 의료기기 시장에 접목해 통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리차드 쉴 비브라운 글로벌 동물용 헬스케어 총괄사장은 “개별 제품이 아닌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파트너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글로벌 엑스레이 부품 소재 전문기업인 레이언스는 동물용 사업부문을 분리해 우리엔을 설립했다. 우리엔은 영상 솔루션 기업인 레이언스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동물병원용 전자차트(EMR) 분야 1위에 오르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동물 전용 치과 파노라마 엑스레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유전체 분석 전문기업 마크로젠도 지난 2015년 반려동물 대상 유전자정보 분석 서비스인 ‘마이펫진’을 출시했다. 마이펫진은 반려동물의 유전자를 분석해 발생할 수 있는 유전 질환이나 유전자 개체식별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반려동물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박람회의 개최도 활발하다. 한국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은 지난 8월 서울 코엑스에서 ‘펫서울&카멕스 2019’ 전시회를 개최했다. 펫서울은 펫테크 기업과 사료, 간식 업체가 참여하는 전시회이며, 카멕스는 동물의료 기업과 동물병원들이 참여하는 행사다. 이번 전시회에는 300개 업체 550개 부스가 마련됐으며, 그중 동물용 의료기기 업체 30여 곳이 참여하기도 했다. 동물 의약품과 의료기기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도 관리 기준 강화에 나서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지난 10월 동물용 의약품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을 강화하는 내용의 ‘동물용 의약품 취급규칙’ 관련 고시를 제·개정했다. 고시 개정안에 따르면 동물 의약품 품목허가 시 시험실시기관으로 지정된 기관에서 수행한 안전성·유효성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검역본부는 동물용 의료기기에도 품질관리(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s)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동물용 의료기기 GMP 적용 방안 연구를 진행 중이다. 강환구 검역본부 동물약품관리과장은 “이번 고시 제·개정으로 동물 의약품 등의 안전성·유효성 심사자료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하면서 안전하고 효과 좋은 약품의 국내 보급과 수출 촉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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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호

어릴 때 살은 키로? 방치하면 ‘킬로(kg)’로 간다

“세 살 비만 여든까지 간다”가 맞는 말 성인병 유발, 성조숙증 성장판 닫힐 수도 비만 예방·치료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 이영준 고려대학교안산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인스턴트 식품 위주의 고열량·고콜레스테롤 음식 섭취와 운동 부족 등의 생활습관으로 비만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그중 소아청소년의 비만 유병률은 2008년 8.4%에서 2016년 14.3%로 1.7배 상승했다. “어릴 때 살은 다 키로 간다”고 하지만 이는 틀린 말이다. 방치하면 ‘킬로(kg)’로 간다. 오히려 “세 살 비만 여든까지 간다.” 통계에 따르면 소아청소년 비만의 24~90%가 성인 비만으로 이행된다. 성인의 경우처럼 소아청소년 비만 역시 ‘질병’이기 때문에 예방과 치료가 필요하다. 소아청소년 비만은 기저 질환 없이 과도한 열량 섭취와 운동 부족으로 인한 열량 불균형으로 생기는 ‘단순성 비만’과, 신경 및 내분비계 질환 등 특별한 원인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증후성 비만’으로 나눌 수 있다. 소아청소년 비만의 99% 이상은 단순성 비만으로, 지방세포 수를 늘려 성인 비만으로의 진행을 쉽게 만든다. 이들 중 약 24~90%가 성인 비만으로 이행된다. 그 과정에서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심혈관 질환 등 각종 성인병을 유발해 심각한 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성조숙증이 발병해 성장판이 조기에 닫힐 수도 있다. 정서적, 심리적 위축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외모에 민감한 요즘 또래집단 사이에서 비만 소아청소년은 따돌림을 당하기 쉽다. 그로 인한 열등감과 자존감 저하는 우울증을 야기하며, 성격 및 사회성, 대인관계 형성 등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할 경우 유치원이나 학교 가는 것을 거부하거나 학습장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소아청소년 비만은 예방과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소아청소년 역시 편식, 과식, 야식 등 잘못된 식습관과 적은 활동량으로 섭취 에너지가 소모 에너지보다 많게 되면 잉여 에너지가 지방으로 쌓이면서 살이 찌게 된다. 이를 방치할 경우 나중에 체중을 감량해도 지방세포 수가 줄어들지 않아 재발하기 쉽다.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가 빠를수록 좋은 이유다. 이때 약물과 수술은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열량 섭취를 줄이고 운동을 통해 에너지 소비량을 늘려 비만을 치료하도록 한다. 소아청소년 비만 치료는 성인 비만과 다르게 ‘성장’을 고려해야 한다. 단순 체중 감량이 아닌 비만도 감소를 목표로 초저열량 식단 대신 성장에 필요한 필수 영양소로 구성된 저열량 식이요법을 해야 한다. 아동의 경우 인내심과 동기부여가 약할 수 있다. 또 재발하기 쉬우므로 치료는 장기간에 걸쳐 이뤄지는 것이 좋으며,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바꿔 재발 방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무엇보다 아직 정신적 성숙이 덜 이뤄진 만큼 감량 실패 시 좌절감과 죄책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 이때 가족, 특히 부모의 협조와 관심이 중요하다. 비만 치료 중에는 외식을 삼가고 집에서 가족이 함께 신선한 자연식품 위주의 건강식단으로 식사하는 것이 좋다. 또 아이가 운동을 하기 싫어하는 경우에는 강요하기보다는 가족이 함께 청소를 하거나 심부름을 보내는 등 일상에서 자연스레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부모의 도움 없이 단기간에 아이 혼자서 체중 감량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 소아청소년 비만 관리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부모의 적극적인 지지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체중과 상관없이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긍정적인 자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아이 스스로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느끼게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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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홍콩 사태로 요동치는 아시아 아트마켓, 그 향배는

미술허브 홍콩, 정치불안에 대안 도시 부상 상하이 강력 드라이브, 서울·타이베이도 도전장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홍콩 정부의 ‘범죄인송환법’으로 촉발된 과격시위로 홍콩 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다섯 달째 정치 불안이 심화되자 모든 상거래와 무역이 크게 위축됐다. 미술시장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홍콩 상황이 악화되면서 아시아 여타 도시들이 아트산업 선점을 위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참에 홍콩이 가졌던 주도권을 가져오겠다며 서울, 상하이, 타이베이, 싱가포르가 움직이고 있다. 그중에서도 상하이의 도전은 거세다. 넘볼 수 없었던 아성, 홍콩...그러나 사실 올봄까지도 홍콩은 닷새간의 단일 미술장터(아트바젤 홍콩)에서 1조원이 넘는 미술품이 거래되고, 크리스티와 소더비 등 세계적인 경매사들이 수천, 수백억원대의 낙찰 실적을 기록하는 등 아시아 최대, 최고의 미술 허브로 승승장구했다. 그 어느 도시도 감히 홍콩의 아성을 넘볼 수 없었다. 아트바젤 홍콩이 위용을 떨치자 8개의 위성 아트페어가 열렸고, 세계 톱 화랑들이 앞다퉈 홍콩 지점을 차리며 ‘큰손’ 고객을 손짓했다. 그뿐인가.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에 이어 굴지의 경매사들은 모두 홍콩에서 경매를 시행하고 있다. 중국 본토만 고집하던 중국의 경매사들도 일제히 홍콩에서 경매를 개최 중이다. 한국의 메이저 경매사인 서울옥션도 최근에는 홍콩 경매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좁은 국내 마켓만으론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시아 도시들의 미술시장이 대체로 내수용 시장이라면 홍콩 마켓은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시장인 것이 차이점이다. 그러나 ‘미술 유통의 국제화, 선진화’를 가장 먼저 추진하고 거침없이 달렸던 홍콩 아트마켓에 붉은 신호등이 켜졌다. 예상치 못했던 위기가 도래했다. 홍콩의 심각한 정치·사회적 불안은 ‘평화롭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필수 조건으로 하는 미술 거래를 위축시키기 시작했다. 올가을까지는 아트페어, 경매, 전시회가 일정표대로 간신히 열렸지만 문제는 내년부터다. 당장 내년 3월 홍콩 전시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할 아트바젤 홍콩에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페어에 참가한 36개국 242개 화랑 중 일부가 불참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유력 화랑들이 들썩이는 중이다. 점당 수억, 수십억원을 호가하는 고가 미술품을 들고 페어에 나가고, 엄청난 비용을 들여 부스를 꾸며 장사를 하는데 정세가 심각하다면 차라리 접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아들렌 우이 아트바젤 홍콩 디렉터는 200여 개가 넘는 참가 화랑에 “내년 3월 페어는 예정대로 열릴 것이다. 만반의 준비를 통해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는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몸을 한껏 낮춘 편지를 일일이 띄운 것에서 상황이 녹록지 않음을 살필 수 있다. 아트바젤 홍콩에 수년째 참가해 온 국내 한 화랑 대표는 “닷새간의 페어를 위해 1억원에 달하는 부스비를 비롯해 가벽설치비, 운송료, 보험료 등 수억원을 투입해야 하는데 격렬시위로 과연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겠느냐”며 우려하고 있다. 홍콩 아트마켓의 구심점인 아트바젤이 이렇듯 흔들리자 근래에 홍콩에 지점을 낸 미국, 유럽의 갤러리들도 너나없이 불안해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트바젤의 모기업인 스위스 MCH그룹이 최근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박람회 전문기업인 MCH는 지난해 메인 투자자였던 스와치그룹이 빠져나가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이에 바젤에서의 박람회 사업에 집중하고, 아트바젤사업권은 매각해 자금을 확보하자는 대책이 나왔다. 박람회에 올인해 재정 위기를 헤쳐 나간다는 복안인데, 이 부문이 수익이 높고 매출도 크기 때문이다. 반면에 MCH의 또 다른 축인 아트페어 사업은 근래 들어 매출 비중이 40%로 줄고 수익성도 떨어져 매각이 검토되고 있다. 결국 아트바젤팀은 홍콩의 정치 혼란으로 내년 전망이 비관적인 데다 구조조정까지 목전에 두고 있어 사면초가 상황이다. 오랜 세월 축적된 전문성과 고도의 실행력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화랑, 컬렉터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 가던 아트바젤의 아성이 흔들리고 있다. 예술시장 주도권 잡자...상하이의 빅 피처 결코 넘볼 수 없었던 홍콩 아트마켓이 위축될 조짐을 보이자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곳은 상하이다. 수년 전부터 상하이 시당국과 미술 관계자는 “중국의 예술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만큼 상하이를 아시아 허브로 키워야 한다. 우리가 소비하는데 구경꾼이 될 순 없다”며 예술특구와 자유무역지구를 만들었다. 35%에 달하는 중국의 미술품 관세를 홍콩처럼 면제해 주는 면세구역을 조성해 외국 화랑을 유인한 것. 그러나 홍콩을 뛰어넘기는 어려웠다. 사회주의 체제 아래선 정책이 매번 달라지며 널뛰니 서양 기업들은 난색을 표해 왔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절호의 기회를 맞아 관과 민이 하나로 뭉쳐 예술중심지로 부상해 보자는 분위기다. 당장 ‘2019 상하이 아트위크’에 맞춰 11월 7일 동시에 개막하는 ‘WestBund 아트&디자인’과 ‘Art021 상하이’에는 활기가 돌고 있다. 중국 내 수백개가 넘는 국제아트페어 중에서도 가장 시스템이 잘 갖춰진 특급 아트페어인 이 둘은 각각 2013, 2014년에 출범한 신생 페어다. 그럼에도 이름 그 자체가 ‘브랜드’인 가고시안, 페이스, 하우저&워스, 데이비드 즈워너, 화이트큐브 등 세계적 명문 화랑들이 양 페어에 모두 참여 중이다. 콧대 높기로 유명한 이들 톱 갤러리들이 앞다퉈 상하이 페어를 공략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고가 작품을 척척 사들이는 ‘차이나 억만장자’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올해 더욱 출품작 선정에 공을 들이고 있어 페어 수준과 매출액이 아트바젤 홍콩 못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도 국제, 아라리오, 조현, 바톤 등 A급 화랑이 참여한다. 특히 ‘WestBund 아트&디자인’은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과거 비행기 제조장이었던 상하이 황푸강 서쪽 쉬후이의 너른 부지에 예술특구가 조성되면서 아트센터와 수준 높은 뮤지엄이 속속 건립됐는데, 바로 그곳이 무대다. 페어가 열리는 WestBund아트센터는 전시장 면적이 홍콩컨벤션센터를 훌쩍 뛰어넘는다. 1층에는 현대미술품을, 2층에는 고가의 디자인 아이템을 전시하고 순수예술과 디자인을 병행한다. 인근의 유즈미술관 등도 메가톤급 전시로 아트위크의 열기를 띄울 계획이다. 상하이 도심의 유서 깊은 전시관인 상하이전시센터에서 열리는 ‘Art021 상하이’에도 글로벌 미술시장의 최강자인 정상급 화랑들이 대거 참여한다. 또 중국과 아시아의 특급 갤러리 등 120여 개 화랑이 부스를 꾸민다. 이 페어는 외국서 교육받은 중국의 30, 40대 컬렉터들이 2013년 힘을 합쳐 만들었는데, 인적 네트워크를 치열하게 밀어붙여 단기간에 A급 페어로 발돋움했다. 특히 2016년에는 마리안 굿맨 화랑을 비롯해 유수의 서구 갤러리들이 출품작을 모조리 솔드아웃시키면서 입소문이 크게 났다. 패션디자이너 출신의 컬렉터로, 페어를 공동창업한 칼리 잉(Kylie Ying)은 “Art021의 목표는 상하이와 글로벌 예술을 접목해 독특한 아트신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도 뛰어들다...타이베이에 부는 새바람 대만은 인구(약 2370만명)가 적은데도 아트컬렉터 층은 의외로 두껍고 탄탄하다. 꾸준히 작품을 수집하는 컬렉터가 꽤 많다. 특히 신흥 부자들은 미술품 수집을 부자의 필수 항목으로 여기며 적극성을 보인다. 이에 아트홍콩을 만들었던 영국의 기획자 매그너스 렌프루(1975~)가 타이베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렌프루는 올 1월 ‘타이베이 당다이 아트페어’를 론칭하고 서양의 유력 화랑들을 끌어들였다. 물론 아직은 대만과 아시아 화랑 비중이 70%대지만 쟁쟁한 특급 화랑을 유치해 수준급 페어를 선보였다. 판매도 호조를 보였다. 1월은 아시아 마켓으로선 완전한 비수기인데 그 허를 찌른 것이 주효했다. 결국 타이베이는 아시아의 차세대 강소 아트도시로 그 가능성을 입증받고 있다. 내년부터는 싱가포르가 ‘ART SG’로 타이베이의 뒤를 잇게 된다. 렌프루팀 서울도 접수? 직거래 땐 큰 타격 홍콩 아트마켓이 흔들리자 서울을 최고의 대안으로 꼽는 전문가가 많다. 홍콩처럼 한국은 미술품 통관 시 관세가 붙지 않는 데다 서구 현대미술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분위기여서 매력적인 후보지로 꼽힌다. 공항에서 1시간 거리에 최신 시설을 갖춘 전시장이 확보돼 있고 중국, 홍콩, 일본, 싱가포르에서 접근성이 좋은 것도 그 이유다. 게다가 한국은 K팝 등으로 매혹적인 나라로 인식되면서 최고의 플랫폼으로 부상 중이다. 이에 홍콩과 타이베이에서 성과를 거둔 매그너스 렌프루가 서울에서의 아트페어를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렌프루는 오는 2021년 7월 서울에서 국제아트페어를 열겠다며 코엑스에 대관 신청을 했다. 이에 코엑스는 올 연말께 임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영국 런던의 프리즈 아트페어도 서울에서의 아트페어 개최를 검토 중이다. 둘 중 하나만 확정되더라도 서울은 아시아의 아트 허브로 부상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이 같은 움직임에 국내 유통관계자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고객들이야 최신의 변화무쌍하고 수준 높은 미술품을 앞마당에서 볼 수 있고, 작품 가격도 쌀 테니 나쁠 게 없다. 코엑스 또한 지금의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는 차원을 달리하는 초일류 아트페어를 초치하는 게 장기적으론 바람직한 일이다. 세계적 갤러리들이 최고의 작품을 가져와 선보인다면 중국 및 화교권 컬렉터들이 몰려들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img4 @img5 하지만 한국의 화랑과 경매사들은 거의 울상이다. 국내 컬렉터들의 해외 미술 선호도가 워낙 높아 외국 화랑과 직거래할 경우 국내 업체들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KIAF는 특히 심대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이를 ‘기회’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강한 상대를 만나야 지금까지의 낙후된 시스템과 체질을 일거에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KIAF를 주최하는 한국화랑협회의 최웅철 회장은 “미술품에 대한 관세가 없고, 세련된 안목의 컬렉터가 많은 한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외국 갤러리가 늘고 있다. 올해는 특히 홍콩 사태로 향후 서울 또는 KIAF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해외 유력 화랑 디렉터들이 KIAF 2019를 많이 둘러봤다”며 “서울이 제2의 아시아 미술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전략 수립과 실행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야 재도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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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소재’로 미래 성장동력 찾는 중소·중견기업들

한솔제지, 티앤엘과 ‘나노셀룰로오스’ 사업 진출 동화기업, 전해액 제조업체 파낙스이텍 인수 스타네크, 면역항암세포치료제 등 의약 원료용 소재 공급 |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 | 박진숙 기자 justice@newspim.com | 민경하 기자 204mkh@newspim.com 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촉발된 한·일 무역분쟁으로 ‘소재·부품·장비’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정부와 산업계 안팎에서 전방위적인 국산화 노력이 진행 중이다. 특히 실질적인 규제가 이미 시작된 ‘소재’ 분야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소·중견기업들 역시 기존 사업과 연관된 분야에서 소재 국산화 아이템을 찾아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한솔제지는 지난 9월 친환경 폴리우레탄 제품 제조 전문기업 티앤엘과 특수 소재 분야 원료 제품인 나노셀룰로오스를 공급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나노셀룰로오스는 식물세포벽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를 10억분의 1 크기로 분해한 친환경 고분자 물질로, 무게는 철의 5 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강도는 5배나 강하다. 한솔제지 이상훈 대표는 “이번 MOU 체결은 한솔제지가 제지산업을 넘어서 소재산업 진출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특히 나노셀룰로오스는 향후 타이어나 자동차 부품, 전지 분리막, 필름 분야 등 다양한 산업 전반에 걸쳐 확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한솔제지가 장기적으로 소재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부품·소재 전문기업인 하나머티리얼즈는 시스템반도체에 쓰이는 고밀도 플라즈마 장비부품용 대구경 실리콘 소재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하나머티리얼즈는 한국산업기술진흥원이 주관하는 대구경 실리콘 소재 개발 국책사업과제의 총괄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회사는 소재 개발 최적화 시뮬레이션에 대한 높은 기술을 보유한 러시아의 소프트-임팩트(Soft-Impact)사와 협약을 체결하고 ‘시스템반도체향 고밀도 플라즈마 장비부품용 대구경 단결정 실리콘 소재 개발’ 과제 수행에 본격 착수했다. 반도체 분야 소재 국산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국책과제를 통해 현재 전량 수입하고 있는 대형 부품을 국산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오경석 하나머티리얼즈 대표이사는 “지난 2008년에도 3차 연도에 걸쳐 대구경 잉곳 성장 국책과제 주관기업으로 선정돼 세계 최대 단결정 실리콘 잉곳을 성장시키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 최고의 실리콘 소재부품회사로 성장했다”며 “이번 국제공동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시스템반도체용 실리콘(Si-Parts) 부품의 국산화를 선도하는 것은 물론, 대구경 단결정 실리콘 잉곳을 활용해 사업영역을 확대함으로써 실적 성장을 견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M&A로 소재 사업 진출” 인수합병(M&A)을 통해 소재 산업에 진출하는 경우도 있다. 목질 자재와 화학 수지를 생산하는 동화기업은 전해액 제조업체 파낙스이텍을 최근 인수했다. 동화기업은 파낙스이텍의 공장 증설을 통해 전해액 생산능력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시준 동화기업 화학사업총괄 사장은 “파낙스이텍은 전해액 제조에서 국내 최고의 연구개발(R&D) 역량을 보유해 글로벌 업계 1위인 일본에 대한 기술 종속 우려가 없는 것이 강점”이라며 “이번 인수는 화학 분야로도 성장 엔진을 다각화하고 있는 동화기업에 지속가능한 미래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mg4 덴탈 이미징 전문기업인 바텍도 M&A로 지르코니아 소재 사업에 진출했다. 바텍은 자회사 ‘바텍코리아’를 통해 지르코니아 연구·제조 전문기업 ‘에큐세라’를 최근 인수했다. 바텍코리아는 국내 유일의 지르코니아 분말 제조 기업인 ‘에큐세라’의 강점을 살려 보철 소재사업에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지르코니아’는 치아 결손 발생 시 인공물을 보충해 기능을 회복하는 보철 치료에 사용되는 소재다.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거의 대부분 분말을 일본과 중국에서 수입해 판매해 왔다. 바텍코리아 고영탁 대표는 “지난 10년간 국내 치과 시장에서 축적한 영업력을 확대할 시점에, 지르코니아 분야에서 독보적 강점을 지닌 에큐세라를 인수하게 돼 더욱 의미가 깊다”며 “지르코니아 분말 및 블록 제조 분야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한편 바텍 해외 영업망을 통해 글로벌 소재 산업 진출을 모색, 시장점유율 1위를 목표로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부 벤처기업들도 소재 국산화를 주력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스타네크는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정밀화학 소재와 화장품 소재를 개발하는 업체로, 포름알데히드가 없는 반도체용 코팅제 HM3, 난연성을 지닌 단열재, 2차전지 음극제 등을 개발했다. 스타네크는 2010년 디스플레이‧반도체 등의 특수코팅물질 원료로 사용하는 정밀화학 소재 말레이미드를 최저가로 양산하는 데 성공해 국내 LCD 소재 대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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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퇴근 후 ‘운동 워라밸’ 무리하다 다치면 오히려 역효과

손과 손목 과도하게 사용시 ‘테니스 엘보’ 위험 골프 스윙 무리하게 반복하면 ‘회전근개 질환’ 생길 수도 | 고경환·전인호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소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문화가 보편화되고 주 52시간 근무제까지 시행되면서 퇴근 후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기는 직장인이 많아졌다. 그중에서 운동은 가장 많은 직장인이 즐기는 건강한 취미 중 하나다. 활동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업무 외적인 것에 집중하면서 땀을 흘리면 엔도르핀이 많이 분비돼 스트레스와 불안 감소에 도움이 된다. 또 혈액순환이 활성화돼 몸속 세포 내 산소 공급이 증가하면서 신체 활력이 생긴다. 하지만 운동의 긍정적인 효과는 적당히 운동했을 때에만 발생한다. 무리한 운동으로 부상을 당하면 오히려 일상생활이 불편해지고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다치지 않는 선에서 적당히 운동한 후 충분히 휴식을 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성별을 불문하고 직장인들이 즐겨 하는 운동인 테니스, 골프, 달리기, 헬스(근력운동)를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질환들에 대해 정형외과 교수들의 건강 팁을 알아보자. 테니스 – 테니스 엘보 테니스 엘보(tennis elbow)는 실제로는 팔꿈치보다 손과 손목을 과도하게 사용해 발생하는 증상이다. 테니스를 치면 백핸드 동작에서 손목을 손등 쪽으로 들어올리는 동작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때 신전 힘줄이 시작되는 지점인 팔꿈치 바깥쪽 부위에 힘줄의 미세한 파열이 만성 염증을 만들어 생긴다. 꼭 테니스를 치는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고 헬스장에서 아령을 들거나 망치질과 같은 작업으로도 생길 수 있다. 흔히 테니스를 즐겨 치는 사람들이 이 같은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테니스 엘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대부분 한 번의 충격에 의해 발생하기보다는 반복적으로 충격이 가해지면서 서서히 통증이 생긴다. 따라서 처음에는 약간의 통증만 느껴지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동작을 반복하게 되면 파열되는 정도가 심해지면서 팔꿈치 바깥쪽의 통증 또한 심해진다. 초기의 테니스 엘보는 상대적으로 안정을 취하면 상태가 쉽게 나아진다. 원인이 되는 동작이나 작업, 운동 등을 교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통증 부위를 붕대나 밴드 등으로 고정해 되도록 덜 움직이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좋다. 휴식과 함께 소염진통제, 근육이완제 등 약물 치료, 물리 치료를 해야 한다. 증상이 심하면 아픈 곳에 주사요법을 쓰기도 하는데,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위와 같은 방법으로도 장기간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파열이 진행되면 수술적인 치료법도 고려해야 한다. 한번 손상된 근육이나 인대는 다시 손상되기 쉬우므로 증상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재발되지 않도록 상당 기간 무리하지 말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최소한 몇 달 동안은 무리한 팔꿈치 사용을 삼가야 하며, 신전 힘줄에 스트레스가 덜 가해지는 운동으로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골프 – 회전근개 질환 요즘 거리를 지나다 보면 골프연습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골프가 대중적인 스포츠가 됐다는 뜻이다. 골프는 다른 운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적이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스윙을 반복하다 보면 허리나 팔꿈치, 손목, 어깨 등 주로 회전근개에 손상이 발생하기 쉽다. 극상근, 극하근, 소원근, 겹갑하근 등 총 4개의 근육과 힘줄의 조합인 회전근개는 어깨의 움직임과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깨의 움직임이 반복되다 보면 회전근개가 주변의 뼈나 인대와 충돌해 통증이 유발되는 어깨충돌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으며, 심하면 파열되기도 한다. 특히 잘못된 스윙 동작이나 과도한 연습, 흔히 뒤땅이나 토핑이라고 불리는 잘못된 임팩트가 반복되다 보면 회전근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초기에는 통증의 부위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진행되면 심한 어깨 통증 때문에 수면 장애까지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어깨충돌증후군이 있거나 회전근개가 부분적으로 파열된 경우에는 약물, 주사요법과 운동으로 호전될 수 있다. 그중 운동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운동 치료는 단순히 근력을 강화하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고, 어깨 주변 근육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이다. 어깨 가동 범위 회복을 위한 스트레칭과 함께 회전근개와 견갑골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대표적으로는 고무밴드(세라밴드) 한쪽을 고정시키고 나머지 한쪽을 천천히 잡아당겼다 놓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있다. 통증으로 운동이 힘든 경우에는 열전기 물리 치료를 병행해 관절과 근육, 힘줄 부위를 부드럽게 함으로써 통증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충분한 운동 치료와 약물 및 물리 치료를 병행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 관절내시경을 통해 염증조직 제거나 회전근개 봉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회전근개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평소 어깨 운동을 통해 어깨 관절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좋다. 라운딩하기 전 충분히 스트레칭을 하고, 나이와 체격에 맞는 스윙과 클럽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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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호

“땅에서 나는 음식 중 ‘토란’보다 맛있는 것은 없다”

전남 곡성으로 떠나는 ‘토란이야기’ 한·중·일 공통명절 추석과 토란 사랑 | 지영봉 기자 yb2580@newspim.com 토란은 소화를 돕는 무틴이 있어 천연 소화제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뱃속의 열을 내리게 하고, 위와 장의 운동을 원활하게 하는 음식이다. 전남 곡성군에서는 약 100ha의 면적에 토란이 재배된다. 우리나라 토란 재배면적의 48%를 차지한다. 이곳에서 전국 생산량의 약 70%인 2000여 t의 토란이 수확된다. 곡성군은 강수량이 많고 섬진강을 끼고 있는 고온다습한 분지 지형이라 열대성 작물인 토란 재배에 안성맞춤이다. 그래서인지 곡성토란은 단단하고 식감이 좋다. 전남 곡성군의 토란 별식들 곡성군과 토란의 인연은 오래전에 시작됐다. 오산면 청단리에 위치한 초현마을에는 400여 년 전 임진왜란 때 떠돌던 한 가족이 둥근 알을 캐서 구워 먹고 기력을 되찾아 그곳에 눌러앉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때 먹은 것이 토란으로 추정된다. 본격적으로 곡성군에서 토란이 재배된 계기는 1980년대다. 서울 경동시장 청과상 형제가 추석 무렵에 잘 팔리는 토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곡성군에 사는 농부와 연결된 것이 시초다. 첫 출하에서 40㎏당 10만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받았다. 이를 계기로 곡성의 토란 재배가 점차 늘기 시작했다. 전국 최대 토란 생산량을 자랑하는 만큼 곡성군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다양한 토란 음식을 접할 수 있는 곳이다. 곡성기차마을휴게소 하행선에서는 ‘토란대육개장’과 ‘토란완자탕’이 휴게소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다. 곡성축협명품관의 ‘들깨토란탕’도 별미다. 읍내에 위치한 모짜르트제과점에서는 토란을 넣은 8가지 종류의 토란빵과 토란쿠키를 판매한다. 커피숍에서는 토란버블티와 토란스콘을 맛볼 수 있다. 맑은토란국, 찐토란, 토란전병 등도 곡성의 만찬으로 여행객들이 즐긴다. ‘가랑드’라는 수제 토란만주는 간식은 물론 선물용으로도 제격이다. 한·중·일의 토란 사랑 추석은 한국, 중국, 일본의 공통 명절이다. 나라마다 명절 음식이 달라 우리는 ‘송편’을 먹고, 중국은 ‘월병’을 먹고, 일본은 ‘츠키미당고’라는 달떡을 먹지만 공통으로 먹는 음식도 있다. 바로 토란이다. 일본은 음력 8월 15일인 중추명월(中秋明月)에 토란을 올리며 제를 지내고, 보름달을 보며 토란을 먹는다. 중국도 중추절에 토란을 먹는다. 중국 남부지방에서는 옛날부터 중추절에 토란을 먹으면 귀신을 물리치고 운이 트인다고 믿었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우리도 추석에는 토란을 먹는다. 차례상에 송편과 토란국을 올리는 것은 쌀과 토란이 중요한 식량이었기에 두 가지 음식으로 한 해의 수확을 감사드린 것으로 짐작된다.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에 “시골에서 토란국을 끓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을 보면 고려시대에도 전국적으로 토란을 먹은 것으로 보인다. 고려 의학서인 ‘향약구급방’에도 토란이 보인다. 고려의 대학자였던 목은 이색은 두부 반찬에 토란을 배불리 먹었다는 시를 남기기도 했다. 정약용은 “토란을 많이 심는 까닭은 입맛에 맞기 때문”이라고 했고, 허균은 “땅에서 나는 음식 중에 토란보다 맛있는 것은 없다”고 했다. 옛날 사람들이 토란을 무척 좋아했던 모양이다. 쌀이나 보리를 대신하는 식량 작물이라면 고구마와 감자가 떠오르지만 고구마는 18세기, 감자는 19세기에 들여와 20세기에 널리 보급됐다. 역사적으로 토란은 고구마나 감자보다 더 오래된 식량이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img4 토란을 먹어야 하는 이유 토란의 주성분인 멜라토닌은 우울증, 불면증 완화와 집중력 향상 등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칼륨이 풍부해 피로 회복과 고혈압에 효과적이다. 미끈거리는 성분은 간장이나 신장을 튼튼히 해주고 노화 방지에 좋다. 해독 작용을 하고, 간 기능을 높이고, 궤양을 방지한다. 토란이 함유한 풍부한 비타민 B1과 B2 성분은 비만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멜라토닌은 성장호르몬을 분비시켜 성장기 아이들의 건강에도 좋다. 식이섬유 함량이 감자의 3배, 고구마의 2배나 많은 알칼리성 식품으로 변비 치료와 예방에 최고다. 소화를 돕는 무틴이 있어 천연 소화제로 쓰인다. 한방에서는 뱃속의 열을 내리게 하고 위와 장의 운동을 원활하게 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비만을 방지하고 면역을 증진시키는 효과도 있다. 칼로리 함량이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 손색이 없다. 이 밖에 간 지방을 억제하고, 콜레스테롤 농도를 떨어뜨리고, 혈청 지질을 저하시키는 효과가 확인됐다. 종양 세포를 죽이고 종양의 전이를 막는 효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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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HMR 4세대', 냉동·신선·할랄 벽도 넘었다

간편식 시장 최근 5년간 81.9% 성장...2020년 5조원대 전망 간편식 ‘4세대’ 등장...카테고리 세분화·프리미엄화 추세 | 박효주 기자 hj0308@newspim.com 삼각김밥과 라면. 과거 간편식을 떠올리는 대표 제품들이다. 누구나 한 번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컵라면으로 한 끼를 해결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쁜 일상에 쫓긴다거나 식사가 여의치 않을 때 간단한 한 끼로 그만이기 때문. 하지만 최근 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간단하지만 제법 든든한 식사로 진화하고 있다. 냉동만두나 피자, 핫도그부터 반조리식품 형태인 밀키트, 파스타, 국·탕, 생선구이 등 다양한 유형의 제품이 출시되면서 간편식 범위가 더욱 넓어지고 있다. 간편식은 바로 또는 간단히 섭취할 수 있도록 가정 외에서 판매되는 가정식 스타일의 완전, 반조리 형태 제품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간편식 국내 규모는 2013년 기준 2조841억원에서 2017년 3조7909억원으로 최근 5년간 81.9% 증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지난해 기준 즉석식품 등 좁은 범위의 가정간편식 출하액을 2017년보다 17.3% 늘어난 3조2164억원 규모로 추정하고, 오는 2022년에는 5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정간편식 증가 요인...‘편의성·가성비’ 가정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편의성’, ‘시간 단축’, ‘가성비’가 꼽힌다. 1인가구의 증가로 사람들이 보다 손쉽고 간편한 요리를 선호하고 ‘소확행’, ’홈파티’ 등 문화가 확산되면서 외식보다는 집에서 근사한 요리를 빠르게 만들어 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 가정간편식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 또 정량의 재료로 포장돼 잔반 걱정 없이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호응을 받고 있다. 실제 롯데멤버스가 지난 3월 20~60대 남녀 총 4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82.7%가 가정간편식을 이용해 봤다고 응답했다. ‘식사 준비가 쉽고 빨라서 구입한다’는 비율이 응답자의 68%를 웃돌았다. 직접 재료를 사서 이용하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가정간편식을 이용한다는 응답도 37.4%에 달했다. 제조사의 기술력 향상으로 맛과 품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진 것도 간편식 시장 성장세를 이끈 배경이다. 냉동 피자와 냉동 핫도그 등 일부 품목은 이전에도 판매됐지만 품질이 낮아 큰 호응을 받지 못해 왔다. 그러나 제조사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이전 제품보다 맛과 품질이 향상됐고 전자레인지, 에어프라이어 등 조리기구가 보급되면서 외식 전문점 수준의 맛을 내는 것도 가능해졌다. 1인가구와 맞벌이 부부 등이 늘면서 과거 여럿이 식사하는 식탁 문화에서 혼자 식사하는 ‘혼밥’ 문화로 생활 패턴이 변화한 것도 성장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간편식은 손쉽게 조리할 수 있고 소포장으로 혼밥이 가능한 장점이 있어서다. 저성장, 고비용 등 경기 침체 장기화로 인해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이른바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성향도 시장 성장에 한몫했다. 최근에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본인의 만족을 위한 소비 활동을 일컫는 ‘가심비’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양극화 현상도 나타난다. 이러한 가심비적 성향의 소비가 늘면서 가정간편식은 세분화, 프리미엄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즉석카레서 셰프 간편식으로...간편식 4세대 등장 간편식은 즉석카레, 짜장 등 즉석식품으로 대표되는 1세대(1980~2000년대 초반)와 냉장 제품이 주를 이룬 2세대(2000년대 초반~2013년), 컵밥과 냉동볶음밥·떡갈비부터 해외 요리 제품이 출시되고 유통업체가 시장에 진입한 3세대(2013~2014년), 그리고 유명 셰프 또는 맛집과 협업한 제품이나 간편식 PB가 전성기를 이루는 4세대(2015년~현재)로 진화하고 있다. 과거 가정간편식은 냉동 제품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신선도를 강조한 냉장, 신선, 반조리 등 영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밀키트(Meal Kit, 손질이 끝난 식재료와 양념을 넣고 정해진 순서대로 조리하기만 하면 되는 간편식)와 수산물, 보양식 등 세부 카테고리에도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동원홈푸드는 지난 2016년 HMR업체 ‘더반찬’을 300억원에 인수, 이듬해인 2017년 4월 수도권 시장 진출을 위해 서울 도심에 제조공장을 세웠다. 동원홈푸드는 현재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일 주문 새벽 배송 시스템을 운영 중이며, 향후 오프라인 매장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야쿠르트 아줌마가 직접 배달하는 신선 브랜드 ‘잇츠온’을 선보였다. 모든 제품은 주문 후 조리에 들어가고 냉동 및 레토르트 식품이 아닌 냉장 식품으로만 유통한다. 단 하나의 제품만 주문해도 배송비 없이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회사 측은 신속한 배송을 위해 신형 전동카트를 개발하고 신갈물류센터를 신축하는 등 투자를 진행했다. CJ제일제당의 경우 햇반을 시작으로 간편식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 제품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내년 초 진천 신생산기지 2차 라인을 가동, 시장 확대를 꾀할 채비를 마쳤다. 롯데푸드는 HMR 관련 신제품 출시와 공장 설비 확대 등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집행하고 있다. 내년 4월 완공 예정인 김천 HMR 공장이 가동되면 간편식 시장 점유율 확대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img4 뜨는 간편식 키워드...‘밀키트·수산물·보양식’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시장은 밀키트 시장이다.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는 지난 6월 자체 식음료 브랜드 ‘피코크’로 밀키트 제품을 내놓고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앞서 CJ제일제당도 지난 4월 밀키트 시장 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피코크는 이번에 내놓은 밀키트에 ‘서울요리원’이라는 서브 브랜드를 붙였고, 6월 말 ‘고수의 맛집’ 밀키트를 시작으로 1인용 밀키트, 오가닉 밀키트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마트가 밀키트 시장에 뛰어든 것은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 가도에 접어들었다는 판단에서다. 식품업계는 지난해 200억원대였던 밀키트 시장이 올해 4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년 내 7000억원대 시장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img5 CJ제일제당의 경우 올해 11월까지 1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밀키트 센터를 건설한다. 올해 매출 100억원, 향후 3년 내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산물 간편식 시장도 부상하는 카테고리 중 하나다. 동원F&B는 골뱅이비빔, 꼬막간장비빔, 꼬막매콤비빔 등 ‘수산 간편요리’ HMR 신제품 3종을 출시한 데 이어 러시아산 대게 HMR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 5월에는 신세계푸드가 삼치·고등어·꽁치·갈치·가자미구이 등 생선구이 5종을 출시했다. 연안식당을 운영하는 디딤은 꼬막비빔밥 HMR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기 시작했고, 수입판매사인 코리아럭셔리 레지스트리도 수산물 HMR 제품(키조개, 고등어, 참치뱃살 등)을 8월 중순부터 갤러리아 명품관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 할랄·코셔 등 인증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면서 간편식 할랄 제품도 등장했다. 닭고기 전문업체 자연일가는 지난해 말 축산물 중 국내 최초로 원료육을 포함한 삼계탕 생산시설 전체에 대한 걸프틱(Gulftic) 할랄 인증을 획득했다. 걸프틱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6개국이 연합해 관리하는 아랍표준측량청(ESMA) 등록 인증기관으로, 걸프틱 할랄 인증을 받으면 전 세계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에서 판매할 수 있다. @img6 농심은 2011년 부산 공장에 할랄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 할랄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는 대표 업체로 꼽힌다. KMF 인증을 받은 ‘할랄 신라면’은 지난해 말레이시아에서 36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 매출액(310만달러)보다 16%가량 증가한 수치다. 삼양식품의 경우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말레이시아 등 지역을 할랄 라면 생산공장 설립을 위한 후보지로 놓고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올 초 말레이시아 국영기업인 FGV와 전략적 업무 협약(MOU)을 체결한 바 있다. aT 관계자는 “간편식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보양식, 안주류, 에어프라이어 전용 제품 등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있다”면서 “반조리 가공 형태 간편식 제품이 B2B 경로로 확대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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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명품제국의 두 거물, 파리에서 ART로 격돌

루이비통이냐 구찌냐...최고 명품이 벌이는 숨막히는 접전 럭셔리 왕국의 미래 걸린 ‘2차 미술대첩’ 그 내막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세계 럭셔리업계를 양분하는 명품 거물이 파리에서 예술로 격돌한다. 루이비통(Louis Vuitton), 모엣헤네시(Moet-Henessy) 등 60여 개 명품 브랜드를 휘하에 둔 LVMH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1949~)과 구찌, 보테카베네타 등을 보유한 케링(Kering)그룹의 창업주 프랑수아 피노 명예회장(1936~)은 자신들의 고국에서 ‘미술대첩 2라운드’를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은 일찍이 명품기업 인수합병(M&A)을 둘러싸고 피 튀기는 전쟁을 벌인 바 있고, 예술 투자로 수차례 대결을 벌인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세계 최고의 예술도시 파리에서 벌어지는 본격적인 예술대첩이다. 이번 대결은 투입예산만 수천억원, 수조원을 호가하는 매머드 프로젝트요, 그룹의 미래가 걸린 투자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지극히 루이비통다운 뮤지엄...아르노의 성취 먼저 시동을 건 쪽은 루이비통의 오너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이다. 아르노 회장은 지난 2014년 10월 파리 개선문 근처 불로뉴 숲에 환상적인 뮤지엄을 개관했다. 과거 프랑스 왕실의 사냥터였던 아클리마타시옹 공원에 들어선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은 건축부터가 남다르다. 푸른 녹음 사이로 눈부시게 하얀 유리범선이 자리 잡은 것 같기도 하고, 뭉게구름들이 살짝 내려앉은 듯도 하다. 비정형의 투명한 건물에 초록빛 나무와 흰 구름이 투영되면 초현실적인 조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개관하자마자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파리의 문화 명소’로 급부상하며 연간 100만여 명의 관람객을 끌어모으는 루이비통 미술관은 아르노 회장의 오랜 꿈이 이룬 예술적 성취다. 미국 건축가 프랑크 게리가 디자인한 건축은 워낙 복잡하고 까다로운 데다 공기도 오래 걸려 실현이 불가능할 것으로 관측됐다. 때문에 공사에 100여 명의 전문가가 참여했고, 3000여 명의 인력이 투입돼 6년이란 시간이 소요됐다. 당초 건립예산 1억2700만달러(약 1348억원)를 훌쩍 상회했음은 물론이다. 두 배가 들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 거대한 프로젝트에 정확히 얼마의 돈이 투입됐느냐는 언론의 질문에 아르노는 “꿈에 가격을 매기려고 들지 마라”고 답변을 거부했다. 최근 미국의 빌 게이츠를 제치고 세계 2위의 슈퍼리치로 등극한 그는 상상 이상의 자금이 투입된 자신의 럭셔리 미술관을 매주 토요일마다 찾는다. 그곳에서 만난 이들로부터 “회장님, 미술관이 너무 멋져요”라는 찬사를 들으면 아마도 둥실 하늘 위를 걷는 기분일 것이다. 연면적 1만1700㎡에 무려 11개의 대형 전시실을 갖춘 루이비통 미술관에는 아르노 회장이 수십 년에 걸쳐 수집한 앤디 워홀, 장 미셸 바스키아, 게르하르트 리히터, 백남준 등 기라성 같은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또 파리시립미술관에서 일하다 디렉터로 기용된 수잔 파제는 매년 2~3회의 기획전을 큐레이팅하고 있다. @img4 @img5 평소 건축에 각별히 관심이 많던 아르노 회장은 파리시로부터 아클리마타시옹 공원부지를 뮤지엄 건립지로 불하받은 뒤 어떤 건물을 지을까 심사숙고했다. 그러다 프랑크 게리가 설계한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미술관을 직접 보고는, “어떻게 저런 놀라운 건축을 실현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감탄했다. 그리곤 그 길로 건축가를 만났다. 게리는 흰 종이에 거대한 돛단배를 스케치해 시안으로 제시했고, ‘여행’을 루이비통의 테마로 삼고 있는 아르노는 두말 없이 오케이했다. 어딘가로 곧 떠날 듯한 유리범선 형상의 뮤지엄은 그렇게 탄생했다. 미술관의 정식 명칭은 ‘창조를 위한 루이비통 재단(The Louis Vuitton Foundation for Creation)’이다. 럭셔리 패션을 이끄는 오너로서 창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하는 그는 뮤지엄이 창조의 화수분이 되길 소망하고 있다. 이 미술관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자 파리시는 공원 내의 기존 컬처뮤지엄과 각종 시설의 리노베이션도 루이비통 측에 의뢰했다. 아클리마타시옹 공원은 이제 향후 50년간 루이비통의 예술기지로 확실히 자리 잡게 됐다. 파리 샹젤리제가의 루이비통 본점 꼭대기층에 아담한 갤러리를 조성하고, 이를 오랫동안 운영했던 루이비통이 마침내 브랜드 위상에 걸맞은 아트 플랫폼을 구축한 셈이다. 이에 탄력을 받은 아르노 회장은 루브르박물관 옆의 옛 사마리텐 백화점을 ‘슈발 블랑 파리(Cheval Blanc Paris)’ 호텔로 개조 중이다. 2020년 봄에는 루이비통이 만든 럭셔리한 아트 호텔이 오픈할 예정이다. 이 호텔에는 센강을 내려다보며 근사한 작품 속에 둘러싸여 차 한잔 음미하는 카페도 조성된다. 보다 더 과감한 피노 명예회장의 ‘빅 피처’ 루이비통의 아르노 회장이 지극히 우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뮤지엄을 만들었다면, 라이벌인 프랑수아 피노 케링그룹 명예회장은 훨씬 과감하고 도전적이다. 그는 요즘 세계에서 가장 큰 사립미술관을 루브르 인근에 짓기 위해 바삐 뛰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지구촌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엄청난 도전이자 전무후무한 프로젝트다. 그런데 뮤지엄 부지가 공교롭게도 루이비통의 슈발 블랑 호텔과 지근거리인 데다 개관 시점도 엇비슷해 이래저래 화제다. @img6 피노 회장은 목재상의 아들로 태어나 뛰어난 사업수완으로 쁘렝땅 백화점과 통신판매업체 라후드뜨 등이 포진한 PPR그룹을 설립하고 억만장자가 됐다. 그러다 1990년대 말 매물로 나온 이탈리아 브랜드 구찌를 놓고 숙적인 아르노와 피를 말리는 인수합병전을 치렀다. 결국 구찌를 품에 안은 뒤론 백화점 등을 정리하고 럭셔리 산업으로 완전히 방향을 틀었다. PPR은 보테카베네타, 생로랑, 발렌시아가, 알렉산더 맥퀸을 연달아 인수하며 LVMH를 필적할만한 명품 왕국으로 급부상했다. 회사명도 PPR에서 케링(Kering)그룹으로 바뀌었다. 10여 년 전 회사를 아들(프랑수아 앙리 피노)에게 물려준 피노 회장은 요즘 아트 비즈니스에 올인하고 있다. 세계 1위의 미술품경매사(2018년 매출 70억달러, 8조3000억원) 크리스티도 소유 중인 그는 크리스티 경매와 함께 이탈리아 베니스, 프랑스 파리에 산재한 자신의 미술관을 챙기느라 몸이 10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피노 회장은 2005년까지만 해도 파리에 자신의 아트컬렉션을 선보일 현대미술관을 지으려 했다. 르노자동차의 공장이 옮겨가며 공터가 된 파리 센강의 세갱(Ile Seguin) 섬을 부지로 점찍고,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 의뢰해 미술관을 건립하고자 했다. 그러나 처음 반색했던 파리시가 허가를 차일피일 뭉개며 시간을 끌자 실망한 피노는 “꼭 프랑스일 필요가 있느냐”며 돌연 이탈리아 베니스로 방향을 돌렸다. 2년마다 세계적인 미술제 베니스 비엔날레를 개최하지만 이렇다 할 현대미술관이 없어 체면이 안 섰던 베니스로선 ‘돈과 작품을 모두 대겠다’는 피노 회장이 굴러들어온 복이 아닐 수 없었다. @img7 베니스시 당국이 극진하게 대접하며 각종 편의를 제공하자 피노는 베니스의 옛 귀족가문인 그라시가(家)의 ‘팔라조 그라시(Palazzo Grassi)’를 인수해 2006년 자신의 미술관을 오픈하고 대대적인 개관전을 가졌다. 뿐만 아니라 1677년 건립된 베니스의 세관건물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를 개조해 2009년 더욱 큰 미술관을 열었다. 오랜 기간 방치됐던 낡고 거대한 세관창고는 안도 다다오의 손길을 거쳐 멋진 현대미술관으로 탈바꿈했고, 베니스를 찾는 세계의 미술관계자들과 여행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런데 자신의 오랜 라이벌인 아르노 회장이 불로뉴 숲에 초현대식 미술관을 짓고 전 세계적으로 큰 호응을 얻자 ‘가슴 저 밑에 묻어뒀던 숙제’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여든이 넘도록 실현하지 못한 ‘파리 미술관’을 위해 피노는 다시금 분연(?)히 일어섰다. 3500점을 넘어선 컬렉션의 규모와 질, 혁신성과 파괴력은 그 누구도 필적할 수 없을 것이란 자신감도 작용했다. 우아하고 세련됐으나 다소 상식적인 미술을 추구하는 아르노와 달리, ‘혁신적인 미술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겠다’는 포부는 팔순의 노신사를 뛰게 만들었다. 파리시로부터 로마의 판테온과 비슷한 큐폴라(둥근 지붕)와 24개의 아치로 이뤄진 지름 40m의 옛 상업거래소(Bourse de Commerce)를 50년간 장기 임대한 피노는 또다시 안도 다다오를 캐스팅해 내부 공간을 대대적으로 바꿨다. 건축가는 과거 옥수수, 밀가루 등의 곡물을 저장하던 뻥 뚫린 돔 내부에 전시실을 들여 현대미술을 품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리노베이션에 자그마치 10억유로(약 1조3220억원)가 투입됐다는 후문이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 있는 필생의 역작을 위해 피노는 모든 걸 쏟아부은 셈이다. 파리 미술관 개관이 임박해 오자 피노는 퐁피두 센터와 손잡고 세계적인 작가의 매머드 작품전을 동시에 열기로 협약도 체결했다. 지난 2014년 베니스에서 영국의 악동미술가 데미안 허스트의 대대적인 블록버스터 쇼를 통해 대규모 아트 이벤트의 가능성을 확인한 그는 ‘현대미술은 예측불가능하고, 한계가 없어야 한다’며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피노는 모더니즘 작가인 몬드리안에서부터 현존하는 최고 유명 작가인 제프 쿤스까지 다양한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워낙 파워풀하고 독특한 작품이 즐비해 과연 어떤 것을 앞세워야 할지 고민이라고 마틴 베테노드 피노재단 관장은 토로했다. 이처럼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프랑스의 ‘라이벌 명품 거물’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적으로 파리에 뮤지엄을 건립하자 파리 시당국은 무척 고무된 표정이다. 미국 뉴욕, 영국 런던에 빼앗긴 현대미술 주도권을 이참에 되찾아오자는 심사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아르노와 피노의 미술관은 파리를 현대미술의 중심지로 되돌릴 것이다. 파리를 위한 엄청난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img8 도대체 왜 아트 비즈니스일까? 그렇다면 왜 명품 제국의 수장들이 수천억, 수조원을 쏟아부으며 미술품 수집과 뮤지엄 건립에 열을 올리는 걸까. 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로는 고객들에게 ‘고가 사치품=명품’이라는 환상과 신비감을 계속 심어주기 위해선 아트와의 협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럭셔리의 정점에는 순수미술, 곧 ‘파인아트’가 자리 잡고 있고, 디자인의 뿌리도 거슬러 올라가면 ‘미술’이기에 럭셔리 기업의 미래를 위해 아트컬렉션은 필수항목이라고 보는 것. 다음으로 고정적인 소비자에게 예술적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는 고도의 판매전략이 아닐 수 없다. ‘캐시미어를 걸친 늑대’로 불리는 아르노 회장이 자신의 천문학적인 자산을 아무런 계산 없이 쓸 리는 없다. 일각에선 초고가 작품을 사들이고, 최고급 미술관 건립을 위해 돈을 물 쓰듯 쓰는 배경을 색안경을 쓰고 보기도 한다. 다른 꿍꿍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고 사치품을 만드는 기업의 오너이기에 이처럼 최고 수준의 뮤지엄을 만들 수 있고, 작품을 수집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의 투자와 기여를 통해 현대인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다면 이는 분명히 긍정적인 측면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문화예술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남는 장사인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즉 잘만 운용하면 최고로 부가가치가 높은 투자인 것이다. 슈퍼리치들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유망주들이 뜨기 전에 작품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결국 20~30년이 지나면 작품값이 수십, 수백 배로 뛰어올라 막대한 수익을 올리게 된다. 더구나 전 세계적으로 기술력이 거의 평준화된 4차산업 시대에 향후 유망한 것은 ‘창조산업’이다. 뉴 밀레니엄 이후 창조산업에 박차를 가하는 영국이 전체 GDP 중 무려 29%가 DCMS, 즉 예술과 미디어, 스포츠에서 나오는 것이 좋은 예다. 이제 누가 뭐래도 ‘아트 앤 비즈니스(Art & Business)’ 시대다. 피노 회장을 비롯한 일군의 미술계 인사들이 750억원을 후원해 베니스에서 요란하게 벌인 데미안 허스트의 블록버스터 전시가 1조원대 매출을 달성했다는 소식이 이를 잘 뒷받침해 준다. 고수들은 이를 누구 보다 먼저, 누구보다 확실히 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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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엄마 손맛 넘는 숨은 비법... '푸드테크'를 찾아라

간편식 다양화...포장·맛 향상 위한 기술 접목 식품업계, 독자 기술 적용한 신제품 출시 잇달아 | 박효주 기자 hj0308@newspim.com 먹거리도 똑똑해야 한다. 최근 식품업계가 차별화한 기술을 적용한 이른바 ‘푸드테크’ 경쟁에 몰두하고 있다. 벤처캐피털 투자동향 정보를 제공하는 ‘CB인사이트’에 따르면 푸드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금은 지난 2012년 2억7000만달러에서 3년 만인 2015년 현재 57억달러로 20배 이상 증가했다. 푸드테크는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용어로, 기존 식품 제조 및 서비스업에 정보통신기술이나 과학기술을 적용해 새롭게 창출한 산업이다. 특히 간편식은 빠르고 쉬운 섭취를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어 맛뿐만 아니라 포장재, 디자인 등에도 다양한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방금 조리한 듯’ 더 맛있어진 한 끼 롯데푸드는 가정간편식 브랜드 ‘쉐푸드’에 조리 직후 맛과 모양을 보존하기 위해 ‘터널식 급속냉동 기술’(TQF, Tunnel Quick Frozen)을 적용했다. 터널식 급속냉동이란 단시간 내 식품을 동결하는 기술로, 음식의 조직이 파괴되지 않고 본연의 맛과 식감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과거에는 냉동식품을 제조할 때 얼음 결정이 커지면서 맛과 식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하지만 급속냉동은 얼음 결정을 미세하게 생성해 조직이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맛과 식감을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용기에는 ‘증기 배출 방식 패키지’ 기술을 도입했다. 상단 비닐을 뜯지 않고 용기째로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조리 중에 자연스럽게 증기를 배출한다. 간편함뿐 아니라 조리할 때 수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대상 청정원의 대표 간편식인 ‘휘슬링 쿡’은 국내 최초로 CV(Cooking Value) 시스템을 통한 최소열처리제법을 적용했다. 이는 제품 용기 덮개에 쿠킹밸브를 부착해 제조 과정에서 재료를 단시간에 빠르게 조리하는 것으로, 열에 의한 원재료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냉장 보관했다가 용기째 전자레인지에 가열하는 방식으로, 조리가 완료되면 제품에서 휘슬 소리가 난다. ‘쫀득한 식감’ ...급속냉동·중공면 제조 기술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은 면 제품에도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 농심은 라면업계 최초로 실제 스파게티 주재로인 듀럼밀 세몰리나를 면으로 만든 간편식 제품 ‘스파게티 토마토’를 선보였다. 듀럼밀은 밀가루 가운데 가장 단단하고 입자가 굵어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간 라면업계가 듀럼밀로 스파게티를 만들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다. 농심은 면 가운데에 얇은 구멍을 뚫는 중공면(中空麵) 제조 기술로 스파게티면을 만들어 냈다. 면 중앙에 난 구멍은 면의 표면적을 1.5배 이상 넓히고 구멍 사이로 뜨거운 물이 스며들게 해 면이 더 빨리 익게 된다. CJ제일제당은 올해 냉동면을 주력 간편식 카테고리로 부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총 4종의 냉동면 신제품을 선보였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냉동면이 건더기를 육수와 한 번에 얼려 모양과 색을 유지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완한 제품을 출시한 것. 신제품에 적용한 면 기술은 일명 ‘만두피 비법’으로 불린다. 급속냉동이나 해동 시 면의 조직감이 파괴되지 않도록 진공 반죽으로 만 번 이상 치대고 숙성 과정을 적용해 쫄깃한 면을 만들어 냈다. 야채 원물이 포함된 고명은 냉동에서 싱싱한 상태로 유통될 수 있도록 원물 제어 기술을 도입했다. 이는 고명 본연의 색이나 조직감이 변하지 않고 각각의 영양성분도 파괴되지 않도록 한다. 달콤한 디저트에 적용한 신기술은? 최근 젤리 속에 과즙을 담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돌코리아가 선보인 ‘푸루푸루구미’는 젤리 한가운데에 과즙을 온전히 투입하는 ‘센터인(center-in) 방식’을 적용해 풍미를 살렸다. 제품은 ‘망고’, ‘멜론’, ‘바나나’, ‘파인애플’ 맛 등 4종으로 콜라겐을 함유해 한층 더 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차(茶) 한 잔에도 특별한 기술이 적용된다. 샘표의 차(茶) 전문 브랜드 순작은 차 원료 가공기술인 ‘심증제다법’을 적용해 시원한 물에도 원료 고유의 영양성분이 잘 우러나도록 했다. 심증제다법은 원물의 세포벽을 넓혀주는 증숙과 구수함을 더욱 살리는 제다(製茶)를 재료의 특성에 맞춰 최적화한 기술이다. 동서식품의 ‘카누 시그니처 미디엄 로스트’는 향과 맛을 보존하기 위한 공법이 대거 적용됐다. 커피 추출액을 얼려 수분을 제거하는 향보존동결공법(Iceberg)과 일정량의 원두에서 추출하는 커피의 양을 줄인 저수율추출공법이다. 이를 통해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고유의 원두 향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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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죽 먹는 여자' CJ제일제당 '비비고 죽' 담당 정경희 연구원

“좋은 쌀, 육수 등 충실한 기본과 정성이 비결이죠” ‘비비고 죽’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 1000만개 돌파 햇반죽 출시 10년 만에 쓰라린 단종 경험, 노하우 적용 | 박효주 기자 hj0308@newspim.com ‘상품 죽 시장은 외식 전문점에 밀려 커지기 어려운 불모지다.’ ‘상품 죽은 맛이 없다.’ 이런 편견을 깬 제품이 등장했다. CJ제일제당이 만든 ‘비비고 죽’이다. 비비고 죽은 지난해 11월 중순 출시 이후 꾸준히 매출이 늘며 시장점유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출시 6개월 만인 올해 4월 말 기준 누적판매량 1000만개, 누적 매출은 300억원에 달했다. 비비고 죽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20년 이상 침체기를 걷던 상품 죽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닐슨데이터 기준으로 지난 3월 비비고 죽은 시장점유율 30%대에 올라서면서 1위 업체와의 격차를 10% 남짓까지 좁힌 것. 비비고 죽을 대형 카테고리로 끌어올린 비결을 비비고 죽 담당 정경희 연구원을 만나 들어봤다. 신선한 원재료에 육수 비법 더한 ‘비비고 죽’ 비비고 죽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받고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일까. 정 연구원은 ‘기본’과 ‘정성’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비비고 죽 개발 당시 중점을 둔 목표는 자연스러운 맛, 가정에서 정성 들여 쑨, 기본에 충실한 죽 이 세 가지였다”면서 “이를 위해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이 바로 ‘쌀’이었다”고 말했다. 비비고 죽은 CJ제일제당 햇반 노하우를 최대한 활용했다. 쌀의 모든 과정(수매, 나락 건조, 나락 보관, 현미 가공, 백미 도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품질이 우수한 쌀을 선별해 직접 도정한 후 비비고 죽에 사용했다. 또 하나의 비법은 육수다. 죽 메뉴마다 특색 있는 맛을 구현하기 위해 원물 본연의 맛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는 육수를 활용하는 데 연구를 집중했다는 게 정 연구원의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예를 들어 전복죽을 만든다면 전복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면서도 전복과 어우러진 해물 육수를 사용하고, 소고기죽이라면 진한 풍미의 소고기 육수를 가미하는 방식을 썼다”면서 “여기에 죽 메뉴마다 어울리는 고형물을 찾기 위한 테스트를 수없이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1년 여간 이런 노력을 거쳐 탄생한 것이 비비고 죽이다. 사실 비비고 죽이 만들어지기 전에도 가공용 죽에 대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었다. CJ제일제당은 2003년 햇반죽을 출시했지만 2013년 레토로트 사업을 철수하면서 단종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햇반죽은 햇반흰쌀죽에 레토르트 파우치 소스를 따로 포장해서 소비자가 소스를 흰쌀죽에 넣고 비벼 먹는 형태였다. 맛은 있지만 소비자 편리성에서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 연구원은 “죽 제품 단종 후엔 분리형이 아닌 일체형 조미죽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했다”며 “용기형 제품 살균 조건, 일체형 죽제품 배합 기술, 최적 제조공정 도출, 원물 전처리 기술, 상온 유통기술 등에 대한 기초연구를 진행해 그 노하우들을 비비고 죽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애초 제품 콘셉트를 ‘별첨 없이 먹을 수 있는 죽’으로 정하고 개발에 착수했다”면서 “제조 후 시중에 유통돼 소비자가 취식하기까지 풍미가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고 회상했다. 비비고 죽의 또 다른 차별점은 전문점 수준의 맛을 구현한 레시피다. 연구개발팀과 전문 셰프가 메뉴 개발에 함께 참여했다. 메뉴별로 유명 맛집이나 전문점을 정해 연구원과 셰프, 마케터가 직접 방문해 음식을 맛본 후 가장 대중적인 맛을 정하는 방식을 고수한 것. 이런 과정을 거쳐 레시피를 개발 설계해 제품에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죽 연구를 시작하면서 거의 매일 죽을 시식하고 있다. 서울 시내 유명한 죽 맛집은 거의 다 다녀봤다. 그중 한 노포가 특히 인상 깊었다”면서 “그 노포의 주인 할아버지에게서 우리 전통 죽에 대한 자부심과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었고, 비비고 죽도 이를 계승한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비비고 죽은 현재 라인업 제품 외에 다양한 원물을 활용한 제품 생산을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품 죽 시장이 5000억원대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 연구원은 “비비고 죽의 경쟁 상대를 상품 죽뿐 아니라 외식전문점까지 아우르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면서 “비비고 죽이 국내 대표 상품 죽 지위를 확고히 하면서 차세대 가정간편식의 대표 품목으로 성장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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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LED 마스크, 알고 쓰십니까?

국내 홈뷰티 기기 시장 올해 9000억원, 2022년 1조6000억원 전망 글로벌 시장 규모는 작년 33조원, 2020년까지 65조원 육박할 듯 가격대 30만~200만원까지 다양, 생활가전업계 치열한 경쟁 | 민경하 기자 204mkh@newspim.com ‘하루 9분이면 충분해요.’ ‘피부탄력, 집에서도 빈틈없이.’ 언뜻 보면 공상과학영화에 나올 법한 투구처럼 생겼다. 외계에서 온 로봇 같은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 같기도 하다. 내부에는 여러 가지 빛이 나는 LED 전구들이 가득 박혀 있다. 제품을 사용할 때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히어로 ‘아이언맨’을 연상케 한다. 다소 단순해 보이는 이 제품은 ‘매일 10분만 LED 불빛을 쬐면 마치 피부과에서 관리받은 것처럼 피부가 좋아진다’는 새로운 콘셉트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2019년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생활가전을 꼽으라면 단연 LED마스크다. 지난 2017년 9월 LG전자가 ‘프라엘(Pra.L)’을 출시한 이후 2년이 지난 현재, 시장에는 수십 개 업체가 잇달아 LED마스크 신제품을 내놓으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화장품·전자업계뿐 아니라 렌탈업계도 직접 생산 또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신제품을 내놓기 시작하면서 경쟁이 한층 과열된 형국이다. 주요 제조업체로는 LG전자를 비롯해 국내 최초로 LED마스크를 출시한 셀리턴과 엘리닉·에코페이스·더마·퓨리스킨 등이 있으며, 교원웰스·쿠쿠·청호나이스·현대렌탈케어 등 주요 렌탈업체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가격대는 대개 100만원 안팎을 기준으로, 적게는 30만원대부터 많게는 20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이 같은 다수 기업의 관심은 LED마스크 시장의 성장세와 잠재력에 기인한다. 집에서 직접 피부를 관리하는 ‘홈뷰티족(族)’이 점차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LED마스크와 같은 국내 홈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지난 2013년 800억원에서 매년 10% 성장해 지난해 5000억원, 올해는 9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3년 뒤인 2022년에는 1조6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계 뷰티 디바이스 시장도 지난 2017년 278억달러(약 33조원)에서 2020년에는 541억달러(약 6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다수 생활가전이 높은 보급률로 성장세가 주춤한 것과 달리 LED마스크와 같은 홈뷰티 디바이스 시장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LED마스크 진짜 효과 있을까? LED마스크의 기본적인 원리는 LED(Light Emitting Diode) 빛을 피부에 쏘았을 때, 피부 진피층에 특정 파장이 침투해 피부의 재생효과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LED에서 나온 특정 파장에 따라 소염, 진통, 항알레르기, 혈액순환 촉진 등 다양한 효과를 내며 콜라겐과 엘라스텐의 생성을 늘려 피부탄력을 살리는 역할도 한다. 최근 여러 제품이 근적외선, 레드파장, 블루, 옐로 등 다양한 빛을 쏘고 그에 맞게 다양한 미용 효과를 유발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LED마스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먼저 LED 조명의 출력이 너무 적다는 지적이다. 피부과에서 보조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LED 치료기도 전구가 2000~5000개인데, 대부분 100~1000개의 전구를 사용하는 LED마스크가 효과가 있겠냐는 것이다. LED마스크는 전문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사용하는 미용기기이기 때문에 LED 전구를 다량으로 추가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런 논란은 특히 저가형 LED마스크 제품에 대해 많이 지적되는 부분이다. 또한 근적외선, 레드, 블루 등 다양한 빛이 사용자에 따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근적외선은 열에너지가 많아 소수의 사람들에게 피부 색소 병변이나 노화를 촉진한다는 주장이 있고, 블루광은 망막의 손상을 유발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특히 낮은 에너지로 피부에 근접 노출시켰을 때의 부작용이나 안전성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일부 제품을 살펴봐도 배터리 안전성 등에 대한 인증은 대부분 있지만, 피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의료 관련 인증은 전무하다. 이에 정부는 안전기준 마련에 나섰다. 지난 8월 19일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LED마스크를 비롯한 배터리 내장 미용가전 안전성 기준 마련을 위해 용역 연구에 착수했다. 국표원은 올 하반기 중으로 미용가전이 인체에 미치는 위해성과 제품별 안전관리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원조’ 셀리턴 vs ‘신규’ 교원웰스 셀리턴은 LG전자 ‘프라엘’보다도 앞선 2014년 국내 시장에 LED마스크 제품을 출시한 원조 기업이다. 지난 6월 셀리턴은 4세대 LED마스크 프리미엄 제품 ‘셀리턴 플래티넘’을 공개했다. 이 제품은 LED 개수가 총 1026개로, 기존 레드·블루·핑크 등 3가지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또한 피부관리 시간을 20분에서 9분으로 단축해 효율성을 높였다. LED마스크 제품 중 유일하게 개방형과 폐쇄형을 고를 수 있어 일반케어, 집중케어를 원할 때마다 선택해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과 연동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출고가는 213만원이다. 교원웰스는 홈뷰티가전 렌탈시장 1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4월 셀리턴과 함께 LED마스크를 출시하며 시장에 진출한 교원웰스는 ‘웰스 LED마스크 750’을 선보이며 사업 확대에 나섰다. 웰스 LED마스크 750은 750개의 LED 전구를 장착해 피부를 빈틈없이 관리해 준다. 얼굴부터 목까지 감싸는 유선형 디자인으로, 한 개의 기기로 이마부터 턱·목까지 한 번에 관리해 편리하다. 390g의 가벼운 무선 제품으로 일상생활에 불편함 없이 가볍게 착용할 수 있다. 눈부심을 방지하고 안구를 보호하기 위해 눈 주위는 무독성 실리콘 소재를 사용했다. 이전 제품과 달리 자체 기술을 탑재해 차별화를 시도한 교원웰스는 지속해서 홈뷰티가전 라인을 늘릴 방침이다. 렌탈료는 4년 약정 기준으로 월 1만99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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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호

음주 안 해도 만성피로 있다면…'지방간' 방심 말아야

만성피로 환자 중 20%는 간 기능 이상 지방 5% 이상 축적되면 ‘지방간’...탄수화물 줄여야 | 임형준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음주를 하지 않아도 방심하면 안 되는 지방간, 현대인은 누구나 주의가 필요하다. 간은 몸속 화학공장이라 일컬어질 만큼 다양한 역할을 한다. 체내로 유입되는 독소와 노폐물의 75%가 간에서 해독되며, 몸에 침투하는 세균들은 간의 식균작용을 통해 1% 미만만이 몸속으로 들어오게 된다. 탄수화물 대사, 아미노산 및 단백질 대사, 지방 대사, 비타민 및 무기질 대사, 호르몬 대사, 영양소 합성 또한 간의 몫이다. 이처럼 간은 우리 몸에서 하는 일이 500가지가 넘는 중요한 기관이지만, 이상 여부를 알아채기는 쉽지 않다. 간의 기능이 저하되면 해독과 대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실제로 만성피로 환자 중 약 20%는 간 기능 이상 진단을 받는다는 보고도 있다. 지방간이란 간세포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말한다. 간에 지방이 축적돼 전체 간의 5% 이상이 지방이 되면 지방간으로 간주한다. 지방간은 크게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지방간과 지방간을 일으킬 수 있는 기저질환 없이 발생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지방간은 흔히들 과도한 음주로 인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7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5만1256명으로 2013년 2만4379명에 비해 5년간 약 2배 증가했다. 연평균 증가율은 21%에 이른다. 술을 전혀 입에 대지 않아도 서구화된 식습관, 비만을 비롯한 대사증후군 환자의 증가 등에 따라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흰쌀밥 위주의 식습관으로 인한 지방간 발생 비율이 전체 인구의 약 30%에 달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방간은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어 환자 스스로 자각하기가 쉽지 않다. 피로감이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는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로감을 자주 느끼거나 전신 쇠약감, 오른쪽 윗배 통증이 느껴질 때에는 지방간을 의심해 봐야 한다. 증상은 지방 축적 정도 및 기간, 동반 질환 유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대부분의 지방간은 초음파 검사나 간 기능 검사를 통해 발견된다. 음주에 의한 알코올성 지방간이라면 술을 끊어야 하고, 비만이 원인이면 체중 감소, 당뇨병이 동반된 지방간은 혈당 조절 등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지방간은 대부분 증상이 없어 방치하기 쉽다. 전체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약 25%는 심한 간 손상이 진행되는 상태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염이다. 이를 방치하면 간 경변, 심한 경우 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다. 지방간 진단을 받을 경우 정기적인 검사, 체중 감량을 비롯한 생활습관 교정과 함께 약물치료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다수의 체중감량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기는 했지만, 지방간에 대한 특이적인 치료제인 것은 아니다. 지방간 예방을 위해서는 식이요법과 생활습관 개선이 필수다.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하되 과일이나 곡물과 같은 탄수화물 섭취를 절대적으로 줄여야 한다. 특히 단당류가 함유된 탄산음료나 시럽이 들어 있는 커피 음료는 피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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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호

그림값, 어떻게 책정되나

국내 최초 ‘미술품 가격결정 매뉴얼’ 등장 불투명한 작품값 결정 구조에 산출근거 제시 학력·경력 점수화 둘러싸고 ‘부적절’ 비판도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문제는 가격이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미술품은 특히 가격이 문제다. 냉장고나 자동차처럼 정가가 매겨진 공산품이 아니어서 초보자들에게는 작품값이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가격이 과연 타당한지, 믿을 수 있는 금액인지 가늠키 어렵다. 주위에선 ‘그림값은 일단 깎고 봐야 한다’고들 하는데, 얼마나 깎아야 할지도 알 수 없다. 심정적으로는 절반에 달라고 싶지만, 그러다 망신을 당할 수도 있어 주저하게 된다. 그렇다면 미술품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화랑에 전속된 작가들은 화랑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가며 가격을 매긴다. 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술가 중 화랑에 전속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다수는 스스로 전시장을 빌려 전시를 열고, 작품을 판매한다. 결국 작가 자신이 주위 선후배의 가격을 고려해 매기게 된다. ‘누구는 얼마 받는데, 내가 그보다 못할 게 없으니 이 정도는 받아야지’라는 마음이 크게 작용한다. 대단히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거의 모든 작가가 그렇게 가격을 매긴다. 즉 자신과 엇비슷한 경력의 동료 작가 작품값을 참고해 가격을 책정한다. 그러니 작품의 수준이라든가 시장성과는 무관한,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주먹구구식이었던 작품값을 제대로 산출할 수 있는 매뉴얼이 국내 최초로 개발돼 화제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김영석(61) 감정위원장은 최근 ‘한국미술품 시가 감정을 위한 모형과 매뉴얼’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1990년 미술계에 투신해 2003년 미술 월간지 ‘아트프라이스’를 창간했고, 미술품의 유통가격을 연구하는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를 이끌고 있다. 매년 ‘작품가격’이란 책자를 펴내며 작품값을 분석해 온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Artbank) 의뢰로 작품가격 결정 모형을 제안하게 됐다. 김 위원장은 “미술시장의 투명성 확보와 거래 활성화를 위해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보유한 통상가격을 토대로 작가의 경력 기간, 학업 특성, 전시 활동, 사회적 인지도, 작품성, 시장성(환금성·선호도)을 점수로 환산해 작품 통상가격을 산출하는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한국미술시장에서 유명 작가 작품의 가격과 변동 추이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대다수 작가의 작품값에 관한 정보는 찾기 어렵다. 결국 수요자는 가격이 불투명한 작품의 구매를 꺼리게 되고, 이는 미술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져 모형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아트마켓에서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는 작품값의 산정 근거가 처음으로 제시되자 논란이 뜨겁다. 경매가, 화랑거래가를 참고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물론 경매에서 거래되는 작품은 가격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경매사가 매긴 추정가와 낙찰가가 명확히 공표돼 가격 신뢰성이 높다. 하지만 경매서 거래되는 작가 수는 전체의 0.1%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생존 작가는 33% 선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경합이 벌어질 경우 낙찰가는 시장가보다 몇 배 오르고, 반대로 응찰자가 적을 경우 화랑이나 아트페어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아주 낮게 낙찰되는 경우도 많다. 더욱 큰 문제는 대다수 작가의 경우 ‘정찰가격’이 없어 작가가 부르는 값과 실거래가 사이의 간극이 심해 이중적 가격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감성적 작품을 정량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작가에게 검증받을 기회를 주고 이중가격 형성을 막기 위해 협회가 축적한 데이터베이스와 오랜 시가감정 노하우를 토대로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술품 가격 결정을 위한 정량적 평가 미술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고려돼 온 여러 변수를 정량화해 작가들의 통상 작품가격을 산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➀ 작가가 매년 개인전에 준하는 전시 활동을 한 경우 작업경력으로 간주한다. ➁ 작가를 파악할 수 있는 학업 특성, 전시 활동내용, 인지도를 3등급으로 평가한다. ➂ 작업 경력, 학업 특성, 전시활동 내용, 인지도를 평가해 회화의 경우 10호(53cm×45.5cm)를 기준 크기로 통상가격을 산출한다. ➃ 작품의 가격 책정이 의뢰되면 보존 상태를 파악해 평가한다. ➄ 의뢰 작품의 크기별 가격을 적용비율에 준해 산정한다. ➅ 의뢰 작품의 작품성과 시장성을 전문위원들이 평가해 통상가격에 적용한 후 최종가격을 책정한다. 이 같은 과정에 따라 개발된 모형은 P=[‘KP·1/3 (A+E+F)]×(M+V)]로 나왔다. 어려운 수학 공식 같으나 각 요소의 영문 앞자인 △P(Price)=가격 △KP(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통상가격) △A=Academic Background(학업 특성) △E=Exhibition Activity(전시활동), △F=Fame(인지도) △M=Marketability(시장성) △V=Value of work(작품성)를 따서 만들었다. 학업 특성 항목은 출신학교와는 상관없이 미술 비전공 1점, 대학 졸업 2점, 대학원 졸업 3점으로 매기고, 전시활동은 대관전 1점, 기획전 2점, 초대전 3점으로 차등을 둔다. 인지도 측정은 작품의 미술관 등의 소장 여부, 방송 및 신문(언론)의 보도 내용 등을 평가해 최대 3점을 준다. 즉 작가 통상가를 바탕으로 특정 작품의 보존 상태, 크기별 가격, 작품성, 시장성을 따져 10호당 최종가격을 책정하게 된다. 작품성과 시장성 평가는 협회 소속 감정위원과 전문위원이 작업 재료, 작품 주제, 제작 시기, 경매 성적 등을 반영해 각각 -4점부터 4점까지 나눈다. 협회는 매뉴얼에 의거해 경력 23년 차의 화가 이정웅(1967년생)의 작품값을 산출해 봤다. 학업 특성은 회화 전공(학사·석사)으로 3점, 전시활동은 기획전 등 2점, 사회적 인지도는 KBS·MBC 등 방송매체와 신문에 수차례 보도돼 3점이 부여됐다. 수상 경력은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2회 등이 반영돼 3점, 작품 소장 이력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3점이 매겨졌다. 이 같은 정량평가에 정성평가를 더해 이정웅의 72.7cm×50cm(20호) 크기 부조회화 ‘The sacred grove-001’의 작품값은 252만원으로 책정됐다. @img4 정량평가보다 비중이 훨씬 큰 정성평가 작가는 그동안 10호 기준 작품값을 200만원으로 책정해 왔는데, 20호 크기의 이 작품을 ‘KP·1/3 (A+E+F)]×(M+V)’에 대입해 보니 200만×2=400만원×0.9(크기별 가격)=360만원×작품성±0점(0% 가산)+시장성 -3점(-30%)으로 나왔다. 10명의 감정 전문위원이 참여한 정성평가에서 작품성(0)+시장성 -3점(-30%)을 받으면서 최종 252만원으로 가격이 산출된 것이다. 반면에 이정웅의 같은 크기 작품으로 한옥마을을 표현한 ‘City story’는 작품성과 시장성에서 전문위원으로부터 좀 더 높은 평가를 받아 288만원이 산출됐다. 두 작품에 대해 당초 작가 자신은 각 360만원을 매겼고, ‘City story’는 이미 판매된 바 있다. 결국 같은 작가의 똑같은 크기 작품이라 해도 작품성과 시장성을 평가할 경우 최종가격은 달리 나오게 됨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금액은 1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예시한 것으로, 만약 이정웅 작가의 작품이 2차 시장(경매 등)에서 거래될 경우 가격은 달라지게 된다. 김 위원장은 “이처럼 분류표에 따른 평가점수를 가격에 대입해 본 결과 개발모형의 적정성이 부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작가들의 시장 검증 기회와 함께 작품값의 신뢰도를 높여 미술시장이 좀 더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매뉴얼에 대해 일부 시장연구자, 작가, 화랑들은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학력, 전시 경력, 소장 이력 등을 단순히 정량화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가장 많다. 일례로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도 고졸 작가는 학력 항목이 1점인 것은 문제라는 것. 학력, 경력 같은 요소의 의미가 점점 없어져 가는 시대에 이를 점수화하는 것은 전근대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자동차를 몰려면 운전면허가 필요하듯 작가 활동을 위해서는 데생이라든가 구도, 재료 이해 등의 교육이 필요해 이를 반영했다. 그리고 그 점수는 1~2점 차이에 불과하다”며 “이번 시가감정 모형은 어디까지나 진행형이며, 각계 의견을 청취해 계속 수정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img5 @img6 해외에서도 작품가격 모형 연구 활발 미술품이 예술품인 동시에 투자가치를 지닌 재화로 인식되면서 많은 나라에서 작품 가격 모형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화가들의 작품가격을 비교 분석한 진스버그(Bluelens Ginsburgh, 1993), 미국의 미술품 거래를 통한 가격 모형을 연구한 피어스(Angello Pierce, 1996), 1780~1970년에 제작된 회화 거래의 가격지수 모형을 연구한 앤더슨(Anderson R. C, 1974) 등이 그 예다. 국내에서도 작품가격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미술시장에서 작품가격과 크기의 비례관계를 연구한 서진수(2005), 호당가격제의 타당성을 수치로 나타낸 남준우(2008), 한국 근현대 화가의 그림가격지수를 연구한 최정표(2012) 등의 연구가 그것으로, 작품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가격 모형의 여러 패턴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연구들은 분석 대상 작품이 대부분 유명 작가에 국한돼 일반 작가들에 적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번에 공개된 매뉴얼에 대해 작업 경력, 언론 보도 같은 정량적 항목이 정성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중견 화랑 대표는 “미술품의 시장가치에 학력, 전시 횟수 등이 중요하게 반영되던 시대는 지났다. 문제는 얼마나 독창성을 지녔으며, 얼마나 미래에 통할 수 있는 작품이냐에 달렸다”면서 “작품값을 공식에 집어넣어 결정하는 것은 난센스이며, 시장에서 가격이 자유롭게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트마켓 연구자인 서진수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미술시장연구소장)는 “미술품 가격은 자연가격과 시장가격으로 나뉘는데, 이번 매뉴얼은 자연가격 산정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전시 경력, 소장 이력 등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가 중요하고, 적용에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정성평가에서도 가중치 부여가 보다 면밀하고도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평했다. 반면에 ‘가격 결정구조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 온 미술계가 처음으로 자체 가격 산출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 2008년 설립된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작품시가 감정과 더불어 국내 18개 경매사의 경매가격 수집 및 조사, 주요 아트페어에서 거래된 작품 수량과 가격을 취합해 분석해 왔다. 또한 작가, 사용 재료, 주제, 제작 시기, 작품 크기 등을 고려한 거래 평균가격을 산출해 일반에 공개해 오고 있다. 협회 설립자인 김영석 감정위원장은 “지난 2014년부터 법원의 특수 분야 전문감정인으로 위촉돼 화재, 침수, 이혼, 도난 사건 등에 얽힌 미술품 시가감정을 시행하며 작품값에 대한 객관적인 모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면서 “아트마켓이 커질수록 이 같은 요구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근현대 회화의 경매가격 분석과 가격지수 연구로 박사학위도 취득(홍익대, 2015년)한 그는 “최근 들어 경매와 아트페어에서 외국 작품의 비중이 날로 증가해 한국 작가들은 기로에 처해 있다. 이는 우리 작가 중 눈길을 끌 새로운 작품이 별로 없는 데다 고객의 요구를 못 따라가기 때문”이라며 “보다 참신하고 다양한 작가층이 생기려면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선행돼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형 내용을 접한 미술계 일각에서는 작업 경력, 언론 보도 같은 ‘정량적’ 항목도 정성적 성격을 띤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작품의 시장가치에 학력이나 전시 횟수가 어떠한 타당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작가의 작품가격을 평가하고 시장에 두루 알려 이중가격 형성을 막고, 시중에서 검증받을 기회를 주자는 취지”라면서 “한국미술협회 소속 작가만 해도 3만여 명이 넘는데, 현재 우리 미술시장은 극소수 유명 작가 작품값만 알려진 상황이어서 이의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협회 측은 1차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 3600점의 시가를 감정하고, 작품가격 평가를 의뢰하는 작가·기관·회사·법원을 대상으로 이 모델을 적용해 가격을 산출할 계획이다. 동시에 매뉴얼도 현장 지적을 수용해 계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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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호

비데, 알고 쓰십니까?

국내 시장 5000억원 규모...연간 155만대 출하량, 보급률 40% 수준 단순 세정 기능 넘어 좌욕·온열·IoT 등 다양한 기능 제품 연이어 출시 | 민경하 기자 204mkh@newspim.com 비데(Bidet)는 본래 15세기경 프랑스의 귀족 사회에서 기르던 애완용 조랑말을 가리키는 단어다. 16세기부터 더운물을 담아놓고 뒷물 처리를 하는 도기 제품을 뜻하는 말이 됐는데, 걸터앉아서 사용하는 모습이 당시 유럽 귀족들이 말을 타는 모습과 비슷한 데서 유래했다. 유럽에서는 중세시대 십자군 원정에서 기사들이 발명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주로 중세 귀족들이 사용했던 고급 가구 중 하나로 꼽힌다. 이후 1908년에 수동식 비데가 발명된 이후 여러 번 개량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우리나라에 비데가 소개된 시점은 1983년이지만, 본격적으로 보급된 시기는 90년대 초반이다. 과거 선진국 화장실 문화 중 하나로 인식됐던 비데는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고급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던 ‘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지난 2002년 웅진코웨이가 ‘룰루비데’라는 브랜드를 출시한 이후 여러 업체가 공중파 방송과 방문판매 조직을 통한 오프라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며 비데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 비데는 현대 사회인의 필수 생활가전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위생적으로 더 깨끗하고 건강한 주거 환경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비데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단순 세정 기능을 넘어 좌욕·온열·IoT(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소비자의 관심 또한 더욱 늘어나고 있다. 비데는 크게 유럽식과 일본식으로 나뉜다. 유럽식 비데는 변기와 분리돼 있는 형태다. 유럽 최초의 비데는 노즐에 수도를 연결해 놓은 모습이었고, 이후에는 변기 옆에 낮은 세면대 형태의 비데를 따로 마련해 놓는 형태로 점차 개량됐다. 지금은 많이 사장됐지만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의 화장실에서는 가끔 찾아볼 수 있으며, 아랍권이나 동남아시아권 같은 더운 지역에서는 호스를 연결한 옛날 방식의 비데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일부 가정에서 사용하는 샤워기 방식의 비데 역시 유럽식 비데의 일종이다. 반면 일본식 비데는 변기 뚜껑과 일체화된 형태다. 뚜껑 아래쪽에 연결된 노즐로 수압을 이용해 물을 분사하는 방식이다. 수동으로 작동한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전기를 연결해 전자식으로 작동한다. 국내에서 판매·유통되는 제품들은 대부분 일본식 전자 비데가 대부분이다. 유럽식에 비해 사용이 간편하지만, 위생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비데 시장 규모(지난 2018년 기준)는 약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연간 약 155만대의 출하량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 시장 보급률은 40% 정도다. 보급률이 높지는 않지만, 비데 시장 성장률은 최근 몇 년간 보통의 생활가전에 비해서는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비데의 렌탈과 일반 판매 비중은 50:50 정도로 나뉜다. 방문판매를 통한 렌탈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웅진코웨이가 전체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시판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콜러노비타가 25% 안팎의 점유율로 1위 경쟁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아이에스동서의 이누스비데, SK매직 등이 각각 10%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렌탈업계의 강자 웅진코웨이는 비데 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문적인 기술력, 경제적인 가격과 함께 제품 서비스 전문가인 ‘코디’의 주기적인 관리 서비스가 선두를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웅진코웨이는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공략을 위해 지난 2월 중국 주방욕실 브랜드 기업 조무(JOMOO)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제휴가 성사되면 중국 시장에 적합한 정수기, 비데 등의 제품 개발·유통·서비스 구축 등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중국 내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웅진코웨이는 지난 1월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비데 사업의 북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북미 가정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개발 및 론칭한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메가 시리즈’를 공기청정기, 정수기에서 비데로까지 넓힐 계획이다. 북미 시장에 선보일 비데 브랜드는 ‘비데메가’로, 웅진코웨이만의 비데 수류·살균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미국 비데 시장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웅진코웨이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스타일케어 비데(BAS31-A)’는 사용자 컨디션에 따라 알맞은 수류를 선택할 수 있는 ‘i-wave 시스템’을 적용해 편의를 높였다. i-wave 시스템은 수압·공기·세정범위·시간 등 다양한 수류를 과학적으로 조합해 몸 상태에 최적화된 코스를 제공한다. 또한 맞춤형 수류 케어 기능을 개발해 한 번의 터치만으로 각 코스에 알맞은 수류가 설계될 수 있도록 해 만족도를 높였다. 월 렌탈료는 2만4900원(등록비 10만원 기준)이며, 일시불 소비자 판매 가격은 81만원이다. 코웨이와 1위를 다투는 콜러노비타는 지난 1994년 삼성전자 자회사인 ‘한일가전’에서 출발했다. 노비타(novita)는 이탈리아어로 ‘새롭다’는 의미로, 원래 삼성전자 내부에서 프리미엄 소형 가전을 지칭하는 이름이었다. 생활건강가전의 첫 번째 아이템으로 비데를 선택한 노비타는 지난 1996년 일본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첫 제품을 출시했으며, 이후 순간 온수 기능, 공기방울 세정, 스테인리스 노즐 적용 비데 등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비데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1년 12월 해외 욕실·주방 브랜드인 ‘콜러’를 만나 ‘콜러노비타’로 법인명을 변경했다. 콜러노비타가 지난 6월 출시한 ‘실루엣 비데(IT7700)’는 도기-비데 일체형의 프리미엄 비데다. 한 개의 노즐에서 세 가지 물줄기를 제공하는 노비타만의 ‘3-WAY 노즐’이 적용된 제품으로, 사용자 컨디션에 따라 물줄기를 바꿔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전기분해수로 노즐과 도기를 세척하는 자동 세척 기능으로 위생 관리의 편의성을 한층 강화했으며, 무드램프 기능과 시트·시트커버의 원터치 자동개폐 기능도 함께 탑재했다. 최대 2개의 사용자별 모드 세팅이 가능하며, 자동 물내림 기능과 탈취 기능을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물탱크를 없애고 순간적인 가열로 연속적인 온수를 공급하는 직수 방식의 ‘연속 온수 가열 방식’을 적용하고, 부식이나 변질 걱정이 없는 풀 스테인리스 노즐을 장착해 위생성도 대폭 높였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판매 가격은 129만원으로 책정했다. @img4 @img5 이누스비데는 비데 전문업체 삼홍테크를 지난 2010년 욕실 전문업체 아이에스동서가 인수하면서 통합된 브랜드다. 삼홍테크는 국내에 비데를 처음 선보인 업체로, 지난 2016년 아이에스동서에 흡수합병됐다. 이누스비데는 지난 2014년 세계 최초 방수 비데를 출시하고, 2015년에는 홈쇼핑에 진출하며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서 비데 업계 판매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양변기에 설치할 수 있고 자동 물내림 기능이 추가된 비데를 출시했다. 이누스비데가 지난 7월 출시한 ‘살균 방수 비데(IS-735)’는 살균·방수·탈취 등 비데를 사용할 때 겪는 주요 고민들을 모두 해결한 제품이다. 먼저 제품에 적용된 ‘스마트 노즐 살균’ 기능은 이누스비데 최초로 도입된 전기분해 살균수를 이용한 노즐 세척 시스템이다. 또한 스마트 탈취 기능은 사용자가 변기에 앉으면 자동으로 탈취 기능이 작동하며, 사용 중 일어나면 약 1분간 작동 후 정지하는 스마트 시스템이다. 아울러 모든 방향에서 분사되는 물을 막을 수 있는 ‘IPX5’ 방수 등급을 획득했으며, 컨트롤 조작부에 국내 최초로 100% 우레탄 몰딩 구조를 적용하는 등 편의성도 대폭 높였다. 소비자 판매 가격은 32만9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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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호

한국인 10명 중 1명 ‘위염’ 가볍게 보면 안 된다

위장이 걸리는 감기...환자 수 500만명 넘어 만성 위염, 위암 가능성↑...‘단짠단짠’ 피해야 | 정성우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위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약 528만명으로 확인됐다. ‘위장이 걸리는 감기’라고 불리며 전 국민 10명 중 1명은 위염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확인될 만큼 흔한 질병이지만, 만성위염에서 위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만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위염은 크게 급성위염과 만성위염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급성위염은 주로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헬리코박터균의 최초 감염,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에 의해 발병하며, 알코올이나 진통제 같은 약물에 의해서도 위점막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만성위염은 염증이 3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위의 만성 염증은 정상적인 위샘을 소실시켜 위축성 위염을 유발하고 장상피화생을 거쳐 위암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은 위의 위축이 발생하는 부위와 발생 원인에 따라 A형과 B형으로 나눌 수 있다. A형은 자가면역력과 연관돼 주로 위의 체부에 발생한다. B형은 주로 헬리코박터와 관련돼 주로 위의 전정부(하단)에서 발생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체부 쪽으로 진행해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만성 위축성 위염의 대부분은 B형 위염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위염은 명치 부위의 통증과 함께 오심 및 구토가 동반될 수 있고, 상한 음식 또는 약물을 복용하거나 과음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만성위염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비특이적으로 배 윗부분의 통증이나 식후 복부팽만감 및 조기포만감 등이 나타날 수 있어 다른 소화기 질환의 증상과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 진단은 주로 내시경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위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내시경 검사는 위염과 함께 궤양 및 암까지 한번에 진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소화불량이나 복통 등 소화기 증상이 있으면 위 내시경이 권장된다. 위 내시경 검사를 통해 급성과 만성위염을 분류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조직검사를 추가로 실시해 염증 정도와 원인을 분석한다. 치료 또한 급성과 만성위염을 구분해 진행하게 된다. 급성위염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자극적인 음식이나 음주, 흡연을 삼가는 등 생활습관의 교정과 더불어 증상 완화를 위한 위산 억제제 등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만성위염의 경우, 급성위염과 마찬가지로 식습관의 개선과 함께 증상 완화를 위한 내과 치료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증상에 대한 약물 치료가 만성위염 경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해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위암 발생의 위험이 높은 환자에 대해서는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검사 및 제균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완치가 힘든 만성위염은 약물 치료보다는 생활습관의 개선과 관리에 중점을 두고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에 의한 위염이 아니라면 식습관의 관리만으로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 한때 유행했던 ‘단짠단짠(달고 짠 음식을 반복적으로 섭취)’의 경우 위에 강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기 때문에 위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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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호

‘황제병’에서 ‘제약 블루오션’ 된 통풍 치료제

통풍 유병률, 2002년 388명에서 2015년 2055명으로 5.17배 증가 글로벌 통풍 시장 3조원 규모...2025년엔 9조원까지 성장 예상돼 아스트라제네카·후지약품·JW중외제약·LG화학 등 신약 개발 활발 | 정승원 기자 origin@newspim.com | 박다영 기자 allzero@newspim.com 과거 통풍은 일명 ‘황제병’으로 불렸다. 주로 고기와 술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에게 발생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하지만 식습관이 변화하면서 통풍은 ‘서민병’이 됐고,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제약사들이 너나없이 뛰어드는 시장이 됐다. 꾸준히 증가하는 통풍환자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한 통풍의 유병률·발병률 및 대사증후군 연관 위험요인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통풍을 진단명으로 요양급여를 받은 환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통풍 유병률은 2002년 388명에서 2015년 2055명으로 5.17배 증가했다. 유병률로는 2015년 기준 2.0%로 나타났다. 성별 유병률은 남성의 경우가 더 높았다. 남자의 인구 10만명당 통풍 유병률은 2002년 588명에서 2015년 3026명으로 5.15배 증가했다. 여성의 유병률은 남성보다 낮았지만 증가율은 더욱 컸다. 지난 2002년 인구 10만명당 여성의 통풍 유병률은 193명이었지만 2015년에는 1009명으로 5.23배 늘었다. 새롭게 통풍이 발병된 환자의 수도 과거에 비해 꾸준히 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통풍 발생률은 2006년 361명이었지만 2015년에는 797명으로 2.21배 늘었다. ‘통풍’ 더 이상 황제병 아니다 통풍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발병 위험이 높았다. 2007년에서 2008년까지 건강검진 수검자 중 인구학적 특성과 1차 검진 결과로 위험요인을 분석한 결과 여성의 통풍 발병이 남성보다 0.722배 낮았다. 통풍은 고령일수록 쉽게 발생하는 경향도 보였다.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바탕으로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통풍으로 내원한 환자를 조사한 결과 20세 이상에서 모두 증가했지만 80세 이상에서 유병률 증가가 13배, 발생률 증가가 4배로 가장 높았다. ‘황제병’이라는 별명처럼 소득이 증가할수록 통풍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의료급여 수급권자에서 유병률이 높았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소득분위가 올라갈수록 통풍 유병인구가 증가했다. 2015년에는 소득 0분위 그룹이 17만2676명으로 다른 건보 가입자들보다 통풍 유병인구가 많았다. 의료급여환자인 10~20소득분위의 경우 각각 2015년 기준 15만8763명, 21만5217명으로 소득이 높은 0분위에 육박하거나 0분위보다 유병 인구가 많았다.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박진수 연구팀은 “소득이 높아져 음주와 육류 섭취가 증가했다고 해서 통풍 유병이 늘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의료에 접근이 용이한 사람이 통풍 진단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해석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지는 시장에도 마땅한 치료제 없어 통풍 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다. 요산이 소변 등으로 잘 배출되지 않는 ‘배출저하형’ 치료제와 일반인보다 요산이 많이 생기는 ‘과다생성형’ 치료제다. 과다생성형 환자는 ‘페북소스타트’나 ‘알로푸리놀’ 성분의 요산 생성 억제제를 처방받는다. 통풍 환자의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배출저하형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신장이나 간에 무리를 줘 심혈관계 질환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으로 인해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2차 치료제로 요산분해 효소제인 ‘라스부리카제’가 처방되지만 상대적으로 약효 지속 시간이 짧은 단점이 있다. 통풍 치료제는 선택의 폭이 좁은 데다 보건 당국의 규제도 까다롭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2월 요산 과다생성형 환자에게 처방되는 페북소스타트 제제의 안전성을 지적하며 1차 치료제에서 제외했다. FDA의 연구 결과 페북소스타트 제제를 복용한 환자는 알로푸리놀 제제를 복용한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률이 1.2배, 심혈관 사망 위험률은 1.3배 높았기 때문이다. 현재 페북소스타트 제제는 알로푸리놀 제제로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 한해서만 사용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FDA의 처분을 고려해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처방할 때 주의하도록 권고했다. 국내외 제약사들 신약 개발 활발 아스트라제네카는 2015년 배설저하형 통풍 치료제 ‘주람픽’을 FDA에서 승인받았다. 하지만 급성신부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 때문에 다른 치료제와 병용하는 방식으로만 투여할 수 있다. 일본 후지약품은 모치다제약과 요산 과다생성형 환자에게 처방하는 통풍 치료제 ‘FYU-981’을 공동 개발하고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국내 제약사 중에는 JW중외제약과 LG화학이 통풍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요산이 몸속에 쌓이는 배출저하형 통풍 치료제 ‘URC102’를 개발 중이다. 현재 국내 10개 병원에서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통풍 환자가 늘고 있지만 마땅한 치료제는 아직까지 없어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국제 학회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미팅을 통해 기술 수출을 타진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요산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작용을 억제하는 과다생성형 통풍 치료제 ‘LC350189’을 개발 중이다. 올 하반기 미국 보스턴에 있는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통풍은 LG화학이 집중하고 있는 대사질환에 속한다”며 “비임상과 임상 1상을 통해 기존 상용화된 치료제들의 단점으로 지적돼 온 심혈관계, 간질환 부작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기술 수출보다 자체 개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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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호

공급은 과잉, 수요는 곤두박질 창조산업 살려야 미래 있다

빨간불 켜진 미술시장, 영양실조인데 정부는 ‘살 빼는 약’ 처방 작품값에 대한 신뢰 심어주고, 미래지향적 미술 나와야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 윤창빈 사진기자 pangbin@newspim.com 한국 미술시장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아트마켓이 저조하다는 지적은 2009년 이래 거듭돼 왔으나 최근 그 심각도가 심상찮다. 화랑은 물론이고,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경매사들도 상반기 매출이 20~30% 급감했다. 위기론까지 나왔다. 이에 국내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포럼이 지난 7월 서울 방배동 유중아트센터에서 개최됐다. 유중재단(이사장 정승우)은 ‘2019 유중아트포럼2’를 열고 한국 예술시장의 성장과 도약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포럼에는 김기라 작가, 캐슬린 김 예술법 변호사, 이대형 2017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 정윤아 크리스티 이사, 김율희 소더비 인스티튜트 한국 대표,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이 참여해 예술계 현황을 진단하고 대책을 제시했다. 열띤 논의가 이어졌던 포럼을 월간ANDA가 지상중계한다. 정승우 이사장 포럼을 준비하고 모더레이터를 맡은 주최자로서 예상외로 많은 작가와 관계자들이 왕림해 책임감을 느낀다. 예술가들의 창작 현황에서부터 아트마켓에서 얻은 성과, 국내외 마켓의 흐름을 다양한 시각으로 짚어보도록 하겠다. 또 제도와 정책적 측면도 살펴봄으로써 한국미술의 성장을 위한 방안을 찾아보겠다. 김기라 작가 16년째 작업을 하고 있다. 아울러 아트디렉팅도 하고, 연관 분야 ‘알바’도 하고 있다. 요즘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게 자본과 작품 유통이다. 자본의 뒷받침이 없으면 큰 규모의 작업은 불가능하다. 유통도 중요하다. 때문에 거기에 어울리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생기곤 한다. 그러나 작가로서 독립된 시각,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 유중아트센터에 왔다가 영국 작가 뱅크시의 작품이 걸려 있는 걸 보고 놀랐다. 뱅크시는 서구 예술계의 지나친 상업주의에 반기를 드는 행동주의 작가로, 그의 예술철학과 작업방식을 굉장히 좋아한다. 시장 거래를 원치 않아 주로 낡은 벽에 사회비판적 그림을 그려온 것도 관심을 갖게 했다. 그런 뱅크시의 소장 가능한, 즉 컬렉티브한 작업이 이곳 서초구 방배동까지 와 있다는 점이 의외였다. 반전이라고 할까. 한국서 대학을 나와 영국 유학을 하면서 서양의 구조적, 물질적 세계관을 접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동양에서는 정신세계를 추구하는데 많이 달랐다. 그런데 나보다 어린 세대들은 요즘 물질적인 세계에 더욱 탐닉하고, 유행에 더 많이 흔들리는 것 같다. 정보라든가 시각 이미지가 범람하다시피 하는데 재현보다는 상상의 세계, 질문을 던지는 예술을 해야 한다. 작가의 노동이 곧 상품(돈)이 되는 건 문제라 생각한다. 작가의 생각을 다르게 환기시킨 (독창적인) 작업이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 캐슬린 김 변호사 한국의 예술시장은 전체 규모가 아직은 작고, 신생시장이다. 현대적 아트마켓의 모습을 갖춘 게 불과 20~30년 안팎이다. 그러나 잠재력은 커서 해외에서도 관심이 지대하다. 문제는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임에도 시장이 매우 협소하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미술품은 외국 작품에 밀려 판매가 날로 위축되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진단도 시장 악화를 불러온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공무원들이 밤낮없이 일하는 건 알지만 한국 미술시장을 키우겠다며 ‘위작 근절’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 건 문제다. 최근 몇 년간 이우환, 천경자 작품의 위작 논란이 있었으나 이는 전체 시장으로 보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매출 비중이 0.001%도 안 될 것이다. 천경자의 ‘미인도’는 진품으로 최종 판명이 난 바 있다. 외국에서도 위작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우리보다 사례가 훨씬 더 많고, 금액으로 따져도 엄청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5000억원대 작품도 위작 논란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대형 화랑과 대형 경매사가 미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게 문제라며 미술품 유통 개정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의 아트마켓에서도 메이저 화랑과 메이저 경매사가 시장을 거의 주도하고 있다. 우리보다 더 심한 구조다. 게다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법 개정안은 화랑업, 경매업, 감정업을 등록제로 바꿔 정부가 관리하고 챙기겠다는 것이다. 일부 독소조항이 수정되긴 했지만 거래내역을 보고하게 하고, 사후 입증책임을 묻는 등 규제일변도의 법안이라 시장 침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요즘 한국 미술시장은 공급은 넘쳐나는데 수요는 너무 적어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형국이다. 그런데 다이어트약을 처방한 격이다. 부양책이 절실한데 거꾸로 가고 있다. 정 이사장 지금 이 포럼에 정부 측인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도 참석 중인데 매우 따가운 지적이 나왔다. 플로어의 정부 측 의견을 들어보겠다. 권은용 팀장 문화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시각예술기반팀장을 맡고 있다. 개정법 중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대목이 있을 것이다. 정부 목표 또한 우리 예술시장의 육성이다. 미술계 현장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도록 힘쓰겠다. 캐슬린 김 답변 감사하다. 미술시장은 고가의 예술품이 거래되는 마켓이 있는가 하면 중저가 작품 시장도 있게 마련이다. 이를 나눠서 봐야 한다. 아울러 시장을 좀 더 넓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특히 작품 거래 후 입증책임을 유통업체에 묻는 것은 문제 소지가 큰 조항이다. 시장을 투명하고 건전하게 만드는 것은 좋지만 정부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 컬렉터를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젊은 작가 작품을 수집하면 박수를 쳐주는 전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창조산업이 침체될 경우 한국경제의 미래도 어두울 것이다. 이대형 현대차 아트랩 학술자문위원 현대자동차의 아트디렉터로 일하면서 런던, LA 등 해외 미술계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을 하며 국제미술계 최전선도 접했다. 그 결과 우리 작가들이 좁은 틀에 갇혀 있음을 느꼈다. 물론 우수한 미술가들이 대단히 많다. 하지만 고정관념과 타성에서 벗어나 미래를 새 시각으로 꿰뚫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새 세계 미술계는 비물질성과 스토리, 경험까지도 수용하고 있다. 아트와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새로운 미술도 대두되고 있다. 영국의 테이트미술관은 슬로바키아 작가 로만 온닥(1966~)의 형상 없는 개념미술을 이미 15년 전에 컬렉션한 바 있다. 뮤지엄을 찾은 각국 사람들을 흰 벽에 세우고 키를 측정해 이름과 함께 기록함으로써 전 세계 다양한 인종을 하나로 묶고 관찰하는 개념을 소장한 것이다. 현대미술은 이처럼 특별한 경험과 감정, 테크놀로지로 확산되고 있다. 요즘 나는 유럽연합이 시행 중인 ‘STARTS Prize’의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인데 예술에 의해 자극된 기술, 산업 및 사회에서 혁신을 기리는 응모가 줄을 잇고 있다. 낡고 구태의연한 시도는 예심에서 곧바로 탈락이다. 탈락까지 5초도 안 걸린다. 전 세계가 직면한 사회적, 생태적, 경제적 이슈를 혁신적으로 통찰한 프로젝트 2건에 각각 2만유로의 상금이 주어진다. 과학, 기술, 아트의 결합과 조우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의 참여가 늘었으면 한다. 예술은 이제 서브젝트로 끝나선 안 된다. 메소드(Method)로 봐야 한다. 물리적 예술은 카피가 가능하나 스토리는 카피가 불가능하다. 김윤섭 미술경영연구소장 작가로 출발해 미술경제잡지를 만들면서 양쪽을 모두 경험했다. 아트마켓을 분석한 지는 20년이 넘고, 연구소도 12년째 운영 중이다. 그 결과 작품을 생산자가 아닌 수요자(컬렉터) 중심으로 봐야 침체된 시장을 살릴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물론 시장이 좋아할 작품을 만들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주파수를 잘 파악하고, 주파수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작품이 창작자의 공간에 수십년째 쌓여만 있을 경우 고급 쓰레기로 전락할 공산이 크지 않은가. 작가는 좌절감만 느낄 것이다. 반면에 미술품을 사고 싶은데 어디 가서, 어떤 작품을 사야 하느냐고 묻는 대중도 의외로 많다. 이 둘 사이를 잘 연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화랑이 해야 하는데 우리 화랑들은 지금 고사 상태다. 유망 작가를 발굴해 전시를 통해 발표하게 하고, 작품을 팔아 다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갤러리들이 왕성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고객이 없어 울상이다. 반면에 정부는 직거래장터 등을 지원하는 등 엇박자 행보다. 1차 시장을 살리려면 화랑이 살아야 한다. 정윤아 크리스티 이사 홍콩에서 봄 가을 열리는 크리스티 경매에 나갈 한국미술품을 선별하는 작업을 한 지 10년째다. 목표는 늘 글로벌 마켓에 한국미술을 좀 더, 잘 띄우는 것이다. 중국,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현대미술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모두들 인정한다. 문제는 모국인 한국에서의 호응이 너무 미흡하다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 컬렉터들은 자국 작가 작품이 경매에 나오면 매우 적극적으로 응찰한다. 반면에 한국 고객들은 반응이 미미하다. 김환기 작품 정도에나 관심을 갖는다. 게다가 해외에서 작품을 사들여 오면 정부의 추적을 받는다는 소문(사실이 아니다)이 나며 응찰이 더욱 줄었다. 요즘 한국 컬렉터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 화랑에서 외국 작품 수집에 더 적극적이라고 한다. 우리 젊은 작가들은 그 입지가 날로 좁아지고 있어 안타깝다. 유망 작가 작품을 수집하는 개인과 기업에게 세제 혜택을 주든지 하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 이사장 근래에 단색화 열풍이 불며 한국추상미술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지 않았나. 정 이사 맞다.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한국 단색화 거장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도 유럽과 아시아의 엄청난 컬렉터들이 단색화를 경쟁적으로 사들였다. 이브닝세일에 나온 10여 점의 단색화 작품이 경합을 이루며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그래서 ‘아, 이대로 가면 한국현대미술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겠구나’ 하고 무척 흥분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단색화 매물이 한꺼번에 국내외에서 쏟아지며 가격이 폭락했다. 단색화를 샀던 주요 고객들은 ‘한국작품 가격은 도대체 믿을 수가 없네’라며 추가 구매를 접었다. 2, 3년 새에 열풍이 사그라들어 너무나 안타까웠다. 단색화 열풍은 좀처럼 찾아오기 힘든 호기였는데 이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신뢰를 차곡차곡 쌓지 않으면 어떤 우수한 작품이라도 호응을 이어가기 어렵다. 단색화 운동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고, 해외 유수 미술관에서의 순회전 등이 뒷받침되지 못한 것도 가격 하락을 불러온 요인이다. 딜러와 소장자들이 단색화 매물을 완급을 조절해 가며 차근차근 내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김율희 소더비 인스티튜트 대표 뉴욕에서 학업을 마친 후 한국 화랑의 베이징 분점에서 일했고, 직접 갤러리와 국제 아트페어도 조직해 봤다. 그 결과 미술 전문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게 돼 지금은 이화여대 경영대학원과 손잡고 소더비 경매의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술시장에도 체계적인 미술 전문가 코스를 이수한 인력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올바른 방향으로 시장이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트마켓에 대한 경험은 2015년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어포더블 아트페어를 하면서 총체적으로 접했는데 새로운 고객층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다. 국내 시장에 신규 컬렉터가 더욱 많이 유입되려면 보다 면밀하고 입체적인 노력이 전개돼야 한다. ‘고객이 오겠지’ 하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닌, 보다 참신하고 적극적인 소통과 마케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과거의 문법을 버려야 길이 보일 것이다. 정 이사장 오늘 국내외 예술 현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전문가들과 함께 현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봤다. 작가, 화랑, 경매사, 시장분석가 등 여러 분야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야 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긴 시간 함께 발제를 해준 패널분들과 객석의 참여자들께 감사드린다. 3회 포럼에서 또 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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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호

열심히 일한 당신 카프리(Capri)로 떠나라

| 조용준 작가 digibobos@newspim.com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다.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고 항공권 구매 사이트를 들여다보게 만들기에 충분한 카피였다. 그러나 이 문구에는 ‘어디로?’가 빠져 있다. 어디로 떠나야 좋을까. 일반적으로 여행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관광형과 휴양형이다. 하나라도 더 보고자 악착같이 쏘다니는 ‘뚜벅이형’이 있는 반면, 편안하고 느긋한 휴식을 즐기는 ‘베짱이형’이 있기 마련이다. 평소 강도 높은 일에 지친 사람들은 단연 관광지보다는 휴양지에 마음이 더 끌릴 것이다. 이탈리아 카프리(Capri) 섬은 휴식을 위한 여행에 단연코 최고의 장소다. 이 세상에 많고도 많은 휴양지 가운데 딱 하나만 고르라면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고를 수 있는 곳이 바로 카프리다. 바로 그랬기에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도 자신의 신혼여행 장소로 이곳을 선택했을 것이다. 물론 카프리 섬으로 가는 여정이 쉽지는 않다.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내린 다음에도 로마 중앙역으로 가서 기차로 나폴리로 이동해야 하고, 나폴리 중앙역에서 다시 카프리행 페리가 떠나는 항구로 가서 배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배가 카프리 마리나그란데 항구에 도착했다고 해서 긴 시간 이동으로 지친 몸을 호텔 방에 바로 눕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또 항구에서 푸니쿨라를 타고 15분 동안 올라가거나, 아님 버스를 타고 지그재그 고갯길을 한참 견뎌야 한다. 중심지 마을, 진정한 휴식처는 바로 섬의 정상 부근에 있다. 그런데 푸니쿨라를 타는 것도 간단치만은 않다. 워낙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통에 오전 시간이 아니면 푸니쿨라를 타는 데도 한참 줄지어 서서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서 카프리에 올라왔건만, 일순 당신을 당혹케 할 수 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샤넬, 루이비통, 페르가모, 보테가베네타 등 온갖 명품 브랜드 가게들이 골목길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카프리 중심지 초입에서부터 시작되는 이들 명품 숍은 당신에게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일깨워 준다. 당신이 지금 평범한 관광지가 아니라, 지구촌에서 내로라하는 부자들이나 셀리브리티들이 놀러오는 동네에 막 발을 들여놓았다는 사실 말이다. 그렇다. 사실 카프리는 부자들의 놀이터이자 휴양지다. 물가와 호텔비 모두 비현실적으로 비싸므로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이 갈 곳이 결코 아니다. 생수를 제외한 모든 물가가 이탈리아 본토보다 적어도 3배 이상 비싸다. 생수만큼은 신기하게도 바가지 요금을 씌우지 않았다. 카프리는 옛날부터 그랬다. 로마제국 때부터 황제와 귀족들의 별장이 즐비했던 휴양지였다. 2대 티베리우스 황제(Imperator Tiberius Iulius Caesar Augustus, B.C 42~A.D 37)의 경우 로마에 있지 않고 아예 카프리 섬에서 제국을 통치했던 인물이다. 이로 인해 그가 섬 안에 틀어박혀 온갖 변태적 음행을 일삼았다고 하는 일명 ‘티베리우스의 전설’이 전해지기도 하지만, 이는 그의 은둔생활로 인해 생긴 일종의 루머였을 가능성이 높다. 티베리우스 황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검투 경기를 주최하지도 않았고, 멋진 건물을 짓는 대규모 토목공사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쾌적한 카프리에서 혼자 유유자적한 생활을 했으므로, 그에 대한 시민들의 감정이 좋을 리 없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과 달리 19세기 독일의 역사가 크리스티안 몸젠은 그를 ‘로마가 가졌던 가장 훌륭한 황제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동시대인들에게는 악평을 받았지만, 그는 실제로 자신의 역할을 100% 잘 수행한 군주였다는 것이다. 카프리 섬으로 은둔하기 이전에 정보 수집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춰놓고 섬 안에서 제국을 손바닥 안에 놓고 조종하며 통치했으므로 그의 재임 시절 로마는 평화로웠고, 재정은 풍족했다고 한다.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 역시 7권 ‘악명 높은 황제들’ 편에서 “로마제국은 타키투스 같은 공화정 동조자가 뭐라고 비판하든 카이사르가 기획하고, 아우구스투스가 구축하고, 티베리우스가 반석처럼 다져놓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티베리우스가 이처럼 로마를 멀리하고 카프리에 틀어박힌 것은 사람들과 계속 부딪쳐야만 하는 환경을 잘 견디지 못하는 내성적 성격 때문이었다. 그가 자신의 은둔 장소로 카프리를 선택한 것만 보아도 카프리의 자연환경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 수 있다. 카프리에는 티베리우스 저택이 있던 터와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티베리우스 집터와 상당히 떨어진 곳에는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를 기리는 ‘아우구스투스 정원’도 있다. 이 정원에서 보는 카프리 바다의 풍경 역시 절경이다. 사실 카프리가 로마 황제들의 전용 휴양지가 된 것은, 아우구스투스가 당시 카프리를 영유하고 있던 나폴리에 이스키아 섬을 내주는 조건으로 카프리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시에는 카프리가 로마 황제의 사유지였다.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다음 카프리는 다시 나폴리 왕국의 부속 도서로 편입됐다. 한때 프랑스 나폴레옹 1세의 지배를 받다 영국에 점령당한 이후 따뜻하고 아름다운 휴양지로 유럽에 널리 알려졌다. 이 밖에도 섬의 곳곳에는 전설적인 여배우 리즈 테일러와 브리지트 바르도, 한때 모나코 왕비이기도 했던 그레이스 켈리 등이 방문했던 사진이 기념판으로 제작돼 세워져 있다. 또한 고급 레스토랑에는 이곳에서 식사했던 세계적인 스타들과 셀럽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카프리 섬은 마리나그란데 항구를 낀 동쪽의 카프리와 서쪽의 더 높은 지역인 ‘아나카프리’로 나뉜다. 이탈리아 말이나 라틴어에서 ‘아나(ana)’는 위쪽을 뜻하는 접두사이므로, 아나카프리는 곧 위에 있는 카프리라는 말이 되겠다. 실제로 아나카프리가 150m 더 고지대다. @img4 카프리에서 아나카프리로 가려면 택시나 버스를 타야 하는데, 절벽에 길을 냈기 때문에 차 한 대 겨우 비켜 지날 정도로 좁은 도로로 간다. 쪽빛 바다를 낀 하얀 집들이 발 아래 그림처럼 펼쳐져 탄성이 나오지만, 때로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하기도 하다. 카프리가 호화롭고 귀족적인 분위기라면, 아나카프리는 소박하고 서민적이다. 실제로 카프리의 각종 호텔이나 레스토랑, 상점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은 아나카프리다. 카프리에는 호텔이나 별장들밖에 없어서 실질 주거공간들은 아나카프리에 있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몬테솔라로를 올라가기 위해 아나카프리로 온다. 몬테솔라로를 오르는 1인용 리프트인 세조비아(Seggiovia)가 아나카프리의 빅토리아 광장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1인용 리프트는 스키장의 리프트와 똑같은데 단지 혼자 타는 거라서 작고, 그래서 더 공포를 자아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타기 어려울 정도로 아찔한 높이를 약 20분 동안 올라간다. @img5 그러나 여름에 세조비아를 타면 몬테솔라로 산자락에 가득 피어난 노란싸리꽃, 즉 스패니시 브룸(Spanish Broom)을 덤으로 볼 수 있어 그 재미로 공포를 잊을 수도 있다. 스패니시 브룸의 학명은 스파티움 준세움(Spartium Junceum). 콩과의 낙엽관목으로 지중해, 유럽 남서부가 원산지다. 우리말로는 노란싸리, 혹은 금작화(金雀花)다. 여름의 지중해 주변에는 어디를 가든 이 꽃이 항상 피어 있다. 특히 황무지와 같이 거칠고 척박한 땅에 군락으로 피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프랑스 프로방스나 이탈리아 토스카나, 스페인 안달루시아나 산간지방을 여름에 여행한다면 반드시 만날 수 있는 것이 이 꽃이다. 꽃은 향수, 변비약, 이뇨제로 사용한다. 매우 강하면서 달콤한 바닐라 냄새가 난다. 줄기는 빗자루, 캔버스, 실, 로프, 바구니 등 공예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직공의 꽃이라고 해서 위버스 브룸(Weaver’s Broom)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스패니시 브룸에 한눈을 팔면서 공포를 잊다 보면 리프트는 어느새 산 정상에 올라선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시선이 닿는 곳마다 절경이요, 그림엽서다. ‘카프리의 깊은 밤(Capriccio, Love And Passion)’이란 영화가 있다. ‘모넬라’나 ‘레이디 두 잇(Lady Do IT)’ 등 에로 영화로 유명한 틴토 브라스 감독이 이탈리아에서 1987년 제작한 영화다. 역시 에로물로 두 부부의 불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를 안다면 나이가 적어도 50대는 넘었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에는 1989년에 개봉됐기 때문이다. 아나카프리 한 가게의 점원과 잠시 담소를 나누는 도중에 우연히 이 영화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그 청년에게 한국에서는 이 영화가 ‘Capri in deep night’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상영됐다고 전해줬다. ‘deep night’이라는 내 표현에 청년이 키득키득 웃어댔다. 그러더니 너무 재미있다면서 나와 사진을 찍자고 자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이렇게 우리는 ‘카프리의 딥 나잇’으로 친구가 됐다. 사실 젊은 시절 카프리를 간다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가는 곳마다 빈부의 격차를 확연히 느낄 수 있고, 거기서 오는 위화감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카프리는 돈을 많이 벌어 경제적으로 안정된 다음에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뭐 어쩌랴. 열심히 일했다면, 그래서 셀프 보상을 해야겠다면 젊은 날에도 카프리로 가서 즐길 수 있는 거지. 30대 초반의 나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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