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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호

그림값, 어떻게 책정되나

국내 최초 ‘미술품 가격결정 매뉴얼’ 등장 불투명한 작품값 결정 구조에 산출근거 제시 학력·경력 점수화 둘러싸고 ‘부적절’ 비판도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문제는 가격이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미술품은 특히 가격이 문제다. 냉장고나 자동차처럼 정가가 매겨진 공산품이 아니어서 초보자들에게는 작품값이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작가가 제시하는 가격이 과연 타당한지, 믿을 수 있는 금액인지 가늠키 어렵다. 주위에선 ‘그림값은 일단 깎고 봐야 한다’고들 하는데, 얼마나 깎아야 할지도 알 수 없다. 심정적으로는 절반에 달라고 싶지만, 그러다 망신을 당할 수도 있어 주저하게 된다. 그렇다면 미술품 가격은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화랑에 전속된 작가들은 화랑 대표와 머리를 맞대고, 시장 상황 등을 감안해 가며 가격을 매긴다. 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미술가 중 화랑에 전속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다수는 스스로 전시장을 빌려 전시를 열고, 작품을 판매한다. 결국 작가 자신이 주위 선후배의 가격을 고려해 매기게 된다. ‘누구는 얼마 받는데, 내가 그보다 못할 게 없으니 이 정도는 받아야지’라는 마음이 크게 작용한다. 대단히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거의 모든 작가가 그렇게 가격을 매긴다. 즉 자신과 엇비슷한 경력의 동료 작가 작품값을 참고해 가격을 책정한다. 그러니 작품의 수준이라든가 시장성과는 무관한, 납득하기 어려운 가격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처럼 주먹구구식이었던 작품값을 제대로 산출할 수 있는 매뉴얼이 국내 최초로 개발돼 화제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김영석(61) 감정위원장은 최근 ‘한국미술품 시가 감정을 위한 모형과 매뉴얼’을 공개했다. 김 위원장은 1990년 미술계에 투신해 2003년 미술 월간지 ‘아트프라이스’를 창간했고, 미술품의 유통가격을 연구하는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를 이끌고 있다. 매년 ‘작품가격’이란 책자를 펴내며 작품값을 분석해 온 그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Artbank) 의뢰로 작품가격 결정 모형을 제안하게 됐다. 김 위원장은 “미술시장의 투명성 확보와 거래 활성화를 위해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가 보유한 통상가격을 토대로 작가의 경력 기간, 학업 특성, 전시 활동, 사회적 인지도, 작품성, 시장성(환금성·선호도)을 점수로 환산해 작품 통상가격을 산출하는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한국미술시장에서 유명 작가 작품의 가격과 변동 추이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대다수 작가의 작품값에 관한 정보는 찾기 어렵다. 결국 수요자는 가격이 불투명한 작품의 구매를 꺼리게 되고, 이는 미술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로 이어져 모형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아트마켓에서 ‘뜨거운 감자’로 여겨지는 작품값의 산정 근거가 처음으로 제시되자 논란이 뜨겁다. 경매가, 화랑거래가를 참고하는 게 타당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물론 경매에서 거래되는 작품은 가격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경매사가 매긴 추정가와 낙찰가가 명확히 공표돼 가격 신뢰성이 높다. 하지만 경매서 거래되는 작가 수는 전체의 0.1%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생존 작가는 33% 선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경합이 벌어질 경우 낙찰가는 시장가보다 몇 배 오르고, 반대로 응찰자가 적을 경우 화랑이나 아트페어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아주 낮게 낙찰되는 경우도 많다. 더욱 큰 문제는 대다수 작가의 경우 ‘정찰가격’이 없어 작가가 부르는 값과 실거래가 사이의 간극이 심해 이중적 가격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감성적 작품을 정량화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나, 작가에게 검증받을 기회를 주고 이중가격 형성을 막기 위해 협회가 축적한 데이터베이스와 오랜 시가감정 노하우를 토대로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미술품 가격 결정을 위한 정량적 평가 미술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고려돼 온 여러 변수를 정량화해 작가들의 통상 작품가격을 산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➀ 작가가 매년 개인전에 준하는 전시 활동을 한 경우 작업경력으로 간주한다. ➁ 작가를 파악할 수 있는 학업 특성, 전시 활동내용, 인지도를 3등급으로 평가한다. ➂ 작업 경력, 학업 특성, 전시활동 내용, 인지도를 평가해 회화의 경우 10호(53cm×45.5cm)를 기준 크기로 통상가격을 산출한다. ➃ 작품의 가격 책정이 의뢰되면 보존 상태를 파악해 평가한다. ➄ 의뢰 작품의 크기별 가격을 적용비율에 준해 산정한다. ➅ 의뢰 작품의 작품성과 시장성을 전문위원들이 평가해 통상가격에 적용한 후 최종가격을 책정한다. 이 같은 과정에 따라 개발된 모형은 P=[‘KP·1/3 (A+E+F)]×(M+V)]로 나왔다. 어려운 수학 공식 같으나 각 요소의 영문 앞자인 △P(Price)=가격 △KP(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통상가격) △A=Academic Background(학업 특성) △E=Exhibition Activity(전시활동), △F=Fame(인지도) △M=Marketability(시장성) △V=Value of work(작품성)를 따서 만들었다. 학업 특성 항목은 출신학교와는 상관없이 미술 비전공 1점, 대학 졸업 2점, 대학원 졸업 3점으로 매기고, 전시활동은 대관전 1점, 기획전 2점, 초대전 3점으로 차등을 둔다. 인지도 측정은 작품의 미술관 등의 소장 여부, 방송 및 신문(언론)의 보도 내용 등을 평가해 최대 3점을 준다. 즉 작가 통상가를 바탕으로 특정 작품의 보존 상태, 크기별 가격, 작품성, 시장성을 따져 10호당 최종가격을 책정하게 된다. 작품성과 시장성 평가는 협회 소속 감정위원과 전문위원이 작업 재료, 작품 주제, 제작 시기, 경매 성적 등을 반영해 각각 -4점부터 4점까지 나눈다. 협회는 매뉴얼에 의거해 경력 23년 차의 화가 이정웅(1967년생)의 작품값을 산출해 봤다. 학업 특성은 회화 전공(학사·석사)으로 3점, 전시활동은 기획전 등 2점, 사회적 인지도는 KBS·MBC 등 방송매체와 신문에 수차례 보도돼 3점이 부여됐다. 수상 경력은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2회 등이 반영돼 3점, 작품 소장 이력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돼 3점이 매겨졌다. 이 같은 정량평가에 정성평가를 더해 이정웅의 72.7cm×50cm(20호) 크기 부조회화 ‘The sacred grove-001’의 작품값은 252만원으로 책정됐다. @img4 정량평가보다 비중이 훨씬 큰 정성평가 작가는 그동안 10호 기준 작품값을 200만원으로 책정해 왔는데, 20호 크기의 이 작품을 ‘KP·1/3 (A+E+F)]×(M+V)’에 대입해 보니 200만×2=400만원×0.9(크기별 가격)=360만원×작품성±0점(0% 가산)+시장성 -3점(-30%)으로 나왔다. 10명의 감정 전문위원이 참여한 정성평가에서 작품성(0)+시장성 -3점(-30%)을 받으면서 최종 252만원으로 가격이 산출된 것이다. 반면에 이정웅의 같은 크기 작품으로 한옥마을을 표현한 ‘City story’는 작품성과 시장성에서 전문위원으로부터 좀 더 높은 평가를 받아 288만원이 산출됐다. 두 작품에 대해 당초 작가 자신은 각 360만원을 매겼고, ‘City story’는 이미 판매된 바 있다. 결국 같은 작가의 똑같은 크기 작품이라 해도 작품성과 시장성을 평가할 경우 최종가격은 달리 나오게 됨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금액은 1차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을 예시한 것으로, 만약 이정웅 작가의 작품이 2차 시장(경매 등)에서 거래될 경우 가격은 달라지게 된다. 김 위원장은 “이처럼 분류표에 따른 평가점수를 가격에 대입해 본 결과 개발모형의 적정성이 부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작가들의 시장 검증 기회와 함께 작품값의 신뢰도를 높여 미술시장이 좀 더 활성화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매뉴얼에 대해 일부 시장연구자, 작가, 화랑들은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섰다.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학력, 전시 경력, 소장 이력 등을 단순히 정량화하는 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가장 많다. 일례로 아무리 작품성이 뛰어나도 고졸 작가는 학력 항목이 1점인 것은 문제라는 것. 학력, 경력 같은 요소의 의미가 점점 없어져 가는 시대에 이를 점수화하는 것은 전근대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김 위원장은 “자동차를 몰려면 운전면허가 필요하듯 작가 활동을 위해서는 데생이라든가 구도, 재료 이해 등의 교육이 필요해 이를 반영했다. 그리고 그 점수는 1~2점 차이에 불과하다”며 “이번 시가감정 모형은 어디까지나 진행형이며, 각계 의견을 청취해 계속 수정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 @img5 @img6 해외에서도 작품가격 모형 연구 활발 미술품이 예술품인 동시에 투자가치를 지닌 재화로 인식되면서 많은 나라에서 작품 가격 모형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화가들의 작품가격을 비교 분석한 진스버그(Bluelens Ginsburgh, 1993), 미국의 미술품 거래를 통한 가격 모형을 연구한 피어스(Angello Pierce, 1996), 1780~1970년에 제작된 회화 거래의 가격지수 모형을 연구한 앤더슨(Anderson R. C, 1974) 등이 그 예다. 국내에서도 작품가격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어져 왔다. 미술시장에서 작품가격과 크기의 비례관계를 연구한 서진수(2005), 호당가격제의 타당성을 수치로 나타낸 남준우(2008), 한국 근현대 화가의 그림가격지수를 연구한 최정표(2012) 등의 연구가 그것으로, 작품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과 가격 모형의 여러 패턴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연구들은 분석 대상 작품이 대부분 유명 작가에 국한돼 일반 작가들에 적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번에 공개된 매뉴얼에 대해 작업 경력, 언론 보도 같은 정량적 항목이 정성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중견 화랑 대표는 “미술품의 시장가치에 학력, 전시 횟수 등이 중요하게 반영되던 시대는 지났다. 문제는 얼마나 독창성을 지녔으며, 얼마나 미래에 통할 수 있는 작품이냐에 달렸다”면서 “작품값을 공식에 집어넣어 결정하는 것은 난센스이며, 시장에서 가격이 자유롭게 형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트마켓 연구자인 서진수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미술시장연구소장)는 “미술품 가격은 자연가격과 시장가격으로 나뉘는데, 이번 매뉴얼은 자연가격 산정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전시 경력, 소장 이력 등을 어떻게 분석할 것인가가 중요하고, 적용에 무리가 따를 수 있다. 정성평가에서도 가중치 부여가 보다 면밀하고도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평했다. 반면에 ‘가격 결정구조가 불투명하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 온 미술계가 처음으로 자체 가격 산출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편 지난 2008년 설립된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는 작품시가 감정과 더불어 국내 18개 경매사의 경매가격 수집 및 조사, 주요 아트페어에서 거래된 작품 수량과 가격을 취합해 분석해 왔다. 또한 작가, 사용 재료, 주제, 제작 시기, 작품 크기 등을 고려한 거래 평균가격을 산출해 일반에 공개해 오고 있다. 협회 설립자인 김영석 감정위원장은 “지난 2014년부터 법원의 특수 분야 전문감정인으로 위촉돼 화재, 침수, 이혼, 도난 사건 등에 얽힌 미술품 시가감정을 시행하며 작품값에 대한 객관적인 모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면서 “아트마켓이 커질수록 이 같은 요구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근현대 회화의 경매가격 분석과 가격지수 연구로 박사학위도 취득(홍익대, 2015년)한 그는 “최근 들어 경매와 아트페어에서 외국 작품의 비중이 날로 증가해 한국 작가들은 기로에 처해 있다. 이는 우리 작가 중 눈길을 끌 새로운 작품이 별로 없는 데다 고객의 요구를 못 따라가기 때문”이라며 “보다 참신하고 다양한 작가층이 생기려면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선행돼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모형 내용을 접한 미술계 일각에서는 작업 경력, 언론 보도 같은 ‘정량적’ 항목도 정성적 성격을 띤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작품의 시장가치에 학력이나 전시 횟수가 어떠한 타당성이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작가의 작품가격을 평가하고 시장에 두루 알려 이중가격 형성을 막고, 시중에서 검증받을 기회를 주자는 취지”라면서 “한국미술협회 소속 작가만 해도 3만여 명이 넘는데, 현재 우리 미술시장은 극소수 유명 작가 작품값만 알려진 상황이어서 이의 해결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협회 측은 1차적으로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소장품 3600점의 시가를 감정하고, 작품가격 평가를 의뢰하는 작가·기관·회사·법원을 대상으로 이 모델을 적용해 가격을 산출할 계획이다. 동시에 매뉴얼도 현장 지적을 수용해 계속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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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호

비데, 알고 쓰십니까?

국내 시장 5000억원 규모...연간 155만대 출하량, 보급률 40% 수준 단순 세정 기능 넘어 좌욕·온열·IoT 등 다양한 기능 제품 연이어 출시 | 민경하 기자 204mkh@newspim.com 비데(Bidet)는 본래 15세기경 프랑스의 귀족 사회에서 기르던 애완용 조랑말을 가리키는 단어다. 16세기부터 더운물을 담아놓고 뒷물 처리를 하는 도기 제품을 뜻하는 말이 됐는데, 걸터앉아서 사용하는 모습이 당시 유럽 귀족들이 말을 타는 모습과 비슷한 데서 유래했다. 유럽에서는 중세시대 십자군 원정에서 기사들이 발명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주로 중세 귀족들이 사용했던 고급 가구 중 하나로 꼽힌다. 이후 1908년에 수동식 비데가 발명된 이후 여러 번 개량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우리나라에 비데가 소개된 시점은 1983년이지만, 본격적으로 보급된 시기는 90년대 초반이다. 과거 선진국 화장실 문화 중 하나로 인식됐던 비데는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고급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던 ‘부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지난 2002년 웅진코웨이가 ‘룰루비데’라는 브랜드를 출시한 이후 여러 업체가 공중파 방송과 방문판매 조직을 통한 오프라인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며 비데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 비데는 현대 사회인의 필수 생활가전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위생적으로 더 깨끗하고 건강한 주거 환경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비데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가 됐다. 특히 최근에는 기술의 발달로 단순 세정 기능을 넘어 좌욕·온열·IoT(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된 제품들이 연이어 출시되면서 소비자의 관심 또한 더욱 늘어나고 있다. 비데는 크게 유럽식과 일본식으로 나뉜다. 유럽식 비데는 변기와 분리돼 있는 형태다. 유럽 최초의 비데는 노즐에 수도를 연결해 놓은 모습이었고, 이후에는 변기 옆에 낮은 세면대 형태의 비데를 따로 마련해 놓는 형태로 점차 개량됐다. 지금은 많이 사장됐지만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의 화장실에서는 가끔 찾아볼 수 있으며, 아랍권이나 동남아시아권 같은 더운 지역에서는 호스를 연결한 옛날 방식의 비데를 사용하는 곳도 있다. 일부 가정에서 사용하는 샤워기 방식의 비데 역시 유럽식 비데의 일종이다. 반면 일본식 비데는 변기 뚜껑과 일체화된 형태다. 뚜껑 아래쪽에 연결된 노즐로 수압을 이용해 물을 분사하는 방식이다. 수동으로 작동한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전기를 연결해 전자식으로 작동한다. 국내에서 판매·유통되는 제품들은 대부분 일본식 전자 비데가 대부분이다. 유럽식에 비해 사용이 간편하지만, 위생 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국내 비데 시장 규모(지난 2018년 기준)는 약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연간 약 155만대의 출하량을 보이고 있으며, 국내 시장 보급률은 40% 정도다. 보급률이 높지는 않지만, 비데 시장 성장률은 최근 몇 년간 보통의 생활가전에 비해서는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비데의 렌탈과 일반 판매 비중은 50:50 정도로 나뉜다. 방문판매를 통한 렌탈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웅진코웨이가 전체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으며, 시판을 주력으로 하고 있는 콜러노비타가 25% 안팎의 점유율로 1위 경쟁을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아이에스동서의 이누스비데, SK매직 등이 각각 10% 정도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렌탈업계의 강자 웅진코웨이는 비데 시장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문적인 기술력, 경제적인 가격과 함께 제품 서비스 전문가인 ‘코디’의 주기적인 관리 서비스가 선두를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웅진코웨이는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공략을 위해 지난 2월 중국 주방욕실 브랜드 기업 조무(JOMOO)와 MOU(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제휴가 성사되면 중국 시장에 적합한 정수기, 비데 등의 제품 개발·유통·서비스 구축 등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중국 내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웅진코웨이는 지난 1월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 비데 사업의 북미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북미 가정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개발 및 론칭한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메가 시리즈’를 공기청정기, 정수기에서 비데로까지 넓힐 계획이다. 북미 시장에 선보일 비데 브랜드는 ‘비데메가’로, 웅진코웨이만의 비데 수류·살균 기술력을 바탕으로 향후 미국 비데 시장을 적극 공략할 예정이다. 웅진코웨이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스타일케어 비데(BAS31-A)’는 사용자 컨디션에 따라 알맞은 수류를 선택할 수 있는 ‘i-wave 시스템’을 적용해 편의를 높였다. i-wave 시스템은 수압·공기·세정범위·시간 등 다양한 수류를 과학적으로 조합해 몸 상태에 최적화된 코스를 제공한다. 또한 맞춤형 수류 케어 기능을 개발해 한 번의 터치만으로 각 코스에 알맞은 수류가 설계될 수 있도록 해 만족도를 높였다. 월 렌탈료는 2만4900원(등록비 10만원 기준)이며, 일시불 소비자 판매 가격은 81만원이다. 코웨이와 1위를 다투는 콜러노비타는 지난 1994년 삼성전자 자회사인 ‘한일가전’에서 출발했다. 노비타(novita)는 이탈리아어로 ‘새롭다’는 의미로, 원래 삼성전자 내부에서 프리미엄 소형 가전을 지칭하는 이름이었다. 생활건강가전의 첫 번째 아이템으로 비데를 선택한 노비타는 지난 1996년 일본과의 기술 제휴를 통해 첫 제품을 출시했으며, 이후 순간 온수 기능, 공기방울 세정, 스테인리스 노즐 적용 비데 등을 국내 최초로 선보이며 비데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11년 12월 해외 욕실·주방 브랜드인 ‘콜러’를 만나 ‘콜러노비타’로 법인명을 변경했다. 콜러노비타가 지난 6월 출시한 ‘실루엣 비데(IT7700)’는 도기-비데 일체형의 프리미엄 비데다. 한 개의 노즐에서 세 가지 물줄기를 제공하는 노비타만의 ‘3-WAY 노즐’이 적용된 제품으로, 사용자 컨디션에 따라 물줄기를 바꿔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전기분해수로 노즐과 도기를 세척하는 자동 세척 기능으로 위생 관리의 편의성을 한층 강화했으며, 무드램프 기능과 시트·시트커버의 원터치 자동개폐 기능도 함께 탑재했다. 최대 2개의 사용자별 모드 세팅이 가능하며, 자동 물내림 기능과 탈취 기능을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또한 물탱크를 없애고 순간적인 가열로 연속적인 온수를 공급하는 직수 방식의 ‘연속 온수 가열 방식’을 적용하고, 부식이나 변질 걱정이 없는 풀 스테인리스 노즐을 장착해 위생성도 대폭 높였다는 설명이다. 소비자 판매 가격은 129만원으로 책정했다. @img4 @img5 이누스비데는 비데 전문업체 삼홍테크를 지난 2010년 욕실 전문업체 아이에스동서가 인수하면서 통합된 브랜드다. 삼홍테크는 국내에 비데를 처음 선보인 업체로, 지난 2016년 아이에스동서에 흡수합병됐다. 이누스비데는 지난 2014년 세계 최초 방수 비데를 출시하고, 2015년에는 홈쇼핑에 진출하며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시장에서 비데 업계 판매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양변기에 설치할 수 있고 자동 물내림 기능이 추가된 비데를 출시했다. 이누스비데가 지난 7월 출시한 ‘살균 방수 비데(IS-735)’는 살균·방수·탈취 등 비데를 사용할 때 겪는 주요 고민들을 모두 해결한 제품이다. 먼저 제품에 적용된 ‘스마트 노즐 살균’ 기능은 이누스비데 최초로 도입된 전기분해 살균수를 이용한 노즐 세척 시스템이다. 또한 스마트 탈취 기능은 사용자가 변기에 앉으면 자동으로 탈취 기능이 작동하며, 사용 중 일어나면 약 1분간 작동 후 정지하는 스마트 시스템이다. 아울러 모든 방향에서 분사되는 물을 막을 수 있는 ‘IPX5’ 방수 등급을 획득했으며, 컨트롤 조작부에 국내 최초로 100% 우레탄 몰딩 구조를 적용하는 등 편의성도 대폭 높였다. 소비자 판매 가격은 32만90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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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9월호

한국인 10명 중 1명 ‘위염’ 가볍게 보면 안 된다

위장이 걸리는 감기...환자 수 500만명 넘어 만성 위염, 위암 가능성↑...‘단짠단짠’ 피해야 | 정성우 고려대 안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7년 위염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약 528만명으로 확인됐다. ‘위장이 걸리는 감기’라고 불리며 전 국민 10명 중 1명은 위염으로 치료를 받았다고 확인될 만큼 흔한 질병이지만, 만성위염에서 위암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알려진 만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위염은 크게 급성위염과 만성위염으로 분류할 수 있다. 급성위염은 주로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헬리코박터균의 최초 감염,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에 의해 발병하며, 알코올이나 진통제 같은 약물에 의해서도 위점막에 염증이 발생할 수 있다. 만성위염은 염증이 3개월 이상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경우를 말한다. 위의 만성 염증은 정상적인 위샘을 소실시켜 위축성 위염을 유발하고 장상피화생을 거쳐 위암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만성 위축성 위염은 위의 위축이 발생하는 부위와 발생 원인에 따라 A형과 B형으로 나눌 수 있다. A형은 자가면역력과 연관돼 주로 위의 체부에 발생한다. B형은 주로 헬리코박터와 관련돼 주로 위의 전정부(하단)에서 발생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체부 쪽으로 진행해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 만성 위축성 위염의 대부분은 B형 위염으로 알려져 있다. 급성위염은 명치 부위의 통증과 함께 오심 및 구토가 동반될 수 있고, 상한 음식 또는 약물을 복용하거나 과음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만성위염은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비특이적으로 배 윗부분의 통증이나 식후 복부팽만감 및 조기포만감 등이 나타날 수 있어 다른 소화기 질환의 증상과 비슷하게 나타날 수 있다. 진단은 주로 내시경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위암 발병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내시경 검사는 위염과 함께 궤양 및 암까지 한번에 진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소화불량이나 복통 등 소화기 증상이 있으면 위 내시경이 권장된다. 위 내시경 검사를 통해 급성과 만성위염을 분류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조직검사를 추가로 실시해 염증 정도와 원인을 분석한다. 치료 또한 급성과 만성위염을 구분해 진행하게 된다. 급성위염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자극적인 음식이나 음주, 흡연을 삼가는 등 생활습관의 교정과 더불어 증상 완화를 위한 위산 억제제 등의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만성위염의 경우, 급성위염과 마찬가지로 식습관의 개선과 함께 증상 완화를 위한 내과 치료가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증상에 대한 약물 치료가 만성위염 경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해 정기적인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위암 발생의 위험이 높은 환자에 대해서는 헬리코박터균에 대한 검사 및 제균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다. 완치가 힘든 만성위염은 약물 치료보다는 생활습관의 개선과 관리에 중점을 두고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감염에 의한 위염이 아니라면 식습관의 관리만으로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가 많다. 한때 유행했던 ‘단짠단짠(달고 짠 음식을 반복적으로 섭취)’의 경우 위에 강한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기 때문에 위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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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병’에서 ‘제약 블루오션’ 된 통풍 치료제

통풍 유병률, 2002년 388명에서 2015년 2055명으로 5.17배 증가 글로벌 통풍 시장 3조원 규모...2025년엔 9조원까지 성장 예상돼 아스트라제네카·후지약품·JW중외제약·LG화학 등 신약 개발 활발 | 정승원 기자 origin@newspim.com | 박다영 기자 allzero@newspim.com 과거 통풍은 일명 ‘황제병’으로 불렸다. 주로 고기와 술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에게 발생했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하지만 식습관이 변화하면서 통풍은 ‘서민병’이 됐고, 발병률이 높아지면서 제약사들이 너나없이 뛰어드는 시장이 됐다. 꾸준히 증가하는 통풍환자 국민건강보험 청구자료를 이용한 통풍의 유병률·발병률 및 대사증후군 연관 위험요인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통풍을 진단명으로 요양급여를 받은 환자는 꾸준히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통풍 유병률은 2002년 388명에서 2015년 2055명으로 5.17배 증가했다. 유병률로는 2015년 기준 2.0%로 나타났다. 성별 유병률은 남성의 경우가 더 높았다. 남자의 인구 10만명당 통풍 유병률은 2002년 588명에서 2015년 3026명으로 5.15배 증가했다. 여성의 유병률은 남성보다 낮았지만 증가율은 더욱 컸다. 지난 2002년 인구 10만명당 여성의 통풍 유병률은 193명이었지만 2015년에는 1009명으로 5.23배 늘었다. 새롭게 통풍이 발병된 환자의 수도 과거에 비해 꾸준히 늘고 있다. 인구 10만명당 통풍 발생률은 2006년 361명이었지만 2015년에는 797명으로 2.21배 늘었다. ‘통풍’ 더 이상 황제병 아니다 통풍은 여성보다는 남성에게서 발병 위험이 높았다. 2007년에서 2008년까지 건강검진 수검자 중 인구학적 특성과 1차 검진 결과로 위험요인을 분석한 결과 여성의 통풍 발병이 남성보다 0.722배 낮았다. 통풍은 고령일수록 쉽게 발생하는 경향도 보였다.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바탕으로 2002년부터 2015년까지 통풍으로 내원한 환자를 조사한 결과 20세 이상에서 모두 증가했지만 80세 이상에서 유병률 증가가 13배, 발생률 증가가 4배로 가장 높았다. ‘황제병’이라는 별명처럼 소득이 증가할수록 통풍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의료급여 수급권자에서 유병률이 높았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소득분위가 올라갈수록 통풍 유병인구가 증가했다. 2015년에는 소득 0분위 그룹이 17만2676명으로 다른 건보 가입자들보다 통풍 유병인구가 많았다. 의료급여환자인 10~20소득분위의 경우 각각 2015년 기준 15만8763명, 21만5217명으로 소득이 높은 0분위에 육박하거나 0분위보다 유병 인구가 많았다.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박진수 연구팀은 “소득이 높아져 음주와 육류 섭취가 증가했다고 해서 통풍 유병이 늘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의료에 접근이 용이한 사람이 통풍 진단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해석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지는 시장에도 마땅한 치료제 없어 통풍 치료제는 크게 두 가지다. 요산이 소변 등으로 잘 배출되지 않는 ‘배출저하형’ 치료제와 일반인보다 요산이 많이 생기는 ‘과다생성형’ 치료제다. 과다생성형 환자는 ‘페북소스타트’나 ‘알로푸리놀’ 성분의 요산 생성 억제제를 처방받는다. 통풍 환자의 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배출저하형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다. 신장이나 간에 무리를 줘 심혈관계 질환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으로 인해 개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2차 치료제로 요산분해 효소제인 ‘라스부리카제’가 처방되지만 상대적으로 약효 지속 시간이 짧은 단점이 있다. 통풍 치료제는 선택의 폭이 좁은 데다 보건 당국의 규제도 까다롭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올해 2월 요산 과다생성형 환자에게 처방되는 페북소스타트 제제의 안전성을 지적하며 1차 치료제에서 제외했다. FDA의 연구 결과 페북소스타트 제제를 복용한 환자는 알로푸리놀 제제를 복용한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률이 1.2배, 심혈관 사망 위험률은 1.3배 높았기 때문이다. 현재 페북소스타트 제제는 알로푸리놀 제제로 치료에 실패한 환자에 한해서만 사용하도록 권고되고 있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FDA의 처분을 고려해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처방할 때 주의하도록 권고했다. 국내외 제약사들 신약 개발 활발 아스트라제네카는 2015년 배설저하형 통풍 치료제 ‘주람픽’을 FDA에서 승인받았다. 하지만 급성신부전 등 부작용이 발생할 위험 때문에 다른 치료제와 병용하는 방식으로만 투여할 수 있다. 일본 후지약품은 모치다제약과 요산 과다생성형 환자에게 처방하는 통풍 치료제 ‘FYU-981’을 공동 개발하고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국내 제약사 중에는 JW중외제약과 LG화학이 통풍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JW중외제약은 요산이 몸속에 쌓이는 배출저하형 통풍 치료제 ‘URC102’를 개발 중이다. 현재 국내 10개 병원에서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통풍 환자가 늘고 있지만 마땅한 치료제는 아직까지 없어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국제 학회에서 글로벌 제약사들과 미팅을 통해 기술 수출을 타진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요산 생성에 관여하는 단백질 작용을 억제하는 과다생성형 통풍 치료제 ‘LC350189’을 개발 중이다. 올 하반기 미국 보스턴에 있는 글로벌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통풍은 LG화학이 집중하고 있는 대사질환에 속한다”며 “비임상과 임상 1상을 통해 기존 상용화된 치료제들의 단점으로 지적돼 온 심혈관계, 간질환 부작용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기술 수출보다 자체 개발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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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호

공급은 과잉, 수요는 곤두박질 창조산업 살려야 미래 있다

빨간불 켜진 미술시장, 영양실조인데 정부는 ‘살 빼는 약’ 처방 작품값에 대한 신뢰 심어주고, 미래지향적 미술 나와야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 윤창빈 사진기자 pangbin@newspim.com 한국 미술시장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 아트마켓이 저조하다는 지적은 2009년 이래 거듭돼 왔으나 최근 그 심각도가 심상찮다. 화랑은 물론이고, 실적이 상대적으로 양호했던 경매사들도 상반기 매출이 20~30% 급감했다. 위기론까지 나왔다. 이에 국내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하는 포럼이 지난 7월 서울 방배동 유중아트센터에서 개최됐다. 유중재단(이사장 정승우)은 ‘2019 유중아트포럼2’를 열고 한국 예술시장의 성장과 도약을 위한 방안을 모색했다. 포럼에는 김기라 작가, 캐슬린 김 예술법 변호사, 이대형 2017 베니스비엔날레 예술감독, 정윤아 크리스티 이사, 김율희 소더비 인스티튜트 한국 대표,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 소장이 참여해 예술계 현황을 진단하고 대책을 제시했다. 열띤 논의가 이어졌던 포럼을 월간ANDA가 지상중계한다. 정승우 이사장 포럼을 준비하고 모더레이터를 맡은 주최자로서 예상외로 많은 작가와 관계자들이 왕림해 책임감을 느낀다. 예술가들의 창작 현황에서부터 아트마켓에서 얻은 성과, 국내외 마켓의 흐름을 다양한 시각으로 짚어보도록 하겠다. 또 제도와 정책적 측면도 살펴봄으로써 한국미술의 성장을 위한 방안을 찾아보겠다. 김기라 작가 16년째 작업을 하고 있다. 아울러 아트디렉팅도 하고, 연관 분야 ‘알바’도 하고 있다. 요즘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게 자본과 작품 유통이다. 자본의 뒷받침이 없으면 큰 규모의 작업은 불가능하다. 유통도 중요하다. 때문에 거기에 어울리게 하고자 하는 마음도 생기곤 한다. 그러나 작가로서 독립된 시각, 다른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오늘 유중아트센터에 왔다가 영국 작가 뱅크시의 작품이 걸려 있는 걸 보고 놀랐다. 뱅크시는 서구 예술계의 지나친 상업주의에 반기를 드는 행동주의 작가로, 그의 예술철학과 작업방식을 굉장히 좋아한다. 시장 거래를 원치 않아 주로 낡은 벽에 사회비판적 그림을 그려온 것도 관심을 갖게 했다. 그런 뱅크시의 소장 가능한, 즉 컬렉티브한 작업이 이곳 서초구 방배동까지 와 있다는 점이 의외였다. 반전이라고 할까. 한국서 대학을 나와 영국 유학을 하면서 서양의 구조적, 물질적 세계관을 접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동양에서는 정신세계를 추구하는데 많이 달랐다. 그런데 나보다 어린 세대들은 요즘 물질적인 세계에 더욱 탐닉하고, 유행에 더 많이 흔들리는 것 같다. 정보라든가 시각 이미지가 범람하다시피 하는데 재현보다는 상상의 세계, 질문을 던지는 예술을 해야 한다. 작가의 노동이 곧 상품(돈)이 되는 건 문제라 생각한다. 작가의 생각을 다르게 환기시킨 (독창적인) 작업이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지 않을까. 캐슬린 김 변호사 한국의 예술시장은 전체 규모가 아직은 작고, 신생시장이다. 현대적 아트마켓의 모습을 갖춘 게 불과 20~30년 안팎이다. 그러나 잠재력은 커서 해외에서도 관심이 지대하다. 문제는 세계 10위권의 무역대국임에도 시장이 매우 협소하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미술품은 외국 작품에 밀려 판매가 날로 위축되고 있다. 정부의 잘못된 진단도 시장 악화를 불러온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공무원들이 밤낮없이 일하는 건 알지만 한국 미술시장을 키우겠다며 ‘위작 근절’을 최우선 목표로 삼은 건 문제다. 최근 몇 년간 이우환, 천경자 작품의 위작 논란이 있었으나 이는 전체 시장으로 보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매출 비중이 0.001%도 안 될 것이다. 천경자의 ‘미인도’는 진품으로 최종 판명이 난 바 있다. 외국에서도 위작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우리보다 사례가 훨씬 더 많고, 금액으로 따져도 엄청나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5000억원대 작품도 위작 논란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대형 화랑과 대형 경매사가 미술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게 문제라며 미술품 유통 개정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의 아트마켓에서도 메이저 화랑과 메이저 경매사가 시장을 거의 주도하고 있다. 우리보다 더 심한 구조다. 게다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법 개정안은 화랑업, 경매업, 감정업을 등록제로 바꿔 정부가 관리하고 챙기겠다는 것이다. 일부 독소조항이 수정되긴 했지만 거래내역을 보고하게 하고, 사후 입증책임을 묻는 등 규제일변도의 법안이라 시장 침체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요즘 한국 미술시장은 공급은 넘쳐나는데 수요는 너무 적어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형국이다. 그런데 다이어트약을 처방한 격이다. 부양책이 절실한데 거꾸로 가고 있다. 정 이사장 지금 이 포럼에 정부 측인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도 참석 중인데 매우 따가운 지적이 나왔다. 플로어의 정부 측 의견을 들어보겠다. 권은용 팀장 문화부 산하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시각예술기반팀장을 맡고 있다. 개정법 중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대목이 있을 것이다. 정부 목표 또한 우리 예술시장의 육성이다. 미술계 현장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도록 힘쓰겠다. 캐슬린 김 답변 감사하다. 미술시장은 고가의 예술품이 거래되는 마켓이 있는가 하면 중저가 작품 시장도 있게 마련이다. 이를 나눠서 봐야 한다. 아울러 시장을 좀 더 넓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특히 작품 거래 후 입증책임을 유통업체에 묻는 것은 문제 소지가 큰 조항이다. 시장을 투명하고 건전하게 만드는 것은 좋지만 정부 규제는 최소화해야 한다. 컬렉터를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젊은 작가 작품을 수집하면 박수를 쳐주는 전향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창조산업이 침체될 경우 한국경제의 미래도 어두울 것이다. 이대형 현대차 아트랩 학술자문위원 현대자동차의 아트디렉터로 일하면서 런던, LA 등 해외 미술계를 자주 접할 수 있었다. 또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예술감독을 하며 국제미술계 최전선도 접했다. 그 결과 우리 작가들이 좁은 틀에 갇혀 있음을 느꼈다. 물론 우수한 미술가들이 대단히 많다. 하지만 고정관념과 타성에서 벗어나 미래를 새 시각으로 꿰뚫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느새 세계 미술계는 비물질성과 스토리, 경험까지도 수용하고 있다. 아트와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새로운 미술도 대두되고 있다. 영국의 테이트미술관은 슬로바키아 작가 로만 온닥(1966~)의 형상 없는 개념미술을 이미 15년 전에 컬렉션한 바 있다. 뮤지엄을 찾은 각국 사람들을 흰 벽에 세우고 키를 측정해 이름과 함께 기록함으로써 전 세계 다양한 인종을 하나로 묶고 관찰하는 개념을 소장한 것이다. 현대미술은 이처럼 특별한 경험과 감정, 테크놀로지로 확산되고 있다. 요즘 나는 유럽연합이 시행 중인 ‘STARTS Prize’의 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인데 예술에 의해 자극된 기술, 산업 및 사회에서 혁신을 기리는 응모가 줄을 잇고 있다. 낡고 구태의연한 시도는 예심에서 곧바로 탈락이다. 탈락까지 5초도 안 걸린다. 전 세계가 직면한 사회적, 생태적, 경제적 이슈를 혁신적으로 통찰한 프로젝트 2건에 각각 2만유로의 상금이 주어진다. 과학, 기술, 아트의 결합과 조우에 관심이 많은 젊은 세대의 참여가 늘었으면 한다. 예술은 이제 서브젝트로 끝나선 안 된다. 메소드(Method)로 봐야 한다. 물리적 예술은 카피가 가능하나 스토리는 카피가 불가능하다. 김윤섭 미술경영연구소장 작가로 출발해 미술경제잡지를 만들면서 양쪽을 모두 경험했다. 아트마켓을 분석한 지는 20년이 넘고, 연구소도 12년째 운영 중이다. 그 결과 작품을 생산자가 아닌 수요자(컬렉터) 중심으로 봐야 침체된 시장을 살릴 수 있음을 확신하게 됐다. 물론 시장이 좋아할 작품을 만들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주파수를 잘 파악하고, 주파수를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작품이 창작자의 공간에 수십년째 쌓여만 있을 경우 고급 쓰레기로 전락할 공산이 크지 않은가. 작가는 좌절감만 느낄 것이다. 반면에 미술품을 사고 싶은데 어디 가서, 어떤 작품을 사야 하느냐고 묻는 대중도 의외로 많다. 이 둘 사이를 잘 연결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화랑이 해야 하는데 우리 화랑들은 지금 고사 상태다. 유망 작가를 발굴해 전시를 통해 발표하게 하고, 작품을 팔아 다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갤러리들이 왕성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런데 고객이 없어 울상이다. 반면에 정부는 직거래장터 등을 지원하는 등 엇박자 행보다. 1차 시장을 살리려면 화랑이 살아야 한다. 정윤아 크리스티 이사 홍콩에서 봄 가을 열리는 크리스티 경매에 나갈 한국미술품을 선별하는 작업을 한 지 10년째다. 목표는 늘 글로벌 마켓에 한국미술을 좀 더, 잘 띄우는 것이다. 중국, 일본과 비교할 때 한국현대미술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모두들 인정한다. 문제는 모국인 한국에서의 호응이 너무 미흡하다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 컬렉터들은 자국 작가 작품이 경매에 나오면 매우 적극적으로 응찰한다. 반면에 한국 고객들은 반응이 미미하다. 김환기 작품 정도에나 관심을 갖는다. 게다가 해외에서 작품을 사들여 오면 정부의 추적을 받는다는 소문(사실이 아니다)이 나며 응찰이 더욱 줄었다. 요즘 한국 컬렉터는 국내에 진출한 외국 화랑에서 외국 작품 수집에 더 적극적이라고 한다. 우리 젊은 작가들은 그 입지가 날로 좁아지고 있어 안타깝다. 유망 작가 작품을 수집하는 개인과 기업에게 세제 혜택을 주든지 하는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 이사장 근래에 단색화 열풍이 불며 한국추상미술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지 않았나. 정 이사 맞다.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한국 단색화 거장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서도 유럽과 아시아의 엄청난 컬렉터들이 단색화를 경쟁적으로 사들였다. 이브닝세일에 나온 10여 점의 단색화 작품이 경합을 이루며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그래서 ‘아, 이대로 가면 한국현대미술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겠구나’ 하고 무척 흥분했다. 하지만 이듬해부터 단색화 매물이 한꺼번에 국내외에서 쏟아지며 가격이 폭락했다. 단색화를 샀던 주요 고객들은 ‘한국작품 가격은 도대체 믿을 수가 없네’라며 추가 구매를 접었다. 2, 3년 새에 열풍이 사그라들어 너무나 안타까웠다. 단색화 열풍은 좀처럼 찾아오기 힘든 호기였는데 이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 신뢰를 차곡차곡 쌓지 않으면 어떤 우수한 작품이라도 호응을 이어가기 어렵다. 단색화 운동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고, 해외 유수 미술관에서의 순회전 등이 뒷받침되지 못한 것도 가격 하락을 불러온 요인이다. 딜러와 소장자들이 단색화 매물을 완급을 조절해 가며 차근차근 내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김율희 소더비 인스티튜트 대표 뉴욕에서 학업을 마친 후 한국 화랑의 베이징 분점에서 일했고, 직접 갤러리와 국제 아트페어도 조직해 봤다. 그 결과 미술 전문교육의 중요성을 느끼게 돼 지금은 이화여대 경영대학원과 손잡고 소더비 경매의 교육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술시장에도 체계적인 미술 전문가 코스를 이수한 인력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올바른 방향으로 시장이 계속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트마켓에 대한 경험은 2015년에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어포더블 아트페어를 하면서 총체적으로 접했는데 새로운 고객층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었다. 국내 시장에 신규 컬렉터가 더욱 많이 유입되려면 보다 면밀하고 입체적인 노력이 전개돼야 한다. ‘고객이 오겠지’ 하는 수동적인 태도가 아닌, 보다 참신하고 적극적인 소통과 마케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과거의 문법을 버려야 길이 보일 것이다. 정 이사장 오늘 국내외 예술 현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전문가들과 함께 현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봤다. 작가, 화랑, 경매사, 시장분석가 등 여러 분야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야 함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긴 시간 함께 발제를 해준 패널분들과 객석의 참여자들께 감사드린다. 3회 포럼에서 또 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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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호

열심히 일한 당신 카프리(Capri)로 떠나라

| 조용준 작가 digibobos@newspim.com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광고 카피가 있었다. 엉덩이를 들썩이게 하고 항공권 구매 사이트를 들여다보게 만들기에 충분한 카피였다. 그러나 이 문구에는 ‘어디로?’가 빠져 있다. 어디로 떠나야 좋을까. 일반적으로 여행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관광형과 휴양형이다. 하나라도 더 보고자 악착같이 쏘다니는 ‘뚜벅이형’이 있는 반면, 편안하고 느긋한 휴식을 즐기는 ‘베짱이형’이 있기 마련이다. 평소 강도 높은 일에 지친 사람들은 단연 관광지보다는 휴양지에 마음이 더 끌릴 것이다. 이탈리아 카프리(Capri) 섬은 휴식을 위한 여행에 단연코 최고의 장소다. 이 세상에 많고도 많은 휴양지 가운데 딱 하나만 고르라면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고를 수 있는 곳이 바로 카프리다. 바로 그랬기에 영국 다이애나 왕세자비도 자신의 신혼여행 장소로 이곳을 선택했을 것이다. 물론 카프리 섬으로 가는 여정이 쉽지는 않다.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내린 다음에도 로마 중앙역으로 가서 기차로 나폴리로 이동해야 하고, 나폴리 중앙역에서 다시 카프리행 페리가 떠나는 항구로 가서 배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배가 카프리 마리나그란데 항구에 도착했다고 해서 긴 시간 이동으로 지친 몸을 호텔 방에 바로 눕힐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는 또 항구에서 푸니쿨라를 타고 15분 동안 올라가거나, 아님 버스를 타고 지그재그 고갯길을 한참 견뎌야 한다. 중심지 마을, 진정한 휴식처는 바로 섬의 정상 부근에 있다. 그런데 푸니쿨라를 타는 것도 간단치만은 않다. 워낙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통에 오전 시간이 아니면 푸니쿨라를 타는 데도 한참 줄지어 서서 기다려야 한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서 카프리에 올라왔건만, 일순 당신을 당혹케 할 수 있는 광경이 펼쳐진다. 샤넬, 루이비통, 페르가모, 보테가베네타 등 온갖 명품 브랜드 가게들이 골목길을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카프리 중심지 초입에서부터 시작되는 이들 명품 숍은 당신에게 한 가지 사실을 분명하게 일깨워 준다. 당신이 지금 평범한 관광지가 아니라, 지구촌에서 내로라하는 부자들이나 셀리브리티들이 놀러오는 동네에 막 발을 들여놓았다는 사실 말이다. 그렇다. 사실 카프리는 부자들의 놀이터이자 휴양지다. 물가와 호텔비 모두 비현실적으로 비싸므로 가난한 배낭여행자들이 갈 곳이 결코 아니다. 생수를 제외한 모든 물가가 이탈리아 본토보다 적어도 3배 이상 비싸다. 생수만큼은 신기하게도 바가지 요금을 씌우지 않았다. 카프리는 옛날부터 그랬다. 로마제국 때부터 황제와 귀족들의 별장이 즐비했던 휴양지였다. 2대 티베리우스 황제(Imperator Tiberius Iulius Caesar Augustus, B.C 42~A.D 37)의 경우 로마에 있지 않고 아예 카프리 섬에서 제국을 통치했던 인물이다. 이로 인해 그가 섬 안에 틀어박혀 온갖 변태적 음행을 일삼았다고 하는 일명 ‘티베리우스의 전설’이 전해지기도 하지만, 이는 그의 은둔생활로 인해 생긴 일종의 루머였을 가능성이 높다. 티베리우스 황제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검투 경기를 주최하지도 않았고, 멋진 건물을 짓는 대규모 토목공사도 하지 않았다. 게다가 쾌적한 카프리에서 혼자 유유자적한 생활을 했으므로, 그에 대한 시민들의 감정이 좋을 리 없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일반적인 시선과 달리 19세기 독일의 역사가 크리스티안 몸젠은 그를 ‘로마가 가졌던 가장 훌륭한 황제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한다. 동시대인들에게는 악평을 받았지만, 그는 실제로 자신의 역할을 100% 잘 수행한 군주였다는 것이다. 카프리 섬으로 은둔하기 이전에 정보 수집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춰놓고 섬 안에서 제국을 손바닥 안에 놓고 조종하며 통치했으므로 그의 재임 시절 로마는 평화로웠고, 재정은 풍족했다고 한다.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 역시 7권 ‘악명 높은 황제들’ 편에서 “로마제국은 타키투스 같은 공화정 동조자가 뭐라고 비판하든 카이사르가 기획하고, 아우구스투스가 구축하고, 티베리우스가 반석처럼 다져놓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기술하고 있다. 티베리우스가 이처럼 로마를 멀리하고 카프리에 틀어박힌 것은 사람들과 계속 부딪쳐야만 하는 환경을 잘 견디지 못하는 내성적 성격 때문이었다. 그가 자신의 은둔 장소로 카프리를 선택한 것만 보아도 카프리의 자연환경이 얼마나 훌륭한지 알 수 있다. 카프리에는 티베리우스 저택이 있던 터와 그 흔적이 지금도 남아 있다. 티베리우스 집터와 상당히 떨어진 곳에는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를 기리는 ‘아우구스투스 정원’도 있다. 이 정원에서 보는 카프리 바다의 풍경 역시 절경이다. 사실 카프리가 로마 황제들의 전용 휴양지가 된 것은, 아우구스투스가 당시 카프리를 영유하고 있던 나폴리에 이스키아 섬을 내주는 조건으로 카프리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시에는 카프리가 로마 황제의 사유지였다. 서로마제국이 멸망한 다음 카프리는 다시 나폴리 왕국의 부속 도서로 편입됐다. 한때 프랑스 나폴레옹 1세의 지배를 받다 영국에 점령당한 이후 따뜻하고 아름다운 휴양지로 유럽에 널리 알려졌다. 이 밖에도 섬의 곳곳에는 전설적인 여배우 리즈 테일러와 브리지트 바르도, 한때 모나코 왕비이기도 했던 그레이스 켈리 등이 방문했던 사진이 기념판으로 제작돼 세워져 있다. 또한 고급 레스토랑에는 이곳에서 식사했던 세계적인 스타들과 셀럽들의 사진이 빼곡하게 붙어 있다. 카프리 섬은 마리나그란데 항구를 낀 동쪽의 카프리와 서쪽의 더 높은 지역인 ‘아나카프리’로 나뉜다. 이탈리아 말이나 라틴어에서 ‘아나(ana)’는 위쪽을 뜻하는 접두사이므로, 아나카프리는 곧 위에 있는 카프리라는 말이 되겠다. 실제로 아나카프리가 150m 더 고지대다. @img4 카프리에서 아나카프리로 가려면 택시나 버스를 타야 하는데, 절벽에 길을 냈기 때문에 차 한 대 겨우 비켜 지날 정도로 좁은 도로로 간다. 쪽빛 바다를 낀 하얀 집들이 발 아래 그림처럼 펼쳐져 탄성이 나오지만, 때로 오금이 저릴 정도로 아찔하기도 하다. 카프리가 호화롭고 귀족적인 분위기라면, 아나카프리는 소박하고 서민적이다. 실제로 카프리의 각종 호텔이나 레스토랑, 상점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사는 곳은 아나카프리다. 카프리에는 호텔이나 별장들밖에 없어서 실질 주거공간들은 아나카프리에 있다. 관광객들은 대부분 몬테솔라로를 올라가기 위해 아나카프리로 온다. 몬테솔라로를 오르는 1인용 리프트인 세조비아(Seggiovia)가 아나카프리의 빅토리아 광장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이 1인용 리프트는 스키장의 리프트와 똑같은데 단지 혼자 타는 거라서 작고, 그래서 더 공포를 자아낸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타기 어려울 정도로 아찔한 높이를 약 20분 동안 올라간다. @img5 그러나 여름에 세조비아를 타면 몬테솔라로 산자락에 가득 피어난 노란싸리꽃, 즉 스패니시 브룸(Spanish Broom)을 덤으로 볼 수 있어 그 재미로 공포를 잊을 수도 있다. 스패니시 브룸의 학명은 스파티움 준세움(Spartium Junceum). 콩과의 낙엽관목으로 지중해, 유럽 남서부가 원산지다. 우리말로는 노란싸리, 혹은 금작화(金雀花)다. 여름의 지중해 주변에는 어디를 가든 이 꽃이 항상 피어 있다. 특히 황무지와 같이 거칠고 척박한 땅에 군락으로 피어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프랑스 프로방스나 이탈리아 토스카나, 스페인 안달루시아나 산간지방을 여름에 여행한다면 반드시 만날 수 있는 것이 이 꽃이다. 꽃은 향수, 변비약, 이뇨제로 사용한다. 매우 강하면서 달콤한 바닐라 냄새가 난다. 줄기는 빗자루, 캔버스, 실, 로프, 바구니 등 공예품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직공의 꽃이라고 해서 위버스 브룸(Weaver’s Broom)이라고도 한다. 이렇게 스패니시 브룸에 한눈을 팔면서 공포를 잊다 보면 리프트는 어느새 산 정상에 올라선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시선이 닿는 곳마다 절경이요, 그림엽서다. ‘카프리의 깊은 밤(Capriccio, Love And Passion)’이란 영화가 있다. ‘모넬라’나 ‘레이디 두 잇(Lady Do IT)’ 등 에로 영화로 유명한 틴토 브라스 감독이 이탈리아에서 1987년 제작한 영화다. 역시 에로물로 두 부부의 불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영화를 안다면 나이가 적어도 50대는 넘었다는 방증이다. 우리나라에는 1989년에 개봉됐기 때문이다. 아나카프리 한 가게의 점원과 잠시 담소를 나누는 도중에 우연히 이 영화 이야기가 나왔다. 나는 그 청년에게 한국에서는 이 영화가 ‘Capri in deep night’이라는 제목으로 바뀌어 상영됐다고 전해줬다. ‘deep night’이라는 내 표현에 청년이 키득키득 웃어댔다. 그러더니 너무 재미있다면서 나와 사진을 찍자고 자기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이렇게 우리는 ‘카프리의 딥 나잇’으로 친구가 됐다. 사실 젊은 시절 카프리를 간다면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가는 곳마다 빈부의 격차를 확연히 느낄 수 있고, 거기서 오는 위화감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러니 카프리는 돈을 많이 벌어 경제적으로 안정된 다음에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그러나 뭐 어쩌랴. 열심히 일했다면, 그래서 셀프 보상을 해야겠다면 젊은 날에도 카프리로 가서 즐길 수 있는 거지. 30대 초반의 나 역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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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호

여름철 식중독 주의보 냉장고 안에서도 세균 번식한다

| 우흥정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무덥고 습한 여름에는 각종 세균이 쉽게 자라고 번식한다. 5월부터 9월 사이에 80% 이상이 발생한다. 그렇지 않아도 찬 음료와 음식을 자주 먹어 배탈과 설사가 잦은 계절. 음식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식중독에 걸리기 십상이다. 식중독은 세균이나 세균이 만든 독소가 있는 음식을 먹은 뒤 나타나는 복통, 설사, 구토, 피부 두드러기, 감염증 등을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세균 번식이 많은 여름철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식중독의 원인균 여름철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세균은 대장균, 황색포도상구균, 살모넬라균, 비브리오균 등 4가지다. 요즘은 드물지만 이질(시겔라)균이나 콜레라(비브리오)균, 캄필로박터, 지알디아균 등도 여름철 식중독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여행 등 낯선 환경에서 물을 갈아 마시고 생기는 배탈, 설사(‘여행자 설사’라고 함)의 가장 큰 원인은 병원성 대장균에 의한 것이다. 오염된 물이나 상한 음식에서 번식하는데, 이 균이 번식한 물이나 음식을 먹은 후 12~24시간 지나면 복통과 설사가 생기고 심하면 혈변을 보기도 한다. 한때 유행했던 O-157(H7) 감염도 병원성 대장균의 일종이다. 육류에 주로 번식하므로 오염된 고기가 들어 있는 햄버거, 우유 등을 먹은 후 1~7일 뒤에 배앓이를 하고 설사가 생긴다. 일부 환자에서는 균의 독 작용에 의해 신장(콩팥)이 상하고 혈액 속의 적혈구가 파괴되는 ‘용혈성 요독 증후군’으로 급성 신부전증이 생겨 생명이 위험해지기도 한다. ① 황색포도상구균 요리하는 사람의 손에 염증이나 부스럼이 있을 때 그 상처로부터 음식으로 균이 오염돼 생기는 병이다. 포도상구균 식중독은 그 균 자체에 의한 것보다는 음식 속에서 번식한 포도상구균이 내는 독소 때문에 생기므로 음식을 끓여 먹어도 걸릴 수 있다.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이 매우 빨라서 음식을 먹은 후 1~3시간이면 심한 구토와 복통, 설사가 생길 수 있다. ② 장염살모넬라균 장티푸스를 일으키는 세균과 같은 종류의 균으로 육류나 계란, 우유, 버터 등에 잘 자란다. 이 균에 오염된 음식을 먹고 8~48시간이면 병이 생기고 열, 복통,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③ 장염비브리오균 다른 균과 달리 주로 민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해수에 서식하므로, 해변가에서 어패류나 생선을 날로 먹고 난 뒤에 생기는 식중독이면 비브리오균에 의한 식중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조개, 굴, 낙지, 생선 등을 날로 먹은 후 10~24시간이 지나서 배가 아프고 구토, 심한 설사가 나고 열이 나는 경우도 있다. 같은 종류의 세균 중에서 비브리오 불니피쿠스라는 균은 장염보다는 패혈증을 일으켜 생명을 앗아가는 경우도 있다. 비브리오 패혈증은 간 기능이 나쁜 사람에게 잘 생기고 어패류나 생선회를 먹고 10~24시간 후에 열과 피부반점, 물집 등이 생기고 전신의 통증과 함께 심하면 의식을 잃게 될 수도 있다. 식중독의 치료 식중독은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 따뜻한 꿀물이나 설탕물, 이온음료 등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안정을 취하면서 쉬면 2~3일 내에 회복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열이 나거나 복통과 설사가 심하고, 증상이 호전되지 않고 이틀 이상 지속되거나 탈수 증상이 생기면 즉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어린이나 노인 환자들은 합병증이나 탈수가 쉽게 생기므로 즉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식중독은 예방이 최선 흔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이 냉장 보관된 음식은 안전하다고 믿는 것인데, 전혀 그렇지 않다. 만약 음식이나 식재료가 요리 중이나 이동 중에 오염됐다면 냉장고에 넣어두더라도 음식물 속에 균이 그대로 살아 있고 냉장고 속에서도 균이 자랄 수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식중독은 음식물을 끓여 먹더라도 발생할 수 있지만, 그래도 여름철 음식은 무조건 끓여 먹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차게 먹어야 하는 음식도 끓인 후에 식혀 먹는 방법을 쓰는 것이 좋다. 채소나 과일처럼 끓이지 않고 먹는 음식들은 흐르는 물에 열심히 씻어서 먹어야 한다. 물론 이때의 물은 오염되지 않은 물 즉, 수돗물이 제일 안전하다. 냉장, 냉동해야 하는 음식물은 바깥 온도에 10분 이상 방치하지 않는 것이 좋고,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도 냉장실 보관은 가급적 하루를 넘기지 않도록 한다. 음식을 만들 때 생선이나 고기를 자르고 다듬은 칼과 도마는 반드시 흐르는 물에 씻은 후 다른 음식물을 다루어야 한다. 행주는 매일 깨끗이 씻고 바짝 말려서 사용해야 하므로 여름철 주방에는 여러 개의 행주를 마련해 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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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8월호

新한류 관광도시로 거듭나는 논산

황인혁 논산시 미래발전사업단장 “혁신적이고 스마트한 미래 관광도시로 재탄생” | 오영균 기자 gyun507@newspim.com 충청남도 끝자락에 위치한 인구 13만의 작은 도시인 논산시가 최근 한류 열풍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 전까지도 대전과 익산 사이에 낀 특징 없는 농촌에 무슨 변화가 생겨난 걸까. 지역마다 하나씩 있는 특산물이나 추천 여행지조차 없는 도시. 대중의 머릿속에는 ‘논산=논산훈련소’로만 이미지화됐던 이곳이 문화의 중심에 오르리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특색 없이 늙어가던 도시가 되살아난 데는 논산시 황인혁 미래발전사업단장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관광사업 후발주자 논산시, 타 지자체 ‘롤모델’ 지난여름 방영된 tvN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이 드라마는 방영 직후부터 국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18%라는 성공적인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그리고 현재 이 드라마를 촬영했던 세트장은 국내외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한국에 오면 꼭 가봐야 할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를 일찌감치 예상하고 머릿속에 논산시 관광맵을 구상한 황인혁 단장은 제작사인 ‘화앤담픽쳐스’가 드라마 세트장을 건설할 부지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제작사를 찾았다. 그리고 제작사 이사에게 논산시에서 촬영할 것을 제안했다. 하지만 제작사 측에서는 배우들의 동선을 고려해 서울과의 이동이 자유로운 인천시를 제1 후보로 생각하고 이미 인천시청과도 어느 정도 협의가 진행된 상태였다. 그러나 일제시대가 배경인 드라마 특성상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인천시에서는 그림이 잘 나오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 게다가 세트장 건설 인허가 절차도 드라마 스케줄에 맞추기 힘들어 조율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를 간파한 황 단장은 최소 6개월 이상 걸리는 인허가 절차를 드라마 촬영 스케줄에 다 맞추겠다는 약속을 했다. 제작사 측에서도 현장을 보니 개발이 하나도 되지 않은 맨땅, 여기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시의 모습에 논산시에서 촬영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던 것. 여기서부터 황 단장의 사업 기지가 발휘된다. 전폭적인 지원을 내걸고 세트장의 모든 건물을 영구건축물로 지어 달라는 딜(deal)을 건넨 것이다. 황 단장은 “여러 드라마 세트장을 리서치 차원에서 다녀봤다”며 “세트장 내 건축물 대다수는 합판으로 만들어져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제대로 구경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부실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렇게 지어진 드라마 세트장은 1~2년 반짝 인기를 끌다 결국 시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만다”며 “진정한 관광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다른 발전된 세트장을 짓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황 단장의 제안은 원래 미스터 선샤인을 방송하기로 한 SBS에서 받아들이면서 국내 최초로 방송사에서 투자한 상생 모델의 1호가 됐다. 황 단장은 “이 과정에서 세트장 운영 방식도 조율했다”며 “향후 13년 동안은 SBS가 운영하고, 그 후에는 논산시에서 직접 운영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협의 방식은 SBS와 논산시 모두에게 윈-윈이었다. 일단 SBS에서는 드라마 방영 이후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관광객이 몰려올 것이고, 이후에는 자사 프로그램 촬영 등 여러 홍보 콘텐츠를 개발할 여지가 충분했다. 논산시 입장에서는 이미 완벽하게 만들어진 드라마 세트장의 운영권을 고스란히 넘겨받을 수 있어 서로에게 이익인 셈이었다. 게다가 드라마의 성공으로 해외 관광객이 많이 몰려온 덕분에 SBS에서 투자한 원금 회수 예상 기간이 더 앞당겨질 것으로 보여 수익금 외 금액은 논산시에 재투자가 가능하다. 이런 스마트한 정책 덕분에 관광객 유치는 물론 세트장이 아티스트들의 전시장이나 관광상품으로 활용되는 등 다방면으로 개발할 수 있어 타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황 단장은 “많은 지자체에서 미스터 선샤인 세트장에 견학을 오는 등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며 “이제 논산은 드라마 세트장을 활용한 관광도시의 롤모델로 탈바꿈하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img4 “국민의 월급으로 일하는 공무원” 황 단장의 성과 뒤에는 그를 옆에서 도와주고 이끌어준 조직의 힘이 컸다. 하지만 ‘드라마 세트장의 후광효과는 길어야 2년’, ‘실패하면 누구 탓’ 등 들려오는 말들이 그를 지치게 했다. 조직 내부에 만연한 편견을 깨고 갈등을 푸는 과정이 오히려 사업 유치보다 더 힘들었다. 그는 “도시가 활기를 띠기 위해서는 관광객의 유입이 활성화돼야 한다”며 “이를 위한 가장 확실하면서 손쉬운 방법은 한류 관련 사업”이라고 지속적으로 조직을 설득했다. 설득의 목표는 하나였다. 드라마가 종영된 후 반짝 인기를 끌다 시들해지는 장소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논산시 대표 랜드마크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황 단장은 “드라마 기획과 내용, 출연진과 작가를 봤을 때 분명히 한류 열풍을 이어갈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며 “만약 드라마가 실패한다 하더라도 논산시의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 제고를 위해 승산 있는 사업”이라고 확신했다. 또 드라마가 성공하면 세트장 주변의 관광지와 논산 딸기를 알리는 데도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모든 것이 시민을 위하는 길이라 생각했던 황 단장은 당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공무원은 국민이 주는 월급을 받고 일하는 사람”이라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꾼정신으로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정관념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깨라고 있는 것”이라며 “주변의 시선에 주눅들지 않고 한 발짝 문을 열고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황 단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그의 꿈은 논산시에 근사한 공원을 하나 만드는 것이다. 올 8월을 목표로 수변위락시설 건립을 위한 공모 절차를 밟고 있다. 이 역시 논산시의 혈세가 아닌 민간기업의 투자로 추진될 예정이다. 또 탑정호에 연내 동양 최대의 출렁다리도 건설할 계획이다. 비록 관광도시로서는 후발주자지만, 그의 남다른 기획력과 구상력으로 ‘낀 도시’가 아닌 ‘신관광지의 중심’으로 거듭날 논산시의 행보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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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7월호

거리의 미술가 KAWS 아트마켓 정상으로 솟아오르다

귀여운 십자 눈으로 젊은 층 사로잡으며 미술계 평정 아트토이, 회화, 조각, 모뉴멘탈 조형물, 패션 망라...방탄소년단도 팬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요즘 미술계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는 이 작가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10년 전만 해도 이름조차 생소했던 무명 작가는 순식간에 글로벌 스타로 등극했다. 각국의 미술기획자, 화랑, 경매사, 디자인업체, 패션업체들은 이 스타를 잡기 위해 여념이 없다. 그의 이름은 카우스(KAWS). 미국인들은 ‘커즈’로 발음하는 이 팝아티스트는 요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밀려드는 온갖 제안을 일일이 챙기기도 힘든 지경이다. 한국에서는 작년 여름 석촌호수에 ‘홀리데이’라는 28m짜리 조형물을 띄워 유명해졌다. 그 작품은 지난 3월 홍콩 빅토리아 하버를 거쳐 미국 뉴저지 해변에 떠 있다. 세계 미술계는 20여 년 전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가 스타로 부상한 이래 대형 스타의 등장이 한동안 뜸했다. 그런데 카우스가 오랜만에 바통을 이어받으며 승승장구 중이다. 심지어 그는 ‘21세기 앤디 워홀’이란 칭호까지 부여받았다. 좀 성급한 찬사이나 지금은 누가 뭐래도 카우스에 의한, 카우스의 시대다. 앞의 두 유명 작가가 글로벌 아트마켓 공략의 필수 요건인 ‘세계성’과 ‘작품의 완결성’을 갖춘 것은 카우스와 똑같다.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 허스트와 쿤스가 메이저 화랑의 발탁으로 스타덤에 연착륙한 것과 달리 카우스는 일본에서 아트토이(art toy)를 만들며 춥고 배고픈 시절을 견딘 끝에 스타가 됐다. 언더그라운드 아티스트로 거리의 공중전화부스와 버스정류장에 낙서나 해대고, 기껏해야 인형과 피규어를 디자인하던 상업미술가가 순수미술 영역의 왕좌까지 차지했으니 그 궤가 확연히 다른 셈이다. 아울러 선배들이 회화, 조각 같은 전통 장르에 머물고 있는 데 반해 카우스는 그야말로 전방위로 활동한다. 회화, 조각, 판화는 물론이고 아트토이, 컬렉터블, 럭셔리패션, 패스트패션, 공공조형물, 심지어 가구와 디자인까지 내놓고 있다. 한마디로 잡식성 아티스트요, 확장형 아티스트다. 크리스티 경매의 스페셜리스트 노아 데이비스는 “카우스는 손을 뻗치지 않는 곳이 없다. 그가 건드리면 안 되는 게 없다”고 평했다. 도시 한복판을 장악(?)하는 초대형 조형물에서부터 작은 손수건까지 카우스라면 죄다 가능하다. 게다가 무엇이든 잘 팔린다. 최근 10년 새 작품 값이 장르에 따라 5~20배씩 뛴 것으로 파악됐다. 컬렉터들을 들썩이게 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정보를 유학생 아들로부터 전해들은 아트컬렉터 K 사장은 최근 강남의 한 미술전시장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나무를 깎아 만든 1m 크기의 피노키오 모양의 카우스 조각이 1억원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K 사장은 아들에게 “만화에 나올 법한 인형이 어떻게 1억씩이나 하냐?”며 혀를 찼다. 30대 초반인 아들이 “인형이 아니라 예술이다.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폭발한다”며 부친을 설득했으나 세대 간 깊은 간극만 확인하고 말았다. @img4 거리미술가 출신으로 아트토이를 만들던 카우스 작품에 대해 “깊이가 없다”며 고개를 돌리는 이가 많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젊은 층은 저항감이 별로 없다. 2030세대는 ‘21세기 앤디 워홀’에 대해 뜨거운 지지를 보낸다. 최근에는 3040세대까지 가세해 “예술이 그렇게 꼭 거창하고 난해해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던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을 똑부러지게 변주한 것도 반갑고, 용돈을 모아 스타 작가의 컬렉터블 아이템을 살 수 있으니 끌린다는 것. 마침내 카우스를 한 점 장만했다면 인스타그램에 올려 만천하에 알릴 수도 있으니 그 역시 짜릿한 일이다. SNS에 푹 빠져 지내는 젊은 세대에겐 카우스가 맞춤한 작가다. 반면에 5060, 6070세대는 대체로 뜨악해한다. “그가 아무리 현 세대 대표 팝아티스트라 해도 예술의 본령은 아닌 것 같다”는 반응이다. 이렇듯 카우스는 뉴 제너레이션과 올드 제너레이션을 가르는 바로미터다. 카우스를 기점으로 신진과 구세대 컬렉터가 나뉜다. 그런데 앞으로의 마켓은 신진 컬렉터가 끌고갈 것이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뉴저지 출신의 카우스는 1974년생으로 이제 고작 45세다. 그러나 “자고 일어나니 유명해졌더라”는 말처럼 잠깐 사이에 엄청난 성취를 일궈냈다. 대학(School of Visual Arts) 시절부터 브라이언 도넬리라는 본명 대신 ‘KAWS’라는 작가명을 써온 그는 거리의 광고패널에 장난기 어린 도상을 추가하는 전복적 작업으로 첫걸음을 뗐다. 캘빈클라인 속옷 광고의 모델을 도마뱀 같은 캐릭터가 휘감고 있는 그림은 지금 봐도 깜찍하다. 이는 훗날 ‘컴패니언(Companion)’으로 확장된다. @img5 그리곤 1997년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의 하위문화를 섭렵하며 장난감 회사와 피규어를 제작했다. 니고(NIGO)라는 디자이너의 의뢰로 본격적인 회화 작업도 전개했다. 당시의 회화 연작 중 ‘킴슨(Kimpsons)-카우스 앨범’(2005)은 지난 4월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무려 1480만달러(약 167억원)에 낙찰돼 화제를 모았다. 만화 심슨 가족의 인물들을 비틀즈 음반의 재킷처럼 패러디한 8점 연작 중 하나인 이 그림은 당초 추정가의 12배가 넘는 금액에 낙찰되며 카우스 회화 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제까지 최고가는 290만달러였다. 경매 직후 악동 뮤지션 저스틴 비버가 인스타그램에 그림을 포스팅해 그가 구매했다는 설도 나왔다. 이후 카우스는 Kurfs 등 여러 도상을 추가로 개발했고,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펼치며 반경을 넓혔다. 하지만 아직은 그저 일본 내 작가일 뿐이었다. 도쿄 파르코백화점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아오야마에 ‘오리지널 페이크(Original Fake)’라는 개인 팝숍을 오픈했지만 신통치 않았다. 이런 그를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씨티은행의 아트디렉터 제프리 다이치였다. 일찍이 낙서화가 키스 해링 등을 발굴했던 다이치는 카우스를 곳곳에 추천했다. 이후 나이키가 주관한 ‘나이키에어포스1 리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유명해졌고, 2008년 프랑스의 상업화랑 갤러리페로탱이 그를 발탁해 마이애미에서 첫 개인전을 열며 서구 마켓에 알렸다. 2010년에는 코네티컷의 앨드리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며 뮤지엄 작가로 진입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차츰 팬덤이 형성되면서 아트마켓 본류에 당당히 발을 들여놓았다. 한국에서는 아모레퍼시픽미술관과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카우스 조각을 수집한 상태다. 초창기 100~500달러였던 카우스의 아트토이는 현재 100종류에 달한다. 소재도 비닐, 목제, 패브릭 등 다양하고 색상과 크기도 여러 종류다. 그중 ‘컴패니언’ 시리즈가 가장 인기가 높고, 미키마우스를 패러디한 토이도 잘 나간다. 나무로 만든 ‘컴패니언’은 1300만원까지 호가해 10배 이상 올랐다. 지난 2017년 5월 뉴욕 MoMA의 디자인숍이 200달러짜리 ‘컴패니언’ 피규어를 출시하자 주문이 몰려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img6 카우스의 조각 또한 버전이 여럿이다. 아트토이보다 크고, 야외조각보다 작은 것은 ‘도메스틱 사이즈’라 부르는데 에디션이 10, 25, 100 등 세 종류다. 당연히 에디션 10짜리가 비싸다. 지난해 7월 필립스 경매에서 1.2m 크기의 ‘컴패니언’이 무려 15만달러(약 1억7000만원)에 낙찰돼 모두를 놀라게 했다. 추정가 2만5000달러를 6배나 상회했던 것. 또한 높이 25ft(7.62m)의 ‘컴패니언’ 시리즈 야외조각 ‘클린 슬레이트’도 지난해 11월 필립스에서 200만달러에 낙찰되며 2016년에 비해 두 배나 올랐다. 회화는 카우스 작품 중 가장 가격이 많이 뛴 아이템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수백만원에 불과했던 그림들이 최근에는 3억원을 상회한다. 지난해 경매에서 추정가 50만달러의 ‘CHUM’(2012)은 240만달러에, ‘Untitled, Fatal Group’은 270만달러에 낙찰되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카우스의 판화 또한 수요가 많다. 회화 가격이 급등하니 판화 고객이 늘었다. 5년 전 2만5000달러였던 판화세트는 현재 10만달러를 호가한다. 이 작가는 패션업계와의 콜라보레이션도 자주 한다. 디올 같은 럭셔리 패션은 물론이고 유니클로와도 협업 중이다. 브라질 출신의 캄파나 형제와 의자(에디션 25), 소파(에디션 8)를 출시했는데 즉시 솔드아웃됐다. 이처럼 카우스는 20만원짜리 아트토이에서부터 100억원을 호가하는 조각과 그림까지 스펙트럼이 매우 넓다. 아트넷에 따르면 2017년 전 세계 경매시장에서 카우스 작품의 총낙찰액은 970만달러였는데 2018년에는 3380만달러로 약 3.5배 상승했다. 평균 낙찰가도 4만272달러에서 8만2063달러로 1년 새 두 배 가까이 올라 가장 상승폭이 높은 작가로 꼽혔다. @img7 더구나 카우스는 그간 상업미술작가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었으나 최근 들어 미술관 전시가 늘며 예술성도 평가받고 있다. 그가 추구했던 전복, 전이, 차용, 확장 개념은 이 시대 예술의 특성을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텍사스, 상하이의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던 작가는 마침내 올봄 세계적인 큐레이터 제르마노 첼란트에 의해 그간의 예술세계를 평가받았다. 홍콩컨템포러리아트재단은 첼란트에게 의뢰해 새 뮤지엄 PMQ에서 ‘카우스: ALONG THE WAY’라는 매머드 전시를 개최해 담론을 만들었다. 카우스에게는 골수팬이 많다. 더없이 친근하고 귀여운 작업이란 점이 일차적 요인이다. 머리 아프고 쇼킹한 작품과는 달리, 보고 있노라면 절로 즐거운 데다 의외로 주제의식이 또렷하다는 것이 마니아들의 주장이다. 가수이자 음악PD인 스위즈 비츠는 “카우스가 무명이던 때부터 주목했는데 그가 메인스테이지 작가가 되리라 여겼던 사람은 극소수였다”고 전했다. 앤디 워홀 회화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뉴욕의 무그라비 형제도 막강 자본력을 무기로 카우스 작품을 연달아 사들이고 있다. 이 같은 상승세에도 한쪽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카우스가 과연 미술사에 남을 작가냐는 논란이 그것이다. 미술비평가인 호세 바에르는 “카우스는 나이스한 작가지만 그의 작업은 20, 30년 반짝하고 말 것”이라고 일갈했다. 과연 이 같은 비판을 뚫고 카우스가 롱런할지, 그의 ‘컴패니언’은 계속 사랑받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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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7월호

다낭(沱㶞)보다 빛나는 ‘호이안(會安)의 추억’

| 조용준 작가 digibobos@newspim.com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이 증명하는 것처럼 동남아 지역으로의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이 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것은 일본과 동남아 등 중·단거리 노선에서 저렴한 가격의 항공권 구입을 원하는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1분기 전체 항공시장에서 저비용항공사들의 분담률은 32.2%로 지난해 같은 기간 29.5%보다 2.7%포인트 상승했다. 동남아 국가 가운데서도 최근 가장 높은 관심이 쏠리는 곳은 비엣남(베트남)이다. 지난번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의 정상회담도 있었고, 최근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비엣남이 뜻밖의 수혜자가 돼 투자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비엣남에서도 가장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곳은 단연코 다낭(Da Nang, 沱㶞)이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택시로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뛰어난 접근성에다, 호텔 문을 나서면 바로 펼치지는 해변이 끝없이 이어지는 등 관광지로서의 조건을 두루 충족시켜 준다. 다낭 시내에서 5km 떨어져 남중국해와 닿아 있는 미케(My Khe) 해변은 비엣남에서 유명한 해변 중 하나다. 해변의 길이에 비해 개발이 덜 된 편이라 조용하고 한적하다. 20km에 이르는 백사장은 1970년대 비엣남 전쟁 당시 미군의 휴양소로 사용됐다. 현재 다낭에는 대형 리조트와 호텔 건물이 계속 지어지고 있다. 다낭이 소비도시로 진화하고 있는 데는 엄청난 수로 밀어닥치는 한국 관광객이 대단한 공헌을 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 이곳에서는 “1달러” 혹은 “만원”을 외치는 호객꾼이나 상인들을 흔히 마주칠 수 있다. 다낭의 지명은 참어(占語, Cham language)의 ‘Da Nak’에서 유래하는데, 이는 ‘큰 강의 입구’라는 뜻이다. 이 도시의 기원은 192년 말레이계인 참족(占族, ‘짬파’나 ‘호이’라고도 한다)이 세운 참파 왕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부터 다낭은 참족의 중요 거점으로 번영을 누렸다. 1847년 두 명의 프랑스인 선교사, 도미니크 레페브르(Dominique Lefèbvre) 주교와 뒤클로스가 당시 응우옌 왕조(1802~1945)가 지배하던 다낭에 은밀히 들어왔다가 수감됐다. 이들을 구출하고 비엣남에서 가톨릭 포교의 자유를 얻어내기 위해 프랑스 해군은 2대의 전함과 라피에르 대령을 다낭에 보냈다. Wimg3 라피에르 대령은 레페브르 주교가 이미 자유의 몸이 돼 싱가포르로 가는 길이었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그래서 1847년 4월 14일과 15일에 걸쳐 프랑스 함대는 비엣남과 포격전 끝에 다낭 항에 정박 중이던 비엣남의 전함 여덟 척을 침몰시키고 도망쳐 나왔다. 1858년 프랑스는 나폴레옹 3세의 명령으로 가톨릭 선교사들에 대한 비엣남 조정의 박해를 응징한다는 명분으로 비엣남 조정에 프랑스군 주둔을 강요하고자 전쟁을 개시했다. 이로써 비엣남과 프랑스는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했다. 1858년 9월 1일 프랑스 해군은 다낭을 점령하고, 투란(Tourane)이라고 불렀다. 이후 다낭은 프랑스령 인도차이나의 5대 도시 중 하나가 됐다. 1963년 비엣남 전쟁이 발발하자, 다낭은 월남군과 미군의 주요 공군기지로 활용됐다. 그때부터 다낭의 인구가 100만명 넘게 증가했다. 1968년 응우옌 왕조의 도읍지였던 ‘후에(Hué, 順化) 전투’의 여파로 후에에서도 많은 사람이 다낭으로 피신했다. 1997년부터 다낭은 비엣남의 네 번째 직할시가 됐다. 그런데 다낭이 인기 좋은 휴양지가 되고 있는 데에는 호이안(Hoi An, 會安)이란 조그만 도시가 커다란 배경으로 작용한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 마을을 지닌 유서 깊은 도시가 3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지근거리에 있는 것이다. @img4 16세기 말과 17세기 초 호이안은 호아이퍼(Hoaipho), 파이포(Fayfo 혹은 Faifo)라 불렸다. 당시 호이안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 대만, 일본, 오키나와 등과 매우 활발하게 해상무역을 전개하던 번성한 교역도시이자 항구였다. 따라서 당시의 건물들이 비교적 잘 보존돼 있고, 그런 건물들이 주는 정취가 매우 독특하다. 중국의 푸젠성이나 광둥성, 하이난 상인들의 조합건물(회관)이 지금도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배경이 예뻐서 사진이 잘 나오기에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는 경주 한복 투어나 교토 기모노 투어처럼 아오자이 투어가 유행이다. 일례로 광둥성 어부들과 상인들에 의해 1885년 세워진 조합 건물인 광둥회관은 호이안은 물론 비엣남 전체에서 가장 유명한 역사적 건축물의 하나다. 건물에 들어간 자재들은 모두 광둥성 현지에서 제작해 배로 실어온 다음 이곳에서 조립해 건물을 완성했다. 그러니 건물 하나도 엄청난 노력의 산물이고, 이곳이 그만큼 중요한 항구였다는 사실의 방증이기도 하다. 광둥회관이나 푸젠회관 모두 항해의 수호 여신인 마조(媽祖) 혹은 천상성모(天上聖母)를 모시고 있다. 화교의 진출과 함께 마조 신앙도 동남아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지로 퍼져나가 각지에 마조의 사당이 건립됐다. 대만에서 마조는 여러 신 가운데서도 옥황상제만큼이나 인기가 높다. 오키나와에도 마조의 사당이 있는데, 이는 섬이라는 지역적인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img5 일본도 이곳에 일찍부터 진출했다. 기록에 의하면 임진왜란이 발발한 1592년부터 일본 상인들이 나가사키로부터 출발한 주인선(슈인센)을 타고 와 활발하게 교역을 시작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나 이후의 도쿠가와 막부는 무역을 허가하는 증서를 발부했는데 이를 주인장(슈인죠)이라 하며, 도착지가 명기된 공문서로 소지자가 승선한 배가 해적선이 아닌 상선임을 증명했다. 주인장을 가지고 무역을 했던 배이므로 ‘주인선’이라 부르는 것이다. 일본 상인들은 도자기와 무기, 수정, 가구류, 금속 제품 등을 갖고 와 이를 실크와 목재, 옻가루, 계피, 제비집, 침향, 호박이나 석영 등과 교환해 갔다. 당시 일본 주인선은 동남아 19곳 항구에서 교역했는데, 그중 22.7%가 호이안을 담당했다. 특히 몬순 시즌에는 대다수 주인선이 호이안에 머물렀고, 그 과정에서 일본인들이 이곳 주민과 결혼하는 경우도 많았다. 개중에는 응우옌 왕조의 신임을 얻어 자신의 딸을 왕의 측실로 들여보내고 호이안의 거부가 된 사람도 있었다. 17세기 초에는 이곳에 거주하는 일본 상인들과 가족이 1000여 명에 이를 정도였다. 이런 교역의 흔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이 바로 지금 내원교(來遠橋)라 불리는 일본 다리다. 말 그대로 멀리서 온 사람들을 위한 다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호이안에 정착한 일본 상인들이 1593년에 만든 길이 18m의 자그마한 이 다리는 돌로 이뤄졌고, 양쪽에 각기 두 마리의 원숭이와 개를 장식했다. 당시 이 다리 왼쪽에는 일본인 거주지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중국인 거주지가 있어서 이 둘을 연결하는 통로 역할을 했다. 내원교는 다리를 만들 당시에는 이름이 없었다. 1719년 다리 중간에 아주 자그마한 사당을 만들면서 지금의 이름이 붙었다. 이 사당 역시 바다의 여신인 마조 신을 모신다. 지금의 외양은 중간에 개축하면서 중국과 베트남 양식이 추가된 것이라, 다리를 만들 당시의 원래 모습과는 매우 다르다고 한다. 호이안에서는 올드 타운 구경에 그치지 않고 반드시 보아야 할 공연이 있다. 바로 ‘메모리즈 쇼(Memories show)’다. @img6 호이안을 끼고 있는 투본 강의 커다란 섬에는 ‘임프레션 테마파크(Impression Theme Park)’라고 하는 민속촌 비슷한 곳이 있다. 이곳에서 저녁에 공연하는 메모리즈 쇼는 그 웅장함이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여타 공연과 확연하게 다르다. 섬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한 야외무대(2만5000㎡)에서 벌어지는 공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야구장 관중석만큼이나 넓은 관람석은 무려 3300명 규모다. 공연에 참여하는 인원만도 500명이 넘는다. 한마디로 비엣남 최고, 최대의 공연이다. 메모리즈 쇼는 유명한 중국 장이머우 감독의 인상여강가무 쇼에 비견될 만큼 웅장한 서사성과 예술성을 보여준다. 특히 1km가 넘는 조명도로는 공연 내내 압도적인 광경을 선사하고, 적절한 첨단 조명 기술과 정교한 사운드 효과, 화려한 안무와 무대 디자인을 대규모로 적용해 많은 부분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공연은 400년 역사를 지닌 매력적인 무역 항구도시 호이안의 과거와 현재를 소개한다. 옷감을 짜는 아름다운 비엣남 여성과 비엣남 전통 의상 ‘아오자이’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됐다. 5막으로 구성된 공연은 제1막 ‘생명’, 제2막 ‘결혼식’, 제3막 ‘전등과 바다’, 제4막 ‘호이안 국제항구’, 제5막 ‘아오자이’로 이어진다. 다낭과 호이안을 떠올릴 때마다 잊히지 않는 추억으로 남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다낭과 호이안을 생각할 때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아픈 상처도 있다. 호이안 인근은 비엣남을 남북으로 나누는 북위 17도선이 지나가는 곳으로, 비엣남 전쟁 때 한국군이 주둔했던 지역이라서 민간인 학살지도 집중돼 있다. 호이안 일대에서는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기에 인근 마을인 빈호아, 퐁니·퐁넛, 하미마을 등에서 참혹한 민간인 학살이 발생했다. 특히 빈호아는 청룡부대가 1966년 12월 3~6일 민간인 430명을 사살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마을에는 희생자 이름이 새겨진 위령비가 있고, ‘한국군 증오비’에는 “하늘까지 닿을 죄악, 만대를 기억하리라”고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런 민간인 학살 문제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비엣남 방문 당시 유감 표명으로 외교적으로는 해결됐지만, 민간 차원의 참담한 기억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다낭과 호이안에서 여행의 들뜬 마음으로 방종하는 일은 되도록 자제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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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7월호

여름 앞두고 다이어트 중 복통 잦다면 담석증 의심해야

| 최유신 중앙대병원 간담췌외과 교수 직장 여성 김모(32) 씨는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과식을 하면 위경련이 반복되곤 한다. 병원을 찾았더니 위염과 스트레스성 위경련이라고 해 약을 먹어봤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최근 여름철을 앞두고 다이어트를 위해 열심히 운동하다 오른쪽 배 윗부분이 쥐어짜듯 심하게 아파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다. 그는 복부초음파 검사 결과 ‘담석증’ 진단을 받았다. 비만, 여성, 40대, 임신 4F가 부르는 담석증 담석증은 간에서 생성된 소화액인 담즙이 담낭(쓸개) 내에 침착, 돌처럼 굳어져 염증이나 폐쇄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주로 육류나 튀김 등 기름진 음식의 과도한 섭취 습관으로 인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생성된다. 고지방 식습관 및 비만 등이 주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대규모 임상연구에서 중등도의 과체중 상태도 담석증 발생의 위험도를 높인다는 결과가 나왔다. BMI≥45인 고도비만 여성 환자들과 BMI≤24인 정상 성인 여성을 8년간 관찰한 결과, 고도비만군에서 담석 발생률이 7배 이상 증가한다고 보고되고 있다. 담석증의 전통적인 주요 위험인자로는 4F로 불리는 비만(Fatty), 여성(Female), 40대 이상의 나이(Forties), 임신(Fertile)이 꼽힌다. 여성은 임신으로 인해 호르몬 불균형이 초래되고, 나이가 들수록 담즙으로 더 많은 콜레스테롤을 분비해 담낭의 움직을 감소시키는 경향이 있어 남성에 비해 담석이 잘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나친 금식·지방섭취 제한, 담석증 위험 최근에는 40대 이상의 비만 여성뿐만 아니라 20~30대 젊은 여성에게서도 담석증 유병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20~30대 담석증 환자 수가 2013년 1만8873명에서 2018년 2만4202명으로 30% 가까이 증가했으며, 특히 2018년 여성 환자가 1만4601명으로 남성 환자보다 1.5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스웨덴 칼로린스카연구소가 실험을 통해 국제비만저널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초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의 담석증 비율이 저칼로리 다이어트를 한 사람들보다 3.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수술을 받게 된 사람도 3.2배 더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이어트를 위해 장기간 금식을 하거나 갑작스럽게 지방 섭취를 과도하게 제한하면 간은 담즙으로 콜레스테롤을 추가 분비하게 되고 그로 인해 담낭의 기능이 저하돼 담즙을 제때 배출하지 못하게 되므로 담석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예방과 치료, 적절한 영양섭취·담낭절제술 등 담석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갑작스럽게 지방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거나 지나친 금식이나 절식, 황제 다이어트, 원-푸드 다이어트 등 불규칙한 식습관을 삼가고 균형 있는 식단으로 적절한 영양을 섭취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담석증의 치료법으로는 ‘복강경 담낭절제술’이 시행된다. 복부에 1~3개의 구멍을 뚫고 카메라와 수술기구를 넣거나, 로봇 수술 장비를 활용해 담낭을 절제한다. 흉터를 최소화하고 빠른 회복이 가능해 수술 1~2일 후 퇴원할 수 있다. 담석이 있더라도 증상이 없는 사람은 적절한 간격으로 체크만 받으면 되지만, 담석으로 인한 증상이 있거나 증상이 없더라도 크기가 큰 담석, 국소적 담낭벽 비후가 동반된 경우에는 반드시 담낭절제 수술을 받아야 한다. 방치하면 경미한 담낭염이나 담관염에서부터 담낭천공, 복막염, 패혈증 등 심각한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담석증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거나 다이어트 중 복통이 반복되거나 명치가 더부룩한 느낌이 들면 복부초음파검사 또는 CT촬영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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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유통의 ‘판’이 바뀐다

온라인쇼핑, 2015년 50조원서 3년 만에 100조원대...유통 40% 점유 스마트폰 인공지능 첨단기술 도입에다 2030세대 소비시장 본격 유입 대형업체 뛰어드는 e커머스, ‘출혈경쟁-만성적자’ 쉽지 않은 전쟁터 | 박준호 기자 jun@newspim.com 소비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쇼핑을 위해 거리로 나가지 않는다. 대신 출근길 버스에서 주말에 입을 옷을 사고, 퇴근 후엔 침대에 누워 내일 아침 먹거리를 주문한다. 이들은 쇼핑을 손가락으로 해결한다. 물류 기술의 발달로 빠른 배송 시스템이 보편화하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됐다. 바야흐로 ‘엄지쇼핑족’의 시대다. 온라인으로의 소비 이전은 유통업계의 헤게모니도 빠르게 변화시켰다. 수십년간 국내 유통산업을 주도해온 백화점, 대형마트 등의 전통 채널은 온라인에 잠식당해 구조적 침체기에 접어들었다. 매년 늘어나는 인건비와 오프라인 유통 업태를 겨냥한 정부의 영업 규제도 전통적 소매업의 몰락을 가속화했다. 반면 온라인쇼핑 시장의 성장세는 매섭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22.6% 늘어난 111조8939억원으로 사상 처음 100조원을 돌파했다. 2015년 50조원대였던 것을 고려하면 불과 3년 만에 똑같은 크기의 시장이 하나 더 생겨난 셈이다. 올해에는 온라인쇼핑 시장의 규모가 약 13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백화점, 할인점 같은 오프라인 채널 대부분이 성장률이 정체되거나 역성장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소비의 무게추도 확연히 옮겨갔다. 국내 유통업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쇼핑이 차지하는 비중은 5년 전 27.8%에서 지난해 37.9%까지 치솟았다. 올해 3월에는 매출구성비가 41%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구성비는 각각 18.6%, 22.0%에 그쳤다. 대형마트의 경우 5년 새 매출 비중이 6.4%포인트나 줄며 온라인과 격차가 커졌다. 온라인은 뛰는데 오프라인은 뒷걸음질이다. 지난해 온라인 매출 신장률(15.9%)은 오프라인(1.9%)의 8배가 넘는다. 이마저도 편의점을 제외하면 대형마트는 오히려 2.3% 역신장했다. 온라인과 경쟁이 가장 치열한 채널인 대형마트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드는 형국이다. e커머스의 독주...대형 유통업체 설 땅이 없다 이 같은 유통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전체 소매판매액에서 온라인쇼핑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4.4% 수준이다. 매년 20%씩 성장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오는 2023년쯤 전체 소매시장의 절반에 육박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100만원을 쓰면 50만원은 온라인에서 쓴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올해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온라인쇼핑(103)은 기준치를 넘어 긍정적 전망이 우세한 반면, 대형마트(92)·백화점(89)·슈퍼마켓(82)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채널은 상대적으로 부정적 전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둔화와 소비 양극화 등 거시적 여건뿐 아니라 소비 패턴의 변화, 온라인 채널의 침투 등 구조적인 수요 감소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결국 오프라인은 점차 온라인 채널로 대체되며, 오프라인 내에서도 백화점·할인점과 같은 전통 채널의 입지는 줄고 면세점·편의점 등 신흥 채널은 성장한다. 올해도 온라인 사업자의 공격적인 마케팅과 차별화 전략에 따라 온라인으로의 소비 이전은 지속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 같은 유통 헤게모니의 이동을 초래했을까. 여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우선 주 소비층이 달라졌다.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에서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세대)로 이어지는 2030세대가 소비시장에 본격 유입되면서 스마트 컨슈머 집단이 형성됐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온라인에 친숙한 세대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쇼핑하기보다는 편리성과 가성비 등을 고려해 모든 것을 온라인에서 해결하려는 습성이 강하다. 1인가구의 증가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 성장 기회를 제공했다. 사업자의 증가도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기존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 쿠팡 등 전통 e커머스 업체뿐 아니라 유통 대기업인 롯데와 신세계도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했다. 여기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IT 기반 플랫폼 커머스도 가세해 온라인 시장의 파이를 키웠다. 첨단기술 발전, 대형마트엔 악몽 e커머스엔 기회 무엇보다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한 사업 환경의 변화가 유통업계의 운명을 가른 가장 큰 변수로 꼽힌다. 지난 2000년 태동한 국내 e커머스 시장은 초기 2조원대 규모에서 지난해 110조원대로 연평균 25.9%씩 급성장해 왔다. 이 같은 성장세는 ICT의 발달과 그 궤를 같이한다. 초고속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인터넷쇼핑이 성장했고, 케이블TV 보급이 늘며 TV 홈쇼핑 시장이 확대됐다. 2012년에는 T커머스, 2014년부터는 모바일쇼핑이 ICT 발전의 수혜를 보며 소매시장에 빠르게 침투했다. 특히 스마트폰 보급률 확대와 결제수단 다양화는 e커머스 시장에 날개를 달아줬다. 지난해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68조8706억원으로 전년 대비 31.7% 증가했다. 온라인쇼핑 거래액 중 모바일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17.0%에서 지난해 61.5%로 확대됐다. 2010년 전후로 시작된 스마트폰 확산 이후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모바일쇼핑은 어느덧 온라인 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채널로 거듭났다. 온라인상 모든 거래를 모바일로 하는 시대도 멀지 않다. 여기에 인공지능, 5G, VR·AR 등 e커머스의 성장을 재촉하는 신기술도 잇달아 쏟아졌다. 이 같은 ICT 발전으로 기존의 전통적인 유통 밸류체인은 파괴되고 시장은 빠르게 재구성됐다. 오프라인 할인점의 마지막 경쟁력이었던 신선식품마저도 온라인 구매가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수산물의 온라인 거래액은 2조8717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증가했다. e커머스 업체들의 신선식품 유통 노하우도 좋아졌고 당일 배송 시스템도 잘 갖췄다. 대형마트 큰손인 주부 고객층이 온라인으로 급속히 이탈해 나간 배경이다. 정부의 각종 노동 정책도 특히 대형마트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수익성 감소는 물론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일선 매장의 영업시간 단축으로 기존점 매출마저 줄어들었다. 정부의 영업 및 출점 제한 등 각종 규제 정책도 대형마트 업황 하락의 주된 요인이다. 특히 2012년부터 시행된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제는 하락세를 더욱 부추겼다.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 휴업을 강제한 지 7년이 지났지만, 기대했던 전통시장 활성화 대신 온라인쇼핑 업체들의 반사이익 효과를 불러왔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일요일이면 소비자들은 시장을 찾는 대신 스마트폰을 켜서 생필품을 구매한다. 결국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유통 대기업들도 생존을 위해 온라인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올해 신세계그룹은 온라인 통합법인을 새롭게 출범했고, 롯데그룹 역시 e커머스 사업부 투자를 본격화했다. @img4 유통 공룡도 뛰어든다... 출혈경쟁 불가피 온라인의 중요성을 외치면서도 행동은 다소 소극적이던 과거 모습과는 사뭇 다른 위기감이 느껴진다. 신세계는 할인점과 백화점의 온라인 사업부를 따로 분리한 데 이어 1조원 규모의 외부 투자까지 유치했다. 롯데 역시 그룹 내 유통 7개사 통합 플랫폼 구축에 3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하지만 e커머스 시장은 쉬운 싸움터가 아니다. 기존 온라인 플레이어들의 공격적 행보도 만만치 않은 데다 출혈 경쟁으로 인해 돈을 버는 업체가 손에 꼽히는 적자 구조의 시장이다. 유통업체와 소비자 간의 정보 격차가 크게 줄어든 시장 구조 특성상 지배적 사업자가 되더라도 오프라인에서 기록하던 높은 수익성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견해다.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 있다간 결국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유통 대기업들 사이에 팽배하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12년 이후 소매시장 성장률은 GDP 성장률을 하회하고 있고, 업태별 성장률도 대형마트·백화점·슈퍼마켓 등 대부분이 정체되거나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저성장 구조의 고착화와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고령화 가속화 등에 따라 국내 전체 소매유통시장 규모는 장기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소비패턴 변화로 규모의 경제를 받치던 대규모 점포망도 무용지물이 됐다. 중기적으로 제한된 소매유통시장 성장 속에서 민간 소비의 증가분을 e커머스 채널이 독식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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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피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

| 조용준 편집위원 digibobos@newspim.com 1837년 1월 27일 오후. 푸시킨(Aleksandr Sergeevich Pushkin, 1799~1837)은 오랜 버릇대로 네프스키(Nevsky) 거리 18번지에 있는 단골 ‘문학 카페(Literaturnoye Kafe)’에 들렀다. 문학과 예술, 삶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누던 동지이자 친구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추운 겨울날씨이었음에도 그의 목은 자꾸 타들어 가고 있었다. 그는 따뜻한 홍차 대신 차가운 레모네이드를 시켰다. 그가 앉은 2층 창가 자리 아래로 모이카(Moyka) 강이 내려다보였다. 강이라기보다는 좁은 운하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했다. 그 건너편 아래쪽으로 ‘그리스도 부활 성당(Cathedral of the Resurrection of Christ)’, 일명 ‘피의 사원’이 보였다. 러시아 알렉산드르 2세(알렉산드르 니콜라예비치 로마노프, 1818~1881)는 조선의 정조와 같았다. 정조(1752~1800)가 노비도 백성이며, 노비들을 해방시킴으로써 조선의 국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근대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던 것처럼 그 역시 농노제 폐지에 앞장섰다. 알렉산드르 2세는 마침내 1861년 농노제를 폐지함으로써 4000만명의 농노가 자유로운 몸이 됐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법적 조처’였다. 그는 이에 그치지 않고 러시아에 대한 일대 개혁에 나섰다. 지주들에게 일임되던 지방 행정은 지주, 농민공동체, 도시민 세 계층이 모두 대의원으로 참여했다. 새로 개편된 법원은 ‘만인에게 평등한 법’이라는 이상을 실천해야 했고, 귀족도 군대에 가야 했다. 그러나 이는 그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추진한 개혁이었다. 보수 반동의 반발에 그는 여러 차례 암살 위기를 넘겼고, 그가 가는 곳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1881년 3월 13일 그의 마차에 폭탄이 다시 날아들었다. 프랑스 나폴레옹 3세가 선물한 방탄 마차 덕에 호위병과 마부만 다치고 황제는 무사했다. 그러나 그가 다친 호위병들을 살피러 마차 밖으로 나오는 순간 두 번째 폭탄이 터졌고, 황제는 그 자리에서 즉사했다. 성당에 어울리지 않게 ‘피의 사원’ 혹은 ‘피의 구원 사원’, ‘피 흘리신 구세주 교회’ 등의 이름이 붙게 된 것은 알렉산드르 2세가 흘린 피 위에 성당을 지었기 때문이다. 이제 잠시 후면 푸시킨도 어떤 식으로든 피를 흘려야 했다. 그는 오후 5시 시내 외곽의 체르나야 레흐카(Chernaya Rechka, Black River)에서 권총 결투를 앞두고 있었다. 물론 푸시킨은 권총 결투가 처음이 아니었다. 푸시킨이 처음으로 결투 신청을 했을 때의 나이는 고작 17세였다. 이후 스무 번 이상 결투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중 실제 결투가 이뤄진 것은 세 번이었다. 이번 네 번째 결투는 친구들 대부분이 모르는 상태에서 성사됐다. 또한 일반적으로 25~30걸음 밖에서 총을 쏘는 조건이지만, 이번 경우는 단지 10걸음 밖에서 쏘는 것으로 결정됐다. 게다가 그와 마주 보고 총을 쏘아야 할 상대방 조르주-샤를 당테스(Georges Charles d’Anthes) 남작은 군인이었다. 당테스는 네덜란드 대사의 입양아였으며, 잘생기고 대담한 프랑스인으로 차르(황제)의 군대에 합류해 경력을 쌓았다. 그가 군인이었음에도 푸시킨은 그와 결투를 해야 했다. 아내인 나탈랴(Natalya)와 불륜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테스는 나탈랴의 제부, 즉 동생 예카테리나의 남편이었다. 결투에서 총을 먼저 쏜 사람은 당테스였다. 푸시킨은 그동안의 대결에서 먼저 총을 쏜 적이 없었다. 복부에 총알을 맞은 푸시킨은 권총을 떨어뜨린 채 쓰러졌다. 일어서지도 못할 상태였지만 푸시킨은 응사하겠다고 고집을 피워 입회인이 건넨 두 번째 피스톨로 겨우 총알을 발사했다. 그 총알이 당테스의 오른팔과 갈비뼈 두 개를 부러뜨렸다. 그는 썰매에 실려 가까스로 집에 돌아왔다. 러시아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 푸시킨은 이틀 후 죽었다. 우리가 1980년대 이발소나 허름한 경양식집에 걸린 액자로 처음 접했던 저 유명한 시의 한 구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를 노래한 시인의 죽음이었다. 다들 이 시의 첫 구절만 알기에 다음 구절을 보도록 하자. 우울한 날들을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그리고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리니 푸시킨은 장례식도 치르지 못했다. 결투에 의한 사망은 자살과 마찬가지라는 대주교의 교리로 인해 이삭 성당에서 치를 예정이던 장례식은 취소됐다. 그의 시신은 프스코프 스바토고르스키 수도원, 그의 모친 무덤 옆에 안장됐다. 시인의 집엔 그의 친필 원고 사본과 문구류, 장서가 1837년 당시 모습대로 전시돼 있다. 서재 시계는 1월 29일 새벽 2시 45분 시인의 사망 시각에 멈춰 있다. 그러나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흘린 피는 푸시킨과 알렉산드르 2세에서 그치지 않는다. 우선 이 도시의 출발부터가 심상치 않다. 상트페테르부르크라는 이름은 이 도시의 수호자가 성 베드로(St. Peter)라는 사실과 이 도시를 만든 사람이 표트르 대제(Peter I the Great, 1672-1725), 즉 표트르 1세라는 사실을 동시에 알려준다. 바이킹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표트르 대제는 조국을 유럽의 제국으로 발돋움시키려는 야망에 불타올랐다. 그리해서 발틱해를 향해 있는 네바 강 하구 음침한 섬들과 늪지대를 새 도읍지로 정했다. ‘미친 짓’이었고, 사람들은 조소했지만, 표트르 대제는 스스로 오두막에 기거하며 공사를 독려했다. 전 국토의 석조 건축을 금지시키고 모든 자재를 네바 강 하류로 집결시켰다. 100개의 섬을 365개 다리로 이은 오늘날 상트페테르부르크는 그렇게 탄생한 인공의 운하 도시, 매우 넓은 베니스다. @img4 그러나 이렇게 되기까지 그 얼마나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겠는가. 이는 중국의 만리장성이 ‘인골장성(人骨長城)’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도시 건설을 위해 러시아 전역에서 농민들이 징집됐고, 스웨덴 전쟁포로들도 투입됐다. 무려 40년 동안 10만명 이상이 늪지대에 묻혔다. 그들의 피눈물 위에 세워진 도시가 바로 상트페테르부르크다. 그러므로 이 도시는 이름에 ‘베드로’를 넣지 말았어야 마땅하다. 피의 결정판은 역시 에르미타쥬(Hermitage) 박물관 앞의 왕실 광장이다. 에르미타쥬는 네바 강을 향해 네프스키 대로를 죽 걷다 보면 저절로 나온다. 높이 74m의 알렉산드르 1세 탑이 이방인을 먼저 맞이하고 그 주변은 황량하기까지 할 정도로 드넓은 왕실 광장이다. 이 광장에 오면 진한 피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마침내 사건이 벌어졌다. 1905년 1월 22일, 페테르부르크의 하늘은 맑게 개어 있었다. 그날 아침 굶주림에 지친 노동자들이 조용히 길거리를 행진하기 시작했다. 여느 때라면 교회에 갈 시간이었지만, 이날 그들의 발걸음은 궁전을 향했다. 그들은 차르에게 급료를 올려 달라고 청원할 생각이었다. 행진 대열은 점점 불어나 급기야 20만명을 넘어섰다. @img5 민중의 행렬은 이날 오후 2시 광장에 집결했다. 대열 앞에는 ‘병사여, 인민을 쏘지 말라’는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막아선 황제의 군대는 자신들의 혈육을 향해 일제 사격을 했다. 뒤이어 대포도 여러 발 발사됐다. 이 일제 사격으로 1000명 이상의 노동자가 피를 흘리며 눈 위에 쓰러졌다. 그다음에는 황제의 기병대가 칼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거룩한 주일’이 ‘피의 일요일’이 되고 말았다. 이 사건을 계기로 노동자 파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러시아가 혁명의 불길에 휩싸여 들어간 것이다. 이날 행렬은 브치로프 공장에서 노동자 3명이 부당 해고를 당한 것이 시초였다. 지금도 세계 곳곳의 자본이 그렇게 하고 있지만, 이들의 부당함을 억누른 것이 사태를 키웠다. 역사를 바꾸는 대사건은 늘 이렇게 시작한다. ‘피의 일요일’에 흘린 피도 2차대전 중 ‘레닌그라드 봉쇄(Leningrad Blockade)’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1941년 8월 히틀러는 레닌그라드를 함락하지 않고 굳게 봉쇄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치열한 시가전으로 전력을 소모하기보다 시민들을 굶겨 항복시키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독일군은 무려 872일, 거의 2년 반 동안 레닌그라드에 모든 음식과 연료 공급을 차단했다. 1944년 마침내 레닌그라드 포위망이 무너지기까지 100만명, 전쟁 이전 인구의 3분의 1이 기아나 질병으로 사망했다. 그런 와중에도 레닌그라드는 결코 항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여전히 작동했다. 최악의 절망 상황에서도 레닌그라드 공장은 모스크바 방어에 사용할 대포와 박격포, 포탄을 생산해 냈다. 에르미타쥬 박물관은 필사적 노력으로 소장품 절반을 열차에 실어 우랄 산맥 너머로 피란시켰다. 폭격으로 철도가 끊겨버리자 남은 소장품들은 건물 지하로 옮겨졌고, 약탈로부터 소장품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노력을 기울였다. @img6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훗날 ‘레닌그라드’라는 명칭으로 불리게 될 7번 교향곡의 초고를 폭격 소리에 맞춰 작곡했다. 1942년 3월 5일 볼가에서 초연된 교향곡은 그해 8월 볼쇼이 극장 오케스트라에 의해 레닌그라드에서도 연주됐다. 이 공연은 “인류와 빛이 결국은 승리하게 될 것이라는 믿음에 대한 예언적 확인”이라는 말과 함께 라디오를 통해 전국으로 방송됐다. 이후 이 곡은 파시스트의 위협에 대항해 단결한 모든 국가의 인내와 생존 정신의 상징이 돼, 1942년 미국에서만 62회나 공연됐다. 봉쇄가 끝났을 때 단 64만9000명만이 도시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보여준 불굴의 의지와 믿기지 않는 용기도 함께 남았다. ‘트로이도 로마도 함락됐지만, 레닌그라드는 함락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새로운 역사가 됐다. 도스토예프스키와 푸시킨의 도시이자 전설의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가 춤을 추던 마린스키(Mariinsky) 극장과 체호프의 ‘갈매기’가 초연된 알렉산드린스키(Alexandrinsky) 극장이 있으며, 림스키-코르사코프, 차이코프스키, 프로코피예프,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등 불멸의 작곡가들을 배출한 콘서바토리(conservatory)와 에르미타쥬 박물관이 있는 도시. 러시아 혁명의 중심으로 한때 레닌그라드라 불렸던 정치적 격변의 용광로, 상트페테르부르크. 많은 사람이 이곳을 가길 희망한다. 그러나 이곳에 가려면 이 도시에 깊게 밴 피의 냄새를 미리 알아야 한다. 이렇게 피로 점철된 도시가 위대한 예술도시로 거듭났다는 사실은 죽음과 예술이 곧 한 묶음의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말해주는 것일까? 그리하여 죽음의 미학으로 부활을 꿈꾸는 도시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흥건한 피 내음을 가시게 하기 위한 씻김굿으로 예술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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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바닥권 고미술시장에 아트페어 등장

젊은 그대, 우리 ‘옛것’에 빠져보아요 레트로가 아니라 이제 뉴트로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그 사무실에 들어서면 조선시대 약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강렬한 색채의 현대미술품들 사이로 낡은 목제 약장은 은은한 빛을 뿜어내며 방문자를 맞는다. 약장에는 쉰 개가 넘는 작은 서랍이 열과 오를 맞춰 가지런히 매달려 있다. 비례와 균형미가 일품이다. 목기 표면은 세월의 더께를 고스란히 머금어 반들거린다. 조선의 이름 없는 장인이 정성껏 만든 목가구는 화려무쌍한 현대미술품을 조용히 받쳐주며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해제시킨다. 현대의 사무공간에 운치를 더해 주는 이 약장의 주인은 서울 경복궁 서편 갤러리아트사이드의 이동재(61) 대표다. 이 대표는 인사동에서 통의동으로 화랑을 옮길 때도 목제 약장부터 챙겼고, 요즘도 매일 약장 옆에서 업무를 본다. 그를 만나러 사장실을 찾는 이들은 골동약장을 보곤 ‘근사하다’며 찬사를 터뜨린다. 심지어 사라는 그림은 안 사고, “약장을 넘기라”고 조르는 손님도 있다. 모두들 조선의 옛 목기가 첨단 공간과 잘 어울린다는 사실에 감탄을 연발한다. 이동재 대표는 “어떤 쇼킹한 현대미술품을 가져다 놓아도 목기와 잘 어울려 신기할 때가 많다. 아마도 목소리가 높지 않고 은근해서 그럴 것이다”라고 했다. 이렇듯 눈 밝은 이들 주위에는 옛 목가구라든가 민화, 도자기, 석물, 민예품이 한두 가지씩 꼭 자리해 있다. 마치 공간의 ‘조용한 액센트’처럼 말이다. 하지만 대다수 현대인들에게 골동품은 그저 고리타분한 물건이 된 지 오래다. 아파트와 빌라가 널리 보급되며 주택 구조가 달라지고 사무실도 빠르게 현대화되면서 이제 고미술품은 자취를 감췄다. 그저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대상이 된 것. 사실 천장이 낮은 한옥에 어울리던 서예 작품이라든가 동양화, 불상 등은 서양식 주거공간에는 잘 어울리기 힘든 측면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골동 수요는 자꾸 줄며 인사동과 안국동, 답십리 일대 고미술상가는 거의 개점휴업 상태다. 지방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내 골동시장은 1990년대 초까지도 현대미술 시장 못지않게 활황이었다. 1970~80년대에는 전국 고미술상들의 결집체인 한국고미술협회 정회원이 800여 명에 달했다. 상인들의 활동도 활발했고, 전시회도 많았다. 판매 또한 잘됐다. 정계, 재계, 법조계, 의료계에 마니아 층이 두꺼웠다. 전성기 때는 한국화랑협회가 고미술협회의 조직력과 위세를 부러워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제는 전세가 완전히 역전됐다. 고미술업계의 고질적인 진위 논란, 불투명한 거래 관행, 협회 집행부 간 반목은 가뜩이나 줄어든 수요를 더욱 오그라들게 했다. 가격도 참혹(?)할 정도로 낮다. 특히 젊은 고객이 생겨나야 시장에 활기가 도는데 주 고객은 여전히 50~70대에 머물고 있다. 인사동 일대에 300곳에 달했던 고미술 화랑이 지금은 5분의 1로 축소됐다. @img4 이 같은 답보 상태를 해결하고자 올 들어 고미술계에서 새로운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고미술품 감정을 둘러싼 논란을 줄이기 위해 시스템을 혁신하고, 영상채록을 의무화하기 시작했다. 1960년대 만들어진 문화재보호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하는 일도 추진 중이다. 현행 법은 50년 이상 된 서화, 도자기, 공예품의 해외 반출을 금하고 있는데 낮은 등급은 해외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한다는 것이 골동상들의 주장이다. 해외 고미술 페어에 참가하려 해도 골동품 반출 허가가 까다로워 포기하게 된다는 것. 업계 관계자들은 “등급이 높은 문화재들은 엄정 관리하되 일상에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저가품은 선진국처럼 자유롭게 반출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고려청자가 미국으로 건너간다고 미국 청자가 되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한편 최근 들어 한국고미술협회 종로지회를 중심으로 고미술 아트페어도 탄생했다. 현대미술은 아트페어가 전국적으로 20여 개가 넘고 그 연혁도 37년을 헤아리는 것까지 있는데 고미술업계는 올 4월에야 첫삽을 뜬 것이다. 고미술협회 종로지회는 미술전문기획사인 인터아트채널과 손잡고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2019 리빙앤틱페어(Living antique fair)’를 지난 4월 개최했다. 보통 닷새간 열리는 아트페어와는 달리 2주간에 걸쳐 열린 이 아트페어에는 18곳의 고미술 화랑이 현대인의 삶과 조우하는 고미술품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주최 측은 과거와 현재의 미감을 이어가는 현대 아티스트들의 작업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새로운 맥락을 선사했다. 정상급 사진작가 구본창, 화가 이희용, 무형문화재 조각장 김용운의 작품은 고미술을 모티프로 심도 있는 아름다움을 보여줘 호응을 얻었다. 또한 유명 디자이너이자 공간연출가인 마영범은 고미술을 현대디자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페어장 도입부를 혁신적으로 꾸몄다. 해주소반에 진공관 램프를 올려 설치미술을 시도하는가 하면, 강원도 원형소반을 뒤집은 뒤 프랑스 디자이너 조셉 레옹의 Elipson스피커를 살짝 올리는 복합예술도 시도했다. 스피커에서는 잔잔한 국악이 흘러나와 흥미를 더했다. @img5 @img6 현대의 아티스트들이 이처럼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넘나들며 신선한 자극을 줬다면 고미술 갤러리들은 ‘삶 속에서 즐기는 고미술’을 주제로 전통목가구, 도자기, 금속공예, 서화, 민화, 나전칠기, 민예품 등 일상생활 속에서 편히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골동품을 전시했다. 페어를 총괄한 인터아트채널의 김양수 대표는 “우리의 고미술이 현대의 삶 속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기 위해 ‘리빙’이라는 단어를 내세웠다. 고가의 문화재급 고미술품을 거래하는 것도 좋지만 평범한 직장인과 젊은 세대가 살 수 있는 아이템에 초점을 맞췄다. 이번 페어에선 30~40대가 많이 찾았고, 수집도 꽤 했다”고 밝혔다. 그 까닭은 해주반 스타일의 목기소반을 30만원 균일가에 판매하는 등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품목을 많이 배치했기 때문이다. 다른 전시작들도 대부분 1000만원 미만으로 맞췄고, 거래의 투명성도 강화했다. 유리거울 같은 첨단 소재를 고미술품과 곁들여 연출하고, 서양의 골동품을 과감히 우리 것과 곁들여 고리타분함을 씻어낸 것이 주효했다.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다이와 골프클럽 세트가 나온 것도 이채로웠다. 디자이너 마영범은 페어장 인트로에 손으로 꼬아 만든 커다란 장막을 설치하고 높이 60cm의 깨진 백자 달항아리를 주인공처럼 올려놓았다. 문제의 이 백자는 6000만원에 판매되며 파란을 일으켰다. 깨진 흔적이 있는 데다 형태도 완벽하지 않고 연대도 오래되지 않아 답십리 골동상가의 먼지구덩이 속에 방치되다시피 했으나 이번 페어의 도입부에 ‘떡’ 하니 놓이면서 골동 마니아들 사이에 “파워풀하다”는 반응을 일궈냈다. 답십리 골동가에 있었다면 계속 먼지만 쌓였을 백자대호가 페어라는 밝은 장에 나오면서 새 주인을 만난 것이다. 한편 150만~350만원의 부스비를 내고 참여한 대다수 골동상 또한 짭짤한 판매 성과를 거뒀다. 전체 판매액은 9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30만원대 해주반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고 도자기, 민화, 금속공예, 민예품도 고루 판매됐다. 강민우 고미술협회 종로지회장은 “아직 페어의 규모가 작아 워밍업 단계지만 화랑들이 새로운 고객을 많이 만나고, 가능성을 느낀 것을 수확으로 꼽고 있다. 참가를 희망하는 곳이 많아 앞으로 앤틱 페어가 시장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img7 김양수 대표는 “아트페어가 확실히 자리 잡은 현대미술에 비해 고미술은 겨우 첫발을 떼었다. 늦어도 한참 늦었고, 가격도 바닥권이다. 그래서 오히려 희망이 보인다. 호주머니가 얇은 이들도 얼마든지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은가. 내 주거공간, 사무공간에 맞는 것을 골라 일상에서 즐긴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주최 측은 내년 4월에는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전관을 대여해 규모를 두 배로 늘리고, 미술관 앞마당에 소소한 아이템을 파는 특별코너도 마련해 축제 분위기를 돋울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인사동은 안타깝게도 ‘전통문화의 거리’라는 색깔을 잃어버렸다. 이제 답십리라도 골동의 거리로 보호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젊은 골동상이 늘어나야 하고, 전통을 공부한 디자이너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담론을 만들 인문학적 전시도 열려야 한다. 올가을에는 디자이너들의 재능 기부를 통해 답십리 골동상가의 복도와 파사드, 가게를 리뉴얼해 새 프로젝트를 선보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모두 새로운 고객을 창출해 고미술업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복안이자 레트로가 아닌 ‘뉴트로’를 구현하기 위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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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당일도 늦다, 이젠 2시간 극한 치닫는 ‘배송혈투’

익일(로켓)→샛별→당일...배송시간 ‘하루→2시간’ 단축 ‘사잇길로’ 4륜자동차에서 2륜바이크로 배송수단 변모 ‘스피드’에서 이젠 ‘스마트’로...배송이 과학(IT·AI)을 입다 | 최주은 기자 June@newspim.com ‘익일→ 당일→ 새벽→ 2시간’ 최근 5년 택배의 변천사다. 배송 수단도 4륜 차량에서 2륜 바이크로 진화하며 배송시간을 단축하려는 유통업체의 움직임이 전보다 빨라졌다. e커머스 업체인 쿠팡이 지난 2014년 익일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을 시장에 내놓자 고객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몇백원, 몇천원을 더 쓰더라도 제품을 빨리 받아보겠다는 수요가 늘면서 ‘쿠팡’이라는 플랫폼은 여느 소비자에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이런 트렌드 변화를 감지한 유통업계는 최근 ‘빠르고 안전한 배송’ 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배송 경쟁의 포문을 연 쿠팡은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배송 상품 10억개를 돌파했다. 처음 로켓배송을 시작한 2014년의 연간 배송은 2300만개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9월 2억6100만개를 기록하며 4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했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들은 로켓배송을 사용하면 필요한 상품 대부분을 다음 날 받아본다는 점에 열광했다”며 “쿠팡은 매년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매 직후 곧바로 ‘퀵배송’ 되는 추세 로켓배송 다음으로 최근에는 ‘샛별배송’이 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15년 5월 마켓컬리가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당일 수확한 채소·과일 등 신선식품을 밤 11시까지 주문하면 아침 7시 이전에 배송 완료하는 시스템이다. 마켓컬리가 샛별배송을 통해 새벽 배송 시장을 선도하면서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늘어난 157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1월에만 월 30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최근에는 당일 배송을 넘어 두 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를 위해 4륜 자동차 중심에서 2륜차인 오토바이가 적극 활용되고 있다. 뷰티앤라이프(H&B) 스토어인 올리브영은 IT 기반 물류 스타트업 메쉬코리아와 손잡고 ‘3시간 퀵배송’ 서비스를 지난해 12월 도입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수익을 내려고 시작한 서비스는 아니다”면서도 “최근 이용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들의 반응이 좋아 연내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 광주, 대구 등 6대 광역시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오늘드림’이라 이름 붙여진 이 서비스는 올리브영 온라인에서 주문한 제품을 통합물류센터가 아닌 고객 주소지와 가까운 매장에서 주문지까지 퀵으로 배송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비자들은 당일 배송을 받으려면 오후 8시까지 주문하면 된다. 퀵배송 도입으로 오후에 주문해도 당일에 받을 수 있게 된 것. 전국 10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는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극대화한 셈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빠른 배송의 장점을 살린 2륜차 배송 서비스를 지난해 12월 시범 도입했다. 고객이 구매한 상품을 2륜차로 가정까지 배달해 주는 ‘부릉 프라임’ 서비스의 4월 이용 고객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2월 대비 2360% 급증했다. 생수, 쌀 등 무거운 상품을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데다 소량의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빠르면 20분 내 받아볼 수 있어 고객 호응이 높다. 스피드는 기본 이젠 ‘스마트’...똑똑한 배송 경쟁 이베이코리아는 배송에 과학을 입혔다. 배송에 IT 기술을 접목시킨 것. AI 기술을 활용해 운영 효율을 높이고 이를 점차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이베이는 고객이 서로 다른 판매자의 다른 제품을 주문하더라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한 박스에 담아 배송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최적의 동선을 짜는 알고리즘을 통해 서비스가 가능하다. 여기에 피킹(물건을 집어 박스에 담는 과정), 라벨링, 테이핑까지의 과정 중 상당 부분을 자동화했으며 판매 상품의 입·출고, 재고 현황을 손쉽게 파악해 물류 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도록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부문(이커머스) 확대에 나선 신세계는 SSG닷컴을 통해 당일 배송은 물론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를 지정해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자정까지 완료한 주문에 한해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3시간 단위로 원하는 시간을 지정할 수 있다. 여기에 주문 시 빠뜨린 품목이 있을 경우 ‘쓱배송 더하기’ 기능으로 배송 출발 마감 전 1회에 한해 품목을 추가할 수 있게 하는 등 배송 서비스가 날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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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아마존에 밀린 시어스 글로벌 ‘신유통’ 시대

오프라인 유통 공룡도 집어삼킨 육식공룡 ‘아마존’ 알리바바 마윈의 ‘허마셴셩’이 이끄는 신유통 혁명 | 박준호 기자 jun@newspim.com 지난해 ‘126년 전통’을 자랑하던 미국 백화점 체인인 시어스(Sears)가 파산을 신청하자 전 세계 유통업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백화점의 상징과도 같던 ‘유통 공룡’ 시어스의 몰락에 미국 사회는 경악했고 바다 건너 국내 유통 대기업들도 몸을 떨었다. 한때 3500개에 달했던 미국 내 시어스 매장은 현재 500여 개로 줄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2007년 주당 195달러였던 주가도 지금은 1달러 밑으로 곤두박질쳤다. 반세기 동안 세계 최대 소매기업으로 군림해온 시어스의 실패는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겪게 될 미래다. 70년 역사를 지닌 최대 장난감 체인 토이저러스(Toys R us)마저도 2017년 파산해 문을 닫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오프라인 집어삼킨 육식공룡 ‘아마존’ 한 시대를 풍미해온 주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파산하거나 점포 수를 줄이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미 전역에서 6400여 개 매장이 폐점했고, 올 들어서는 넉 달 만에 작년의 폐점 수를 넘어섰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 같은 도미노 폐점을 ‘소매종말(Retail Apocalypse)’로 정의했다. 말 그대로 소매업의 종말이다. 정확히 말하면 백화점·대형마트와 같은 전통 유통업태의 종말이다. 결정타를 날린 건 바로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다. 1994년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한 아마존은 진출하는 사업마다 승승장구하며 25년 만에 미국 온라인 소비시장의 약 45%를 장악한 거대 공룡으로 성장했다. 아마존이 주도한 온라인 바람에 제때 올라타지 못한 유통 대기업들은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올해 2월에는 미국 소매판매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오프라인을 근소하게 앞질렀다. 전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온·오프라인의 매출 비중이 역전된 것은 전자상거래 시장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소위 ‘아마존 시대’가 한층 더 가속화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처럼 오프라인 침체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국내서 불고 있는 유통 헤게모니 이동도 선진국에선 이미 과거가 됐다. 이제는 온·오프라인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시장이 도래했다. 전자상거래 기업들도 길거리로 나오고 있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시장을 넓히기 위해 2017년 유기농 식품 판매점 홀푸드마켓을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계산대가 없는 무인매장 ‘아마존 고(Amazon Go)’를 선보이며 O2O(Online to Offline) 연계를 기반으로 한 미래 유통 패러다임도 제시했다. 아마존 고에서 고객들은 모바일 앱의 QR코드 스캔을 통해 매장에 들어가 진열된 상품을 고른 후 그냥 들고 나오면 된다. 계산대를 거칠 필요 없이 매장 내 센서에 선택한 물건에 대한 정보가 입력되면서 자동으로 계산이 완료된다. 각종 최첨단 기술과 시스템이 오직 ‘고객 편의’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처럼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매장 그리고 물류 시스템이 소비자를 중심으로 통합된 유통 형태를 ‘신유통(新零售)’이라고 부른다. 허마셴셩이 이끄는 ‘신유통 혁명’ ‘신유통’은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지난 2016년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소비자 체험 중심의 데이터 기반 유통’을 말한다. 빅데이터에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등 각종 신기술을 더해 운영 효율과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고, 상품의 생산·유통·판매까지 한 단계 진화시킨 형태다. 마윈 회장은 미래 유통의 핵심이 ‘채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가격과 배송이라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구매 전 체험을 할 수 없다는 온라인 채널의 물리적 한계를 넘기 위해 온·오프라인이 통합된 신유통으로의 전환을 적극 모색해 왔다. 알리바바는 신유통사업부를 조직해 신선식품, 소매, 외식 등 각종 분야에서 생태계를 조성 중이다. 그중 O2O 신선식품 유통채널인 허마셴성(盒馬鮮生)이 대표적이다. 허마셴성은 온라인을 통해 수집한 고객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화 물류를 융합시켜 구축한 소비자 맞춤형 오프라인 상점이다. 2016년 중국 상하이에 1호점을 낸 이후 유통 혁명으로 불리며 불과 3년 만에 150개를 넘겼다. 허마셴성 매장 주변은 ‘허취팡’으로 불리며 마치 역세권처럼 집값이 들썩일 정도다. 허마셴성은 매장 반경 3㎞ 이내에 있다면 온라인 주문 상품을 30분 안에 배달해 준다. 허마셴성 오프라인 매장은 품질을 확인하는 쇼룸이 되고 배달직원은 주문과 동시에 자동레일을 통해 운반된 상품을 배달한다. 허마셴성 매장의 주문의 70%는 온라인에서 이뤄진다. 물류망을 혁신하고 구매 기록 빅데이터로 일일 판매량을 예측해 재고를 절감했기에 가능한 사업구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신유통의 급속한 성장이 직간접적으로 국내 유통업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역시 대형 오프라인 업체의 주도로 신유통이 전개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다. 차재헌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중국에서의 신유통은 단기적 이슈가 아니라 중국 소비 환경 변화의 주축”이라며 “국내 유통 대기업도 전자가격표시기 도입, 무인편의점, AI, 빅데이터 이용, 간편결제 등을 통한 신유통을 전개하고 있지만 중국이나 미국과 비교할 때 산업적 측면에서 아직 큰 의미를 찾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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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6월호

피할 수 없는 ‘노안’ 지금 수술하면 괜찮을까?

40대 초중반부터 찾아오는‘노안’ 인공수정체 삽입술 시행 늘어나 | 황형빈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안과 교수 옛말에 ‘몸이 1000냥이면 눈은 900냥’이라고 했다. 그만큼 눈 건강은 삶의 질과 직결된다. 최근 40대 초중반에 노안(老眼)을 호소하는 이른바 ‘젊은 노안’이 늘면서 노안교정술을 고려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노안은 단어의 특성상 나이가 들면서 눈이 건조해지거나 각종 노인성 안질환(백내장, 녹내장 등)이 발생하는 것과 혼동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노안은 나이가 듦에 따라 발생하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눈 건조나 백내장, 녹내장 등 노인성 안질환과는 엄연히 다르다. 40대 초중반에 발생하는 노안...‘조절력 저하’ 노안은 보통 40대 초중반 이후부터 눈의 조절력이 저하돼 원거리 시력은 유지되지만 가까운 것이 덜 보이게 되는 현상을 뜻한다. 따지자면 노안보다는 ‘조절력 저하’라는 용어가 보다 정확하다. 우리가 33cm 앞에서 책이나 휴대폰을 보기 위해서는 약 3도수(디옵터)의 조절이 필요하다. 근시나 원시가 없는 정시인 사람(0디옵터)이 이 거리에서 근거리를 보려면 눈에서 최소 3디옵터의 조절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30대 이하의 눈은 일반적으로 가까운 것을 볼 때 수정체가 보다 두꺼워져 근거리를 잘 볼 수 있도록 디옵터가 조절되고, 원거리를 볼 때는 이러한 조절 작용을 풀게 돼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눈의 조절력이 감소하면서 일반적으로 근시가 없는 정상적인 눈에서는 40대 초중반에 근거리를 볼 때 눈을 잔뜩 찡그리고 봐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후 50대부터는 돋보기의 도움을 빌려야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60대 이후에는 근거리를 주시할 때 필요한 조절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돋보기가 없으면 대부분 가까운 것을 보지 못하게 된다. 나이 들수록 적절한 돋보기 착용해야 간혹 백내장을 노안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노안은 안과적인 병변 없이 나이가 듦에 따라 수정체와 그 부속기관의 변화로 조절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반면 백내장은 안과 질환의 일종으로 노화, 자외선, 흡연, 외상, 당뇨 등의 원인으로 수정체가 뿌옇게 되면서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으로 엄격히 구분된다. 노안은 나이가 들면 피할 수 없는 생리적인 현상으로 아쉽게도 특별한 예방법은 없다. 다만 돋보기가 필요할 나이가 되면 적절한 도수의 돋보기로 근거리 주시 능력을 어느 정도 보존할 수 있다. 반대로 과도한 도수의 돋보기 착용은 오히려 남아 있는 본인의 조절 능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인공수정체 삽입술로 보완 가능해 노안은 수정체의 조절력 저하로 발생되는 문제지만, 이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수정체를 다시 젊은 상태의 것으로 돌려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은 두 가지가 시행 중이다. 먼저 각막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근거리 시력을 증가시키기 위해 각막에 작은 링을 심어 초점 심도를 깊게 하거나, 소위 노안 라식이라고 해서 각막을 깎아 굴절력을 변화시키는 등의 시술이 있다. 하지만 이들 방법은 아직까지 각종 부작용으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는 백내장을 치료하면서 삽입하는 인공수정체에 여러 무늬나 도수를 넣어 마치 다초점 안경처럼 원거리와 근거리를 동시에 보는 렌즈를 눈에 삽입하는 ‘노안 인공수정체 삽입술’이다. 이 방법은 빛 번짐이나 어지러움 등 각종 단점에도 불구하고 가장 안전하고 보편적인 수술로 최근 많이 시행되고 있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노안 수술은 안전성이 입증된 우수한 수술법이지만, 원칙적으로 노안의 원인이 되는 조절력 저하를 극복하는 수술은 아니다. 현재 눈 상태를 명확히 진단 받고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시행한다면 비록 젊은 시절의 눈으로 돌아갈 수는 없더라도 그에 준하는 우수한 수술 결과로 노년기에도 활기찬 생활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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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호

조용준의 도시문화 읽기 : 도쿄 긴자의 봄

| 조용준 편집위원 digibobo@naver.com 도시 디자인 학자들은 도시의 매력도 평가와 관련해 흔히 도시의 ‘10가지 매력(magic 10)’이라는 개념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10가지 매력적인 장소를 뜻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누구나 늘 가고 싶어 하고, 그 도시를 방문하는 여행자 역시 꼭 들르고 싶어 하는 장소가 열 군데쯤은 있어야 매력적인 도시라는 것이다. 그 장소는 시장일 수도, 식당일 수도, 미술관일 수도, 공원일 수도, 혹은 거리 그 자체일 수도 있다. 다만 분명한 점은 그 장소가 다른 나라의 그것과 비교해 확연하게 구별돼 사람을 이끄는 ‘그 무엇’인가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가는 도시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과연 무엇이 도시를 매력적으로 만드는가. 이를 살펴보는 새로운 시리즈를 시작한다. 지난 3월 19일 발표된 일본 국토교통성의 공시지가에 따르면 일본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은 여전히 도쿄 긴자(銀座)의 상업지역이다. 가장 비싼 ‘야마노 악기 긴자점’은 3.3㎡(1평)당 19억1865만원이다. 지난해 대비 3.1% 올라 4년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긴자 공시지가 상승의 핵심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 급증과 역세권 재개발 등 두 가지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긴자는 침체기를 겪기도 했지만, 최근 활발한 재개발사업과 함께 일본 최고 쇼핑거리로서 명성을 되찾고 있다. ‘긴자’라는 이름은 은화폐주조소(銀貨幣鋳造所)에서 비롯됐다. 1600년 동군과 서군이 맞붙은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일본 열도를 통일한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1601년 교토 후시미에 막부의 은화주조소를 만들어 재정 기반을 확립했다. 이에야스는 실권을 잡은 뒤 얼마 지나지 않은 1605년 쇼군 직을 아들 히데타다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시즈오카의 슨푸성에 머물며 섭정했다. 이에 따라 은화주조소도 1606년 슨푸성으로 옮겨졌다. 그러다가 1612년 에도, 즉 지금의 도쿄 중심지 마루노우치와 히비야 지역에 대한 간척과 개간으로 수도로서의 도시 정비가 완료되자, 주조소도 다시 에도로 옮겨졌다. 그렇게 주조소가 들어선 지역은 ‘신료가에초’라는 이름이 붙었다. 시즈오카의 주조소가 있던 지역 이름이 ‘료가에초’였기 때문이다. ‘료가에(両替)’는 일본어로 환전을 뜻하므로, 도쿠가와 막부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화폐가 만들어졌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지명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료가에초’는 발음이 어려워서인지 슨푸성 시절에도 원래 지명 대신 쉽게 ‘긴자’라고 지칭됐다. 에도의 신료가에초 역시 슨푸성에서처럼 긴자라고 불리다가 그것이 굳어져 메이지 유신에 따른 행정 조처로 1869년 지금의 지명으로 확정됐다. 최근 긴자의 명성을 부활시킨 일등공신은 역시 2017년 4월 개장한 긴자 6초메의 대형 쇼핑몰 ‘긴자식스(GSIX)’와 이곳 6층의 츠타야 서점이다. 옛날 마츠자카야 백화점 건물을 허물고 옆 블록 2개를 통합해 새로 지은 긴자식스는 지하 6층~지상 13층 규모로 공연장과 쇼핑몰, 오피스 등으로 구성된다. 일반 백화점의 2배 면적으로 260여 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데, 쇼핑몰 전체를 유명 예술품으로 꾸며 쇼핑을 하지 않아도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 발길이 이어진다. 개장 1년여 만에 약 2000만명이 방문해 600억엔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쇼핑몰이 들어선 이후 공시지가도 16.8%나 상승해 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긴자식스 자체도 화제였지만, 6층의 츠타야 서점과 맨 위층의 옥상정원도 개장 때부터 사람이 모이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츠타야 서점은 노른자위 땅 한복판에, 그것도 농구장 5.5배 크기 약 2300㎡(약 700평) 면적에 값비싼 소비재도 아닌 책을 파는 곳을 들여놓았다는 파격 발상이 시선을 끌었다. 이보다 한 달 늦게 개장한 서울 강남 코엑스몰의 ‘별마당도서관’과 거의 흡사한 개념이다. 각종 플래그십 스토어의 강력한 유혹을 뚫고 6층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면 바로 서점의 현관 격인 커다란 공간과 마주친다. 이 열린 장소에는 앤티크 가구 위에 책이 아니라 도자기나 화장품(심지어 립스틱까지)이 놓여 있기도 하고, 때로는 세계적인 다자이너 이세이 미야케의 패션 작품을 디스플레이한다. 그러나 시선을 돌리면 사방이 모두 높은 서고다. 서고들은 이곳이 도서관인가 싶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또한 서점 한쪽에는 스타벅스가 있어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떨거나 책을 읽을 수 있다. @img4 @img5 옥상 정원도 매력적인 장소다. 이 정원에 올라가면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널따란 잔디밭이다. 잔디밭 옆에는 벤치가 여러 개 놓여 있어 마치 런던 하이드파크나 뉴욕 센트럴파크 같다. 덕분에 느긋한 마음으로 데이트를 하거나 책을 읽을 수도, 커피를 마실 수도, 해바라기를 할 수도 있다. 입장료가 있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음료를 사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긴자에 있는 쇼핑몰들을 유심히 지켜보면 하나의 커다란 원칙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에코(eco) 테마’다. 친환경적인 요소를 도입해 도심의 삭막함을 최대한 덜어내고, 소비자로 하여금 자연 속 편안한 마음을 갖도록 배려하는 마케팅이다. 긴자 5초메 니시긴자에 있는 도큐 플라자(Tokyu Plaza)도 에코 테마에 매우 충실하다. 긴자식스보다 1년 앞선 2016년 3월 개장한 이 쇼핑몰 역시 긴자한큐 백화점을 허물고 지하 5층, 지상 11층 건물로 다시 지은 도심 재생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긴자에서도 사람의 왕래가 가장 많은 소토보리 거리와 하루미 거리 교차로에 있어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기도 하다. 이 건물 6층의 기리코 라운지에서 내려다보는 출퇴근 시간대의 교차로는 그 번잡함이 시부야역 광장의 그것만큼이나 아찔한 아수라장을 보여준다. 건축적으로 이 건물은 전통공예의 하나인 ‘에도 기리코’를 모티브 삼아 착안한 독특한 외관을 보여준다. 에도 키리코는 에도 말기 도쿄에서 시작된 컷 글라스 공법의 유리공예와 세공품을 말한다. 1834년 무렵이 시초로, 1873년(메이지 6년) 메이지 정부의 식산흥업 정책의 일환으로 적극 장려돼 일본의 현대적인 유리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앞면이 유리 세공품처럼 생긴 도큐 플라자의 외형은 이 지역 유서 깊은 전통과 미래를 향한 혁신이 서로 융합한 모습을 상징한다. 도큐 플라자 긴자의 에코 테마는 휴식 공간인 6층 기리코 라운지와 옥상의 기리코 테라스가 대표한다. 라운지는 층고가 몇 개 층에 걸쳐 높게 뚫려 있는 데다 각종 식물로 장식해 마치 대형 식물원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옥상의 테라스 역시 벽면을 식물이 자라나는 화단벽으로 만들어 자연의 싱그러운 느낌을 배가시켜 준다. 그런데 긴자 지역 쇼핑몰의 에코 테마는 그냥 생겨난 게 아니다. 이는 바로 ‘긴자 꿀벌 프로젝트’의 영향을 받아 활성화됐다. 서울 명동이나 강남역 빌딩 옥상에서 꿀벌을 키우겠다면 제정신으로 받아들여질까? 그러나 긴자의 빌딩에서는 실제로 양봉이 이뤄지고 있다. 이야기는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긴자마츠야 백화점 뒤편 한 빌딩을 관리하던 간부 다나카 야츠오는 지인과 식사를 하던 중 어느 양봉업자가 도쿄 빌딩 옥상에서 꿀벌을 키울 장소를 찾는다는 이야기에 흥미가 생겼다. 선뜻 자신의 빌딩 옥상을 빌려주겠다고 말하자 며칠 뒤 모리오카에서 양봉업을 하는 후지와라 세이타가 나타났다. 그는 메이지 시대부터 시작한 일본 근대 양봉의 선구자 후지와라 세이유 양봉장의 3대손이다. 후지와라는 다나카로 하여금 벌을 키우도록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렇게 해서 ‘긴파치(긴자와 꿀벌의 합성어)’라 불리는 긴자 꿀벌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였다. 처음 양봉사업을 시작한 2006년 꿀 수확량이 150㎏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 800㎏으로 늘었다. 2013년에는 마침내 1t을 넘어섰다. 2017년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 않은 덕에 수확량이 1647㎏에 달했다. ‘긴파치’는 양봉을 통해 긴자의 환경과 생태계를 살리는 동시에 채취한 벌꿀을 이용해 긴자 거리와 도시의 자연 공생을 실현하는 멋진 프로젝트였다. 채취한 벌꿀은 바에서 벌꿀 칵테일로, 케이크 가게에서 마들렌으로, 화과자점에서 양갱으로, 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 예배용 촛불로 사용됐다. @img6 꿀벌이 긴자 하늘을 날자 거리 풍경도 달라졌다. 지금껏 열매를 맺은 적이 없던 나무들이 열매를 맺었고, 그 열매를 먹으러 새가 날아들면서 해충이 사라졌다. 긴자 생태계가 서서히 원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 것이다. 흔히 지구상에서 꿀벌이 사라지는 날이 곧 인류가 멸망하는 날이라고 이야기한다. 국제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꿀벌이 식량 재배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가 373조원이나 된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서만 꿀벌의 경제적 가치는 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니 친환경적인 에코 테마는 적게는 그곳 지역 주민, 나아가서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도심 재생 프로젝트가 이뤄졌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지만, 환경을 우선하는 건축물은 들어본 적이 없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공간에 더 많은 오피스를 넣으려는 건물주의 이해타산은 시민의 생태공간 확장과 늘 부딪친다. 긴자에 봄이 왔다. 긴자 에르메스 빌딩 앞에도 연분홍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삭막한 도심의 빌딩숲을 화사하게 물들여 주고 있다. 최근에 그려진 빌딩의 설치미술과도 아주 잘 어우러진다. 에르메스 빌딩의 벽화는 원래 없었는데 오는 6월 23일까지 열리는 마리 미나토의 설치미술 전시회의 일환으로 새롭게 그려졌다. 에르메스 빌딩 8층에는 ‘메종 에르메스’라는 갤러리가 있어 빌딩의 가치를 훨씬 높여주고 있다. 갤러리로 인해 빌딩 안에도 봄과 벚꽃의 기운이 가득하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무려 753만8997명이다. 2015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반면 한국을 찾는 일본인은 300만명을 밑돈다. 도시는 어떤 매력이 있어야 사람이 찾아올까. K팝과 한류가 그 해답의 전부가 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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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호

‘서울특별시 홍콩구’를 아세요?

펄펄 끓는 亞 미술거점 홍콩, 한국은 10년째 찬바람 만회하려면 세계에 통할 K작가 키워야 외국미술 쏠림현상 심각, 해외에선 ‘예술성 뛰어나다’며 한국작품 호응 | 이영란 편집위원 art29@newspim.com “여기 완전히 ‘서울특별시 홍콩구야’.” “맞아! 서울서 몇 년째 못 보던 사람도 홍콩 오면 죄다 만난다니까.” 지난 3월 말, 홍콩 완차이의 컨벤션센터에는 수많은 한국인이 ‘아트바젤 홍콩(Art Basel HK)’을 보기 위해 운집했다. 통로를 쓸려다니던 그들은 아는 사람을 만나면 “올해도 홍콩서 만나네. 서울 가면 한번 보자”며 인사를 나눈다. 하지만 서울보다는 내년 3월 홍콩서 만날 확률이 더 높다. 한국서 시각예술에 조예가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멋진 작품을 사 모으는 컬렉터들 그리고 화려한 예술 현장에 꼭 끼길 원하는 인사들은 3월이면 일제히 홍콩행 비행기에 오른다. 상류층 교양인들 사이에선 아트바젤 홍콩이 매년 찾아야 할 ‘핫 스팟’이 돼버렸다. 모 은행은 수탁고 10억원 이상의 우수 고객에게 아트바젤 홍콩 투어를 지원했다. “작년에 3500명이 찾았는데 올해는 4000명을 넘었다더라”는 말도 들린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최윤정 파라다이스문화재단 이사장, 배우 정우성과 이정재, 임세령 대상그룹 전무에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까지 왕림했으니, 이쯤 되면 홍콩은 아시아 아트 허브를 넘어 세계적인 아트 허브로 똬리를 틀고 있다. 올해도 아트바젤 홍콩의 관람 인원은 역대 최고인 8만8000여 명. 축구장 몇 배의 너른 전시장은 인파로 콩나물시루다. 밀물처럼 통로를 쓸려다니는 관객들은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면 휴대폰을 들어 찍고, 또 찍는다. 하루에 볼 수 있는 미술 감상의 최대 용량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아시아, 미국, 유럽의 36개국 242개 화랑이 야심 차게 준비한 1만여 점의 미술품을 내건 아트바젤 홍콩은 첫날과 둘째 날 모든 승부가 결정난다. 이 이틀간은 VIP 고객만 출입이 허락된다. VIP 중에서도 ‘큰손’ 고객들은 거래 화랑들이 어떤 작품을 들고 나올지 이미 꿰고 있다. 사전에 출품작 이미지를 온라인으로 전달받았으니 실물(?)만 확인하면 된다. 한국 고객 중에서도 특A 고객들은 굴지의 외국 화랑들이 지난 1월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개최한 사전설명회에 초대받아 핵심작을 일별한 상태다. 우리 컬렉터들은 외국 미술품을 무척이나 선호하고 트렌드에도 민감해 외국 화랑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다. 한국 직원도 잇따라 채용하고 각별히 챙기고 있다. 미술관이나 공공기관, 주요 기업의 아트디렉터들도 VIP 대우를 받는다. 미술품을 꾸준히 수집하는 개인 컬렉터에게도 VIP패스가 제공된다. VIP패스를 소지한 알짜 고객들이 작품을 먼저 점지하고 나면, 나머지 사흘은 기기묘묘한 출품작을 즐기려는 일반 관객들로 전시장은 대만원을 이룬다. 7년째 아트바젤 홍콩에 참가 중인 모 화랑 책임자는 “첫 이틀간 VIP 오픈 때 판매가 모두 결정난다. 이때 못 팔면 끝이다. 올해는 일반 관객이 더욱 늘어 퍼블릭 오픈(금토일) 때는 작품이 손상될까 봐 신경을 무진장 썼다”고 했다. 이처럼 2019 아트바젤 홍콩의 ‘총성 없는 그림 전쟁’은 더욱 뜨거워졌다. 바젤 조직위는 상하이를 아트 허브로 키우려는 중국 정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해 올 매출을 공표하지 않은 듯하나 2018년의 1조원은 거뜬히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십, 수백만달러의 현대미술품뿐 아니라 피카소, 에곤 실레, 마그리트, 레제, 고르키 등 근대 거장의 작품이 상당수 거래됐기 때문이다. 세계적 화랑들은 올해는 장사를 더욱 잘했다. 가고시안, 데이비드 즈워너, 리만 머핀, 페로탱, 화이트큐브, 하우저&워스는 첫날 수십억원대 작품을 대거 팔아치웠다. 런던, 뉴욕 기반의 스카스테트 화랑은 추상표현주의 화가 빌럼 데 쿠닝의 ‘무제’를 1000만달러(약 114억원)에, 스위스의 하우저&워스는 아실 고르키의 유화를 180만유로(약 23억원)에 팔았다. 미국 화랑 데이비드 즈워너는 출품작 전부를 개막 즉시 완판시키며 부러움을 샀다. ‘1등 화랑’ 가고시안도 독일 화가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대작을 175만달러(약 20억원)에 팔아치우는 등 선방했다. 파리에서 온 페로탱은 일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황금 꽃조각 ‘무제’(약 15억원)로 화제를 모았는데, 개막 첫날 팔렸고 추가 주문까지 받았다. 이 같은 매진 러시를 이끈 것은 홍콩, 싱가포르, 대만, 중국의 슈퍼리치들이다. 여기에 유럽, 미국, 한국 컬렉터들도 일조했다. 메이저 화랑들은 첫날 내건 작품들이 솔드아웃되자 이튿날에는 작품을 교체하며 특수를 누렸다. 이 기세라면 49회에 접어든 스위스 아트바젤까지 넘어설 듯하다. 아시아 미술시장 전문가인 서진수 교수(강남대 경제세무학과)는 “금년에는 역대급으로 많은 VIP가 몰려와 개막 2시간 만에 중요한 작품이 완판됐다. 페어뿐 아니라 경매, 개별 화랑 전시까지 맞물려 홍콩은 이제 ‘아시아의 아트 허브’로 입지를 공고히 했다”며 “한국 참가 화랑(10곳)도 예년보다 전략을 잘 짜서 전반적으로 적중률을 높였다”고 평했다. 한국의 아라리오, 국제, 학고재, PKM, 리안, 원앤제이 화랑은 본전시에 참여했고 조현, 313프로젝트, 바톤, 우손은 인사이트 섹터에 부스를 차렸다. 이들은 단색화, 개념미술, 표현주의, 민중미술, 설치작품을 배치하고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성을 알렸다. 국제갤러리는 한국 산하를 추상으로 압축한 유영국의 회화들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고, 학고재는 민중미술 진영의 신학철, 강요배 그림의 호응이 높았다. 리안갤러리는 한국 전위미술의 선구자 이건용의 작품이, 부산 조현화랑은 ‘꽃 화가’ 김종학 회화가 각광을 받았다. 리안갤러리의 안혜령 대표는 “아트바젤 홍콩에 6년째 참가했는데 한국 미술이 국제 무대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비로소 확신하게 됐다. 그동안에도 판매 성과는 좋았지만 중견 및 신예 작품이라 모두 팔아봐도 부스비, 운송비도 안 됐다. 그러나 올해는 리안이 수년간 집중적으로 밀어온 이건용 작가의 1990년 작품(변형 200호)이 미국 컬렉터에게 3억원에 팔렸고 김택상, 윤희 등의 작품도 모두 판매돼 마침내 흑자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건용은 지난해 세계적 화랑인 페이스갤러리 초대로 베이징에서 개인전을 가진 후 독창적인 퍼포먼스 회화가 크게 조명받고 있어 이번 페어에서도 반응이 뜨거웠다. 안 대표는 “남과 다른 예술철학과 개념, 세계성만 있다면 우리 작가도 얼마든지 글로벌 시장을 뚫을 수 있음을 확인했다. 한동안 뜨거웠던 단색화가 요즘 주춤하지만 그 뒤를 이을 ‘포스트 단색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해 한국 미술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했다. @img4 ‘설악산 화가’ 김종학의 꽃그림으로 예상 외의 홈런을 친 조현화랑의 조현 대표는 “그동안 김종학의 그림은 국내용으로 생각했는데 파리 기메 미술관과 페로탱 갤러리 전시가 이어지며 홍콩에서도 호응이 뜨거웠다. 가로 8m의 대작이 기업에 팔리고 추가 주문도 받는 등 예상외의 성과를 거뒀다. 독창성만 있다면 얼마든지 승부가 가능함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100호 기준으로 1억~5억원을 받을 수 있는 한국 작품이 흔치 않다는 점이다. 원로와 신예를 이어줄 허리에 해당되는 50~60대 작가 층이 취약한 것도 문제다. 미국과 유럽, 일본 유명 작가에 비해 한국 작가의 작품값은 동그라미가 하나 적어 참가비용이 수억원대가 드는 아트바젤 같은 특급 페어에서는 실익을 내기 힘들다. 아트바젤 측은 홍콩 페어가 해를 거듭할수록 실적이 커지자 매년 부스비를 크게 올리고 있다. 본전시의 경우 부스비가 1억~1억5000만원을 상회하는 데다 작품운송료와 보험료, 진행비, 파티비 등을 합칠 경우 닷새간의 페어에 2억~5억원은 고스란히 쏟아부어야 한다. 국제 아트페어에 이골이 난 유럽 화랑들이 난데없이 에곤 쉴레, 기리코 같은 근대미술을 들고 나온 것도 살인적인 참가비용을 어떻게든 뽑겠다는 심산에서다. 결국 이처럼 판매 실적을 채우는 데 급급한 행보 때문에 아트바젤 홍콩은 요즘 신선감과 활력을 잃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 제시도 불가능한 상태다. 최웅철 한국화랑협회 회장은 “아트바젤 홍콩의 지명도와 판매력은 용광로처럼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아시아 최고의 국제 아트페어였지만 이제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역전됐다. 우리 큰손들도 홍콩으로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이다. 살인적인 참가비와 물가로 서구 화랑들도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KIAF의 체제를 정비하고 차별화를 시도해 추격의 동력을 마련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10년 이상 침체에 빠진 한국 미술시장을 되살리기 위해서도 KIAF 재구축은 시급하다. 글로벌 아트마켓에선 강자만이 살아남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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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05월호

3조원 ‘펫코노미’, 가파른 성장 2027년 ‘6조원’

2016년 반려인 1000만명 돌파 ‘펫푸드’ 연평균 19% ↑ | 김양섭 기자 ssup825@newspim.com 반려동물 인구가 급증하면서 동물을 가족처럼 소중히 여겨 아낌없이 투자하는 펫팸족(Pet+Family+族)도 늘고 있다. 이들의 등장으로 펫코노미(Petconomy, Pet과 Economy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생기면서 관련 시장이 가파른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반려인 1000만명 이상 추산...연평균 14% 성장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거의 국민 4명 중 1명꼴이다. 이에 따라 펫코노미 시장은 연평균 14% 넘게 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연간 3조원 안팎의 시장이 형성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펫 시장 규모는 2015년 1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원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오는 2027년에는 6조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보유 가구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일반국민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동물보호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반려동물 보유 가구의 비율은 2010년 17.4%에서 2015년 21.8%, 지난해에는 23.7%로 증가했다. 당국은 약 511만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통계청에서는 반려동물 인구가 2016년 1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반려인 구매력 높아...고가 제품 더 잘 팔려 단순히 반려동물 인구가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반려인들은 상당한 구매력을 보이고 있다. 저가 제품보다 고가 제품의 판매 증가율이 훨씬 높은 현상도 보이고 있다. 모바일커머스업체 티몬이 지난해 반려동물용품 구매자 매출 상위 10만명의 소비 행태를 조사한 결과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을 위해 소비한 금액이 자신을 위해 지출한 금액보다 상품군별로 평균 22%나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용품에 사용한 돈은 1인당 월평균 10만7425원을 기록했다. 이들이 패션·뷰티용품에 한 달간 소비한 1인 평균 금액(10만183원)보다 7%가 높았고, 식품·생활용품 구매 금액(7만8353원)보다는 37% 많았다. 또 반려동물용품 매출 자료를 살펴보면 5만원 이상 고가 사료의 매출 신장률은 105%에 달했다. 반면, 2만원 이하 사료의 매출 신장률은 24%로 고가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펫 푸드 높은 성장세...펫 보험도 성장 전망 밝아 특히 펫 푸드(반려동물용 사료) 분야가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용 사료 시장은 최근 연평균 19% 성장을 보이고 있다. 오픈마켓 11번가에 따르면 작년 펫 푸드 관련 상품 거래액은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1번가의 작년 3~12월 기준 펫 푸드(사료∙간식) 카테고리는 전년 대비 145%의 거래액 증가율을 보였다. 11번가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11번가 반려동물 카테고리의 움직임도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반려인들의 구매력을 겨냥해 최근에는 반려견 출입을 허용하는 쇼핑몰도 늘어나는 추세다. 스타필드 하남, 고양, 위례점에는 반려견 출입이 허용된다. 롯데도 프리미엄 아울렛 기흥점 전체를 ‘반려동물 자유구역’으로 정하고 반려동물을 데리고 쇼핑, 식사가 가능하도록 했다. 펫보험 시장도 지난해와 올해 들어 급속하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보험개발원 보고서를 보면 국내 펫 보험 시장의 연간 보험료(2017년 기준)는 10억원 규모(2638건)이고 가입률도 0.02% 수준이지만 지난해 8월 보험개발원이 펫보험 요율 산출을 완료하면서 다양한 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아직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잠재력은 상당히 큰 시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반려동물 의료 시장도 급속하게 성장하는 분야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마켓에 따르면 세계 반려동물 의료 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48억달러(5조1720억원)로, 2021년에는 67억달러(약 7조2192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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